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1위 공약 준비하셨나요?
컴백 후 일주일. 마침내 윈썸의 미니 2집 앨범의 초동 기간이 끝났다.
초동이 끝나기 전부터 각종 커뮤니티를 비롯해 SNS에서는 과연 윈썸이 이번에 어떠한 기록을 낼 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10시.
마침내 최종 초동을 알리는 기사가 올라왔다.
[윈썸, 미니 앨범 ‘Trace’ 발매 일주일 만에 초동 45만장 달성···라이징 그룹 반열에 당당히 입성]
[윈썸, 미니 2집 ‘Trace’, 초동 45만장 넘겨···지난 앨범 대비 약 4배 증가]
└ 초동 45만장? 진심 미쳤다
└ 이거 하온 기준이야?
└└ ㄴㄴ이거 반터차트 기준임
└ 반터 기준이라고? 지난 초동 10만장 아니었어? 어떻게 이렇게 늘어남?
└ 공백기 동안 유입 ㅈㄴ많았어 타팬인데도 실시간으로 팬 느는 거 느껴졌는데
└ 와 데뷔 1년도 안됐는데 초동 45만
그리고 이러한 윈썸의 초동 판매량으로 인해 이번 주 음악 방송 1위 후보에 대한 이야기 역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그럼 이번주 1위는 누가 하는거야?
- 이렇게 되면 윈썸이 이번주 1위 싹쓸이하는 건가?
└ 윈썸 음원은 얼마나 나오는데?
└ 지금 보니까 자몽 45위네
└ 자몽 45위? 실시간? 아님 탑?
└ 직접 좀 보고와 그리고 탑차트야
지난 1주 차 음악방송의 효과였는지 음원 역시 조금씩 순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남자 아이돌의 경우 보통 음악 방송의 효과는 크게 없었지만, 이번엔 조금 예외였는지 어느 정도 수혜를 받은 터였다.
- 근데 체이스도 이번에 음원 잘나왔잖아 그런데도 이번주 불가능이야?
└ 불가능 음원이 너무 떨어졌어
└ 지금 음원이 너무 하위권이라 안됨
반면, 체이스의 음원은 이전보다 훨씬 더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는 차트에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윈썸의 초동으로부터 시작된 언쟁은 결국 이번 주 1위로까지 번지게 되어 커뮤니티는 한동안 이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끄러웠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던 윈썸의 팬덤 ‘멜로우’와 체이스의 팬덤 ‘오브젝’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바빴다.
늘세현 @sehunee
끝까지 스밍 놓지 말자요 그래야 우리 애들 1위 시켜줄 수 있어요ㅠㅠ
화준아사랑해 @saranghwa
오브젝들 공중파 2주 1위해야죠ㅠㅠ
애들이 이번 활동 소원이랬잖아요ㅠㅠ
윈썸가보자고 @gogogo
윈썸 첫 공중파 3사 1위 한번 가보자고
그런 의미에서 뮤비 좀 돌립시다........
‘그래, 스밍이랑 뮤비 돌려야지.’
그리고 장수연 역시 이러한 상황 속에 있던 이들 중 하나였다.
공중파 1위라는 쾌거를 얻기 위해서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음원 스트리밍과 뮤직비디오의 반복 재생뿐이었다.
여기에 더불어 사전 투표와 생방송 투표도. 하나라도 중요치 않은 건 없었다.
‘일단 후보에 드는 건 확실하고.’
지난 일주일간의 성적을 보면, 큰 이변이 없는 한 1위 후보에 오르는 건 당연했다.
‘그나저나 하필 상대가 체이스네.’
1위를 하기 위해서는 대진운도 굉장히 중요했다. 특히나 상대가 투표 화력이 센 남자 아이돌일 경우, 굉장히 골치가 아팠다.
‘물론 우리도 엄청나게 투표하겠지만, 저쪽도 만만치 않게 투표할 텐데.’
이쪽은 공중파 첫 1위라는 게 걸려있는 상태였고 저쪽의 경우 첫 2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이 달려있었다.
게다가 여기에 지난주 체이스가 1위를 했을 당시, 후에 한 라이브에서 ‘다음 주에도 1위를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그래서 체이스의 팬들은 더욱 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우리가 더 확률이 높지.”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를 따져봤을 때, 이번 주 1위는 체이스보다는 윈썸일 확률이 단연 높았다.
특히 음반 판매량이 순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KMS <뮤직 오피스>의 경우 솔직히 말해 거의 이름을 새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개중에는 투표의 비중이 중요한 곳도 있었다.
- 헐 이번에 체이스 완전 투표에 화력 올인한대
- 사전 투표는 해외 팬들도 지금 쏟아 붓고 있다던데
- 체이스 사전 투표 올라가는 속도 무엇
‘해외 팬들까지 가담을 했어?’
생방송 투표는 안 되지만, 사전 투표 같은 경우 해외 팬들도 어플을 통해 어느 정도 투표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애초에 RA 엔터테인먼트의 그룹들은 대게 같은 연차의 다른 그룹들에 비해 해외 팬들의 수가 많았다.
루트로부터 시작된 해외 팬들이 그 아래 후배 그룹들까지도 내리 사랑 덕질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는 체이스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도 해외 팬들이 있긴 하지만, 체이스에 비하면 한 줌 수준이라······.’
아직 데뷔 초인 것도 그렇고, 이렇다 할 해외 활동이 없는 탓도 있었다. 그래도 대형 기획사라고 다른 신인 그룹들에 비하면 괜찮은 축에 속하긴 했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 그렇게 큰 차이는 안 나네.’
사전 투표의 어플을 열어 확인한 결과,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지만 아주 미세한 차이로 아직까지는 체이스가 조금 더 앞선 상태.
‘근데 애들 이번에 1위 공약 같은 거 하려나?’
문득 그녀는 그것을 떠올렸다.
1위가 확실한 곳도 있다 보니 어쩌면 이번엔 1위 공약을 걸지도 몰랐다.
‘귀여운 거 해줬으면 좋겠다. 귀여운 거.’
사실 귀여운 게 아니라도 다 좋았다.
우리 애들이 공중파에서 1위만 할 수 있다면 뭔들 좋지 않으랴.
그리고 그걸 위해선 결국 지금 눈앞에 있는 투표가 중요했다.
“좋아, 한번 가보자고.”
이렇게 된 거 무조건 이기고야 말겠다는 생각이었다.
공중파 첫 1위.
이번만큼은 쉽게 놓칠 수 없었다.
* * *
이번 주, 음악 방송 스케줄의 시작은 굿챔피언과 U-COUNTDOWN이었다.
연달아 이어지는 두 케이블 음악 방송에서 우리는 1위 후보에 올랐고,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멜로우!”
꽃가루가 흩날리는 그 무대 위에서 우리는 팬 분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굿챔피언의 경우 1위를 해본 적이 있었지만, 유카운트다운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같은 1위 후보로는 당연하게도 체이스가 올랐다.
“축하해요.”
무대 위에서 체이스의 명우진은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여전히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럴 때 속내를 봐야하는 건데.’
무대 위라 차마 능력을 켜지 못하고 있는 게 새삼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대충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짐작은 갔다.
그렇기에 난, 아무렇지 않게 앞선 축하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번 주는 이제 시작이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체이스와 우리는 KMS <뮤직 오피스>에서 다시 한번 한 자리에 서게 되었다.
“네, 오늘은 1위 후보인 두 그룹을 이렇게 모셔봤는데요. 한 그룹씩 인터뷰를 나눠볼까요?”
<뮤직 오피스>에는 당일 1위 후보들의 특별 인터뷰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한 연유로 우리는 체이스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두고 서게 되었다.
“윈썸 분들은 데뷔 이후 8개월 만에 1위 후보에 오르셨어요. 그에 대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앞선 MC의 질문에 윤도운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통해 준비한 소감을 차분히 전했다.
마찬가지로 체이스에게도 질문이 갔다.
해당 질문은 두 번째 1위를 노리고 있는 소감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자는 손태하였다.
“물론 하게 되면 좋겠지만, 그래도 큰 욕심은 없고요, 저희는 이 자리에 다시 오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아요.”
그리고 손태하는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어 보였다.
“그럼 각 그룹의 1위 공약을 안 들어볼 수가 없는데요. 체이스분들부터 들어볼까요?”
“네, 저희는 저희 이번 노래 제목인 체이서처럼 제자리 뛰기를 하며 앵콜을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제자리 뛰기하며 앵콜 부르기?
상당히 난이도가 있어 보이는 공약이었다. 그냥 막 지르고 본 것 같기도 하고.
“네, 그럼 윈썸 분들은요?”
우리도 물론 사전에 미리 정해둔 공약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도운이 형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이어지는 화면 클로즈업.
“네, 저희는 멤버 각자 동물 모자를 쓰고 프리댄스를 추도록 하겠습니다.”
* * *
동물 모자 쓴 채로 프리댄스 추며 앵콜 부르기. 이 공약은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사전에 미리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었다.
동물 모자의 경우,
매니저 형이 알아서 준비를 해주시기로 했고 프리댄스는 멤버 전원이 아닌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추기로 했다.
- 애들 공약 동물 모자 + 프리댄스래!
- 공약 너무 귀엽겠다ㅠㅠ꼭 보고싶당
- 무슨 모자 쓸지 그게 젤 궁금ㅋㅋ
“공약 반응은 어때?”
“다들 괜찮아하시는 것 같아.”
그에 대한 반응도 꽤 괜찮았다.
사실 공약이라는 게 다른 것보다도 팬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그리고 어느새 방송은 끝날 무렵이 되었고, 나는 멤버들과 함께 다시 한번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생방송, 뮤직 오피스. 이제는 1위 공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앞서 멘트를 하는 MC의 양옆으로는 우리와 체이스가 나란히 서 있었다.
만약 오늘 우리가 수상을 하게 된다면, 공중파 첫 1위 달성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꽤 떨렸다.
“네, 그럼 음원 점수, 시청자 선호도 점수, 방송 점수······.”
각 점수가 화면에 하나씩 나타날 때마다 점수 하나하나에 집중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점수들을 합산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음반 점수를 종합한 오늘의 1위는······축하합니다! 윈썸!”
펑, 펑!
그와 동시에 꽃가루가 터졌다.
순간 나도 모르게 그 꽃가루들을 넋을 보고 봤다.
그렇게 떨어지는 꽃가루들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서 윤도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우선 가장 먼저 우리 멜로우 분들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소감은 리더인 윤도운이 가장 먼저 전했다. 이제까지와 달리 조금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그런 도운이 형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그 밖에도 고생해주신, 우리······.”
그런데 손을 올리자마자 도운이 형의 목소리가 더욱 흐릿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옆을 둘러보니 다행히 다른 멤버들은 모두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공중파 1위의 순간이었다.
소감이 끝나자 체이스는 오늘도 우리를 향해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는 곧 무대 반대편으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이거 생각보다 기분이 괜찮네.’
무대 위에 남아있는 게 체이스가 아닌 우리라는 사실이. 이러한 사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기분 좋았다.
반대로 체이스는 상당히 기분이 구리겠지만. 그럴 거라 생각하니 괜히 더 신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얘들아! 이거, 이거!”
“아, 맞다! 모자!”
그때, 매니저 형이 급하게 모자를 건네주셨다. 슬쩍 보니 꽤 동물이 다양했다. 그리고 난 그중 하나를 자연스럽게 건네받았다.
그렇게 모자를 쓰고 있는데, 문득 건너편에 있던 차선빈이 보였다. 그런데 뭔가 상태가 이상했다.
“차선빈, 너 울어?”
“뭐? 차선빈 운다고?”
“선빈이 형, 울어요?”
호랭이 모자를 쓴 차선빈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차 있었다. 뒤늦게 감정이 북받쳐오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이에 놀란 멤버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자, 차선빈이 곧바로 뭔가를 말하려는 듯 조용히 입을 뗐다.
“우리······.”
“어, 그래. 왜?”
“가위바위보······.”
아, 맞다.
가위바위보.
“악! 맞다! 가위바위보!”
“빨리 모여! 빨리!”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달은 멤버들은 다시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차선빈은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가위바위보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는 차선빈에, 공약으로 내건 가위바위보, 거기에 얼마 없는 시간. 아주 제대로 정신이 없는 현장이었다.
“좋아, 간다. 가위, 바위, 보!”
그렇게 정신이 없는 와중에 멤버들과 난 가위바위보를 시작했고, 그 안에선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왔다.
아니, 잠깐, 그러니까······.
“우세현, 프리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