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같이하고 싶은 사람 있어요?
다음 순서로 나온 이는 바로 신도하였다.
그대로 신도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신인 출연자들은 저마다 다시 눈을 빛냈다.
‘어쩌면 한주진 때보다 더 간절할지도.’
보통 한쪽 선택지가 사라지면, 남은 선택지에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도하 씨, 어떻게 다들 많이 나오실 것 같아요?”
앞에 나와 있는 신도하를 향해 건너편에 있던 김한필이 물었다.
“아무래도 많이 나와 주시면 감사하죠.”
“많이 나올 것 같아, 딱 봐도 많이 나올 것 같아!”
“그렇지, 신도하인데.”
그 말 따라 정말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니, 전부지. 남아 있는 모든 인원이 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뒤이어 김한필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다.
“혹시 같이하고 싶은 사람은 있어요?”
“네. 있습니다.”
“아, 생각해둔 사람이 있는 거예요?”
“그렇죠.”
그 말 한마디에 이를 듣던 선배 출연자들은 또 한번의 큰 리액션을 보였다.
반면, 이쪽은 머릿속이 상당히 복잡해 보였다. 그러니까 이쪽 신인들이.
[“생각해둔 사람이 있다고?”]
[“뭐야, 누구랑 이미 말을 맞췄나?”]
[“혹시 나?”]
이렇듯 다양한 생각들이 오갔다.
그리고 그 순간, 의도치 않게 신도하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돌렸다.
뭔가 알 수 없는 부담 같은 게 느껴져서.
“그럼 신도하 씨와 팀이 되고 싶으신 분은 앞으로 나와 줄을 서주세요.”
곧바로 줄 서기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출연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빠르게 나와 줄을 섰다.
빨리 간다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닐 텐데 저렇게 조급해 하는 걸 보면, 앞선 말을 듣고 다들 은연중에 불안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나 역시도 앞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줄을 서기 위함이었다.
‘여전히 좀 찜찜하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신도하는 괜찮은 선택지였다.
이전에 형이 말한 대로,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 뭐야.”
“이건 또 무슨 장면이야.”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대해 선배 출연자들은 또다시 쑥덕이고 있었다.
“자, 그럼 신도하 씨는 셋 이후에 고개를 돌려 앞에 있는 인원을 확인해주세요. 3, 2, 1······.”
휙─
그리고 신도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와.”
그러더니 곧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신인 전부가 줄은 선 상황이었으니.
이어서 신도하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신인들을 한 명 한 명 천천히 둘러보았고, 그러다 보니 다시 한번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
동시에 신도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기분 좋네요.”
* * *
“아니, 연속으로 이게 무슨 일이야?”
“이거 혹시 계속 이렇게 많이 나와 주기로 한 거 아니에요?”
앞서 연속된 장면에 멀리서 이를 보고 있던 선배 출연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멘트를 날렸다.
물론 지난 시즌에서도 신도하와 한주진은 인기가 많은 축에 속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사실 신도하의 경우 지난 시즌에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인기가 좋았다. 오히려 올해 한주진의 인기가 다소 과하게 치솟은 거지.
“자, 그럼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나오셨으니 한 명씩 어필의 시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역시 이번에도 하나 보네.
한주진 때와 마찬가지로 신인 지원자 각자의 어필 시간이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지원자가 많다 보니.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있던 양한솔부터 한 사람씩 각자 열심히 자기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전 일단 선배님을 잘 모실 수 있습니다! 혹시 힘드신 거 있으면 맡겨주세요!”
“저는 평소 보물찾기가 특기예요. 그래서 보물을 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들 저마다의 장점들을 내세우면 자신을 어필했다. 그럴 때마다 신도하는 웃는 얼굴로 한 명 한 명 경청해주는 모습이었다.
“자, 그럼 다음은 세현 씨.”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됐다.
사실 따로 생각해둔 멘트 같은 건 없었다.
애초에 멘트를 잘한다고 뽑아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그냥 신도하가 제일 원할 것 같은 걸 말하기로 했다. 간단하게.
나는 그대로 신도하를 정면으로 바라본 채로 말했다.
“선배님.”
“네.”
“저와 팀을 하신다면, 확실하게 시켜드리겠습니다.”
“뭘요?”
“우승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우승이 짱이다.
* * *
이 시점에서 신도하가 가장 원하는 건 다름 아닌 우승이었다. 그러니 그 부분을 확실하게 어필을 할 생각이었다.
나와 팀을 한다면, 그게 가능하다는 걸.
그리고 그런 내 자신감 넘치는 발언에 같은 신인 출연자들은 물론이고 선배 출연자들까지 모두 놀란 얼굴로 날 쳐다봤다.
“와, 세현 씨. 자신감 좋은데?”
“오, 우승시켜준대요, 우승!”
“근데 진짜로 우승하는 거 아니야?”
김한필이 우스갯소리인 양 말했다.
하지만 난, 당연히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나 역시 우승을 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기에.
한편, 당사자인 신도하는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
“네, 알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전부였다.
“자, 그럼 이제 도하 씨는 결정을 하셨다면 이대로 원하시는 분을 한 명 선택해주시면 됩니다.”
지원자들의 어필이 모두 끝나자 곧바로 파트너 선택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파트너 선택 방식은 해당 출연자가 팀이 되길 원하는 지원자의 뒤로 가 어깨에 조용히 손을 얹으면 됐다.
그리고 그렇게 잠깐의 시간 동안,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잠시 다른 파트너 후보들을 고민했다.
이대로 신도하와 파트너가 된다면 좋겠지만, 어떻게 보면 반드시 신도하일 필요는 없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신도하 역시 그렇게 생각할지 몰랐다.
‘그러고 보니 최구민도 나쁘지 않······.’
텁!
그런데, 그때.
내 어깨 위로 손 하나가 빠르게 올라왔다.
순간 놀라, 급하게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곳엔 신도하가 서 있었다.
‘벌써?’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그거였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신도하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마냥 선택을 빠르게 마쳤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벌써 선택했어요?”
“아까 미리 생각해둔 사람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 사람, 그 사람이 세현 씨인가 보네.”
“네. 맞아요.”
신도하가 곧바로 긍정했다.
그리고 신도하와 이와 같은 선택에 다른 신인 출연자들은 저마다 실망감 가득한 얼굴을 내비쳤다.
한편으로는 저럴 줄 알았다며, 구시렁거리는 소리들도 들렸다.
한편, 앞에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담당 PD는 꽤나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신도하와의 케미, 어쩌구를 기대한다고 했었지.
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 조금 더 선택을 신중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요.”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잠시 신도하와 어색한 인사를 했다. 신도하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럼 파트너 선택이 완료되신 분들은 그대로 옆으로 빠져주세요.”
그리고 신도하와 함께 한주진 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후 준비된 자리에 앉자 한주진이 곧바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축하합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꼭 우승하세요.”
그러면서 한주진은 양손 엄지를 들어 보였다. 당연하게도 마음에 없는 소리였다.
[“끼리끼리 논다더니. 비슷한 X끼들끼리 팀이 됐네.”]
그리고 그런 한주진을 보며, 나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네. 감사합니다.”
당연히 미소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주 해맑게 웃었다, 아주 해맑게.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역시 우승을 할 거라 자신하는 모양인데, 이번 시즌은 그렇게 쉽게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일단 우승을 하게 되면, 그룹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알릴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이번에도 공중파!
그것도 온 가족이 모여 보는 추석 특집!
여기서 그룹 이름이 조금이라도 더 언급된다면, 분명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게다가 멤버들한테도 우승을 하고 오겠다고 이미 입을 털어버렸고······.’
이와 같은 이유로 우승은 꼭 해야만 했다.
잠시 후 팀 파트너 선택이 모두 끝이 났다. 파트너 선택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이번 보물찾기에 관한 설명이 이어졌다.
보물찾기 장소는 지금 우리가 있는 테마파크 전체. 테마파크 자체가 워낙 넓어 아무래도 보물을 찾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자, 그리고 각 팀마다 지도를 드릴게요.”
뒤이어 각 팀마다 테마파크의 전체 지도를 전달받았는데, 지도엔 현재 위치와 더불어 각각의 미션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미션 장소는 총 13개고요. 이에 맞춰 보물에 대한 힌트도 13개입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미션을 성공하게 될 시, 힌트를 드리는 방식입니다.”
당연하지만 미션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도에 적혀있지 않았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다른 게 적혀 있었다.
“근데 난이도? 이건 뭐죠?”
“네, 그건 말 그대로 해당 미션의 난이도를 말하는 겁니다.”
“미션의 난이도요?”
이번 시즌에는 지난 시즌과 달리 추가된 설정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미션의 난이도 부분이었다.
“보시는 바와 같이 해당 미션의 난이도를 별 5개를 기준으로 각각 나타내었고요, 당연히 난이도가 높을수록 미션이 어렵다는 거겠죠?”
지도에는 앞서 말 한대로 별 5개를 기준으로 하여 미션이 있는 장소마다 ‘★’을 이용한 미션의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굳이 난이도를 표시한 이유는 바로 여러분의 편의성을 위해서도 있지만, 이 난이도에 따라 힌트의 중요도 역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힌트의 중요도?
“다시 말해서, 난이도 높은 미션을 클리어 할수록 보물 상자와 관련된 중요 힌트가 나온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처럼 새롭게 추가된 룰에 스튜디오 안은 곧 소란스러워졌다.
“중요 힌트는 얼마나 중요 힌트인 건데요? 다른 힌트들보다 압도적이에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힌트들보다 확실히 좋고 또 친절한 힌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가장 난이도가 높은 별 5개 미션 장소는 단 한 곳뿐이었다. 다른 레벨의 미션들이 3개, 4개 있는 것과는 다르게.
별 5개 다음 레벨인 별 4개의 장소가 2개뿐 인 걸 보니 아마 난이도가 높을수록 장소가 적어지는 것 같았다.
‘결국 별 5개 힌트는 1개, 별 4개 힌트는 2개가 전부라는 거네.’
높은 레벨의 힌트의 경우 중요성과 더불어 희소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곧이어 게임의 전체적인 룰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팀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의논의 시간을 가졌다.
“자, 그럼 의논이 끝나셨으면 슬슬 시작하도록 할게요.”
보물찾기의 제한 시간은 2시간.
이 2시간 안에 보물을 찾는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
“그럼, 시작해주세요!”
이윽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러자 어느 팀이랄 것도 없이 모두 서둘러 정문 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 나갔다.
‘역시 다들 그쪽부터 노리고 가는 군······.’
여기서 멀지 않은 정문 쪽에는 별 1개짜리의 다소 쉬운 미션이 자리하고 있었다.
“세현아, 조금 전에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었지?”
“네.”
“어디야?”
신도하는 곧바로 가지고 있던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난 망설임 없이 지도 위의 한 장소를 가리켰다.
“여기, 여기요.”
“여기?”
“네.”
그런 내 대답에 신도하는 조금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를 제일 먼저 갔으면 싶습니다.”
그곳은 별 5개짜리.
가장 어려운 난이도의 미션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