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02화 (102/413)

102화.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것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한 실시간 컴백 라이브.

이번 컴백 라이브는 서울에 있는 모 세트장에서 진행되었으며, 세트장 뒤는 컴백을 축하하는 축하 풍선들로 잔뜩 꾸며져 있었다.

여기에 덤으로 테이블 위에는 쿠키, 마카롱과 같은 간식거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네, 오늘 저희 노래가 나왔잖아요.”

“그렇죠. 노래가 나왔죠.”

“어떻게 노래는 다들 들어보셨나요?”

- 당연히 들었지ㅠㅠㅠㅠ

- 노래 진심 너무 좋아ㅠㅠㅠㅠ

- 나 이거 보면서도 스밍중이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댓글은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저희가 또 이번에 거기에도 들었잖아요.”

“어디요?”

“그 있잖아요, 거기. 거기. 탑, 탑······.”

“탑차트?”

“맞아요. 탑차트.”

앞선 내 말에 백은찬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어, 이 형 웃는 것 봐.”

“어, 내가 그랬나?”

“방금도! 방금도 그랬어요!”

“아니, 근데 안 웃을 수가 없잖아! 무려 메인 차트 진입이라고! 이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데!”

그러면서도 백은찬은 여전히 입가의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 그게 엄청난 일이긴 하지.

- ㅋㅋㅋㅋ애들 신난 것봐ㅠㅠㄱㅇㅇ

- 마자마자 대단한 일이지!

- 이대로 계속 쭉쭉 올라가보자고

뒤이어 난 곧바로 화면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멜로우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매번 이렇게 라이브를 보러 와주신 것도 감사하고, 아무튼 다요.”

- 으앙 세현이 목소리 너무 다정해ㅠㅠㅠ

- 다들 너무 고생했다ㅠㅠㅠㅠ앞으로 꽃길만 걷자 우리ㅠㅠㅠㅠㅠㅠ

- 이대로 공중파 1위까지 가보자고

그러자 댓글창은 한동안 눈물 이모티콘들로 가득했다.

“이어서 우리 앨범 곡들에 관해서 얘기를 안 해볼 수가 없죠.”

“그럼 타이틀곡부터 하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이었다. 물론 실제로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대본이 눈앞에 있었던지라.

“이번 곡은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다시피 성윤성 작곡가님의 곡이고요. 타이틀곡 선정에는 저희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어요.”

처음 타이틀곡 정보가 알려졌던 당시, 작곡가가 성윤성라는 말에 많은 이들은 이에 대해 의아함을 표했다.

아무래도 많은 이들에게 익숙지 않은 작곡가라는 게 컸다. 하지만 막상 노래가 공개되자 그러한 사실은 이미 잊힌 지 오래였다.

- 우리 애들이 진짜 귀가 좋긴해ㅠㅠ이번 노래 진짜 초이스 잘했다 오구오구

- IN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보네 그래 앞으로 타이틀곡 선정은 애들한테 맡기자

- 이질감 같은 거 가지고 오지 말라고 IN아 ㅡㅡ

그 와중에 지난 앨범 수록곡인 ‘이질감’에 대한 댓글들도 간간히 보였다.

타이틀곡 소개가 끝난 다음으로는 다른 트랙의 곡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나누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 곡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아, 그 곡?”

“무슨 곡인데.”

“아, 왜. 그 곡 있잖아, 그 곡.”

백은찬이 애써 손발을 사용해가며 열심히 설명했다.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요?”

“아, 세현이가 말해버렸네.”

“당연히 말해야지.”

“하긴, 얘가 말해야 하긴 하죠.”

내가 말해야 할 건 뭐냐.

어차피 다 같이 작사한 곡인데.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곡은 멤버 단체 작사곡인데요. 사실 여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있어요.”

“어, 그거 말하는 거예요?”

“응. 자, 그럼 세현 씨! 말씀해주시죠!”

백은찬이 갑작스레 나를 향해 외쳤다.

그러자 다른 멤버들의 시선 역시 동시에 이쪽을 향했다. 아니, 이렇게 되는 거냐.

이 부분은 대본에 없는 부분이라 따로 준비한 게 없었다. 그래서 대충 떠오르는 대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곡은 사실 제 개인 작사로 시작하게 된 곡이었어요. 피아노 연주에 맞춰 작사한 걸 회사 A&R 팀에 보냈었거든요.”

그리고 나서는 다들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그때 보낸 가사는 멤버들과 함께 바다에 갔던 일을 바탕으로 썼던 것이고, 그게 이번 곡의 시초가 됐다고.

뒤이어 가사 쓰는 게 막히게 되자 멤버들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네. 그렇게 단체 작사가 되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이야기가 조금 길어진 느낌이었다. 이렇게 길게 할 얘기는 아닌데.

- 헐 그랬었구나ㅠㅠ 역쉬 우리 세현이 천재만재다ㅠㅠㅠㅠ

- 그러니까 세현이 가사를 기반으로 진행됐다는 거네? 오구오구 울 강쥐 천재 강쥐다

- 세현이가 보냈다는 가사도 나중에 한번 들어보고 싶다ㅠㅠㅠㅠ

“우세현 천재 만재!”

“······갑자기 뭐야?”

“댓글에 이렇게 쓰여 있었어.”

아. 그랬군.

“그리고 노래 너무 좋다는 말도 많아요.”

“우리 무대도 열심히 준비했잖아요.”

“······네?”

그 순간, 스튜디오 안에 정적이 흘렀다.

앞선 차선빈의 한마디에.

컴백 무대에서 의 무대를 한다는 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공개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로 부쳐야 했는데, 그 엄청난 사실을 정말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말해버린 거였다.

다시 말해, 강강강스포를 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사실에 놀랐는지 멤버들도 스텝 분들도 순간 입을 꾹 다문 채 차선빈을 쳐다봤다.

오로지 당사자인 차선빈 만이 그제야 자신이 초대형 스포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지 “아.”하는 짧은소리를 내었다.

그와 동시에 댓글창은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 ㅋㅋㅋ모야 선빈이 지금 스포한거야?

- 애들 블랙씨 무대하나봐ㅠㅠ우래기들 다 얼음이 돼써ㅠㅠㅠㅋㅋㅋ

- 선빈아 고맙다ㅠㅠㅠ블랙씨 무대라니!!!!!

- 스텝들 눈치보넹ㅋㅋㅋㅋ귀여웡

여전히 계속되는 눈치 보기에 나는 서둘러 화제를 돌려보고자 했다. 일단 뭐라도 말하고 봐야지.

“어, 근데 우리 앨범 언박싱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맞아. 맞아. 그래. 그랬었지.”

“맞아요. 맞아. 언박싱! 그거 해야죠!”

앞선 내 말에 정신을 차린 멤버들이 서둘러 언박싱을 준비했다.

이후 우리는 스텝분들이 나누어주신 앨범을 하나씩 손에 들었다.

“자, 그럼 어느 버전부터 먼저 할까요?”

“포레스트부터 먼저 해요. 그게 먼저 나왔잖아요.”

“그래. 그럼 포레스트부터 하자.”

포레스트를 들고 있던 멤버는 차선빈, 백은찬, 윤도운이었다.

포레스트 앨범은 앨범 중앙에 푸르게 빛나는 거대 고목이 자리하고 있었으며, 그 고목 앞에는 길이 하나 있었는데 그 길 위에는 발자국 몇 개가 찍혀있었다.

이는 이번 앨범의 제목인 ‘Trace (발자취)’를 표현한 것이었다. 더불어서 앨범 사이즈는 지난 데뷔 앨범 사이즈와 동일했다.

“일단 앨범 구성품들을 볼까요?”

“뭐가 많은데요?”

앨범 안에는 CD와 포토북, 가사집, 멤버 별 폴라로이드 사진, 단체 엽서, 캔디 스토어의 티켓 F 버전, 그리고 셀카 포토카드가 들어있었다.

“어, 이건 뭐죠?”

백은찬이 캔디 스토어의 티켓을 화면 앞으로 들어 보였다. 티켓은 나무 질감 재질에 브라운 색상을 띄고 있었다.

“여기 적혀 있네요. 이라고.”

“아, 이 티켓이 있어야 입장 가능한 거네요?”

“맞아요. 그런 거죠.”

“근데 사실 멜로우 분들은 티켓 없어도 돼요. 그냥 들어오셔도 됩니다!”

- 응^^ 이미 티켓 부자야^^^^^^

- 이미 앨범과 티켓이 쌓여있어ㅎㅎㅎ

- 매일매일 티켓만 기다리는중인데....ㅎ

티켓은 이미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

“그럼 다음은 역시 그걸 봐야죠!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거!”

“가장 중요한 거?”

“포카요. 포카.”

그렇지. 포카 중요하지.

보통, 앨범 구성품 중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건 다른 게 아닌 포카였다.

일반 너튜브 언박싱 영상만 봐도 가장 먼저 소개되는 게 포카였으니. 더불어서 어떤 포카가 나올지 기대하는 재미도 꽤 있다. 원하는 포카가 나오면 더 기분 좋고.

- 포카! 포카 완전 중요하지!

- 은찬이가 뭘 좀 아네 앨범에서 제일 중요한 건 포카야

- 누구 나왔는지 보여줭

- 아마 앨범보다 포카가 비쌀듯ㅋㅋㅋ

“그런 의미에서···아, 전 지호가 나왔네요.”

백은찬이 조금 전보다 볼륨이 크게 줄어든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더니 곧 포카를 앨범 안으로 다시 넣었다.

“자, 그럼 이건 다시 봉인해둘게요.”

“야.”

“장난이야. 장난.”

이후 윤도운과 차선빈은 나란히 신하람과 안지호의 포카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차선빈을 향해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나도 포카 좀 보여줘.”

“자, 여기.”

“고맙다.”

이후 건네받은 포카를 잠시 구경했다.

‘아, 이런 식으로 나왔군.’

포레스트 버전 포카는 멤버마다 꽃을 하나씩 들고 찍었는데, 포카 속 안지호는 노란색 꽃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포토북을 보는 시간을 가졌다. 포레스트 버전의 경우 풀숲에서 찍은 사진들이 대부분이라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사진을 하나씩 말해볼까요?”

앞선 윤도운의 말에 백은찬과 차선빈은 잠깐 포토북을 살펴보더니 곧 각자 카메라를 향해 한 페이지씩 펼쳐 보였다.

백은찬이 선택한 페이지는 안지호였고, 차선빈이 펼친 페이지는 나였다.

“각자 선택한 이유는요?”

“저는 일단 사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잘 나온 것 같아요. 지호 구도도 좋고.”

“선빈 씨는요?”

“그냥 잘생겨서 골랐습니다.”

“아, 잘생겨서?”

“봐봐. 아, 그렇네. 고를 만하네.”

차선빈이 펼친 사진을 보며 멤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그, 좀 부끄럽네. 무엇보다 고른 사진이 상당히 얼빡샷이라······.

“어떻게, 가까이 보여드릴까요?”

“아니, 굳이······.”

“보여드려요, 보여드려!”

이에 백은찬은 카메라 가까이 포토북 사진을 갖다 대었다. 근데 가까워도 너무 가까운 거 아니냐.

- 우세현 진짜 존잘

- 세현이 사진 ㅈㄴ이쁘다

- 이 사진 완전 잘생쁨이네ㅋㅋㅋㅋ

이후로는 남은 구성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다가 그대로 다음 버전인 쿠키 버전으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쿠키 버전의 소개는 나와 안지호, 신하람이 맡았다. 이후 앨범을 뜯으려고 하는데, 그 와중에 백은찬이 말했다.

“그거 먼저 보자, 그거.”

“뭐?”

“포카!”

아, 포카.

이에 난 백은찬에게 알겠다고 이야기한 뒤, 곧바로 앨범을 열어 안에 든 포카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포카는 바로 내 포카였다.

“저 이거 나왔는데요.”

“누구?”

“나.”

그런데 그때,

순간적으로 댓글창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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