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96화 (96/413)

96화. 이 정도면 재능 있는데?

지난 공내 사진을 포함하여 해외 스케줄 사진들이 풀린 것으로 인해 윈썸의 팬덤, 멜로우는 한동안 꽤 시끄러웠다.

- 공내 사진이랑 비공 스케는 소비하지 말자 소비하는 순간 사생들이랑 다를 게 없음

- 앞으로 공내 사진 올라오면 말없이 그냥 블락할게요

- 이런 건 원래 데뷔초 때 빡세게 잡아놔야해 안그럼 점점 분위기 개판됨

대다수의 팬이 공내, 비공개 스케줄 사진들을 소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하지만 물론 이와 반대되는 의견들 역시 간간히 보였다.

- ㅈㄴ올라오는 거 다 같이 소비해놓고는 이제와서 소비하지 말라니 뭐니 하는 건 뭐임 그래놓고 나중에 올라오면 제일 먼저 보러 올거면서ㅋㅋ

- 근데 신인이면 이렇게 대포가 붙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나? 하나라도 뭐가 더 올라오면 좋잖아ㅋㅋ

그렇지만 이와 같은 의견들은 극히 소수의 의견이었고, 전체적으로 앞선 의견들과 같이 비공개 스케줄과 멤버 사생활 사진, 공내 사진 등을 철저하게 지양하고 배제하는 것으로 분위기를 잡아갔다.

대다수의 이들은 이에 수긍했다.

한편, 앞선 화제는 별개로 변방에 있는 어느 SNS 계정에는 그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했다.

- 세혀니 말인데 진짜 눈치 빠른 거 맞는 듯함 기내에서도 그렇고 우리가 뭐만 하려고 하면 먼저 칼차단하고 봄

└ 아 ㄹㅇ? 하긴 플온스 때부터 사전 차단으론 알아줬지ㅇㅇ

└ 애가 어렸을 때부터 사생들을 접해서 그런가 뭔가 촉이 남다른 것 같아

- 솔직히 인섬 중에서 ㅇㅅㅎ 몰래 찍기 제일 힘들다 일단 카메라를 너무 잘 찾고 조금이라도 거리가 가까우면 내 존재를 귀신 같이 알아차림

└ ㅋㅋ 근데 그럼 좋은 거 아님? 세니가 알아주는뎁 ㅇㅅㅇ

└ ㅅㅂ 내 카메라만 알아주는데 그게 뭔소용임 그리고 일단 사진은 찍어야할 것 아냐ㅅㅂ

- ㅅ혅이가 원래 한 촉해 그래서 대포들이 고생이라고 제일 한탄하는 멤임ㅋㅋㅋ

└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우ㅅ혅

└ ㅆㅇㅈ 귀여운 걸 어캄

└ 일단 와꾸가 넘 존잘이야

- 이번에 ㅅㅎ이 사진 얼마 못 건짐ㅠㅠ 바다에서 진짜 ㅈㄴ이뻤는데 금방 들켜가지고 얼마 찍지도 못하고 돌아옴ㅠㅠ

└ 그래도 찍은 거라도 올려주라ㅠㅠ

└ 며칠 전에 올린 게 다임 나도 그거 말곤 없어ㅠㅠ 세니 진짜 이뻤는뎅

- 근데 ㅇ세혅 은근 빠혐 있는 거 같지 않아? 지난번에 카메라 보더니 표정 썩던데

└ ㅇㅅㅎ 원래 연습생 때부터 사생들한테 가차없다고 소문 많았어

└ 아닠ㅋㅋ걔가 내가 사생인줄 어케 알아

└ 뭐 니가 숙소 앞에 있거나 그랬던 거 아님?

└ ㅋㅋ숙소 앞이 맞긴 했음

* * *

시간이 흘러 어느새 7월.

정말로 여름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여름을 맞이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바쁜 일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바쁜 일들이란, 바로 윈썸의 컴백을 의미하는 거였다. 우리는 9월을 목표로 컴백 준비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컴백을 준비한 시점이 대략 6월 말부터이니 다음에 있을 컴백까지 대충 3개월이란 시간이 있었다.

물론 지금 시점으로 보자면, 3개월도 채 안 남은 거지만.

데뷔 앨범 때와 마찬가지로 멤버들과 난 이번에도 역시 컨셉 회의에 참여했다.

그래도 두 번째 참여하는 컨셉 회의라고 처음보다는 긴장이 좀 덜했다.

일단 이번에 나오는 앨범 역시 미니 앨범으로 예정되어 있었고, 컨셉은 이전과 비슷하게 판타지 계열로 가기로 했다.

같은 판타지이긴 판타지인데 이전과는 조금 다른 판타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동화’를 일컬었다.

이번 컴백 앨범의 주된 컨셉은 바로 동화였다.

“그러니까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아무래도 밝은 느낌의 곡으로 가지 않을까 해. 하이틴 느낌이 나는 쪽으로.”

기획팀의 박성호 팀장이 설명했다.

정리해보자면, 밝은 하이틴 느낌의 동화 컨셉으로 간다는 얘기였다.

“너희도 이제 내년이면 하람이를 제외하면 모두 성인이니까. 멤버 대다수가 10대일 때, 이런 하이틴 컨셉을 한번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러고 보니 내년이면 정말 신하람을 제외하고 모두 성인이었다. 물론 아직 올해가 많이 남긴 했지만.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컨셉에 활용할 동화를 뭐로 하는 가인데······.”

“이전처럼 한 가지씩 던져 보기로 할까요?”

“그래. 일단 생각나는 대로 던져 보자.”

결국 이번에도 한 가지씩 생각나는 동화를 말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동화의 수는 꽤 많았다.

피터팬, 어린 왕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등 많은 수의 동화들이 나왔다. 새삼 동화가 이렇게 많구나 싶을 정도로.

그중 가장 의견이 기운 건 역시나 피터팬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것보다 밝은 하이틴 컨셉에 잘 어울리는 동화였으니.

“세현이, 넌?”

이어서 기획팀 팀장님이 나에게로 의견을 물어오셨다.

“전, 결이 좀 다를 수도 있는데······.”

“어, 결? 뭔데?”

“<헨젤과 그레텔>이요.”

마녀가 나오고 과자집이 나오는 그 동화.

잔혹 동화라고도 불리는, 내가 떠올린 동화는 바로 그 <헨젤과 그레텔>이었다.

“<헨젤과 그레텔>? 어, 근데 이건 좀 분위기가 우리가 하려는 컨셉하고 좀 안 맞지 않나?”

“동화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반영시키기보다는 모티적인 요소들만 가져와서 컨셉에 활용시키면 좋을 것 같아서요.”

예를 들면, 과자집이나 풀숲.

이러한 요소들만 가져와 하이틴 컨셉과 적절히 섞고자 하는 것이었다.

“오, 그거 괜찮겠네요. 확실히 컨셉적인 요소들로 매력이 있고요.”

“음, 확실히 동화 자체도 컨셉으로 하기에 좀 덜 식상하니 나쁘지 않고.”

비주얼 디렉터나 기획팀의 반응 역시 모두 나쁘지 않았다.

“야, 헨젤과 그레텔이 그거지? 남매 나오고 마녀 나오고 하는 거.”

“응. 맞아.”

“오, 아이디어 좋네.”

이어서 백은찬이 조용히 감탄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의 속에 최종 결정된 이번 앨범의 컨셉은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모티브로 한 키치 하이틴 컨셉.

원래 하려고 했던 밝은 하이틴 컨셉에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가 들어가게 되면서 키치함을 조금 살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준비할 과자나 사탕이 산더미겠네요.”

비주얼 디렉터가 웃으며 말했다.

“아예 과자집을 세우는 것도 괜찮겠어요.”

“그것도 좋지.”

아무래도 그게 이 동화의 대표 상징이나 다름없으니까. 아무튼 유명 동화에 기반한 컨셉인 만큼 세트나 소품 같은 게 대략적으로 그려지긴 했다.

그렇게 회의가 서서히 끝날 기미가 보이던 와중에, 박 팀장이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아, 근데 이번엔 윈썸도 새로운 앨범 프로모션 같은 걸 해보면 좋을 텐데.”

“아, 그렇네요. 새 프로모 좋죠.”

앨범 프로모션이란, 보통 앨범이 나오기 전 이에 대한 사전 홍보를 하는 것을 말했다.

보통 컨셉 포토나 티저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프로모션의 일부지만, 앞서 박 팀장이 말하는 건 그것과는 조금 다른 걸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근데 혹시 따로 생각해두신 거라도 있으신 거예요?”

“음. 이런 건 어떨까?”

그렇게 회의는 다른 방면으로 다시 시작이 되었다.

* * *

며칠 뒤.

바쁘게 컴백 준비를 하던 와중, 나는 A&R 팀의 이한솔 팀장님으로부터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았다.

“지난번에 준 가사 스케치 말인데.”

“아, 네.”

“그거 꽤 내부에서 반응이 좋아.”

“아, 그런가요?”

“응.”

그건 다름 아닌 내가 A&R팀에 건넨 곡 가사로 인한 것이었다.

얼마 전, 일본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곧바로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오랜만에 직접 가사를 적어보고자.

이렇게 가사를 적기 시작한 건, 나 역시도 그룹의 앨범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물론 애초에 내가 쓴 게 앨범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작사에 도전한다고 해도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다.

아무렇게 나 친 피아노 멜로디에 내가 생각한 가사들을 붙여본 것뿐이었으니까.

그렇게 짧게 스케치한 곡을 앞선 A&R 팀장님께 들려드린 바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이게 제대로 된 방향이 맞는지 확인차.

“일단 가사가 굉장히 좋아. 단어 배열도 깔끔하고. 혹시 평소에 많이 쓰니?”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재능이 있네.”

“아, 감사합니다.”

그 말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아무래도 지금의 나에겐 과한 칭찬이었기에.

“그래. 그래서 말인데, 이걸 이번 앨범에 활용하면 어떨까 싶은데.”

“네?”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이번 앨범에 넣자고?

“큰 건 아니지만, 수록곡 형식으로 넣으면 참 좋을 것 같아.”

아뇨, 그것도 굉장히 큰데요.

“그런 의미에서 세현이 니가 전에 썼던 피아노 멜로디를 기반으로 곡을 하나 만들었어. 가사도 좋지만, 그 가사엔 아무래도 그 멜로디가 찰떡인 것 같아서.”

“네? 곡이요?”

갑자기 이야기가 엄청난 속도로 진행이 되는 듯 했다.

“그리고 오늘 부른 건 그걸 한번 같이 들어봤으면 해서.”

“아, 네.”

“그래, 그럼 한번 틀어볼게.”

곧이어 데모곡이 재생됐다.

들어보니 곡 분위기가 정말 내가 가사와 함께 넣었던 피아노 멜로디와 분위기가 어느 정도 유사했다.

데모곡은 감성적인 사운드의 R&B 팝 느낌이 나는 곡이었는데, 중간중간 피아노 사운드가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감성적이라고 해도 그저 잔잔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그 안에서도 적당한 템포감이 느껴졌다.

“어때?”

“좋은 것 같아요.”

“그렇지?”

이한솔 팀장이 만족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곡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일단 내가 생각한 가사의 느낌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그 뒤로는 작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달받았는데, 간단히 말해서 이 곡에 들어갈 가사를 내가 직접 쓰면 된다는 거였다.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당연히 A&R팀에서도 도와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 부분은 다행이긴 했지만, 한편으론 여전히 걱정되기도 했다. 가사를 쓰는 것도 쓰는 거지만 그 가사가 이번 앨범에 들어갈 가사였으니.

‘그래도 일단 쓰고 보자.’

일단 해보기로 했다.

경험이 없다고 피할 수만은 없으니까.

하다 보면 어떻게든 뭐가 나오지 않을까.

그 이후로는 틈이 날 때마다 짬짬이 가사에 대해서 고민했다. 마냥 떠오르는 걸 그대로 적어보기도 했고 때로는 단어 하나에도 오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아직도 고민 중이야?”

백은찬이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어째 요즘은 하루 종일 폰만 잡고 있는 것 같다?”

“가사가 생각보다 잘 안 나와서.”

“얼마나 썼는데?”

“아직 많이 못 썼어.”

앨범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할 때보다 단어 하나하나에 괜히 더 신중해졌다.

“어떻게, 도와줄까?”

“뭐?”

“같이 쓰면 뭔가 더 나올 수도 있잖아.”

그건 그렇지.

확실히 머리를 맞대면 뭔가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곡 내용이 그거라며.”

“응.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

그 말에 조금 고민이 됐다.

왜냐면, 이 곡은 다른 멤버들과도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지금 쓰고 이 곡의 가사는 일본에서 봤던 밤바다. 그때의 그 기억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 * *

지난 일본 오키나와에서 봤던 밤바다의 모습, 그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 그리고 그걸 바라봤던 당시의 기분.

지금 내가 써 내려가고 있는 가사에는 그런 것들이 담겨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멤버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아무래도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내 기억의 일부였기에.

아, 물론 그때 사생 대포 관련 일이 있긴 했지만 그건 그냥 생각 안 하기로 했다. 좋은 기억만 넣어서 좋은 것만 써야지.

‘그나저나 확실히 같이 쓰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렇게 되면 일단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게 나올지도 몰랐다.

“어떻게, 공동 작사할래?”

“뭐, 난 당연히 상관없지.”

“콜. 그럼 같이하자.”

그렇게 작사는 어쩌다 보니 공동 작사로 가는 방향이 되었다. 이후 백은찬과 난 곧바로 작사 작업에 들어갔다.

당연히 A&R 팀에게도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오케이가 됐다.

“형들, 같이 작사한다면서요?”

“응.”

“저리 가라. 형님들 지금 바쁘다.”

“바쁘기는 무슨. 아직 반도 안 채웠구만.”

“그러니까 바쁜 거지!”

그래도 역시 하나보단 둘이 낫다고.

백은찬이랑 같이 작사를 하다 보니 내가 할 때보다는 진도가 나가는 편이었다.

“근데요.”

“응.”

“저도 하고 싶어요.”

“응?”

“뭐? 뭐가 하고 싶다고?”

“이거요.”

신하람이 우리가 쓴 가사를 손으로 정확히 가리키며 말했다.

“저도 가사 같이 쓰고 싶어요.”

어, 이건 생각 못한 전개인데.

일단 하람이가 같이 쓰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 작사에 그다지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안 돼. 자리 다 찼어.”

“헐. 가사 쓰는데 자리가 어딨어요!”

“자리 있어. 내가 만듦.”

“아, 솔직히 형도 세현이 형이 쓰는 거에 꼽사리 낀 거면서!”

“꼽사리라니. 공동 작사라고 해줄래? 공동 작사라고!”

“꼽사리, 꼽사리, 꼽사리!”

얘들아, 싸우지 말자.

- 똑똑똑.

그때, 방문 너머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들어와도 좋다는 말을 전하자 곧바로 문이 열리고 밖에 있던 차선빈이 들어왔다.

“뭐야, 차선빈 넌 또 왜 왔어?”

“세현이가 불러서.”

“아, 맞아. 내가 불렀어.”

아주 중요한 부탁을 하려고 불렀지.

뒤이어 차선빈도 방 안에 어영부영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선빈은 왜 불렀는데?”

“랩 메이킹 좀 부탁하려고.”

“엥? 랩 메이킹이요?”

“응.”

이번에 가사를 쓰게 된 곡의 랩 파트.

그 파트를 나는 차선빈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다.

“랩 메이킹 해줘.”

조금 뻔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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