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98화 (98/413)

98화. 앨범 대박을 기원합니다.

오늘은 경기도에 있는 야외 세트장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이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어마어마한 크기의 캔디 스토어 (Candy Store) 하나가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와, 진짜 과자집 같네.”

“뭔가 이런 가게, 미국에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러네. 딱 그 느낌이다.”

적당히 레트로 느낌도 나면서 정말로 미국 어딘가에 있을 법한 그런 캔디 스토어의 모습이었다.

“듣자 하니 이번에 기획팀에서 뮤직비디오에 신경을 많이 쓰신 모양이더라고. 세트나 소품 관련해서 여러모로.”

감탄하는 멤버들 사이에서 매니저 형이 덧붙였다.

내부 또한 실제 캔디 스토어처럼 꾸며져 있었다. 알록달록한 원색 계열의 테이블과 쿠키와 캔디 진열대 등이 눈에 띄었다. 정말 신경을 많이 쓰신 모양이었다.

오늘의 코디는 컨셉에 맞게 하이틴룩 계열의 의상이었다.

보라색 베레모에 보라색 체크 재킷. 거기에 화이트 셔츠와 타이까지. 마치 교복과 유사한 느낌의 코디였다.

첫 촬영은 개인 컷 촬영.

그중에서도 난 가장 마지막 순서였다.

“세현 씨는 여기 의자에 앉아서 시작할 거고요. 제스처는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해주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다른 멤버들의 경우 저마다 캔디 스토어로 입장하는 신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나의 경우 그런 신이 따로 없었다.

마치 앞으로 들어올 멤버들을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 그런 내 뒤로는 알록달록한 캐릭터 사탕과 더불어 먹음직스러운 쿠키와 도넛들이 가득했다.

그렇게 한창 촬영을 하고 있다 보니 괜히 배가 고파져 왔다. 과자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가. 더 허기진 느낌이 들기도 하고.

“세현 씨. 이번엔 그대로 회중시계 바라보는 컷 하나 촬영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이번 촬영에 나에게 주어진 소품이 또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지난 뮤직비디오에서도 사용했던 금빛 회중시계였다.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나타내기 위해 지난번과 같은 아이템을 사용하는 듯 했다.

이후 촬영을 마친 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와, 대박. 야, 다들 나와 봐!”

그때, 백은찬이 대기실에 있던 나와 멤버들을 향해 꽤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밖에 뭐 있어?”

“아, 일단 나와 보라니까!”

그러면서 백은찬은 나를 향해 더욱 재촉했다. 아니, 밖에 뭐가 있길래 이래.

사실 귀찮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백은찬을 따라나섰다.

그리고 백은찬을 따라 밖으로 나가자, 그곳엔 정말로 깜짝 놀랄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와······.”

“완전 깜짝 놀랐지? 그렇지?”

“응. 진짜 깜짝 놀랐어.”

그도 그럴 게 지금 내 눈앞엔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커피차라는 게 준비되어 있었기에.

[윈썸 미니 2집 대박 기원♥]

[- 멋쟁이 선배 재현]

“재현이 형이 보내주신 거구나.”

“응. 그런가 봐.”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내준 이는 다름 아닌 인터니티의 김재현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었다.

“잘 마실게요. 윈썸.”

“맛있게 잘 먹을게요.”

그렇게 주변에 있던 스텝들도 우리를 향해 저마다 인사를 전했다.

“우리도 음료 시켜서 들고 사진 찍자.”

“그래.”

그 뒤로 백은찬과 난 음료를 하나씩 주문했다. 난 카라멜 마끼야또, 백은찬은 미숫가루 라떼.

그렇게 음료를 들고 인증샷을 찍은 다음, 가장 먼저 공식 계정에 올렸다.

WINSOME @WINSOME_INENT

인터니티 김재현 선배님께서 보내주신 멋진 커피차! 선배님 정말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은차닝 #윈썸 #인터니티 #김재현

#역시선배님이쵝오 #사랑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크게 받았으니 나중에 인터니티 촬영장에도 한번 보내야 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인터니티의 다음 컴백은 언제일지 회사에 한번 물어봐야 할 듯 했다.

“와, 이게 다 뭐예요?”

“이거 커피차야?”

“네. 재현이 형께서 보내주셨어요.”

“재현이 형이?”

뒤이어 나온 멤버들 역시 예상치 못한 커피차의 모습에 상당히 놀란 듯 했다.

“어떻게, 연락 한번 드릴까?”

“연락드려. 이렇게 받았는데 당연히 드려야지. 그보다 인증샷은 올렸어?”

“네. 방금 공식 계정에 올렸어요.”

“좋아, 이 김에 전화도 한번 드릴게요.”

그렇게 곧바로 김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 어, 그래. 은찬아.

이후 다 함께 김재현에게 앞선 커피차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고, 김재현 역시 촬영 열심히 하라며 응원을 보내주었다.

그 뒤로, 멤버들은 저마다 음료를 하나씩 손에 든 채 대기실로 돌아왔다.

“역시 선배가 최고야.”

“근데 우리도 다음에 보내 드려야 하지 않을까.”

“오, 그래. 그러자.”

그런데 보통 커피차는 어디서 하는 거지.

아무래도 그것부터 알아봐야 할 듯 했다.

“다음 촬영은 뭐였지?”

“멤버 페어 촬영이래.”

“아, 페어 촬영······.”

개인 촬영 다음으로 예정된 건 페어 촬영이었다. 그러니까 멤버들 중 몇 명끼리 모여 같이 하는 촬영.

“음······.”

“표정이 왜 그렇게 심각해?”

“어, 그랬나.”

“응.”

심각할 건 없지만, 살짝 걱정되는 건 있었다.

‘이제 그 촬영인 건가······.’

다음 페어 촬영은 나와 신하람이 함께 야외 테라스에서 하는 촬영이었다.

그러니까 앞서 걱정되는 것이란, 바로 그 야외 테라스였다. 왜냐면, 그 테라스의 높이가 예상보다 많이 높아 보였기에.

‘뭐, 아래만 보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괜찮겠지······.’

그렇지만 왠지 조금 긴장이 됐다.

* * *

잠깐의 휴식이 끝난 뒤, 다음 촬영 준비가 어느 정도 끝이 나자 곧바로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세현 씨랑 하람 씨는 같이 저쪽에 올라가셔서 그대로 지미집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연기를 해주시면 돼요.”

뮤직비디오 감독이 저 높이 있는 캔디 스토어의 테라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에 촬영할 신은 정확히 약 5층 높이에 있는 캔디 스토어의 특별 테라스에서의 페어 촬영이었다.

이 테라스는 일반적인 테라스와는 다르게 캔디 스토어의 창문을 통해 연결된 독립된 공간으로 난간만 두고 사방이 뻥 뚫려있는 형태였다. 그래도 테라스 공간 자체는 꽤 넓은 편이라 그리 위험한 건 없었다.

곧바로 난 신하람과 함께 계단을 올랐고, 그렇게 오르다 보니 어느새 테라스로 통하는 문 앞까지 와있었다.

‘와, 이거 생각보다 장난 아니네.’

창문을 통해서 보는 것뿐인데도 높이가 꽤 있어 보였다. 그래도 일단 촬영에 들어가야 하니 테라스로 나갈 준비를 하려는데, 문득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람아.”

“······네?”

내 부름에 신하람이 깜짝 놀라며 급하게 대답했다. 앞서 내가 말한 그 이상함이란, 바로 신하람을 뜻하는 거였다.

조금 전 대기실에서와 달리 신하람이 매우 조용했다. 순간 옆에 있는 줄 모를 정도로. 그만큼 신하람은 지금 말이 없었다.

‘혹시 무서워하고 있는 건가?’

[“무섭다. 완전 무서워.”]

역시 무서운 거였구나.

마찬가지로 고소공포증이 있는 모양이었다.

“세현이 형······.”

“응?”

“형은 높은 곳 괜찮아요? 전 좀 이런 거 무서워해서······.”

“어, 근데 난 그렇게 심하진 않아.”

“으어······. 그래요?”

생각보다 훨씬 무서워하네.

아무래도 하람이를 뒤에 세우고 내가 앞장을 서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먼저 갈게. 뒤따라와.”

“아, 네······.”

그렇게 난 앞장을 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창문에서 나오자마자 테라스가 있다는 거였다.

“넘을 때 밑에는 보지 말고.”

“네.”

그러자 신하람이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우리가 테라스에 있는 걸 확인한 감독이 곧바로 디렉에 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멤버 한 명이 조금 앞으로 나와서 테라스 난간에 살짝 팔을 올려주시면 되세요. 그리고 표정은 여유롭게요.”

난간에 팔 올리기.

아무래도 하람이가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다.

“형이 할게.”

“어, 형이요?”

“응.”

그리고 난 곧바로 붙잡고 있던 난간에 살짝 팔을 올렸다. 굳이 밑을 보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럼 바로 테이크 들어갈게요.”

촬영이 시작되자, 하람이와 난 감독의 디렉에 맞춰 최대한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방금 두 사람 다 아주 좋았어요. 지금 이대로만 하면 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만 더 갈게요.”

그리고 한번 더 촬영에 들어가려고 할 때쯤, 신하람이 갑작스럽게 나를 불렀다.

“형.”

“응?”

“한번 바꿔요.”

“어, 뭘?”

“자리요. 제가 이번엔 난간 쪽으로 더 붙을게요. 형이 조금 안쪽으로 와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조금 놀랐다.

이제 무서운 게 좀 나아진건가?

[“형도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 이번엔 내가 바꿔줘야지.”]

[“그, 여전히···무섭긴 하지만.”]

“괜찮은 거야?”

“네. 많이 괜찮아졌어요. 어서요.”

무리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잠시 아무 말이 없자 신하람은 다시 한번 날 재촉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제 얼굴이 카메라 각도를 좀 타거든요. 근데 그쪽이 딱이에요.”

그러면서 신하람은 어서 이쪽으로 오라며, 서둘러 움직였다. 그로 인해 나는 자연스럽게 난간에서 떨어져 조금 안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괜찮아, 괜찮아.”]

여전히 무서워하면서.

하지만 신하람은 이를 티 내지 않았다.

그 모습이 꽤나 기특해 보였다.

“혹시 안 되겠으면 바로 말해줘.”

“네! 안 그래도 그러려고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의지해가며 몇 번 더 촬영을 이어가다가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수고했다, 하람아.”

“형도요. 우리 진짜 고생했어요.”

“먼저 나가. 따라갈게.”

그리고 하람이를 먼저 다시 스토어 안으로 보낸 뒤, 그대로 따라 들어왔는데 그 앞에 있던 백은찬과 마주쳤다.

“여기 왜 있어? 다음 촬영이야?”

“아니. 걍 심심해서.”

심심해서?

그럼 그냥 대기실에서 쉴 것이지.

그런데 정말 놀러왔던 건지 신하람과 내가 계단을 내려가자 백은찬 역시 그런 우리를 따라왔다.

“근데 요-기서 보니까 되게 겁먹은 강아지들 같더라.”

“뭐?”

“너희 둘 말이야. 엄청 떨더라고. 너도 고소공포증 있었냐?”

어, 그렇게 티가 났었나······.

무서웠던 건 사실이지만.

“아, 근데 이따가 옥상 단체 군무신도 있다던데. 괜찮겠냐?”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아니야. 그래도 마찬가지로 아래만 안 보면 괜찮을지도. 그리고 옥상은 또 다를지도 몰랐다.

‘좋아!’

그렇게 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 * *

김설아는 지금 소파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윈썸을 서칭하고 있었다.

- 윈썸 이번 하반기 컴백 각이지?

- 윈썸은 컴백 언제로 예상해?

- 애들 다음 컴백은 언제 일까ㅠ

- 어디 커뮤에서 보니 윈썸 이제 곧 컴백 임박이라던데

늘 그렇듯 각종 SNS나 커뮤니티에서는 윈썸의 컴백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돌았다.

‘일단 하반기 컴백은 확실하지.’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인 만큼 1년에 한번만 컴백을 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기본 2컴백은 한다는 건데, 그럼 반드시 올 하반기에는 다시 나올 터였다.

‘개인적으로 3컴백을 해줬으면 좋겠지만···그건 내 욕심이겠지.’

간혹 1년 동안 3번 컴백을 하는 신인들이 있긴 했다. 아무래도 얼굴을 자주 비출수록 좋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도 얼마 없고 하니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로 보였다. 지금이 8월이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고작 4개월 남짓이니.

‘빠르면 9월, 아니면 10월이려나?’

대다수의 팬들이 이 시기에 컴백을 하지 않을까 예상하는 바였다. 김설아 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근데 체이스가 9월 초 컴백이라던데.’

왠지 그 점이 좀 불안했다.

혹시나 컴백이 겹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돼서.

대형 기획사에 근래 데뷔한 라이징 그룹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그런 체이스와 컴백이 겹친다는 건 상당히 꺼려지는 일이었다.

‘에이, 그래도 설마 IN이 겹쳐서 내겠어.’

그저 설마가 사람 잡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생각난 김에 공계에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당연히 뭐 뜬 건 없겠지만 이건 그냥 습관과도 같은 거였다.

그런데 그 순간, 1초 전 새로 글이 업데이트됐다는 알림이 떴다. 동시에 김설아는 너무 놀라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뭐, 뭐야?”

예상치 못한 새 글 알림.

그리고 그 글의 내용은 더욱더 앞서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게······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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