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쿠키를 좋아합니다.
“우승? 우승을 했다고?”
“응.”
“이야아아아!”
소식을 들은 백은찬이 꽤나 시끄러운 감탄사를 연발하며 좋아했다.
그날 저녁,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멤버들에게 가장 먼저 앞선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다들 굉장히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우승이라니! 우승이라니! 나 진짜 솔직히 말해서 기대를 1정도 하고 있었거든? 근데 우승? 우승이야?”
“참나, 형은 세현이 형을 뭘로 보고. 난 솔직히 형이 우승할 줄 알고 있었다니까요?”
“웃기고 있네. 아침에 우세현이 우승 못 하고 와도 분위기 띄우잔 사람이 누구였는데!”
“그건 형도 동의했잖아요!”
아니, 왜 싸우고들 그러냐.
그나저나 다들 우승은 못 할 거라 생각했구나. 하하. 이것들이.
“축하해, 세현아.”
“잘했다, 잘했어.”
도운이 형과 차선빈 역시 기뻐하는 얼굴로 잘했다며 나를 축하해주었다.
“근데 그럼 모니터링할 맛이 나겠는데?”
“안지호, 넌 이 와중에 모니터링 얘기냐! 그리고 좀 더 기뻐하라고!”
“당연히 해야지.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그것도 중요한 게 맞긴 한데···어쨌든 지금은 우승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 아니겠냐고!”
그렇게 말하던 백은찬은 아까보다 더욱 신이 난 얼굴이었고, 그런 백은찬을 보며 안지호를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렇지. 분량 중요하지.
사실 우승이 기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그거였다.
확실한 분량 확보.
우승자인 만큼 그 타임 라인에 따라 편집을 해줄 것 같아서.
그러자 문득 상품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아직 그걸 말을 안 했네.
“나 상품도 받아왔어.”
“뭐?”
“상품?”
동시에 반응하는 것 봐라.
마치 짠 것 같이 5명의 눈들이 나를 동시에 바라봤다. 이거, 상품이 뭔지 알면 더 놀라겠는데.
“상품이 뭔데?”
“금.”
“뭐?”
“네?”
아니, 금이라니까.
왜인지 다들 못 알아들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금? 아, 혹시 소금?”
“아니면 혹시 지금?”
“말장난하지 마라. 재미없다.”
“근데 왜 소금이랑 지금이야?”
그 와중에 차선빈이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도운이 형이 이를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그걸 이해한 차선빈이 “아-”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금이라니까. 이것 봐.”
나는 곧바로 가지고 있던 순금 케이스를 꺼내 그 안에 있던 금을 멤버들에게 보여주었다.
“와, 미쳤다.”
“미쳤네요, 진짜.”
“들어봐도 돼?”
“당연하지.”
곧바로 차선빈이 순금을 한번 들어보았다. 뒤이어 그걸 보고 있던 백은찬과 신하람이 자신들도 들어보겠다며 서로 아웅다웅하기 시작했다.
그래,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금을 타온 보람이 있구나.
그리고 알아서들 보라고 놔둔 뒤, 나는 곧바로 소파로 가 앉았다. 오늘 하루 종일 뛰어다녀서 그런가, 몸이 조금 피곤했다.
“피곤해?”
“아, 네.”
그 말에 옆에 있던 도운이 형이 뭐라도 좀 먹겠냐며 물어왔다. 하지만 피곤해서 그런지 영 입맛이 없었다.
“야, 근데 이거 그럼 하나씩 준거야?”
“아니.”
“엥. 그럼 이거 하나 준거야?”
“응.”
“근데 형이 갖게 된 거예요?”
“응. 어쩌다 보니.”
그 말을 들은 멤버들은 조금 놀란 기색들이었다.
“누구랑 팀이었는데 이걸 그냥 줬어?”
“어, 신도하 선배.”
“어?”
“신도하랑 팀이었어.”
그 순간 잠깐 알 수 없는 정적이 흘렀다.
뭐지, 이 갑작스러운 정적은.
“그, 어쩌다가 팀이 됐어?”
“그냥 처음부터 신도하를 후보에 두고 갔어. 그러다 보니 팀이 됐고.”
어째 분위기가 다들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분위기였다.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그, 그래도 합이 나쁘지 않았나 보네. 우승까지 한 거 보니까.”
“네. 나쁘지 않더라고요. 거기에 운이 좋았던 것도 있고.”
결국 처음 목표했던 대로 우승했고, 분량도 뽑았고. 나름 만족스러운 촬영이었다.
···마지막에 있던 일이 좀 그렇긴 했지만.
“어, 세현아. 밥 먹을래? 배고프지 않아?”
“맞아요, 맞아. 형 밥 먹어야죠.”
“아, 나도 같이 먹자. 나도 뭐 좀 먹을 참이었어.”
그러면서 백은찬은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섰다. 그것보다 아직도 밥을 안 먹었나?
“밥 안 먹었어?”
“아니. 아까 먹었는데, 그냥 너 먹을 때 같이 군것질 좀 하려고.”
“굳이?”
“원래 혼자 먹으면 쓸쓸하잖냐.”
아니, 딱히 그렇진 않은데······.
“형, 딸기 먹으려고요? 나도 먹을래요.”
“엉, 그래라.”
그렇게 얼떨결에 백은찬과 신하람과 함께 식탁에 앉게 되었고, 결국 후식으로 딸기까지 먹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 * *
의 촬영이 끝난 이후로, 한동안 다시 정신없이 음방을 돌았다.
그리고 그러던 중, 정말로 신도하에게서 연락이 왔다.
[신도하 선배님]
: 시간 언제 괜찮아?
괜찮은 시간은 없지만, 일단 아직까지 활동 중인 만큼 시간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니 예정대로 그 핑계를 대기로 했다.
[우세현]
: 죄송하지만, 지금은 활동 중이라 당분간은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좋아, 대충 이렇게 보내면 되겠지.
그러자 얼마 안 돼, 답이 도착했다.
[신도하 선배님]
: 그래, 그럼 활동 끝나고 보자.
활동 끝나고······.
일단 넘겨서 다행이긴 한데, 그때는 또 뭐라고 하면서 거절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아니, 애초에 왜 그렇게 밥을 사주겠다는 거냐. 밥은 나도 잘 먹고 다니는데.
아니면, 그냥 한 번 먹고 말까 싶었다. 계속 거절할 궁리하는 것도 머리 아프고.
게다가 순금도 받은 마당에 이대로 그냥 넘기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면 반대로 밥은 내가 사야하는 거 아닌가.
어째 생각을 할수록 생각이 점점 꼬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르겠다, 일단 지금 촬영에 집중하자.’
앞서 그렇게 말했지만, 요즘 바쁜 건 사실이었다. 오늘도 자체 컨텐츠 촬영이 있었고.
오늘 촬영할 자제 컨텐츠의 주제는 바로 베이커리 카페. 이번 앨범의 컨셉과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는 주제였다.
그리고 멤버들과 난, 오늘 하루 동안 파티쉐가 되어 직접 쿠키와 빵을 구워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에 있었다.
“오늘 자컨 진짜 마음에 들어요.”
신하람이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어, 왜?”
“에이, 세현이 형 너무 당연한 걸 묻네.”
아, 그러고 보니.
“쿠키 좋아하지.”
“그쵸, 그쵸. 쿠키를 좋아합니다!”
확실히 하람이가 좋아할 만했다.
평소에도 과자 같은 거 좋아하니까.
“나도 쿠키 좋아해.”
옆에 있던 차선빈이 덧붙였다.
“크, 그렇죠. 쿠키 싫어하는 사람 없죠! 그런 의미에서 선빈이 형, 오늘 우리 쿠키 한 트럭 만들어 가자고요!”
“좋아.”
그러더니 차선빈과 신하람은 곧 자기들만의 이상한 결의를 다졌다. 그래, 꼭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네. 나중에 나도 좀 먹게.
오늘 만들 쿠키는 일반 아이싱 쿠키였고, 빵의 경우 머핀을 만들기로 했다.
당연히 두 개 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했는데, 제작진 말로는 어려울 것 없다 하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자컨에는 우리 이외에도 게스트분이 한 분 계셨는데, 그건 바로 오늘 하루 우리에게 쿠키와 머핀을 알려주실 파티쉐 선생님이셨다.
“일단 팀을 두 명씩 세 팀으로 나눠서 진행을 할게요.”
“팀은 어떻게 나눠요?”
“여기 보이시는 제비를 뽑으시면 됩니다.”
그렇게 하게 된 제비뽑기.
결과만 말하자면, 난 안지호와 한 팀이 되었다.
“우세현, 안지호야?”
“응.”
“아, 이거 막강한데.”
어디가?
그렇게 말하는 백은찬은 도운이 형과 팀이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차선빈, 신하람이 한 팀.
“선빈이 형! 우리 목표는 쿠키 30개 만들기에요!”
“좋아.”
어쩐지 또 이상한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 버터를 풀어주신 다음, 설탕을 넣고 준비된 계란을 넣어주시면······.”
베이킹 과정은 꽤나 순조로웠다.
파티쉐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만 하니 과정이 쉽게 쉽게 넘어갔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그리고 쿠키 반죽이 완성되자, 이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틀을 선택할 때가 왔다.
“틀은 여기 앞에 준비된 것들 중에서 원하시는 걸 고르시면 돼요.”
틀은 꽤 다양했다.
그래서 조금 고민이 됐는데, 그냥 무난하게 동물 모양을 고르기로 했다.
그리고 옆을 봤는데, 어느새 반죽에 틀을 찍고 있는 안지호가 보였다.
“하트 모양이야?”
“어.”
안지호는 하트나 별과 같은 모양의 틀을 골랐다. 그러고 보니 오늘 완성한 걸 공식 계정에 올린다고 했었지.
그리고 잠시 옆을 보니 백은찬 팀은 아직까지 반죽에서 헤매는 중이었고, 차선빈 팀은 정말로 무슨 공장에서 기계를 찍어내듯 쿠키 수를 늘리고 있었다.
“선빈이 형! 무조건 많이 만들어야 해요!”
“응.”
아니, 어디 시합 나가냐.
그렇지만 두 사람은 정말로 엄청난 속도로 반죽을 만들고 있었다.
“이건 뭐냐, 쥐?”
“쥐라니. 이거 토끼라고.”
“뭐야, 이거? 강아지야?”
아니, 토끼라고······.
누가 봐도 토끼인데, 왜 다들 못 알아보는 건지. 아무래도 포인트를 더 줘야 할 것 같다.
“어, 형. 이거 고양이?”
“토끼라니까······.”
아무튼 쿠키를 완성하고 나서는 각자 공식 계정에 올리기 위한 사진 촬영에 들어갔다. 나 역시도 만들었던 토끼 모양 쿠키를 하나 가져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방금 촬영한 쿠키와 머핀 중 스포용으로 각 멤버마다 한 장씩 사진을 올리기로 했다.
이후 제작진은 곧바로 사진을 업데이트했는데, 그와 동시에 빠르게 답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WINSOME @WINSOME_INENT
쿠키 사진1.jpg
쿠키 사진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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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뭐야? 갑자기 웬 쿠키? 쿠키 맞지?
└ 헐 애들 뭐 촬영했나?
└ 근데 딱 사진이 6개다! 혹시 직접 만든 거 아님?
└ ㅁㅊ 이건 각이다 자컨 각이야!
그렇게 올라온 사진에 팬들은 저마다 추론을 하기 시작했다. 컨텐츠 내용부터 시작해서 과연 누가 어떤 쿠키를 만들었는지까지.
확실히 스포는 스포 만에 그 맛이 있었다.
- 근데 중간에 쥐 같은 건 뭐야?
- 멤버들 중에 쥐 캐릭터가 있었나?
- 쥐 아니얌 햄스터겠지
갑자기 식은땀이 나는 듯 했다.
어찌 됐건 끝없이 올라오는 반응에 나는 물론이고 멤버들도 각자 사진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기 바빴다.
그리고 그렇게 SNS 반응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그 순간 우연히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스크롤을 내리던 손을 멈췄다.
그건 바로 차선빈의 사진이었다.
‘친구랑 찍은 사진인가?’
사진 속에는 차선빈과 친구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함께 있었는데, 두 사람은 모두 교복 차림이었다.
‘처음 보는 사진이네.’
지금보다 살짝 앳되어 보이는 걸 보니 중학교 정도쯤 찍은 사진인 것 같았다. 예전 동창이 사진을 풀기라도 한 건가.
데뷔하고 나면 가끔 동창들이 옛날 사진을 풀기도 하니까.
‘잘생겼네.’
그리고 곧장 차선빈을 불렀다.
사진이 올라온 걸 알고 있나 확인 겸.
“선빈아.”
“응?”
“이거 중학교 때야?”
그대로 차선빈은 내가 보여준 사진을 잠시 응시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꽤 돌아다니던데.”
“아, 응. 나도 봤어.”
아, 알고 있었군.
그 말에 일단 안심하고 넘겼다.
본인도 알고 있고, 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 사진이기에.
그리고 난 다시 뒷좌석에 몸을 기댄 채 그대로 화면의 스크롤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