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9월 10일, 컴백 당일.
당일 오전부터 윈썸의 컴백과 관련한 기사가 크게 2가지 다뤄졌다.
그중 하나는, 이번에 나올 앨범의 타이틀과 수록곡 정보를 담은 기사였다.
[이번에 발매될 윈썸의 미니 2집 앨범, 의 타이틀곡인 ‘Strayer’는 통통 튀는 사운드의 힙합 댄스곡으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소년들의 희망찬 포부를 담은 곡이다.
특히나 앨범의 4번 트랙인 ‘Black Sea’는 윈썸의 6명의 멤버가 직접 작사를 맡은 곡으로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과 더불어 울림이 있는 가사를 특징으로 하는 미디엄 템포의 R&B팝 곡이다.]
해당 기사를 본 팬들은 모두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다른 것보다도 멤버들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공동 작사곡이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 ㅁㅊ 멤버 공동 작사곡이라니ㄷㄷㄷ
- 너무 좋다ㅠㅠ 무슨 곡일지 ㅈㄴ기대돼
- 소개 글로만 봐서는 발라드각인데 왜 제목이 검은 바다지?
- 우래기들 다같이 모여서 작사했을 생각아니 벌써부터 눙물 난다ㅠㅠ
이와 더불어서 차선빈이 이번 타이틀곡의 랩 메이킹을 직접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은 더욱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컴백 관련 또 하나의 큰 기사.
그건 바로 앨범 선주문 기사였다.
[단독] 윈썸, 미니 2집 선주문량 50만장 돌파!
그것은 앨범의 선주문량이 50만장을 돌파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와 같은 놀라운 소식은 SNS를 통해 다양한 커뮤니티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 ㅁㅊ 윈썸 선주문 50만장이래
- 윈썸 저번 앨범 10만장 아니었어? 근데 왜 갑자기 이렇게 뛰었어?
- 한번에 배로 늘었네 근데 저거 다 팔수는 있는 거지?
- 윈썸 공백기 동안 유입 많았나보다 선주문량이 저렇게 뛴 거 보면
└ ㅇㅇ유입 엄청 많았어 체감됐고
- 혹시 회사에서 물량만 많이 뽑아놓고 언플하는 거 아님?
이와 관련해 그날 하루 동안 다양한 말들이 오갔다. 언플을 위한 물량이 아니냐부터 시작해 어차피 다 팔지 못할 거라는 의견도 적지 않게 보였다. 이와 더불어 선주문은 선주문일 뿐, 실제 판매량은 두고 봐야 한다는 말도 많았다.
그렇게 커뮤니티는 하루 종일 윈썸의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이후 저녁 6시.
마침내 윈썸의 미니 2집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됐고, 곧바로 반응은 더욱 쏟아졌다.
* * *
푸르게 반짝이는 숲속 나무들.
울창하게 피어난 하얀 연꽃들 사이에서 차선빈이 홀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는 길을 잃은 듯 그대로 차선빈은 풀숲을 계속해서 헤매었다.
이어서 시작되는 곡의 인트로.
인트로는 한 번의 귀를 사로잡는 통통 튀는 느낌의 독특한 사운드로 시작되었다.
도입부의 시작은 우세현이었다.
곧바로 나무 그루터기 위에 홀로 앉아있는 우세현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Where am I?
난잡하게 얽혀 있는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수풀과도 같은 이 길]
그 뒤로는 저마다 길을 찾아 풀숲을 헤매는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각자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해 길을 걷는 것과 달리 우세현은 홀로 다른 멤버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길을 걷고 있었다.
[지금의 있는 길에서
조금만 우회해봐
그렇다면 곧 새 길이 보일 테니]
뒤이어 백은찬은 숲길에 난 작은 발자국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끝으로 보이는 거대한 캔디 스토어 건물.
캔디 스토어를 발견한 멤버들은 각자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와 겹쳐서 풀숲과 연꽃들로 둘러싸인 연못 세트가 중간에 등장했다.
이어지는 후렴구의 멤버 단체 군무.
거기서 차선빈은 센터에 서 있었다.
[나를 한번 믿어봐
그 길이 곧 천국일 테니
그렇게 다시 한번
Go on, Go on!]
후렴이 끝나자 곧바로 이어지는 2절 도입 부분에서는 우세현이 캔디 스토어의 테이블에 홀로 앉아있었다.
그러면서 우세현은 가지고 있던 금빛 회중시계를 잠시 바라보았다. 이는 <재생> 뮤직비디오에서 사용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2절부터는 본격적으로 캔디 스토어의 내부에서의 모습들이 잡혔고, 그것은 캔디 스토어 안으로 들어서는 멤버들의 모습이 잡히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그대로 사탕을 물고 있는 백은찬이나 스토어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윤도운 등 멤버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스쳐 지나갔다.
한편, 신하람은 테라스에 올라 조용히 캔디 스토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신하람의 뒤로 우세현이 나타났다.
이어지는 후렴구에서는 광활한 하늘과 함께 캔디 스토어 옥상에서의 단체 군무신이 등장했다.
뮤직비디오는 곡의 분위기와 맞게 알록달록한 색감과 함께 전체적으로 밝고 활기찬 분위기였다.
여기에 중간중간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가 더해져 상당히 곡 컨셉인 하이틴 + 키치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굳게 닫혀있던 캔디 스토어의 문을 우세현이 다시 한번 열게 되면서 뮤직비디오는 그대로 끝이 나게 된다.
뒤이어 조용히 떠오르는 문구.
[IN Entertainment] WINSOME, 2nd MINI Album - Strayer
그리고 얼마 안 돼,
이번 앨범 곡과 뮤비에 대한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와 윈썸 뮤비 너무 예뻐
- 뮤비 이번에 돈 많이 들인 티가 난다
- 봤어? 지난번에 나왔던 회중 시계 이번에도 나왔던데
- 뮤비 색감도 좋고 소품들도 다 부내남
- 윈썸 이번 노래 괜찮다 이지리스닝인데 인트로랑 후렴구가 독특해서 그런지 귀에 확 박힘
- 이거 작곡가 누구야? 노래 좋은뎁
- 후렴구 중독성 쩌네ㅋㅋ 신나는데 마냥 시끄럽지 않아서 좋다
노래와 뮤비의 반응은 호평이 주를 이었다. 이와 더불어 팬들은 뮤직비디오 해석으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걸 보고 있던 체이스의 명우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반응 좋네······.’
어딜 가든 이번에 나온 윈썸의 곡과 뮤비에 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명우진 역시 윈썸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앞서 들어본 바였다. 그리고 그걸 보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그거였다.
곡이랑 뮤비가 잘 빠졌다고.
그를 대변하듯 뮤직비디오 조회 수도 이전과 비교해 몇 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그 수가 증가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하더니, 사실이었군.’
지난 윈썸의 선주문 기사가 발표되고 난 뒤, 이화준은 곧바로 명우진을 찾아가 이와 같은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기사 내용을 확인한 명우진은 곧바로 눈이 조금 흔들렸다. 윈썸이 이렇게까지 많이 팔 줄은 예상 못 했기에.
그런 명우진을 보며 이화준은 말했다.
‘형,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좀 불안해요.’
‘······뭐가?’
‘그냥 분위기가 좀, 뭔가 신경 쓰여서요.’
생각지도 못한 위기감, 그렇게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거 참, 거슬리네······.’
곡이 괜찮은 것도 그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도 전부 거슬렸다.
노래가 잘 빠지고 반응이 좋다는 건, 그만큼 음원 순위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고 그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자신의 그룹에 좋을 게 없었다.
‘솔직히 아예 견제할 거리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체이스와 윈썸이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명우진 역시 이를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체이스는 너무나도 명확히 상승세였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또한 그와 비슷했다.
물론 같은 대형인 이상 정말로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어쨌든 크게 의식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군.’
그 사실을 인지한 명우진이 잠시 홀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것보다도 음원, 음원만 좀 덜 나오면 별로 상관없을 텐데.’
역시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음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음반 판매량 같은 경우, 제아무리 윈썸이 상승세라고 할지라도 자신들을 넘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변수는 음원이었다.
게다가 윈썸의 지난 음원 성적을 떠올리면, 불안감은 더욱 배가 되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치고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기에.
‘이거 괜찮으려나······.’
그렇게까지 생각이 닿자, 이제는 자신들의 목표가 본격적으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전 음악 방송 2주 연속 1위 달성.
그것이 이번 활동 체이스의 목표였다.
그걸 위해선 무엇보다 높은 음원 성적이 필요했다. 더불어서 음원으로 견제할 상대가 없는 것도.
그러니 적당히 견제할 그룹도 없겠다, 이번에야말로 달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순간, 어째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형, 7시 됐어요.”
“어? 벌써?”
“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한 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명우진은 곧바로 폰을 집어 들었다.
오후 7시.
윈썸의 음원 성적이 공개되는 시간이었다.
명우진은 잠시 자몽이 아닌 램프부터 들어 가볼까 싶었지만, 그대로 고민을 접은 채 일단 자몽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한 새로 고침.
이어서 화면을 빠르게 아래로 밀었다.
‘설령 진입을 했어도 아래에 있겠지.’
그렇게 가장 하위 순위인 100위부터 서서히 올라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90위권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윈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그 순간, 또다시 불안감이 명우진을 엄습해왔다.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였다. 아예 차트 미진입이거나 혹은 중상위권 차트인.
“아······.”
그리고 얼마 안 가 마침내 명우진의 손이 멈췄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다.
<메인 TOP 차트>
[NEW] 61위 : Strayer
- WINSOME (윈썸)
인정하기 싫은 현실이었다.
* * *
“자, 얘들아. 여기 적혀있는 대로 순서대로 앉아.”
컴백 당일.
그날 저녁에는 특별 컴백 라이브가 잡혀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서울에 있는 한 세트장에 와 있었다.
이번 컴백 라이브는 데뷔 쇼케이스와는 조금 다른 것으로 무대를 선보이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더불어서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가지고.
“여기 앨범 버전별로 놓을게. 이따가 언박싱 할 때 하나씩 가져가서 하면 돼.”
오늘 라이브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앨범 언박싱이었다. 오늘 발매된 이 앨범을 우리가 직접 언박싱을 할 예정에 있었다.
“히히.”
“하하.”
그리고 지금, 멤버들의 상태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굳이 말하자면, 좋게 다른 쪽이긴 한데.
“아, 어떡하지. 웃음이 안 멈춰.”
“저도요. 어떡하죠. 아, 미소가······.”
“너무 웃으면 안 돼.”
“그러는 차선빈 너나 그만 웃어, 히.”
한마디로 엄청 하이텐션이라는 거였다.
그도 그럴 게 음원과 앨범 성적을 확인하고 난 뒤라서.
그리고 나 역시도 애써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유지하는 중이었다.
“우세현, 표정 관리해라.”
아, 티가 났나.
“자, 얘들아. 그럼 이제 바로 컴백 라이브 들어갈게. 모두 그만 웃고.”
매니저 형이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매니저 형 역시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나도 표정, 표정 관리해야지.
“그럼 시작한다.”
그렇게 저마다의 웃음과 함께 본격적으로 라이브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