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21화 (121/413)

121화. 아이돌 체육 대회 (1)

그날 이후,

김시준의 SNS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단 더 이상 사진이 올라오지 않은 건 물론이고, 이전에 올렸던 차선빈 관련 게시글들도 어느새 다 내려간 상태였다.

그곳에선 더 이상 차선빈과 관련된 그 어떠한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는 혹시 손절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오갔고, 그러던 도중 SNS는 끝내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김시준과 엮이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며 그렇게 이번 일은 수면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 * *

딱!

“와! 선빈이 형, 대박.”

“이야, 차선빈!”

엄청난 소리와 함께 딱지가 그대로 힘없이 뒤집혔다.

“차선빈 진짜 파워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그 말에 차선빈이 살짝 웃어보였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우리는 민족 대명절이라고 불리는 날을 앞두고 있었다. 다시 말해 추석이었다.

그리고 이처럼 명절이 돌아올 때면, 당연하게도 그것 역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건 바로 아이돌 체육 대회였다.

여러 아이돌 그룹들이 나와 체육 대회를 하는 유명 프로그램.

그리고 이번에 우리 그룹에게도 출연 제의가 왔다. 신인인 만큼 당연히 출연하게 되었고.

많은 종목들 중에 이번에 우리가 출전하게 된 종목은 모두 3개였다.

남자 단체 양궁, 100m 달리기, 딱지치기.

와중에 뜬금없이 웬 딱지치기냐 할 수도 있겠지만, 뜬금없는 게 맞았다. 이번에 신설된 종목이니까.

그리고 그 딱지치기에는 차선빈과 신하람이 나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선빈이 형 예전에 펀치도 장난 아니었죠?”

“아, 맞아. 그랬었지. 그때 몇 나왔었지? 900점인가?”

“995점이었어.”

“아, 그러냐?”

차선빈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그때 기록을 정확하게 기억하네. 솔직히 말해서 나도 900점인 줄 알았다.

어쨌든 그래서 그간 차선빈과 신하람이 딱지치기 연습을 하는 걸 다른 멤버들과 함께 종종 구경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차선빈은 유독 훌륭한 솜씨를 보여줬다.

“확실히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그래?”

앞선 내 말에 차선빈이 기쁜 듯 반응했다. 그러더니 곧 다시 한번 엄청난 속도로 딱지를 접기 시작했다.

음, 그래.

근데 이제 그만 접어도 되지 않을까.

그 순간 저 멀리 산처럼 쌓여있는 딱지들이 보였다.

“형들 양궁은 괜찮아요?”

신하람이 나를 향해 물었다.

나는 이번에 안지호와 윤도운과 함께 남자 단체 양궁 종목에 출전하게 됐다.

단체 양궁은 그룹별 3대 3 대결로 토너먼트식으로 진행될 예정에 있었다.

“보니까 어제도 연습하고 왔다며?”

“응.”

그리고 연습을 위해 근래 양궁장을 찾았다. 알다시피 활을 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많이 연습을 하고자 했다.

“근데 이왕 하는 거 셋 중 뭐라도 금메달을 따면 좋을 텐데.”

백은찬이 열심히 딱지를 접으며 말했다.

백은찬의 말대로 뭐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으면 금상첨화였다.

그럼 방송에 한 컷이라도 더 나올 테고, 자연스럽게 이름이 한 번이라도 더 나올 테니까.

“양궁,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 뭐야? 안지호 너 자신 있음?”

“연습할 때 보니 형이나 우세현이나 나쁘지 않던데.”

연습 때야 그다지 나쁘지 않던 건 사실이었다. 확실히 하다 보니 실력도 자연스럽게 많이 늘었고.

“근데 양궁 금메달은 거기가 유력하지 않아요?”

“어디?”

“체이스요.”

그러고 보니 체이스가 요 근래 양궁 종목 메달을 휩쓸었었지. 지난 추석 때에 이어 올해 설 때도.

“아, 맞아. 거기 양궁 잘했지.”

“그럼 당연히 이번에도 금메달 노리고 있을 것 같은데?”

앞선 윤도운의 말대로 당연하게도 금메달을 노리고 있을 터였다.

게다가 양궁은 다른 종목들이 비해 인기가 좋은 편이니 화제를 가져오기도 좋았다.

“미리 쫄 필요 있냐. 그냥 더 잘 쏘면 그만이지.”

“오, 안지호 니가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실력 있어 보인다.”

“넌 니 종목이나 신경 써.”

“넵.”

아무튼 이렇게 된 거 금메달을 하나라도 따자는 각오로 임하기로 했다. 물론 그게 양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긴 했지만.

* * *

며칠 뒤,

아이돌 체육 대회의 녹화가 진행되었다.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실내 체육관 안에서 진행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아이돌 그룹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에는 익숙한 얼굴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같은 소속사인 인터니티와 블랙엘.

인터니티의 경우 이제 5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출석했다. 물론 멤버가 모두 나온 건 아니었지만.

그리고 다른 소속사의 경우, 대표적으로 체이스가 있었다.

일단 아는 얼굴이니 짧게 인사를 나누기는 했으나 특별히 대화 같은 건 오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사이 잊고 있던 얼굴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빌리브의 양한솔. 그리고 원로드의 강서찬도 보였다.

“세현 씨, 안녕요.”

“네. 안녕하세요.”

강서찬과는 특별한 인사가 없었지만, 양한솔과는 인사 정도 나누었다. 여전히 말을 하기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양한솔이 자리를 떠나자 곧바로 백은찬이 내게 물어왔다.

“누구야?”

“빌리브의 양한솔.”

“근데 어떻게 알아?”

“나랑 같이 예능 출연했었잖아.”

“아아.”

그제서야 백은찬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아직 가 방송되기 전이라 모니터링을 못 한 탓에.

“그나저나 팬분들은 다 입장하셨어?”

“아, 매니저 형한테 물어보니까 입장은 이미 다 하셨다더라.”

오늘 체육 대회의 우리 팬클럽 응원석 인원은 모두 합쳐 50명이었다. 팬석이 있는 만큼 촬영 장소가 야외가 아니라는 게 무엇 보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그룹별 입장이 시작되었다.

그룹명이 적힌 팻말은 리더인 윤도운이 들기로 했고, 그 뒤를 나와 나머지 멤버들이 따르기로 했다.

“와, 이거 생각보다 크다.”

윤도운이 가지고 있던 팻말을 이리저리 들어보며 말했다. 그러자 이를 본 차선빈이 그런 윤도운을 향해 물었다.

“제가 들까요?”

“아니! 내가 들게. 리더니까!”

그러면서 윤도운은 다시 한번 팻말을 위로 번쩍 들어 보였다. 아무래도 팻말에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윈썸!]

그룹명이 호명되자마자 순간적으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건 곧 신호이기도 했다.

경기장 입장을 알리는 신호.

그리고 우리는 서 있던 대형 그대로 팬분들이 기다리시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곧바로 응원석을 둘러봤다.

우리 팬석을 찾기 위해서였다.

‘아, 저기 있구나.’

좌석 앞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 덕에 대략적인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근데 현수막 사진이······.’

걸려 있는 현수막엔 우리를 응원하는 문구와 함께 사진 하나가 프린트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걸 조금 더 자세히 보려는 순간,

꺄아아아아아악!

아까보다 훨씬 더 큰 크기의 함성소리가 응원석에서부터 들려왔다.

‘왜? 뭐지?’

궁금한 마음에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달리 특별한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전광판을 보았을 때, 그제서야 앞서 함성이 커진 이유를 마침내 알 수 있었다.

‘아.’

그 순간 전광판 화면에 내 얼굴이 아주 풀샷으로 잡혀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그대로 화면을 향해 밝게 웃어 보였다.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괜찮았다.

뒤이어 나는 그대로 앞에 보이는 카메라를 향해 조용히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자 곧 다시금 큰 함성이 들려왔다.

* * *

출전 종목 중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딱지치기였다. 딱지는 개인마다 2개씩 주어졌으며, 이 또한 토너먼트식이었다.

“이야야야야얍!”

탁!

준결승에서 승리한 차선빈과 신하람은 그대로 결승까지 올라갔다. 딱지치기에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차선빈을 필두로 두 사람은 승승장구였다.

“야, 이제 한번만 이기면 금메달이야!”

“상대, 상대는 누구야?”

그렇게 당도한 결승전.

상대는 인터니티였다.

“형들이 상대예요?!”

“미안하다, 얘들아.”

김재현과 한지한이 대뜸 사과를 전했다.

그건 곧 인터니티에서도 욕심을 내고 있다는 의미였다.

“지한이랑 내가 이것밖에 출전을 안 하거든. 그러니까 이건 꼭 따가야겠다!”

그러자 뒤에 있던 한지한이 이를 뒷받침하듯 허공에 팔을 붕붕 돌려댔다.

“아아, 이렇게 집안싸움이 되는 건가요!”

이와 같은 상황을 보며 오늘의 MC가 안타깝다는 듯 소리쳤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쉽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눈앞에서 금이 반짝이는데 이대로 물러설 수 있으랴!

“야, 뭐 하는 거냐?”

“응원.”

나는 그대로 오늘 회사에서 나눠준 슬로건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혹시 몰라 들기 전에 뒷자리도 확인해봤다. 시야 가리면 안 되니까.

“뭐야, 우세현 응원하는 거야?”

그러더니 곧 백은찬 역시 가지고 있던 슬로건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런 우리를 보며 뒤이어 윤도운까지 응원에 합세했다. 반면, 안지호는 품 안에서 마치 부채질하듯 느리게 슬로건을 흔들 뿐이었다.

탁!

“악!”

“아아······.”

“네! 윈썸의 딱지가 뒤집힌 것으로 인해 최종 승리자는 인터니티!”

하지만 결과는 안타깝게도 패배였다.

치열한 접전 끝에 한지한이 결국 차선빈의 딱지를 넘겨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차선빈과 신하람은 풀이 잔뜩 죽은 채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잘했는데 왜 풀이 죽어 있어.

“둘 다 잘했어. 무려 은이라고.”

“금 따고 싶었슴당······.”

“나도······.”

음, 아까운 게 사실이긴 하다만.

그래도 앞서 말 한대로 무려 은메달이었다. 결승이 통으로 편집될 일은 없을 테니 그만큼 분량도 확보한 거고.

하지만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차선빈과 신하람의 모습에, 나는 그대로 두 사람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잘했어.”

그러자 곧 차선빈도 신하람도 나를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 그럼 감동의 장면은 여기까지 하고.”

그때 백은찬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다음 바로 양궁이라는데?”

“뭐?”

잠깐 잊고 있었다.

둘러보니 안지호와 윤도운은 어느새 양궁 경기장이 있는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자자, 파이팅! 파이팅! 다음에는 금메달을 따보자고!”

“잘하고 와요, 형!”

“화이팅.”

“알겠어. 꼭 따올게.”

그렇게 남은 멤버들의 응원을 받으며 나는 그대로 서둘러 양궁 경기장으로 발을 옮겼다.

* * *

사실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양궁의 경우 실수 한 번에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거였기에.

이는 곧 미스를 최소화한 팀이 위로 올라간다는 말이었다. 그러니 다른 것보다도 실수가 나오지 않게 주의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팀은 위를 향해 조금씩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다.

“와, 대박. 너희 준결승이야!”

방금 막 경기를 끝마치고 온 우리를 보며 백은찬이 신이 난 모습으로 말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준결승까지 가게 되었다. 중간에 아무런 위기가 없던 건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1점 차로 이긴 적도 있었고.

‘만약 이대로 결승까지 간다면, 결승 상대는 체이스려나.’

체이스 역시 지난 2연속 우승팀답게 순조롭게 위로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이들은 모두 당연하게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확실히 체이스는 실력이 좋았다.

이때까지 실수도 적은 편이었고.

똑같이 준결승에 진출했어도 다른 팀들에 비해 체이스를 향한 주목도가 월등히 높았다.

‘일단 준결승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지.’

대진표상 준결승에서 이긴다면, 결승에서 체이스를 만나게 될 터였다. 물론 이는 체이스 역시 준결승에서 승리한다는 전제지만.

그렇지만, 뭐든 예상대로 되지 않는 법이었다.

왜냐하면,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체이스가 준결승에서 패배하고 말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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