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15화 (115/413)

115화. 갑시다, 보물 찾으러.

“힌트 교환 안 할래요?”

중간 점검이 끝난 이후, 한주진은 뜬금없이 앞과 같은 제안을 하고 나섰다.

“힌트 교환이요?”

“네. 왠지 도하 씨네 팀이 좋은 힌트를 갖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감 한번 좋네.

그러니 지난 시즌에서 1등을 한 거겠지만.

일단 나는 신도하와 한주진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

“한주진씨가 말한 대로 이쪽에 좋은 힌트가 있다고 해도, 그에 상응하는 힌트가 있어야 교환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기브 앤 테이크.

같은 레벨의 힌트 혹은 더 낮은 레벨이라면 2:1로도 교환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저희가 레벨이 높은 힌트는 가지고 있지 못해서요. 그런 의미에서 이건 어떠세요? 다대일 교환이요.”

그리고 여기서 한주진이 다대일 교환을 제안하고 나섰다.

“혹시 별 5개와 같이 레벨 높은 힌트를 가지고 계신다면, 저희랑 교환하시죠. 그렇게 하신다면 저희가 가지고 있는 힌트를 다 드릴 수도 있어요.”

가진 걸 다 주겠다고?

물론 앞서 말한 힌트들이 그 정도 가치가 있는 건 맞지만, 선뜻 그렇게 딜을 걸어올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별 5개가 있는지 찔러보려는 의도가 보였다.

이에 신도하는 길게 고민하는 것 없이 곧바로 답을 내놓았다.

“좋은 제안이지만, 죄송하게도 저희는 별 5개 같은 힌트는 없네요.”

“아···그런가요?”

“네.”

이에 한주진은 눈에 띄게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내심 우리가 별 5개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지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걸 밝힐 생각은 없었다. 이건 게임이 끝나는 순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할 사실이기에.

하지만 한주진은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제안을 걸어왔다.

“그럼 혹시 4개는 있으신가요?”

“별 4개요?”

“네. 4개가 있으시다면, 다대일로 교환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요.”

별 5개에 이어서는 별 4개냐.

“힌트는 얼마나 가지고 있으신데요?”

“4개요.”

의외로 힌트 개수에 관해서는 거짓이 없었다.

이를 들은 신도하는 알겠다는 듯 잠시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이내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앞선 제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 같았다.

그런 신도하를 향해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기에.

“교환하는 걸로 하죠.”

“아, 그래요! 별 4개 가지고 계시는구나. 잘 생각하셨어요. 역시 교환해서 힌트를 얻는 게 이득이잖아요!”

한주진이 꽤나 신이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곧 힌트 봉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가지고 계신 힌트들의 레벨은 어떻게 되나요?”

그런 한주진을 향해 신도하가 물었다.

“아, 저희는 최고 레벨이 별 3개예요. 그러니 가지고 계신 별 4개와 2대 1로 교환을 하면 좋지 않을까하고 생각을······.”

“별 4개짜리는요?”

“예?”

앞선 내 말에 한주진은 그대로 잠시 몸을 멈칫했다.

“별 4개짜리 힌트요. 왠지 가지고 계실 것 같아서요.”

그 순간,

잠시 침묵이 흘렀다.

* * *

앞서 한주진은 가지고 있는 최고 레벨의 힌트가 별 3개라고 말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한주진이 획득한 4개의 힌트 중에는 별 4개짜리의 힌트가 하나 있었다.

이는 중간 점검 때 한주진의 생각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었다.

더불어 그 힌트는 지금 우리가 가진 별 4개짜리 힌트와도 겹치지 않는 것이었다.

별 4개, 도미노 미션.

한주진은 대충 그렇게 말하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클리어한 [오감만족] 미션 이외 다른 별 4개 미션의 이름은 [도미노]였다.

하지만 한주진은 이를 숨긴 채로 교환에 나섰다. 그러니까 우리 쪽 별 4개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별 3개짜리 이하를 2개를 교환할 심산으로 보였다.

‘나름 머리를 쓴 것 같지만.’

우리가 5개를 숨기는 것처럼 최고 좋은 카드를 숨기려는 모양인데, 당연하게도 이쪽도 손해 볼 생각은 없었다.

“별 4개짜리는요?”

“예?”

“힌트요. 왠지 가지고 계실 것 같아서요.”

그런 내 말에 한주진은 놀란 듯 잠시 침묵했다.

[“이 X끼······.”]

그리고 잠시 말이 없었다. 아마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뭐든 오래 생각하지 않게 두는 게 좋았다.

“혹시 별 4개짜리를 가지고 계신다면, 그냥 일대일 교환이 어떨까요. 그게 더 서로에게 이득이고 좋을 것 같은데.”

그 말에 한순간이지만, 한주진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고딩 X끼가 겁도 없이 딜을······.”]

“같은 레벨은 가지고 계신다면, 그걸로 하시죠.”

신도하 역시 앞선 내 말에 힘을 실었다.

지금 상황에서 생각하긴 뭐 하지만, 이 사람도 눈치가 참 빨랐다.

그러자 한주진은 또다시 고민을 하는 듯 싶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

“아, 어떻게 알았지. 사실 저희가 진짜 아껴뒀던 힌트가 있긴 해요. 별 4개짜리 힌트라고······.”

그러면서 나와 신도하에게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작게 낮추었다. 듣는 사람이 누가 있다고 굳이.

“세현 씨 말대로 일대일로 교환할까요? 아, 그런데 혹시 겹치진 않나? 어떤 미션으로 얻었어요?”

“저희는 [오감만족]으로 얻었습니다.”

“아, 그럼 겹치지도 않겠다. 저희는 [도미노]로 얻었거든요. 그럼 거래 성립이네요.”

한주진이 마치 잘됐다는 양 이야기했다.

대충 일대일로 교환을 하는 게 더 낫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 모양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자 곧바로 카드 교환 시간을 가졌다. 힌트를 확인한 한주진은 곧바로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별 4개 힌트를 2개나 획득했지만, 아직까지 보물이 숨겨진 장소는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자, 그럼 서로 정보도 얻었겠다. 이쯤에서 그만 인사하는 걸로 하죠.”

그러더니 곧 파트너인 강서찬과 함께 서둘러 이동했다. 그런 두 사람의 머릿속은 지금 꽤나 복잡해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쪽도 움직일 때였다.

다만, 힌트가 아닌 보물을 찾으러.

“선배님.”

“응.”

“이제 그만 찾으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 말에 신도하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동감이야.”

* * *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힌트는 모두 4개.

별 5개 1개, 별 4개 2개, 별 2개 1개다.

이 정도면, 굳이 다른 힌트들을 찾지 않더라도 보물이 있는 곳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단 보물이 있다는 체험 학습장으로 향했다. 해당 체험 학습장은 식물 관련 학습장이었다.

그 덕에 주변은 수많은 나무들과 꽃들이 모여 있어 마치 하나의 숲을 연상시켰다.

아마도 힌트가 없었더라면, 마치 숲과 같은 이곳을 하나하나 다 뒤져 봤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보물은 특정 공간 안에 있다는 힌트를 얻었으니 이는 자연스럽게 스킵.

신도하와 난 곧바로 체험 학습장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2층이겠지?”

“네.”

한주진과의 교환을 통해서 얻은 힌트.

[보물은 높은 곳에 있습니다.]

체험 학습장 건물은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러니 이 힌트를 기반으로 볼 때, 보물은 아마 2층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2층으로 가니, 곧바로 큰 방이 하나 나왔다. 식물 체험 학습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방 안에도 많은 수의 화분들이 있었다.

그 밖에도 별도의 수납장이나 테이블, 의자와 같은 것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카메라가 설치된 걸 보니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야.”

신도하가 벽에 붙어 있던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아, 카메라.

정신이 없어 미처 신경 쓰지 못했는데, 다시 보니 정말 카메라가 방 안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게 보였다.

“지난 힌트로 봤을 때, 아마 수납장 쪽에 있을 확률이 높아요.”

“분명 2개짜리 힌트에 보물은 손으로 쉽게 들 수 있을 만한 크기라고 했었지.”

“네.”

특정 공간 안에, 그리고 손으로 쉽게 들 수 있을 만한 크기면 이곳에 있는 수납장 정도가 딱이었다. 마침 수납장 근처에도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납장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보물은 보이지 않았다.

“없어?”

“네.”

“음······.”

이상하다. 없을 리가 없는데.

뭔가 놓친 게 있는 건가.

그 생각에 곧바로 다시 힌트들을 확인해봤다.

가지고 있는 힌트 중 보물의 위치 정보가 담긴 정보는 3개였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되새겨 보는데, 문득 하나가 걸렸다.

‘보물은 높은 곳에 있습니다······.’

높은 곳. 높은 곳이라.

단순히 2층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시나 다른 층이 더 있거나 혹은 건물의 다른 장소를 말하는 걸까.

그렇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 순간 문득 눈앞으로 천장이 보였다.

“선배님.”

“응.”

“혹시 이 위는 아닐까요?”

나는 곧바로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에 뭔가 숨겨진 공간이 있다던가.

아무리 봐도 2층보다 위층은 없었기에.

그러자 신도하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는 듯 하더니, 곧 멀리서부터 의자 하나를 끌어왔다.

“뭐 하시는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걸리는 게 하나 있었거든.”

걸리는 거?

그리고 의자 위로 올라가더니 천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저쪽에 있는 카메라들의 각도가 묘하게 이쪽을 향해 있는 것 같아서.”

“카메라요?”

“응.”

그러더니 특정 부분의 천장을 잠시 두드려보았다.

“카메라 위치나 각도를 확인해보면, 대충 뭘 찍고 싶어 하는 건지 보이니까. 그러니 그걸 잘 파악해서 보면······.”

끼익─

“이렇게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거지.”

그때, 천장이 열리면서 숨겨져 있던 공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기 있네. 보물.”

그리고 정말로 그곳 안엔 반짝거리는 상자 하나가 숨겨져 있었다. 지난 시즌에서도 봤던 그 컴플리트 상자였다.

‘진짜로 거기 있었네.’

곧바로 신도하는 그것을 꺼낸 뒤,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내려오자마자 나에게 상자를 건넸다.

“여기.”

“아, 네. 제가 들겠습니다.”

“선물로 주는 건데.”

“이거 어차피 소품이잖아요.”

“기분이라도 냈음 해서.”

이걸로 어떻게 기분을 냅니까.

진짜 보물 상자도 아니고.

그래도 결국 찾았다는 생각에 기분은 괜찮았다.

그때, 또 다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보물 상자가 발견되었습니다.]

[보물 상자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게임이 종료되었음을 알립니다.]

* * *

안내 방송이 끝나자, 모든 팀들은 그대로 활동을 멈추고 오프닝을 찍었던 야외 정원으로 다시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누구야? 누가 1등이야?”

“1등이 진짜로 나온 겁니까?”

출연자들은 도착할 때마다 매번 같은 질문을 하며 걸어 들어왔다.

이후 내 손 안에 있는 컴플리트 박스를 발견하고서는 하나 같이 진짜냐는 반응들을 보였다.

“와······. 이거 어디서 찾았어요?”

“한 번 봐도 돼요?”

신인 출연자들도 곧바로 주변에 모여 하나 같이 박스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뒤늦게 도착한 한주진과 강서찬 역시 이러한 상황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

이후 내 품 안에 있던 상자를 발견한 한주진의 당시 표정은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 X발.”]

그렇게 중얼거리던 한주진의 표정은 꽤 볼만 했다. 중간 점검 때의 의기양양한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자신과 교환한 힌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여 보물을 찾게 되었단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을 할지도 꽤나 궁금했다.

모든 팀이 모이자 곧바로 클로징 촬영에 들어갔다. 클로징의 중심은 단연 게임의 최종 결과 발표였다.

“신도하 씨, 우세현 씨.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다들 한마디씩 축하 멘트를 날렸다.

“아니, 근데 어떻게 찾은 거예요?”

“맞아. 도대체 힌트를 몇 개 가지고 있었길래?”

“도하 씨 팀이 중간 점검 때 그 힌트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던 곳 아니에요?”

‘힌트를 가장 많이 보유했던’이란 앞선 말이 나오는 순간, 한주진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상당히 허탈할 테지.

“참고로 이 두 분이 이번 게임에서 유일하게 별 5개의 힌트를 획득하신 분들입니다.”

“네? 별 5개?”

“그 미션을 클리어했어요?”

앞선 담당 PD의 말에 여기저기서 다시 한번 격한 반응들이 나왔다.

어떻게 보면, 처음 우승자를 알게 됐을 때보다도 더. 그만큼 ‘별 5개 미션 클리어’라는 말의 파급력은 강했다.

“아니, 어떻게 클리어 했어요? 그거 나도 해봤는데 엄청 어렵던데.”

“세현이가 다 했어요.”

“세현 씨가?”

동시에 출연자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향했다. 아니,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괜히 부담스럽잖아.

“네. 그 이외에도 별 4개짜리, 별 2개짜리를 획득하셨고, 그걸 기반으로 보물찾기에 성공을 하시게 되셨습니다.”

거기에 한주진과 교환한 별 4개짜리 힌트까지. 이렇게 보니 확실히 고급 정보들만 가지고 있었네.

그렇게 신도하와 난 최종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제작진들로부터 비밀번호 하나를 얻었다.

획득한 비밀번호는 컴플리트 박스의 비밀번호였고, 그대로 안을 열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물건이 그곳에 있었다.

그건 바로 순금이었다.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지난 시즌과 다르게 이번 시즌에서는 우승팀에 대한 상품으로 순금을 수여 하기로 했다고 한다.

“와, 미쳤다. 이거 진짜로 금이죠?”

“금이네. 금이야. 아니 이걸 진짜 줘요?”

“아, 우승을 했었어야 했는데!”

그걸 본 또 다른 출연자들은 또 다시 부러움의 소리들을 내었다.

“자, 그럼 사진 한번 찍을게요.”

마지막으론 출연자 단체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다. 그리고 우승팀인 나와 신도하를 중심으로 출연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아니, 주진 씨. 너무 주진 씨 혼자 가운데 있는 거 아니야? 이쪽으로 좀 빠져야지.”

그 와중에 센터를 차지하고 있던 한주진을 김한필이 옆에서 장난스럽게 타박했다.

“아, 예. 몰랐네요.”

그러더니 한주진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있던 자리에서 살짝 옆으로 빠졌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아마 속으로는 상당히 열을 내고 있을 터였다.

“자, 그럼 찍을게요. 하나, 둘.”

찰칵!

그렇게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고 나서야 비로소 오늘 촬영을 끝마칠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