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18화 (118/413)

118화. 또 올렸네.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서칭을 하던 중 또다시 차선빈의 새로운 사진을 접하게 되었다.

SiJJJUN_12

사진.jpg

#맛있는점심 #내친구랑 #차선빈 #윈썸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차선빈과 그 친구가 찍혀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사진이 올려진 계정을 직접 발견했다.

그룹 태그가 걸려 있는 탓에.

‘최근 사진은 아닌 것 같고. 조금 예전에 찍은 사진인가?’

사진 속 차선빈의 머리를 보니 근래 찍은 사진이 아닌 조금 더 옛날 사진인 것 같았다.

사진 속 차선빈은 검색 볼캡 모자에 편한 사복 차림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업로드 날짜는 최근이네.’

게시물에 찍혀있는 날짜는 바로 3일 전.

그리고 그 밑으로는 꽤 많은 양의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근데 이 친구, 혹시 전에 차선빈이 말했던 그 절친인가?’

태그에 #내친구랑 이라고 적혀 있는 것과 더불어 지난 중학교 교복 사진에서 차선빈 옆에 있던 인물과 얼굴이 동일했다.

그리고 나는 이를 곧바로 차선빈에게 확인해봤다.

“응. 친구 맞아.”

“전에 말했던 그 친구? 베프?”

“응.”

아, 역시.

그 친구가 맞았구나.

그렇지 않을까 하긴 했는데.

“근데 이건 언제 사진이야?”

“어, 아마 데뷔 활동 끝나고 쯤일 거야.”

“아아.”

대충 언제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번 사진도 역시 올라온 걸 아는 듯 한 눈치였고.

“사진, 잘 나왔네.”

“그래? 난 똑같은 것 같은데······.”

“아냐, 뭔가 내추럴하게 잘 나왔어.”

잘생겨서 그런가.

뭔가 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이 좋았다.

“왜? 뭐 봐?”

뒷좌석에 있던 백은찬이 궁금하다는 듯 조금 가까이 다가왔다.

“사진.”

“무슨 사진?”

“차선빈.”

“차선빈? 뭔데? 나도 볼래.”

이내 차선빈을 한번 쳐다봤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진짜. 잘 나왔네.”

“그렇지?”

“야, 근데 이 피자는 어디 피자냐? 엄청 맛있어 보인다.”

“XX피자.”

“아, 역시. 거기일 것 같더라. 보니까 포테이토 같은데. 맞지?”

“응.”

아니, 어느새 대화 주제가 바뀐 것 같은데. 와중에 백은찬은 차선빈에게 여전히 신나게 피자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폰 화면을 넘겼다. 근데 베프라고 하니 떠오른 건데, 언제부터 친구였을까 싶었다.

일단 같은 중학교를 나왔으니 그때부터 친구인 건 맞겠고. 초등학교 때부터 일 수도 있으려나.

‘상당히 성향이 잘 맞았나 보네. 그렇게 오랜 친구 사이인 걸 보면.’

나의 경우 일단 그런 친구가 없던 터라.

이렇게 생각하니 괜히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 친구가.

근데 또 겨우 사진 몇 번 봤다고 어느새 벌써 좀 눈에 익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차선빈의 이름이 걸린 게시물을 발견하게 되었다.

SiJJJUN_12

사진.jpg

예전에 랩메이킹했던 거 많이 들려줬었는데ㅋㅋ 이렇게 직접 랩메이킹한 곡이 나오니 느낌이 새롭네 그때 생각도 나고ㅋ

#노래좋음 #비하인드살짝 #차선빈 #윈썸

차선빈과 함께 그룹명 태그가 달려있다 보니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검색에 걸린 모양이었다.

다만, 사진은 차선빈 사진이 아닌 이번 우리 앨범의 자켓 사진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 밑에는 댓글들이 여전히 만선이었다.

└ 선빈이 랩메이킹 그동안도 꾸준히 했어용?

└ SiJJJUN_12 : 네ㅋ 계속해서 저도 들려주고 그랬어요 제가 많이 봐줬거든요ㅋ

└ 헉ㅠㅠ 이런 귀한 비하인드를ㅠㅠ 혹시 다른 썰 또 없을까욤?

└ SiJJJUN_12 : 썰 많습니다ㅋㅋ 워낙 알고 지낸지가 오래라서ㅋㅋ

‘어째 업로드 빈도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데.’

확인해보니 팔로워 수도 지난번보다 몇 배는 늘어 있는 게 보였다.

그에 따라 반응도 점차 느는 게 직접적으로 보였고, 답 댓글의 수도 늘어났다.

‘이거 괜찮은 건가.’

다른 것보다도 게시글이나 댓글에 덧붙여진 말들이 좀 걱정이었다. 업로드 빈도수가 늘어날수록 이른바 썰 같은 걸 푸는 일이 많아졌다.

이를 테면, 사생활 관련 Tmi 같은 거.

물론 사생활 부분에서 차선빈이 걸릴 건 없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타인에 의해 사생활이 직접적으로 알려진다는 것 자체가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조금 불안하긴 했다.

특히나 이번에 올라온 게시글의 경우 벌써부터 Tmi가 간간히 보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나.’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걱정이 걱정으로만 끝나기를 바라야지.

‘게다가 친한 친구라고 했으니 적절히 조절은 하겠지.’

어떻게 보면 그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중간한 지인이 푸는 것보다는 그래도 좀 나을 테니.

그 이후로는 한동안 컨텐츠 촬영과 같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앞선 일과 같은 건 생각할 틈이 없었다.

도중에는 지난번에 찍었던 ‘베이커리 카페’ 컨텐츠가 올라오기도 했다.

“형들, 오늘 저번에 만들었던 쿠키 만드는 컨텐츠 올라갔나 봐요.”

“아, 그거 올라갔어?”

“넹. 그때 만들었던 쿠키 사진이 엄청 올라오는데요?”

나도 봐야지.

다른 것보다 내가 만든 쿠키랑 머핀에 대한 반응이 궁금했다.

그, 지난번엔 못 알아보신 분들이 좀 계셨는데 이제는 여러 장 풀로 올라오니 다들 쉽게 알아보시지 않을까 싶었다.

- 세현이 쿠키 솔직히 첨에 무슨 동물인가했엌ㅋㅋㅋ근데 설마 토끼일줄이야ㅋㅋㅋㅋ

- 세현이 쿠키 토끼지? 귀염뽀짝한게 자기같은 거 만들었네ㅋㅋㅋㅋㅋㅋ

- 엥? 세현이 쿠키 토끼였어?

└ ㅇㅇ 본인이 직접 말함 토끼친구들이라고

- ㅋㅋㅋㅋ그 와중에 토끼들 한데모아놓은 거 진짜 귀여움ㅠㅠㅠㅠ친구들이래ㅠㅠㅠ

음. 아무래도 틀의 토끼 귀가 좀 짧았던 것 같다. 틀이 조금 작다 보니 일반 토끼보다 귀가 좀 짧았던 터라.

그러니 다음엔 좀 더 큰 틀을 써야 할 것 같았다.

응. 그래. 그래야겠어.

물론 다음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니까 지호 형 쿠키가 제일 예쁘다는 말이 많네요.”

“안지호 쿠키가 뭐였지?”

“하트랑 별.”

“아아.”

백은찬이 그제야 기억이 났다는 듯 반응했다. 확실히 잘 만들긴 했지.

안지호가 생각보다 손재주가 있는 편이었다. 그날 만든 쿠키 중 가장 퀄리티가 좋았고.

기본 틀 모양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화려하게 이것저것 꾸민 덕에 반응도 좋았다.

그리고 그렇게 그날 만들었던 쿠키에 관해 멤버들과 한창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문득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혼자 폰을 하고 있는 차선빈이 보였다.

‘뭔가 표정이 별론데.’

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긴 한데, 어쩐지 평소보다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그러니까 조금 심각해 보였다.

대기실이 한창 시끄러운 와중에도 차선빈은 그렇게 한동안 폰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그렇게 생각을 할 때쯤,

저 너머로부터 차선빈의 생각이 들려왔다.

[“또 올렸네.”]

그리고 차선빈은 그대로 인상을 조금 더 찌푸렸다.

* * *

또 올렸네.

차선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대로 나는 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차선빈’을 검색해보았다.

이어서 조금 서칭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차선빈과 그 친구의 셀카 사진이.

보아하니 이번엔 얼마 안 된 사진인 것 같았다.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머리색이 지금이랑 비슷해 보였기에.

‘이것 때문이었구나.’

업로드 일은 2일 전.

댓글은 여전히 만선이었다.

아니, 얼마 전에 봤던 것보다 더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

앞선 사진들은 모르겠지만, 이번 업로드는 차선빈 본인도 별로 원하지 않았던 것 같아보였다. 저렇게 표정이 안 좋은 걸 보니.

‘게다가 또 쓸데없는 Tmi.’

이번에도 역시 쓸데없는 썰 같은 걸 잔뜩 풀어놨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만 한 건 없었지만, 애초에 이렇게 썰을 푸는 행위 자체가 별로였다.

[“다시 한번 말해야 하나.”]

그리고 차선빈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을 보니 올리지 말라고 얘기를 했던 모양이네. 하지만 결국 이렇게 올린 거고.

‘어째 불안 불안하다 싶더니.’

답지 않게 착잡한 표정을 짓는 차선빈을 보니 나 역시도 괜히 좀 그래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내가 그와 관련해서 무슨 말을 건네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차선빈과 친구, 두 사람 사이의 일이었고 다른 사람이 개입할 여지는 없었다.

‘음······.’

그러다가 문득 매니저 형이 사다주신 과자 하나가 보였다. 평소 차선빈이 좋아했던.

그리고 나는 그걸 몇 개 집어 차선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선빈아.”

“어. 응.”

나를 본 차선빈이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곧 들고 있던 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왜?”

“과자 먹으라고.”

“어?”

“과자. 너 최애 과자.”

“아······.”

그렇게 나는 차선빈에게 과자 몇 개를 쥐여주었다. 과자를 받아든 차선빈은 잠시 그걸 응시하는 듯 하더니 곧 조용히 포장을 뜯었다.

그래, 맛있는 거라도 먹어야 기분이 좀 나아지지. 원래 기분이 별로일 때는 맛있는 걸 먹는 게 직빵이다.

“고마워.”

“자, 여기 3개 더 있어.”

“어?”

“너 원래 이거 먹을 때 한번에 4개씩 먹잖아.”

그러자 차선빈이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그렇게 매일 먹는데 모를 리가 있겠냐. 이건 멤버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거다. 아마도.

“고마워.”

그렇게 차선빈은 이전보다 한결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야 쑥쑥 크지. 물론 니가 나보다 크긴 한데······.

아무튼 조금이라도 기분이 더 나아지길 바랐다. 그리고 과자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긴 했던 건지 전보다 표정이 나아졌다.

[“맛있다.”]

차선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차선빈이 정말 친구에게 SNS와 관련해 한번 더 말을 한 건지 한동안은 관련 게시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커피, 마실 사람?”

“세현이 형, 어디 가려고요?”

“잠깐 커피 좀 사러 가려고.”

모처럼 시간이 비는 날, 오늘은 날도 괜찮아 숙소 근처 카페로 음료를 사러 갈까 했다. 당연히 테이크아웃으로.

“나도 같이 가.”

“어, 차선빈. 너도 가려고?”

“응.”

그렇게 차선빈과 함께 멤버들이 부탁한 음료를 사러 숙소 근처에 자주 가던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인물과 만났다.

“어, 차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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