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97화 (97/413)

97화. 너희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어.

이번에 내가 작사하게 된 곡에도 당연하지만, 랩 파트가 들어갔다. 그런 의미에서 랩 가사가 필요했고.

그래서 나는 차선빈에게 이를 부탁했다.

전에 작성한 가사들을 봤었을 당시 얼핏 봐도 괜찮은 가사들이 많았기에.

“알겠어. 해줄게.”

차선빈은 앞선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었다.

“헐, 이렇게 금방 오케이가 나는 거예요?”

“어려운 거 아니니까.”

“잠깐, 그보다 그럼 차선빈도 우리 크루에 들어오는 거야?”

“크루는 갑자기 무슨 크루야.”

“크루잖아. 작사 크루.”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거냐.

“근데 굳이 말하자면 뭐, 그렇지.”

“하, 그래. 어쩔 수 없지. 차선빈. 우리 크루에 온 걸 환영한다.”

“응. 고마워.”

그렇게 백은찬과 차선빈은 갑작스레 마주 보며 악수했다. 상황극 하는 건가?

“아, 그럼 이렇게 된 거 나도 끼워줘요!”

“안 돼. 크루는 3명까지로······”

“그래. 하람이 너도 하고 싶으면 해.”

“악! 우세현!”

안 될 거 없지 않은가.

어차피 차선빈도 들어온 마당에.

근데 이렇게 된 거 다른 멤버들한테도 그냥 같이하자고 할까.

작사에 참여하게 된 이가 벌써 나를 포함해 차선빈, 백은찬, 신하람까지 4명이나 되었다.

‘그럼 나머지 2명을 더 넣어서 단체로 공동 작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생각난 김에 곧바로 가장 가까이에 있던 다른 멤버, 안지호에게 이를 물어보기로 했다.

“안지호.”

“어, 응. 뭐, 왜······.”

안지호는 자다 깬 건지 비몽사몽 한 얼굴이었다. 벌써 자고 있던 거냐.

“너도 같이 가사 쓸래?”

“······뭐?”

“가사. 같이 쓰자고.”

“······어.”

“그래. 그럼 같이 쓰자.”

“······어.”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안지호는 다시금 곯아떨어졌다. 음. 설마 내일 돼서 딴 말 하는 건 아니겠지.

“뭐야, 안지호도 하는 거야?”

“응.”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윤도운 뿐이었다.

이어서 도운이 형에게도 의사를 물어보고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그 순간, 갑작스레 방문이 열렸다.

“세현아, 혹시 냉장고에 있던 귤 못 봤어?”

아무래도 물어보러 갈 수고가 덜어진 것 같다.

* * *

멤버들과 모여 이야기를 한 끝에 이번 작사는 공동 작사를 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었다.

물론 안지호의 경우 자기가 언제 그랬냐면서 예상했던 대로 다음 날이 되자마자 딴말을 했지만, 이미 멤버 대다수가 증인인 터라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근데 많이 내키지 않으면 굳이 억지로 하지 않아도 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했다.

같이 하고 싶다고 상대가 싫어하는 걸 무작정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됐어.”

“어, 한다고?”

“응.”

하지만 안지호는 의외로 쉽게 이를 받아들였다.

혹시 안지호도 작사에 관심이 있었나.

이렇게 쉽게 오케이를 하는 것을 보니 말은 안 했지만 안지호 역시 작사에 관심이 있던 게 아닐까 했다. 어쨌든, 다 같이 하고 좋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A&R팀에게 이와 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래, 작사는 다 같이 하게 됐다고?”

“네.”

“잘됐네. 공동 작사 곡을 하나 내는 것도 좋지.”

다행히 A&R팀에서도 반응이 긍정적이었다.

“그래, 그럼 그건 그렇고 오늘은 타이틀곡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데······.”

더불어 오늘은 A&R팀과의 타이틀곡 선정과 관련하여 회의가 잡혀있었다.

“미리 말하자면, 이번에 회사는 너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기로 했어.”

“어, 정말요?”

“응.”

지난 타이틀곡 효과인가.

멤버들과 내가 밀었던 지난 타이틀곡 ‘재생 (Replay)’은 처음 회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부터는 다들 우스갯소리로나마 타이틀곡 선정은 무조건 아티스트의 의견을 따라야겠다며 종종 이야기를 하곤 했다.

더불어 여기엔 당시 회사가 타이틀 감으로 밀었던 ‘이질감’이 좋지 않은 성적을 낸 탓도 있었다.

“근데 이번엔 저번이랑 다르게 후보가 좀 많아. 괜찮은 곡들이 꽤 들어와서.”

앞선 이한솔 팀장님의 말씀대로 정말로 지난번보다 후보가 많았다. 후보곡만 대충 9곡 정도.

뒤이어 우리는 후보곡으로 선정된 9개의 곡을 모두 한 번씩 들어보았다.

“그럼 의견 바로 들어볼게.”

그리고 멤버들과의 의논 끝에 우리는 하나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선택했다.

물론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의견이 갈리긴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두가 만족해할 만한 곡이 낙점되었다.

그렇게 선택된 곡의 제목은 ‘Strayer’

길을 잃은 사람이란 뜻이었다.

아직 가제이기에 제목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이번 컨셉과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이러한 ‘Strayer’는 통통 튀는 사운드의 힙합 댄스곡이었다.

“근데 이 곡은 작곡가님이 누구세요?”

“성윤성이라고 외부 작곡가야.”

“성윤성이요?”

성윤성이라면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리 유명한 작곡가는 아니었다. 일단 작업한 곡부터 수가 그리 많지 않았고.

게다가 내가 아는 바로는 성윤성은 주로 발라드 계열 솔로 가수의 곡을 맡아 작업했다.

“어, 세현이는 아는 모양이네?”

“네. 조금요. 근데 그분은 주로 발라드 쪽을 맡으시지 않았어요?”

“맞아. 그랬었지. 근데 이번엔 댄스곡을 하나 보내왔더라고. 그런데 비트나 분위기가 괜찮아서 후보로 올려봤어.”

역시 그랬구나.

하지만 사실 그런 건 별로 상관없었다.

일단 곡 자체가 너무 좋았으니까.

“사실 회사 차원에서는 유명 작곡가의 곡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하지만······그래도 너희는 이 곡인 거지?”

그 말에 멤버들은 저마다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고민할 수밖에 상황이긴 했다. 물론 난 고민할 생각이 없지만.

“저는 역시 이 곡이 가장 좋습니다.”

“어, 세현이는 그대로 이 곡이야?”

“네. 작곡가 이름보다는 곡이 어떤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

내 기준에서 앞선 후보곡 중에서 이 곡보다 좋은 곡은 없었다. 그러니 가장 좋은 곡을 선택하는 게 맞았다. 이름에 별로 휘둘리고 싶지도 않고.

“저도 그냥 이 곡으로 할게요.”

백은찬 역시 의견을 고수하고 나섰다.

“우세현 말대로, 곡이 어떤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오, 근데 목소리는 왜 깔아요?”

“흠흠. 안 깔았어. 내 목소리 원래 이래.”

“아닌 것 같은데? 어쨌든, 팀장님! 저도 의견 이대로 갈게요!”

“어, 하람이 너도?”

“네! 저도 이 곡 좋거든요.”

이는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그냥 이걸로 가. 딴 곡은 다 구리더라.”

“그, 구린 것까지는······.”

“저도 이 곡으로 할게요.”

“네. 그럼 팀장님, 저희 의견은 이 곡으로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결국 모든 멤버들이 의견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이한솔 팀장은 곧 알겠다며 되도록 이 곡으로 가는 걸로 방향을 잡아보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얼마 뒤,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Strayer’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최종 낙점되었다는 소식이었다.

* * *

타이틀곡 선정까지 모두 마치자 이후 우리는 곧바로 컨셉 포토 촬영과 뮤비 촬영 준비 등에 들어갔다.

“세현이 형, 흑발 오랜만이네요.”

“응.”

이번 앨범에선 오랜만에 다시 흑발로 돌아왔다.

“원래는 핑크로 염색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려고 했는데, 그냥 흑발로 덮었어.”

사실 핑크색도 또 다른 후보이긴 했지만, 이번 컨셉에는 흑발이 더 나을 것 같아 그건 조금 더 미뤄두기로 했다.

사실 파란색, 핑크색 이런 머리는 염색 이후에 관리도 힘들고 그래서. 색도 금방 빠지고.

“아쉽네요. 핑크도 잘 어울렸을 텐데.”

“나중에 하면 돼지.”

나를 제외하고도 헤어에 변화를 준 멤버들이 있었는데, 눈에 띄게 변화를 준 건 차선빈과 신하람이었다.

이제껏 다소 차분한 머리색이었던 두 사람이었지만 신하람의 경우 금발, 차선빈의 경우 애쉬 그레이로 변화를 주었다.

“하람이 너도 금발 잘 어울린다.”

“히, 그런 것 같아요.”

신하람이 웃으며 답했다.

뭔가 강아지 같기도 하고.

헤어, 메이크업 준비를 마치고 나서는 곧바로 컨셉 포토 촬영을 위해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차를 타는 동안, 다 같이 게임을 하면서 이동했다.

“우세현, 또 파산이야!”

“세현이 형, 잘가요!”

“안녀어어어어엉!”

곧이어 내 게임 화면에 파산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떠올랐다. 방금 전까지는 분명 내가 1등이었는데······.

그리고 여전히 주사위를 굴리는데 여념이 없는 멤버들을 뒤로한 채, 나는 조용히 게임 화면을 껐다.

다음 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서칭이나 하고 있을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빨리 끝날 것 같지가 않아서.

“우세현, 조금만 놀고 있어라. 금방 다음 판 들어갈 테니까.”

“형은 무슨 자신감이에요? 아직 끝나려면 멀었는데!”

“내가 지금 1등이야!”

그래, 다들 파이팅.

누가 1등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아니니.

그렇게 한가롭게 서칭을 하고 있는데, 문득 몇몇 개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 ㅁㅊ 체이스 컴백한대

- 체이스 9월 컴백 예정 기사뜸

- 9월에 우래기들 컴백하다아아아!

뭐?

순간적으로 손을 멈칫했다.

그리고 곧바로 관련 기사를 검색했다.

‘잠깐, 설마······.’

[단독] 체이스, 오는 9월 미니 앨범으로 컴백 예정

그리고 설마 했던 일은 역시나 현실이 되고 말았다.

* * *

오는 9월.

체이스의 컴백을 알리는 기사가 떴다.

[공식] 체이스, 미니 3집으로 9월 3일 컴백 예정

거기에 정확한 컴백 날짜까지 떴다.

9월 3일이라고.

우리의 컴백 예정일은 9월 둘째 주 정도로 잡히고 있었다. 그러니 대충 체이스와 일주일 정도 차이가 났다.

“아······.”

시기, 겹치잖아.

거기서 살짝 짜증이 일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옆 좌석에 있던 차선빈이 나를 향해 물었다.

“아니, 체이스가 컴백을······.”

“뭐? 체이스가 컴백을 한다고?”

“네? 체이스 컴백?”

그러자 백은찬과 신하람이 동시에 큰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더니 곧 하고 있던 게임을 그대로 종료시켜 버렸다.

“아, 진짜 컴백이네.”

“시기도 참······.”

두 사람 역시 기사를 확인한 건지 이내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그래도 아주 최악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이지.”

“네? 뭐가요?”

“일단 동발은 아니잖아.”

그 와중에 다행인 건 동발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잘못했다가는 이도 저도 아닌 꼴이 됐을 테니.

“어, 그러니까 1주 정도 차이네. 우리랑.”

“응.”

대충 계산해보면, 우리가 컴백하게 될 주에 체이스는 2주차를 맞이하게 된다.

체이스가 흔히 남자 아이돌 1군이라고 말하는 탑 그룹의 위치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아니 더 나아가 3년 내 나왔던 신인 중에서는 단연 탑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만큼 체이스는 매번 컴백할 때마다 기록을 갱신해 나갔고, 이대로만 간다면 정말로 얼마 안 돼 남자 아이돌 1군 그룹에 정착할 수 있을 거라 많은 이들은 예측했다.

‘어쨌든 결론만 놓고 보자면, 최악은 면했다는 거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조금 더 텀이 있었으면 좋았을 거긴 했다.

‘안지호는 조용하네······.’

앞선 이야기들로 한창 차 안이 시끄러운 와중에도 안지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표정은 조금 전과 별다를 게 없었으나 속생각은 또 다를지도 몰랐다. 지난번처럼.

‘일주일 차면, 아무래도 오가다가 마주치는 일도 있겠고······.’

여러모로 마주칠 일이 많을 터였다.

근데 또 생각해보면 이쪽이나 그쪽이나 형식적으로 인사하는 게 전부일 테니 그리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나 싶기도 했다.

“근데 체이스는 이번에 얼마 만에 나오는 거지?”

“아마 5개월 정도일걸요.”

“텀이 생각보다 짧지는 않네.”

체이스는 올해 4월에도 앨범을 냈었다. 그리고 9월 컴백이니 약 5개월 만의 재컴백이다.

‘이번에도 성적이 오르려나.’

5개월 전에 나왔을 당시, 체이스는 초동 41만장이란 기록과 함께 케이블과 공중파 3사 음악방송 1위라는 쾌거를 얻었다.

물론 티어로브와 활동 시기가 조금 겹쳐 1위를 하는 건 한 주에 그쳤지만.

하지만 만약 겹치지 않았더라면, 공중파 음악 방송인 <뮤직 오피스>와 <쇼! 뮤직>에서는 2주 1위를 노려볼 만도 했었다.

‘컴백 시기가 짧지도 않으니 이번에 다시 그 기록을 노릴지도.’

지금까지의 컴백 예정을 볼 때, 체이스가 나오는 시기에 컴백할 또 다른 탑 가수는 없어 보였다.

그러니 아마 지난번에 하지 못했던 2주 1위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나름 기대도 하고 있을 테고.

‘2주 1위 달성이라······.’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 활동을 통해 꼭 하나 달성하고 싶은 게 생겼다.

그건 바로 1위 달성.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체이스가 컴백 2주차 시점에서의 우리의 1위 달성이다.

물론 1위를 목표로 두는 건 당연했지만, 이번에는 더욱더 하고 싶었다. 공중파 3사 1위라는 걸.

체이스의 2주 연속 1위를 꼭 한번 저지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 말인데.”

“응?”

“1위 많이 해보자.”

“뭐야, 뜬금없이?”

“그냥.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사실 공중파 1위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영역이었다. 그만큼 쉽지 않을 테고, 또 그러다 보니 체이스 쪽에서도 우리는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그래, 해보자.”

그때, 안지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덤덤하게 말했다.

“공중파 1위도 한번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그 말을 듣자 곧바로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안지호도 나와 같은 생각인 모양이었다.

뒤이어 멤버들도 저마다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그래, 공중파 1위! 가보자고!”

“그렇죠. 1위 당연히 해야죠.”

“그래. 당연히 해야지.”

“응.”

다른 멤버들도 저마다 그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리고 그걸 이루기 위해선 무엇보다 좋은 앨범 퀄리티가 필요했다. 그만큼 열심히 해야 했고.

“얘들아, 도착했다.”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걸 최대한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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