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00화 (100/413)

100화. 루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신인

앞선 형의 생각지도 못한 터무니없는 발언에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보며 벙쪄있었다.

기본 백 단위?

아니,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이럴 때가 아니지. 전화, 전화를 하자.

─ 어, 왜?

“방금 그건 뭐야? 백 단위?”

─ 응. 백 단위.

형이 꽤나 태평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니, 그거 사서 다 어디에 두게? 그리고 한국에서 거기까지 다 가져가지도 못해!”

─ 엄마한테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한국에서 사서 거기에 보관해달라고.

“잠깐, 엄마한테 부탁하려 했다고? 엄마가 그걸 다 어떻게 옮겨?”

─ 요즘 시대엔 택배라는 아주 편리한 수단이 있단다. 음반 판매점에서 택배로 다 배송해줘.

아, 그러고 보니 요즘은 그렇기도 했지.

확실히 편리한 세상이다.

“이동 수단은 그렇다고 쳐, 보관은 어떻게 하려고?”

─ 한국에 내 개인 창고가 있잖아. 거기에 두려고 했지. 알다시피 거기, 꽤 넓거든.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공간이 있긴 했었지. 분명 형이 평소 아끼는 물건들을 따로 두는 장소였다.

이렇게 들으니 아예 아무 생각이 없던 건 아니구나 싶지만······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보관 장소가 있다 해도 처리는? 그거 나중에 다 처리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말고 그냥 2장만 사.”

─ 2장~? 꼴랑 2장?

“2장 사! 버전 하나씩!”

─ 알겠어. 형이 많이 양보해서 딱 100장 컷으로······.

“그것도 많아!”

결국 그렇게 난, 형과 마치 무슨 협상을 하듯 숫자를 오르내리며 협상 아닌 협상을 한동안 계속했고 이윽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 짓게 되었다.

근데 이렇게 되니까 생각났는데, 혹시 지난번 앨범도 그렇게 많이 산 건 아니겠지.

“형, 지난번 앨범은 몇 장 샀어?”

─ 어, 야. 나 배터리 없다. 끊어야겠다.

“뭐?”

─ 응. 그래. 나중에 또 통화하자.

뚝.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이거, 말 돌리는 거 보니 많이 산 모양인데? 형이 원래 뭐에 한 번 꽂히면 그냥 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아무래도 이와 관련해서 엄마에게 한번 물어봐야 할 듯 했다. 이렇게 된 거 언제 한번 시간을 내서 그 창고라는 곳을 가봐야 하나.

* * *

그로부터 며칠 뒤.

컨셉 포토가 공개되었다.

컨셉 포토는 2가지 컨셉 버전으로 나왔는데, 하나는 Forest (숲) 버전, 다른 하나는 Cookie (쿠키) 버전이었다.

가장 먼저 공개된 컨셉은 포레스트 버전이었다. 포레스트 버전은 풀숲을 배경으로 한 몽환적인 분위기의 컨셉이었다.

울창하게 핀 숲속 나무들과 그 곁에 환하게 피어오른 하얀 꽃들. 그리고 이를 비추는 햇빛.

그 중심에는 흰색 셔츠에 브라운색 체크 멜빵을 입은 멤버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포레스트 컨셉 내용의 핵심은 ‘길을 잃은 소년’이었다. 동화, <헨젤과 그레텔>처럼 목적지를 잃은 소년들이 사람 하나 없는 숲에서 홀로 길을 헤맨다는 컨셉이었다.

- 헐 완전 헨젤과 그레텔이야

- 윈썸 컨셉 예상했던 대로 헨젤과 그레텔이네 컨셉 잘 잡았다

- 숲과 자연광이라니ㅠㅠ 진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조합이다ㅠㅠ

- 보니까 다른 컨셉들도 이런 몽환? 컨셉일 것 같은데 헨젤과 그레텔이 잔혹동화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러한 컨셉 포토를 본 대부분의 팬들은 이번 앨범은 <헨젤과 그레텔>의 분위기에 맞춰 동화적인 분위기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또 다른 컨셉인 쿠키 버전이 공개되자, 이와 같은 말들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두 번째로 공개된 컨셉이자 이번 앨범의 메인 컨셉이라고 할 수 있는 쿠키 버전.

이 버전에서는 다양한 쿠키들과 색색의 젤리, 사탕들이 소품으로 사용되었으며 주로 밝은 색감을 사용하여 되도록 키치한 느낌이 들도록 컨셉을 꾸몄다.

더불어서 의상은 뮤직비디오에서도 입었던 하이틴 느낌이 나는 교복 의상. 여기에 멤버들 역시 첫 번째 컨셉과 다르게 장난스럽고 밝은 느낌의 표정을 선보였다.

- 뭐냐 이 키치함은???????????

- 헐 설마 하이틴이야? 이번 컨셉?

- ㅁㅊ 애들 너무 상큼해ㅠㅠㅠㅠㅠㅠ

- 된다된다 이번 앨범 무조건 된다

- 솔직히 어두운 분위기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밝게 가려나보네

- 컨셉 ㅈㄴ마음에 든다 하 사랑해요 윈썸

“오늘 나온 컨셉. 반응 되게 좋다.”

백은찬이 컨셉 포토의 반응을 확인하며 말했다. 옆에 있던 윤도운도 마찬가지로 이에 공감했다.

“맞아. 첫 번째 나온 것도 괜찮았는데, 두 번째가 훨씬 더 반응이 오는 것 같아.”

“형도 그렇게 느꼈죠? 확실히 첫 번째 것도 좋긴 했는데 두 번째가 진짜 장난 아닌 느낌?”

내가 느끼기에도 두 번째 컨셉이 더 반응이 좋다는 게 체감이 됐다. 물론 첫 번째도 좋긴 했지만.

‘시작부터 반응이 괜찮네.’

상당히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이렇게 반응이 좋은 걸 몸소 체감하고 있으니, 그것에 대한 반응 또한 궁금해졌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그것’이란,

바로 멤버들과 내가 직접 작사한 그 곡을 가리키는 거였다. 그 곡도 반응이 좋아야 할 텐데.

아직까지 앨범의 곡 정보에 대한 정보는 공개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컴백 예정일인 9월 10일까지 준비된 프로모션을 차근차근 진행해가고 있는 도중 난, 놀라운 사실을 하나 접했다.

“선주문······.”

그건 바로 체이스의 이번 앨범 선주문 관련 소식이었다.

[단독] 체이스, 미니 3집 ‘Chaser’ 선주문량 70만장 돌파

* * *

- 체이스 선주문량이 70만장?

- 데뷔한지 이제 일년 좀 넘었는데 선주문량 70만장.....진심 미쳤다

- 역시 대형이 좋긴 좋은 듯

- 그럼 최소 50만장은 팔겠네 와 체이스 이번에도 대박날 듯ㅊㅊ

- 체이스 이번에 70만장 팔았어?

└ 아직 판건 아니고 선주문량이

└ ? 선주문량이 판 거 아냐?

└ 실판매량은 아님 근데 다 팔긴 할걸

선주문 70만장.

여기서 말하는 선주문량이란, 실제로 판매된 양이 아닌 음반판매점이 유통사에게 주문 넣은 양을 뜻했다.

하지만 이는 앨범의 실제 판매량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였다. 그러니 70만장이라는 얘기는 곧 전작 초동 판매량인 41만장 이상은 팔 거라는 말이었다.

사실상 체감이 잘 안되는 숫자였다.

70만장이라니.

‘100만장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물론 아무리 잘 나가는 체이스라고 해도 이 시점에서 선주문량 100만장을 찍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긴 했다.

하지만 몰랐다.

이대로라면 정말 100만장을 찍을지도.

물론 그게 실제 판매량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동안은 이 이야기로 커뮤니티가 떠들썩할 듯 했다.

그리고 떠들썩했던 그 열기는 9월 3일. 체이스의 컴백일이 되었을 때 이윽고 절정에 이르렀다.

<메인 TOP 차트>

[NEW] 59위 : Whistle

- 체이스 (Chase)

체이스는 컴백 당일에 자몽 메인 TOP 차트 59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몇 달 전 새로 개편된 자몽의 메인 차트인 차트에 체이스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 체이스 탑차트 59 진입

- 역시 체이스네

- 와 체이스 이번에도 100위 안에 진입했어?

- 체이스 성장 속도 존무ㄷㄷㄷ

일단 노래가 공개된 시점에 맞춰 곧바로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확인해봤다.

이번 앨범의 컨셉은 스포티 컨셉이었고, 그에 맞춰 체이스의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서 저마다 육상, 축구 등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타이틀곡 ‘Whistle’은 컨셉에 맞게 빠른 템포의 밝고 신나는 분위기 댄스곡이었으나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단순히 밝고 신나기만 해서 남는 게 없는 느낌. 이지리스닝 계열이었지만 노래만의 포인트가 다소 부족했다.

‘차트에서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대로 음반 성적은 호조를 이루었다. 첫날부터 30만장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니까.

이전 초동 성적이 41만장이었던 걸 생각하면 상당히 는 셈이다.

- 여윽시 신인 중엔 체이스가 탑이네

└ 신인 중 ㄴㄴ 그냥 그룹으로 쳐도 얘네 성적 엄청난 거임

- 이대로라면 진짜 곧 100만장 팔 듯 RA 엔터 ㅈㄴ좋아하고 있겠네ㅋㅋ

- RA 이번에도 성공했네 역시 남돌 명가 어디 안가죠

이후 한동안 커뮤니티는 체이스에 대한 이야기들로만 가득했고, 모든 이들의 관심은 과연 체이스가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낼지에만 쏠려 있는 상태였다.

그러한 와중에 시간은 흘러 우리의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이 나오는 날이 됐다. 동시에 그날은 체이스의 초동이 마감되는 날이기도 했다.

“야, 티저 바로 볼 거지?”

“응. 그래야지.”

“오케이. 그럼 같이 보자.”

그렇게 백은찬과 난, 곧바로 거실로 나가 TV를 켰다. TV에 설치된 너튜브 어플을 통해 티저를 볼 생각으로.

“이왕 볼 거면 크게 봐야지.”

그렇게 12시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나머지 멤버들도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나와 멤버들은 시작 전까지 팝콘을 먹고 있었다.

“팝콘은 누가 가져온 거야?”

“제가요.”

“잘했다. 근데 난 어니언 파인데.”

“팝콘은 캬라멜이 짱이에요.”

그건 동의하는 바였다.

팝콘은 캬라멜이지.

그리고 마침내 9일 자정.

공식 너튜브 채널에 티저가 업로드됐다.

윈썸 (WINSOME)

- 2nd MINI Album , Strayer MV Teaser

영상을 재생하자 어두웠던 화면이 밝아지면서 곧바로 울창한 숲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 뒤로 곡의 인트로가 조용히 울렸다.

* * *

이화준은 지금 상당히 기분이 들떠있는 상태였다.

“화준이 형, 왜 그렇게 신이 났어요?”

“왜긴. 당연히 초동이 잘 나왔으니까 그렇지.”

이화준이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답했다.

체이스의 이번 앨범 초동은 총 63만장.

지난 앨범보다 20만장 이상 늘어난 수치였다. 사실 내심 70만장을 노리고 있었으나 그래도 이 정도로도 충분히 만족이었다.

‘70만장이야 다음에 팔면 되는 거니까.’

어차피 다음이 되면 또 늘어날 게 분명했다. 그만큼 그룹 체감 유입이 많았다. 본래 인기는 인기를 불러오는 법이었으니.

이에 대한 기사도 많이 났다.

[단독] 체이스, 미니 3집 일주일 만에 초동 63만장 돌파!···루트의 뒤를 이을 차세대 루키의 등장

일단 헤드라인부터 마음에 들었다.

루트의 뒤를 이을 차세대 루키.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구나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여기에 음원도 지난번보다 성장했다.

메인 TOP 차트 하위권 진입이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중위권으로 훌쩍 진입이 뛰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아쉬운 건 하나있었다.

바로 음원의 유지였다.

‘진입만큼 유지를 더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화준이 다시 한번 음원 성적을 확인하며 생각했다.

음원의 진입 성적은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유지였다.

진입 이상으로 더 높이 뛰어오르지를 못했다. 새벽에 바짝 오르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점차 순위가 내려갔다.

그 사실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이번 주 음악방송 1위를 하는 데는 별 영향이 없을 듯 했다.

‘그리고 그 다음주도 충분히 노릴 수 있겠지.’

일단 지난번 컴백 때와 달리 대진운이 꽤 좋았다. 따로 견제할 만한 그룹도 없고.

‘물론 윈썸이 있긴 하지만.’

그렇지만 크게 신경 쓰이진 않았다.

지난번 윈썸의 앨범 판매량과 음원을 생각하면, 윈썸은 자신들에게 있어 그다지 위협이 될 만한 그룹이 아니라 판단되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생각은 다른 체이스의 멤버들의 공통적인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 티저가 올라왔다고 본 것 같긴 한데.’

반응을 확인하러 들어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얼핏 본 것 같았다. 뒤에 따로 찾아보진 않았지만.

“어, 형······.”

“어, 왜?”

그대로 자신을 부르는 다른 멤버의 목소리에 이화준이 잠시 보고 있던 화면에서 눈을 뗐다.

“기사···떴는데요?”

“무슨 기사?”

그러자 곧 그의 멤버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윈썸 선주문 기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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