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프리댄스 장인이었구나.
1위 수상 이후, 그대로 무대 위에서 진행했던 단체 가위바위보. 그 가위바위보에서 난, 홀로 지고 말았다.
‘이럴 수가······.’
무대 위라 능력을 꺼둔 탓일까.
그것도 무려 한판패였다.
다들 빠를 내는 와중에 나 혼자 묵을 내버리는 바람에.
“우세현, 프리댄스다!”
백은찬이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세현이 형! 빨리요!”
“자, 센터로 와! 센터로!”
그렇게 정신없는 와중에 난, 백은찬을 따라 무대의 센터로 갔다. 동시에 커지는 팬들의 함성.
꺄아아아아아악!
그래, 일단 추고 보자.
들리는 함성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이럴 줄 알고 내가 미리 댄스를 준비해···둘 리가 없었다! 준비는 무슨! 이런 상황은 미리 생각도 안 했다!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 대로 췄다.
진짜 리얼 프리댄스.
“오오, 우세현!”
“와, 세현이 장난 아닌, 풉!”
“아니, 풉, 그 동작은 뭐예요?”
나도 몰라······.
지금 내가 추는 프리댄스엔 그냥 여러 가지 것들이 섞여 있었다.
이번에 안무도 있고 저번 안무도 있고, 플온스 때 췄던 안무도 있고···아무튼 짬뽕이었다. 아, 물론 내 오리지날 안무도 있었다. 중간에 빠르게 스킵해서 그렇지.
아무튼 그렇게 모든 이들이 주목하는 와중에 내 프리댄스는 한동안 계속됐다.
“오오오오, 웨이브!”
내 막춤, 아니 프리댄스에 감탄하지 말아 줄래. 조금 전까지 울먹였던 차선빈마저 어느새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안 되겠다! 지원군 한 명 갑니다!”
하람아······.
순간 감동 먹었다.
마침 안무 고갈 상태였는데······.
“나도 간다!”
그러한 와중에 백은찬까지 참여했다.
뒤이어 차선빈과 도운이 형까지 그대로 합류.
“안지호, 넌 왜 빠져 있어!”
“난 좀 빠져도 돼.”
안지호가 머리에 고양이를 얹은 채 말했다. 빠져도 되긴 무슨! 한 사람이라도 더 있어야 내 막춤이, 아니 프리댄스가 좀 이렇게 이렇게 가려지지!
“빨리 와.”
“아······.”
나는 그대로 저 멀리 떨어져 있던 안지호를 데리고선 무대 센터로 왔다.
분명 행동은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있는데, 그 와중에 팬들 앞이라고 표정은 나름 관리하고 있었다.
“다 같이 한번 빡! 추고 끝낼까?”
“그래. 다 같이 한 번에 빡! 추자.”
“아, 진짜······. 야, 차선빈. 너 여기잖아.”
“아, 고마워.”
앵콜 무대가 거의 끝에 다다랐을 때쯤에는 마지막으로 다 같이 곡의 마지막 안무 부분을 빡세게 추기로 했다.
곡의 특성상 마지막 부분은 휘몰아치는 파트라 그에 따라 해당 파트의 안무 역시 꽤나 빡셌다.
그리고 우리가 다 함께 마지막 안무를 추기 시작하자, 팬 석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함성이 들려왔고 우리는 그렇게 다 함께 앵콜 무대를 마칠 수 있었다.
“감사해요, 멜로우!”
* * *
[HOT!] 동물 모자 쓰고 프리댄스 추는 윈썸 어제 자 앵콜 무대.jpg
양 : 도운
고양이 : 지호
강아지 : 은찬
호랑이 : 선빈
토끼 : 세현
다람쥐 : 하람
♥우리 윈썸 많관부♥
└ 모야ㅋㅋㅈㄴ귀엽다ㅠㅠ
└ 토끼랑 호랑이 모자 잘생김
└ 우세현 춤추는 것봐ㅋㅋㅋㅋㅋ진짜 말그대로 프리댄스넼ㅋㅋㅋㅋㅋ
└ 마지막에 다같이 추는 거 멋있다
└ 앜ㅋㅋㅋㅋ우세현 프리댄스ㅠㅠㅠㅠ세혀닝 고생했다ㅠㅠㅠㅠㅠㅋㅋㅋㅋ
└ 근데 우세현 너무 열심히 추는 게 보여서 웃기면서도 호감임ㅠㅠ큐ㅠㅠㅠㅠ
그날, <뮤직 오피스>에서 1위를 했을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동물모자+프리댄스 공약은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다.
- ㅋㅋㅋ어제 윈썸 공약 웃기면서도 귀여웠다ㅋㅋㅋ공약 또 걸어줬음 좋겠는데
- 근데 그와중에 동물모자 너무 찰떡들이라서 더 귀여웠음ㅋㅋ저거 자기들이 정한 거겠지?
- 나 지금 우세현 프리댄스 무한반복중ㅋㅋㅋㅋ이게 진짜 막춤인 것 같으면서도 보다보면 또 나름 춤 연결이 자연스럽닼ㅋㅋ
또한, 그만큼 많은 짤을 형성하였다.
특히나 내 프리댄스 부분이.
그걸 보며 웃는 멤버들의 모습들까지 당시 카메라에 잡혔던 터라 이는 세트로 함께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상당히 부끄럽긴 하다만······.’
그래도 팬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니 열심히 춘 보람이 있었다. 그래, 보람은 있지만 역시 두 번은 못 보겠다.
“아, 우세현. 프리댄스 장인이야, 아주.”
“이 부분 봐요. 이 부분. 이 부분이 포인트에요.”
“포인트는 무슨 포인트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춘 건데.”
“어? 진짜요? 그러기엔 너무 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데?”
그건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우연의 일치였지, 뭐.
“근데 보니까 오늘은 공약 뭐 하는 거 없냐는 글이 많은데?”
오늘 공약.
오늘 음악방송은 MAC <쇼! 뮤직>이었다.
이번 주 남은 음방은 <쇼! 뮤직>과 <탑 가요>이었다. 사실 이 두 개의 음악방송은 다른 곳들에 비해 1위 하기가 조금 어려운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공약 생각보다는 걱정이 앞섰고. 또한, 앞선 두 음방은 사전투표와 생방송 투표의 비중도 꽤 중요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늘 음악방송에서는 1위 후보에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더불어서 체이스 역시.
“네, 그럼 생방송 <쇼! 뮤직> 오늘의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그럼 곧바로 오늘의 1위, 보여주세요.”
그러자 곧 앞에 보이는 화면으로 음원+음반 점수를 포함한 동영상 점수 및 투표 점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전 투표]
윈썸 : 900
체이스 : 950
사전 투표는 살짝 밀리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살짝 더 긴장이 되었다.
“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방송 문자 투표를 합산한 최종 결과는······.”
뒤이어 표시되는 생방송 문자 투표 점수.
[문자 투표]
윈썸 : 1,000
체이스 : 1,000
생방송 문자 투표의 경우 우리와 체이스, 모두 만점에 해당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점수의 합산이 완료되었다.
“네, 축하합니다! 윈썸!”
펑펑!
“여기 트로피 받으시고요. 수상 소감 부탁드릴게요.”
“아, 네.”
그러더니 마이크는 그대로 나에게로 넘어왔다. 이는 자신 이외 다른 멤버들도 한 번씩 소감을 하길 바라는 도운이 형의 배려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멜로우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IN 엔터테인먼트 식구 분들, 매니저 형들, 성윤성 작곡가님,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 뒤를 이어서는 백은찬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모든 소감을 마친 이후에는 늘 그렇듯 앵콜 무대가 이어졌다.
그때까지 체이스의 멤버들은 우리를 향해 조용히 박수를 칠뿐이었다. 이로써 체이스의 2주 연속 1위 달성이란 목표는 완벽하게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심정이 어떤지는, 퇴근길에 우연히 마주친 체이스 멤버들을 통해 간단히 알 수 있었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이화준은 고개만 까닥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 X발. 기분 X구리네.”]
음, 그래. 기분이 몹시 안 좋은 상태네.
당연하지만.
“저희는 다음 주가 활동 마지막이거든요.”
“아, 그런가요?”
“네.”
어느새 체이스는 활동을 한 주 남겨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음 주 이후로는 마주칠 일이 없다는 거군. 좋은 소식이었다.
뒤이어 명우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렇게 같이 활동하니까 좋네요. 저희는 따로 연예인 친구들이 없거든요.”
“아, 네.”
“그러니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만.
“그러니까, 다음에는 꼭 동발로 나왔으면 좋겠네요.”
“네?”
“동시 발매요. 같은 날 나와서 같은 기간 동안 활동하면, 얼굴도 더 자주 볼 수 있고 좋잖아요.”
명우진은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동발로 나온다면,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거군.’
지금의 상황에서 동발인 상황이라면, 어느 방면에서 보나 이쪽이 불리한 게 사실이다. 그러니 그걸 알고 일부러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다시 말해 자만하지 말라는 건가.’
대충 그런 의미로 들렸다.
하지만 사실 이는 꽤 반가운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명우진을 향해 나 역시도 웃으며 답했다.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요. 다음에는.”
동발이 아닌 명우진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앞서 이야기한 반가운 소식이었다.
굳이 안 할 것 같은 말을 하는 것 보니 아무래도 단단히 열이 뻗쳐있는 상태인 것 같아서.
그리고 그런 내 대답을 들은 명우진은 아주 순간이었지만, 잠시 말이 없었다.
“······네. 그럼 내일 보죠.”
“네. 내일 뵙겠습니다.”
그 인사를 마지막으로 체이스 멤버들은 다시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 근데.”
“네?”
그렇게 가려나 싶었는데, 순간 손태하가 나를 향해 다시 한번 말을 걸어왔다.
“어제 앵콜 무대 봤어요. 엄청 잘하던데요?”
앵콜 무대······.
뭐지, 지금 또다시 멕이는 건가.
“노래 엄청 잘하시더라고요. 앵콜 그렇게 잘 부르는 사람 저 첨 봤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노래 말하는 거였나.
앵콜이라고 하길래 당연히 프리댄스를 말하는 건 줄 알았다.
“아, 물론 그것도 재밌더라고요.”
그거?
“그때 추셨던 춤이요. 그거 재밌었어요.”
손태하가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렇구나.
“네. 감사합니다.”
이에 나 역시 활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아주 활짝. 정말 활짝.
“안 그래도 반응이 좋아서 다음에도 한 번 더 하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러자 손태하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열심히 하시라는 말은 남긴 채로 그대로 등을 돌렸다.
[“음, 안 먹히네.”]
그래, 안 먹힌다고.
앞서 말 한대로 반응 좋은데, 뭐.
“세현아.”
“응?”
“근데 진짜 그 춤 추려고?”
그 순간, 옆에 있던 차선빈이 내게 조용히 물어왔다. 아니, 근데 왜 그렇게 진지하게 물어오는 건데.
“아니. 그냥 웃자고 한 소리였어.”
“아······.”
그러자 차선빈이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짜 또 할 리가 있겠냐.
“근데 말인데.”
“응.”
“난 그 춤 괜찮다고 생각해.”
“뭐?”
“진심으로.”
그리고는 곧 차선빈은 꽤나 진지해 보이는 얼굴로 나를 향해 쌍따봉을 날려 보였다.
쌍따봉이라니.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순간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 * *
지난 <뮤직 오피스>와 <쇼! 뮤직>에서 1위를 차지하고 난 이후, 다음과 같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WINSOME, 데뷔 8개월 만에 <뮤직 오피스> 1위 달성···IN 엔터테인먼트의 초특급 비밀 병기]
[윈썸, ‘Strayer’로 <쇼! 뮤직> 1위 수상! 체이스 누르고 X세대 선두주자로 자리 잡아]
데뷔 1년도 안 된 신인의 공중파 1위 수상. 게다가 같은 후보는 체이스. 기사가 쏟아지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일요일,
SBC <탑 가요>에서도 역시 1위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위는 하지 못했다.
물론 체이스 때문은 아니었다.
이날 체이스 역시 1위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이날의 1위는 장기간 1위 후보에 올라와 있던 음원 강자인 남자 솔로 가수의 차지가 되었다.
‘역시 <탑 가요>는 쉽지 않네.’
사실 다른 곳보다 이곳, <탑 가요>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탑 가요>의 경우, 1위 결정에 음원의 영향이 지대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음원이 약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 수상하기가 어려운 편이었다.
“아, 진짜 아쉽다.”
대기실을 정리하던 도중, 백은찬이 무심코 중얼거렸다.
“괜찮아. 다음에 하면 되지.”
“그건 그런데···그래도 내심 싹쓸이 욕심 났었거든.”
하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일요일만 1위를 하면 한 주 내내 1위를 한 거였으니. 그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얘들아, 빨리 이동해야 해. 이거 다음에 바로 라디오 스케줄 있어.”
매니저 형의 그 말에 일단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조금 더 서둘러 움직였다.
무엇보다 오늘은 첫 보이는 라디오 스케줄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