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09화 (109/413)

109화. Complete Box

“출연자 후보에 신도하도 있는 것 같더라고.”

신도하.

그리 달갑지 않은 이름에 나도 모르게 순간 작게 한숨이 나왔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그런 건가.’

루트 관련 뭐 그런 거.

사실 그게 아니면 별다른 이유가 없긴 했다. 제작진 측에서 굳이 날 픽한 이유가.

“근데 듣기로는 그 프로 PD가 <조금 특별한 음악 밴드>를 보고 널 섭외했다는 말이 있어.”

“그걸···보고요?”

“응. 왜 그때, 신도하랑 너랑 케미가 좋다고 반응이 꽤 괜찮았잖아.”

아, 그래. 그랬었지.

무슨 케미를 말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프로 PD도 그 반응을 보고서 널 섭외한 것 같다 하더라고.”

“아······.”

사실 전에 했던 방송으로 인해 새 예능 섭외가 들어온다는 건 굉장히 반길 만 한 일이었다. 적어도 그 당시 방송에서 나쁘지 않았다는 거니까.

다만, 앞서 피디가 이야기한 그 케미라는 게 뭘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딱히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리고 같이 출연하는 사람 중 반이 같은 신인들이더라.”

“아, 신인들 위주에요?”

“거의 그런 편인데, 연차 좀 되는 사람 반, 신인 반. 대충 구성이 그런 것 같아.”

근데 프로그램 포맷이 어떻길래 신인들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거지.

“아무튼 파일럿이긴 해도 공중파고, 추석 특집이고 하니 회사에서는 웬만해서는 받아들일 생각이야.”

그렇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지, 이건.

“세현이 네 생각은?”

“저야 당연히 출연해야죠.”

“그래. 근데 혹시 단독이라는 게 부담이 크거나 하면 말해. 혹시 다른 멤버로 교체가 가능한지 고려해볼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멤버 교체 같은 건 당연히 무리일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회사도 알고 있을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출연 여부를 물어 봐주는 게 감사할 정도였다. 보통 신인인 경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 중요한 건 신도하가 아니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예능 그 자체였다.

무려 단독 예능이었다.

단독 예능.

‘일단 어떤 프로그램인지부터 확인해보는 게 급선무겠지.’

그래서 일단 자료 수집을 해보기로 했다. 지난 추석 특집 때는 어땠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 프로가 어떤 프로인지.

그리고 난 의 지난 방송분을 모니터링할 준비에 들어갔다.

“뭐 보는 거야?”

백은찬이 그런 내게 다가와서 물었다.

“컴플리트 박스 보려고.”

“아, 모니터링하려고?”

“응.”

그러자 백은찬은 곧바로 부엌으로 가더니 뭔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뭐야?”

“과자.”

“너도 보려고?”

“엉.”

그래, 뭐 같이 보면 안 심심하고 좋지.

“···근데 과자는 한 봉지야?”

“그럴 줄 알고 형님이 두 봉지 가져왔지.”

“누가 형님이야.”

그래도 2개는 좀 센스가 있었다.

그렇게 나는 과자와 함께, 아니 백은찬과 함께 본격적으로 의 지난 방송분의 모니터링을 시작했다.

“아, 여기 신도하 선배도 나왔었어?”

“응.”

“이거 우연이냐?”

“우연 아니야.”

아마도.

그리고 시작된 방송엔 신도하 이외에도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헐, 저거 체이스 이화준이지?”

“맞는 것 같은데.”

그중엔 체이스의 멤버, 이화준도 있었다. 아무래도 작년에 이 프로에 출연을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보이는 또 한 명의 익숙한 얼굴. 이에 백은찬이 앞선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 한주진도 있었네······.”

그곳엔 한주진 역시 자리하고 있었다.

* * *

MAC 파일럿 예능 .

이 프로의 전체적인 포맷은 팀 대결을 기반으로 한 보물찾기였다.

이 프로의 출연진 구성은 이번과 마찬가지로 연차 있는 연예인 반, 신인 반이었는데 기본 팀 구성은 연차 있는 연예인 1명, 신인 1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게 구성된 팀별로 각 미션을 클리어해 가면서 힌트를 얻어 숨겨진 보물인, 컴플리트 박스를 찾는 게 이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이었다.

작년에 프로그램에 출연한 신인들의 경우, 전원이 그 해 데뷔한 신인들이었다. 그렇기에 이화준도 출연을 했던 거고.

‘이렇게 되면 이번에도 올해 데뷔 신인들로만 구성이 되는 거겠지.’

작년의 경우, 각 그룹에서 1명씩 나왔다. 그래서 나 역시 그룹 대표로 혼자 나가게 된 거고.

‘근데 혹시 선배 라인 쪽은 작년 출연진 그대로 나오는 건가.’

작년 출연자였던 신도하가 이번에도 나올지도 모른다는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꽤 높아 보였다.

물론 순전히 신도하가 담당 PD의 마음에 들어서 다시 한번 나오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며칠 뒤,

최종 출연진 리스트를 받게 되었을 때 앞선 비로소 앞선 궁금증이 해결될 수 있었다.

[MAC ‘Complete Box’ 출연진 리스트]

[김한필 / 지민영 / 신도하 / 한주진 / 최구민······]

혹시나 했던 대로 선배 라인은 지난번과 같은 출연진이었다. 아무래도 지금의 이 구성이 피디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작년에 했던 방송이 재밌긴 했다.

연차 높은 선배와 신인들 간의 합도 괜찮았고. 물론 합이 제대로 맞지 않았던 곳도 있었지만.

‘그나저나 신도하에 한주진이라니. 상당히 신박한 조합이네, 이거······.’

다르게 말하면 골 때렸다.

웬만하면 같이 방송하고 싶지 않은 두 사람과 한 방송에 출연하게 되어버렸으니.

그나마 다행인 건 올해 함께 출연하는 신인 목록에 체이스가 없다는 거였다. 체이스까지 쌍으로 있었으면, 지뢰밭에 있는 기분이었을 거다.

물론 지뢰밭이어도 당연히 출연은 할 거였다. 지금은 거절하고 말고 할 처지가 아니니까.

그리고 시간은 흘러 촬영 당일.

이번엔 새벽 촬영이 아닌 오전 촬영이라 그나마 여유가 좀 있었다.

촬영 시간이 이른 편이 아니어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오늘은 멤버들이 모두 현관 앞에 모였다.

“근데 보물찾기하니까 그때 생각난다. 우리 플온스 때. 그때도 중간 미션으로 보물찾기했었잖아.”

“아, 맞아요. 저도 기억해요. 저도 그때 보물찾기 팀이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랬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때 마피아게임 팀이었지.

안지호와 같이.

“그때 차선빈 너무 못해서 놀랐었는데.”

“그랬었나?”

“어, 혹시 그때 일은 이미 기억에서 지워버린 거냐?”

“음······.”

그러자 곧 차선빈이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때 일이라면 나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아, 기억났어.”

“이제 기억났냐?”

“응.”

차선빈이 그제서야 고개를 몇 번 끄덕거렸다.

“뭐 얼마나 못했는데?”

“어, 안지호 너는 모르나? 얘, 그때 8명 중 8등이었어. 물론 엄청 열심히 했지만.”

“내 눈엔 보물이 안 보이더라고.”

차선빈이 민망한지 머리를 한번 긁적였다.

그러자 안지호가 안심이라는 듯 말했다.

“그럼 일단 차선빈이 안 나가게 된 건 다행이네.”

“그래도 이번 건 힌트도 주어지니까 차선빈도 잘했을 수 있어.”

“우세현, 편드는 것 보소.”

“사실이 그렇다는 거야.”

또, 차선빈은 움직임도 나름 재빠르니까.

나름 논리적인 분석 끝에 낸 결론이다, 이거다.

그러자 차선빈은 고맙다며 조용히 웃었다. 사실인데, 뭘.

“어쨌든 오늘 가서 고생하고,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무슨 일 있으면 어떡할 건데요?”

“어떡하긴. 마음속으로 열심히 응원해야지.”

그러한 도운이 형의 말에 멤버들은 저마다 냉정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근데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긴 하지.

그리고 그때 마침, 밑으로 내려오라는 매니저 형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어, 나 이제 그만 가야겠다.”

“야, 크게 기대는 안 하지만 나름 또 기대는 하고 있어.”

갑자기 백은찬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그냥 잘하고 오라는 소리지.”

“이 형도 자기가 한 말이 정리가 안 되나 봐요.”

그래도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는 갔다.

그러니까 결국 이 말인 거지.

“알겠어, 우승하고 올게.”

“응?”

그런 내 말에 멤버들은 내심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냐.

“어? 뭐? 우승?”

“응. 우승. 그럼 진짜로 간다.”

그리고 난 그대로 현관문을 연 뒤, 매니저 형이 기다리는 곳을 향해 서둘러 발을 옮겼다.

* * *

의 촬영 장소는 야외 테마파크였다. 이곳은 잔디 정원, 연수원, 카페 등이 있는 복합시설로 테마파크인 만큼 규모가 꽤 컸다.

촬영장에 도착하자 현장은 촬영 준비로 인해 한창 번잡한 모습이었다.

출연자 대기실은 실내 장소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고, 크게 두 개로 나누어졌는데 간단하게 선배 출연자와 신인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대기실에 도착하여 문을 여니 눈앞으로 낯선 얼굴들이 몇몇 보였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렇게 형식적인 인사들만 오고 갔다.

얼굴이 조금 익숙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로 처음 보는 얼굴의 사람도 있었다.

오늘 출연하는 신인들은 나를 포함해 모두 6명. 그에 맞춰 선배 연기자들도 6명이었다.

“윈썸의 우세현 씨 맞죠?”

그때, 대기실에 있던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내게 말을 건 이는 남자 신인 그룹, 빌리브의 멤버 양한솔이었다.

당연히 친분 같은 건 없지만, 그래도 아는 얼굴 중 하나였다.

“네. 맞습니다.”

“빌리브의 양한솔이라고 해요.”

그리고는 친하게 지내자며, 내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던 다른 여성도 이쪽으로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블로썸의 은지영이에요. 저 예전에 루트 진짜 팬이었는데.”

“아, 네.”

“그중 우도현 선배님 제일 좋아했거든요.”

꽤나 익숙한 대화의 흐름이었다.

그 와중에 옆에 있던 양한솔 역시 자신도 루트의 팬이었다며 덩달아 말을 덧붙이고 나섰다.

“한솔 씨도 그랬어요?”

“우리 또래 애들이라면 다 그럴걸요?”

그건 그랬다.

우리 또래면 보통 그렇긴 하지.

“뭐예요? 무슨 이야기 해요?”

뒤이어 근처에 있던 다른 출연자 또한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애초에 사람이 적다 보니 사람이 조금이라도 몰려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몰리는, 그런 흐름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러한 와중에도 홀로 거리를 두는 사람도 있었다.

서서히 북적이기 시작하는 대기실 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혼자 앉아있는 남자가 보였다.

‘아마 원로드의 강서찬이었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랬다.

그와 동시에 순간이지만 강서찬이 이쪽을 쳐다봤다.

[“잘나가는 애 중심으로 모이는 꼴 봐라.”]

[“아등바등하는 꼴이 우습네.”]

그리고는 곧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후에도 강서찬은 계속해서 이쪽과 거리를 뒀다.

‘근데 맞는 말이긴 하지.’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이 각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여기 있는 건지 눈에 보였다.

[“우세현한테 붙으면 한 컷이라도 좀 더 나오지 않을까.”]

[“이대로 친분을 만들어두면 나중에 어떻게든 이득이 될 것 같은데.”]

[“잘 나가는 흐름을 타야지.”]

보통 한 사람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게 된다면, 대게 이와 같은 생각들로 모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그 중심에 선 사람이 내가 된 거고. 굳이 생각을 읽지 않더라도 알 만할 사실이었다.

“아, 우리 이러지 말고 다 같이 선배님들께 인사드리러 갈까요?”

그러던 도중, 양한솔이 갑작스런 제안을 해왔다. 좋은 생각이긴 했다. 안 그래도 인사하려던 참이었고.

그리고 다른 이들 또한 그렇게 생각한 건지 모두 이에 동의하고 나섰다.

“강서찬 씨는요?”

“저도 갑니다.”

당연히 강서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곧 홀로 대기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런 강서찬을 뒤따라 대기실을 나섰다. 이후 얼마 안 가 선배 출연자들이 있는 대기실 앞에 도착했다.

일행의 가장 앞에는 양한솔이 서 있었는데, 정작 문 앞에 도착하니 갑자기 슬그머니 뒤로 빠져버렸다.

“세현 씨. 노크 좀 부탁해요.”

“네?”

갑자기 이건 뭐냐.

노크는 왜 부탁하는 건데.

“긴장이 돼서······.”

그렇게 말하던 양한솔은 정말로 한껏 긴장한 듯해보였다. 아니, 노크 하나에 그렇게 긴장하지 말라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노크를 내 몫이 되어버렸다. 뒤에서 바라보는 눈들이 마치 나에게 노크를 재촉하는 모양새였다.

‘어쩔 수 없지.’

일단 내가 하기로 했다.

이게 뭐, 큰일도 아니고.

이어서 문 위로 노크를 하려고 하는데,

앞선 대기실의 문이 안에서부터 열렸다.

그와 동시에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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