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20화 (120/413)

120화. 그거 친구 아니다.

SiJJJUN_12

찐친이랑 카페에서 아아 먹음ㅋ

오늘은 잘생긴 세현이랑도 같이ㅎㅎ

빨리 바쁜 거 끝났으면 좋겠다ㅎㅎ

또 커피 한잔 하게~ㅎㅎ

#존맛커피 #카페에서 #차선빈 #우세현 #윈썸

└ 헉 님 세현이랑도 친해요????

└ SiJJJUN_12 : 친한 건 아니구ㅎㅎ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

└ 선빈이랑 세현이 뭐 마셨어용? 그리고 세현이랑은 어케 알아요? 선빈이 소개?

└ SiJJJUN_12 : 선빈이가 소개시켜줬어요~ㅎ 글구 세현이는 카라멜 마끼야또 먹더라고요ㅎㅎ

└ 세현이랑 선빈이가 자주 가는 카페에용?

└ SiJJJUN_12 : 그런가보더라고요ㅎ 혹시 궁금하시면 나중에 살짝 힌트 드림ㅋㅋ

└ 근데 이거 사진 함부로 올려도 되는 건가요? 세현이랑은 친하지도 않으시담서;;

└ 이분 은근 관종끼가 있는 것 같음 찐친이라고 티내고 싶어하는 관종ㅋㅋㅋ

└ SiJJJUN_12 : 그 관종 사진을 잘도 보러 오시네 그래서 저도 비공개로 돌릴까 생각중

└ 안돼요ㅠㅠ 저런 말 무시하시고 계속 올려주세용ㅠㅠ

당시 카페에서 찍었던 그 사진.

그 사진이 아니나 다를까 김시준의 SNS에 업로드되었다.

‘그때 분명 차선빈이 올리지 말라 말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어떻게 된 건지 그 말을 깔끔하게 무시한 채로 그대로 SNS에 올렸다.

‘대충 이제까지 패턴이 보이네.’

업로드를 최대한 자제하려는 차선빈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올리는 김시준.

대충 그림이 그랬다.

이와 더불어 김시준의 이러한 잦은 업로드로 인해 이미 팬들 사이에서도 말이 조금씩 나오고 있던 터였다.

- 요즘 내 멤 관종 지인 때문에 스트레스 받음ㅠ 사진 좀 그만 올렸으면

- 진심 같은 멤버 친구 중에 관종이 있는데 이렇게 짜증날 수가 없다 tmi 안 궁금하다고.....

아마 차선빈도 이를 대충 알고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그간 나름 최대한 자제하려고 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잘 안 된 모양이었다.

‘그보다 차선빈은 알고 있으려나.’

김시준이 또 사진을 올렸다는 걸.

한 편으로는 몰랐으면 싶기도 했다.

지난번에 보니 이걸로 인해 꽤나 스트레스 받고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문제는 김시준이었다. 최소한의 배려나 예의 같은 것도 없는 건지. 애초에 남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것도 그렇고.

‘사실 그냥 끊었으면 좋겠는데.’

잠깐 본 사이에 불과하지만, 대충 보기에도 차선빈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만한 친구는 아니었다.

오히려 나중에 발목을 잡으면 잡았지.

그러니 이참에 관계를 끊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차선빈의 입장에서는 그게 쉬울 리 없었다. 게다가 전에 했던 말을 떠올리면, 아마 그렇게는 하지 못할 듯 했다.

그런데 조금 뒤,

차선빈이 갑작스럽게 나를 찾아왔다.

“미안해.”

“뭐?”

“지난번에 같이 찍은 사진. 그거 멋대로 올려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던 차선빈은 줄곧 고개를 숙인 채였다. 아니, 니가 왜 그걸 미안해하고 있냐.

“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애초에 니가 올린 것도 아닌데. 그것보다 고개는 좀 들고.”

“잘못이지. 그때 내가 시준이한테 더 확실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니까······.”

거기서 뭐 어떻게 더 확실하게 말하냐.

그것보다 사실 애초에 이렇게 차선빈이 미안해할 일도 아니었다.

“난 별로 신경 안 쓰니까 그렇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 또 그냥 사진 한 장 올라간 것뿐이고.”

“······.”

그러자 차선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

표정도, 여전히 좋지 못했다.

“사진은 어떻게든 내려 볼게. 쓸데없는 댓글도 전부 지우고.”

“어, 그래.”

화가 난 건가?

평소보다 조금 감정이 격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근데 어디 나가?”

“어?”

“모자 쓰고 있길래.”

더불어 외출복 차림이었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나가기 전에 잠깐 나에게 들린 것 같았다.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중요한 약속?”

“응.”

그러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리, 하고 와야지.”]

정리?

잠깐, 정리?

“혹시 김시준 만나러 가는 거야?”

그 말에 차선빈은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만나러 가게?”

“응.”

그렇다면 사진과 관련해서 정리하러 간다는 건가. 근데 그걸 직접 만날 필요까지 있나 싶었다.

아, 확실히 전화나 톡으로는 안 들어 먹을 것 같긴 했다.

“이번에 확실히 정리를 지으려고.”

[“시준이랑 관계를.”]

“뭐?”

순간 그 말에 놀라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 정리가 아닌 모양인데?

“그럼 난 이제 그만,”

“잠깐, 잠깐만!”

“어?”

그리고 나는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려는 차선빈을 급하게 잡고 보았다.

* * *

예상했던 대로 차선빈은 지금부터 김시준과의 관계를 정리하려 나서는 길이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자면 손절.

정말로 친구 관계를 아예 끊으려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내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SNS와 관련해서 시준이에게 말도 해봤고, 설득도 해봤지만 보다시피 전혀 소용이 없었어.”

그리고는 곧 허탈한 듯 웃었다.

“그러한 와중에 여기저기서 말이 나오기 시작하고 그룹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봤어. 근데 그래선 안 되는 거잖아.”

그 말을 하는 차선빈의 목소리가 어느새 조금 격양되어 있었다.

확실히 그렇긴 했지.

근래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

“그러던 도중에 이번에 세현이 너한테까지 이렇게 피해를 준 건 정말······.”

그 순간, 그대로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차선빈은 그렇게 자신이 마치 큰 잘못을 한 양 이야기하고 있었다. 본인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사실 사진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억측이 돌고 말이 나온 건 맞았지만, 그로 인해 정말로 뭔가 큰 피해를 본 건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아마 차선빈도 그걸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생각한 거야. 관계를 그만 정리해야겠다고.”

상당히 큰 결심이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고.

“괜찮겠어?”

그러자 차선빈은 잠시 말이 없었다.

다른 것보다 차선빈이 괜찮을지 그게 가장 걱정이었다. 차선빈은 전에 분명 김시준을 자신의 유일한 친구라고 표현했으니까.

그건 차선빈에게 있어서 꽤 소중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고.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이게 맞는 것 같아.”

그러더니 곧 씁쓸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솔직히 나 역시도 그런 차선빈의 결정을 지지하는 바이지만, 막상 저런 표정을 짓는 걸 보니 꽤나 착잡했다.

“물론 이번 일 하나로만 관계를 정리 해야겠다 생각한 건 아니야. 그냥, 하나의 도화선이 됐던 거지.”

그렇지.

단순히 이 일 하나로 오래된 관계를 한순간에 정리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간 차선빈 안에서 뭔가 쌓이고 쌓였던 게 아닐까 싶었다.

“예전엔 참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던 친구였는데. 전학 간 학교에서 처음 사귄 친구였거든.”

차선빈의 중학교 시절,

전학으로 인해 한동안 친구가 없던 차선빈에게 처음 말을 걸어준 게 김시준이란 말을 들었다.

“그렇게 친해진 이후로는 줄곧 같이 다녔었어. 몰랐던 것도 많이 알려줘서 여러모로 고마웠었고. 그 때문에 유일한 친구라고 줄곧 생각해왔는데······.”

거기서 차선빈은 또다시 말끝을 흐렸다.

“그래서인지 그간 조금 불편한 말을 들어도 그냥 넘겼어. 그냥 넘기지 않으면, 모처럼 생긴 친구가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거니까.”

대충 어떤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그때도 생각했지만, 확실히 아닌 건 아닌 거였다.

“남의 자존감 깎아 먹는 거, 그거 친구 아니다.”

“응?”

“김시준. 그 정도면 넌 할 만큼 했어. 더 이상 참을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어.”

혹시 몰라 확실히 말해두었다.

괜히 자책하지 말라고.

“······응. 고마워.”

차선빈은 그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제 정말 친구가 없구나.”]

꽤나 침울한 얼굴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곧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그만 나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이에 나는 곧바로 다시 한번 차선빈을 불러 세웠다.

“그 전에 하나만 더.”

“응?”

“너 녹음 기능 있지? 휴대폰에.”

관계 정리건 뭐건 다 좋았다.

오히려 환영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었다. 바로 이에 대한 김시준의 반응이었다.

‘혹여 루머 올리겠다고 협박 같은 걸 할 수도 있으니.’

그러니 뭐든 남겨두는 게 좋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김시준 성격상 그 자리에서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진 않아서.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녹음 켜놓고 있어. 혹시 모르니까.”

그런 내 말에 차선빈은 잠시 멍하게 있는 듯 싶더니 이내 내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근데 시준이가 그럴까······.”

“그럴 거야. 아마.”

그러니 그에 대한 대비는 확실하게 하고 가는 게 좋았다.

이후 나는 차선빈을 배웅하기 위해 곧바로 현관으로 향했다.

김시준과는 저번에 만났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을 한 채였고.

“잘 다녀와.”

“응.”

아, 그러고 보니 그 말은 안 했네.

“그리고 갔다 오면 내가 친구 한 명 소개해줄게.”

“어?”

그러자 차선빈이 꽤 놀란 얼굴을 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냐.

“친구?”

“응. 그러니까 잘 다녀와.”

그리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친구 소개라는 말에 궁금했는지 차선빈은 나가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돌아봤다. 그러다가 넘어지겠다.

“차선빈 어디가?”

현관문 소리를 들은 건지 백은찬이 뒤이어 거실로 나왔다.

“잠깐 약속이 있대.”

“약속?”

“응. 중요한 약속.”

되도록 귀찮아지는 일 없이 잘 해결하고 와야 할 텐데.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어쩐지 애를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었다.

* * *

차선빈은 지금 홀로 조용히 숙소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었다.

조금 전 그는, 친구를 만나고 왔다.

아니, 이제는 옛 친구였다.

[뭐? 이제 연락하지 말자고?]

[이제 연예인 됐다 이거냐? X발, 웃기는 X끼네, 이거.]

[이, XX! 아싸 새X 내가 친구 먹어줬더니 이런 식으로······]

예상보다 훨씬 격한 반응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예상 못 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새삼 놀랄 것도 없었다.

[너 내가 인터넷에 니 정보라도 팔면 어떡하려고 이러냐? 그거 감당할 수 있겠냐?]

그리고 정말 앞선 말과 같은 말이 나왔다.

인터넷에 글을 올려버리겠다는 말.

거기서 차선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세현이가 말한 대로네.’

설마 했지만 정말 그 설마가 맞는 꼴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연은 끊겠다는데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시준이라면 정말로 그렇게 했겠지.’

그저 화가 나서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정말로 그렇게 했을 것 같았기에.

하지만 김시준은 곧 태도를 바꿨다.

하고 있던 모든 대화가 현재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동시에 얼굴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차선빈이 녹음 같은 걸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 차선빈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락, 그만하도록 할게.’

그 말을 남긴 채로.

그때까지 김시준은 여전히 벙찐 얼굴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하아······.”

차선빈은 잠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쉬움, 안타까움.

의외로 그런 감정은 없었다.

그저 공허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냥 끝났구나. 끝이구나. 하는 공허함.

그는 늘 그렇듯이 덤덤했다.

그렇지만 내심 마음은 가벼웠다.

왠지 모르겠지만, 꽤 시원했다.

‘그동안 아등바등해서 그런가.’

사이가 멀어지지 않을까, 끊어지지 않을까 내심 아등바등했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후회도 없었다.

제 멤버의 사진이 올라간 순간, 차선빈은 ‘이건 아니다’라는 걸 절실하게 실감했으니까.

그래서 조금 전 김시준을 만나자마자 가장 처음 꺼냈던 말도 그거였다. 사진 당장 내려달라고. 댓글도 함께.

그런 차선빈의 단호한 말에 김시준은 갑자기 무섭게 왜 그러냐면서 일단 사진을 내렸다.

지금 지켜야할 게 뭔지 그는 이미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숙소 앞이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문을 열었다.

“왔어?”

그러자 곧바로 우세현이 보였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이에 차선빈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방에 들어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녹음본을 들려주자 마찬가지로 옆에서도 험악한 말이 나왔다. 하지만 우세현이 아닌 안지호의 목소리였다.

“이 X같은 X끼는 뭐냐?”

어느새 안지호도 방에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 별로 상관없었다.

뒤이어 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다행히 일이 잘 마무리되었다고.

“그래, 고생했다.”

우세현의 그 말 한마디가 지금 차선빈에겐 꽤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밖에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아마 자신이 풀 죽어 있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머릿속으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근데, 세현아.”

“응?”

“새 친구 소개 시켜준다고 했잖아.”

숙소를 나오기 전, 그렇게 들었던 게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내심 많이 궁금했다. 진짜 새 친구가 생기는 건지.

그 말은 들은 우세현은 잠시 목을 가다듬는 듯 하더니, 이내 당당한 모습으로 말했다.

“나야!”

“어?”

“새 친구. 나랑 친구 먹자.”

그리고 그 말에 방 안으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흡사 드립 실패 현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음, 그러니까······.”

“그래.”

“어?”

“그러자.”

그리고 차선빈은 곧 환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로 새로운 친구가 생긴 느낌에.

앞선 그 말이,

지금의 차선빈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위로나 다름없었기에.

지금 이 순간 그것이 너무나도 고마웠고, 또 너무나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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