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아이돌 체육 대회 (2)
서하늘은 지금, 아이돌 체육 대회의 관중석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윈썸의 팬 석이었다.
그녀는 운 좋게 팬 석 사전 신청 선착순 안에 들어 이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거기에 함께 신청을 했던 친구 역시 선착순 안에 들어 함께 자리를 했다.
물론 소문대로 기다림은 길고, 만남은 짧았다. 무한정 기다림에 비해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짧으니 상당히 아쉬웠다.
‘하지만 애들이 이렇게 많이 와주니.’
그런 팬들의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멤버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팬 석에 자주자주 얼굴을 비춰주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 때면 아예 팬 석 앞에 자리를 잡고 같이 놀기도 했다.
“악! 세현이랑 은찬이 왔다!”
“악! 세현이랑 은찬이!”
딱지치기 종목이 시작되기 전,
우세현과 백은찬은 마찬가지로 팬 석을 찾았다. 그리고는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며 손을 들어주었다.
‘너무 귀여워!’
마음 같아선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안타깝게도 카메라는 허용되지 않았다.
“근데 세현이 실물 완전 쩔지 않아?”
“그러니까! 세현이가 화면빨을 안 받는 거 같아!”
“아, 진심 이 정도면 카메라를 부숴야 해!”
그녀의 친구는 그렇게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대화에 옆에 있던 다른 팬도 조용히 말을 보탰다.
“게다가 아까 우리 애 보고 타 팬들이 환호하는 거 보셨어요?”
“아! 맞아요! 전광판!”
체육대회 시작 전, 각 그룹별 입장이 진행되던 시점. 전광판에 우세현의 얼굴이 잡히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환호성이 체육관 안을 채웠다.
그와 더불어 어떻게 저렇게 잘생겼냐며, 주변에 있는 팬 석이 모두 난리가 났다. 그래서인지 우세현이 화면에 잡힐 때마다 매번 엄청난 크기의 환호성이 따라붙었다.
“세현이는 진짜 실물파인가 봐.”
“그러니까.”
물론 화면도 엄청나게 잘생겼다.
근데 실물은 더 잘생겼다.
그러니까 결론은 실물을 꼭 봐야 한다는 거였다.
이후 시행된 딱지치기 종목에서 아쉽게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은메달도 좋았다. 적어도 편집되진 않을 테니까.
“세현이가 어깨동무한 거 누구야?”
“음, 선빈이랑 하람이······?”
그녀는 열심히 망원경 비율을 맞춰보았다.
그 뒤로는 곧장 다음 출전 종목인 양궁이 시작되었다.
‘우리 애들은 어디까지 올라가려나.’
물론 나오기 전에 어느 정도 연습은 했겠지만, 신인인 만큼 이번이 첫 출전이었다.
같이 출전한 그룹들을 보면, 이전에도 양궁 종목에 몇 번씩 출전을 했던 선배 그룹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같은 신인 그룹이라고 하면, 빌리브 정도밖에 없었다.
“애들 어디까지 올라갈까?”
“글쎄. 그래도 최대한 높이 올라갔으면 좋겠는데.”
일단 대진운은 나쁘지 않았다.
유력한 우승 후보라 여겨지고 있는 체이스와도 결승전이 되어서야 만나게 되니까.
‘올해도 우승은 체이스인가.’
그녀는 순간적으로 옆 구역을 흘깃 쳐다보았다. 바로 옆 구역 좌석에는 체이스 팬들이 앉아있었다.
양궁이 시작되자마자 함성이 커지는 걸 보니 팬들 사이에서도 이 종목 금메달을 꽤나 기대하고 있는 듯 했다.
“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그 얘기에 서하늘은 곧바로 다시 경기장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우승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염원에 불과했다.
그걸 그녀 또한 잘 알고 있기에 우승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오래 살아남기를 바랐다.
‘제발 방송에 조금이라도 더 나올 수 있게!’
그렇게 그녀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 * *
휙!
“와!”
앞선 걱정과 다르게 윈썸은 꽤나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준결승까지 진출을 했으니까.
“대박, 이러다가 우리 애들 일 내는 거 아니야?”
“침착해, 침착해. 아직 모른다!”
점차 위로 올라갈수록 팬 석 또한 소란스러워졌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팬 석에만 한정된 이야기 같았다.
같이 올라가는 팀들이 막강해서 그런지 프로그램 MC를 포함해 다른 팀들도 윈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
양궁 종목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바로 우승 후보라고 점쳐졌던 체이스가 떨어지고 만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체이스 팬 석은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
팬들의 한숨 소리가 서하늘이 있는 곳까지 들릴 정도였다.
“이게 무슨 일이냐, 체이스가 떨어지다니.”
“그러니까. 솔직히 난 내심 우리 애들이랑 결승에서 만날 줄 알았는데······.”
이는 MC를 포함한 다른 팀은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까지 경악할 만큼의 일이었다.
“빌리브가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네.”
체이스를 이긴 상대팀은 다름 아닌 양한솔의 그룹 빌리브였다.
빌리브 역시 첫 출전인 만큼 그다지 기대감을 모았던 팀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러한 예상을 깨고 체이스를 이긴 덕에 갑작스럽게 다크호스로 급부상하였다.
[아! 새로운 다크호스의 등장인가요!]
MC는 빌리브를 두고 그렇게 칭했다.
그와 동시에 빌리브는 순식간에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어느새 우승후보로 대두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서하늘은 그런 빌리브를 이전보다 더욱 견제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빌리브의 결승 상대가 바로 윈썸이었기 때문에.
‘와씨, 우리 애들 결승 갔어!’
* * *
윈썸이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상대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게 작년에 동메달을 딴 팀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를 누르고 마침내 결승에 올라섰다. 그리고 그 순간 팬 석으로부터의 환호성은 가히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아아악! 우리 애들이! 우리 애들이!”
“결승 갔어요!”
“결승이구나!”
그에 따라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됐다.
동시에 긴장감 역시.
조금 전, 딱지치기에서 2등을 해서 그런가 이번만큼은 꼭 1등을 했으면 싶었다.
‘이번에도 2등이면 너무 슬프잖아!’
그렇게 서하늘은 두 손을 간절히 모았다.
[이제부터 남자 단체 양궁, 결승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
결승에 올라온 두 팀을 상대로 잠깐의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아, 올해는 이렇게 신인들의 대결이네요!]
[어떻게,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앞선 MC의 말에 윤도운이 곧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일단 결승까지 올라오게 되어 정말 기쁘고, 여기까지 올라온 이상 꼭 금메달을 따가겠습니다.]
포부 넘치는 다짐에 그런 윤도운을 향해 팬들은 크나큰 함성을 질러주었다. 그의 말대로 여기까지 온 이상 무조건 금메달이었다.
뒤이어 빌리브 역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마찬가지로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포부를 전했다.
[자, 그럼 과연 누가 금메달을 차지하게 될까요?]
[체이스를 이긴 신흥 다크호스 빌리브인가, 아니면 이를 막을 윈썸인가!]
‘와중에 우리 애들은 왜 그냥 윈썸?’
지금 이 순간, 서하늘은 그게 가장 거슬렸다.
애당초 전반적으로 분위기 자체가 다들 빌리브의 승리를 확신하는 모양새였다.
그것도 그런 게 아무래도 체이스를 이긴 팀이란 수식어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진짜 다크호스는 바로 우리 애들이라고.
뒤이어 고대하던 결승전이 시작됐다.
선공은 윈썸이었다.
선후공을 정하는 가위바위보에서 대표로 나온 우세현이 승리했고, 그 덕에 원하는 순서를 선택할 수 있었다.
화살을 쏘는 순서는 차례대로 윤도운-안지호-우세현 순이었다.
그리고 가장 첫 타자인 윤도운이 과녁을 향해 화살을 조준했다.
휙!
[Nine (9)]
9점이었다.
시작이 괜찮았다.
뒤이어 빌리브의 첫 번째 순서 멤버가 활을 잡았다.
[Nine (9)]
마찬가지로 점수는 동일했다.
뒤이어 각 그룹의 두 번째 순서 멤버들이 앞으로 나왔고, 각각 9점을 쐈다.
‘지금까지 모두 9점······.’
과연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발은 한 발.
이 한 발로 이번 세트의 승리가 결정된다.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세현이다, 세현이!”
“아, 우세현 역시 존잘.”
우세현이 화면에 잡히자 다시금 이곳저곳에서 작게 감탄했다. 경기 중이라 그런지 이전처럼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우세현은 조용히 활을 당겼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그대로 활시위가 놓아졌다.
이윽고 쏘아진 화살은 과녁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휙!
[Nine (9)]
“9점!”
“후······.”
내심 10점을 바라기는 했으나,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았다.
하지만 우세현은 이와 같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인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9, 9, 9.
총점 27점으로 일단 첫 세트가 끝났다.
다음은 빌리브의 차례였다.
빌리브의 마지막 멤버는 양한솔이었다.
‘10점, 10점만 안 나오면 된다.’
동점이면 나란히 1:1로 스코어를 가져가게 된다. 그러니 10점만 안 나오면 됐다.
그리고 다행히 그 염원은 이루어졌다.
[Eight (8)]
양한솔이 쏜 화살은 그대로 8점에 꽂혔다.
이를 본 양한솔이 아쉽다는 듯 작게 탄식했다.
[Score (스코어)]
[윈썸 : 빌리브 - 2 : 0]
그럼으로써 무사히 첫 세트를 가져오는 것에 성공했다. 기본적인 룰은 세트 스코어를 먼저 6점 따내는 팀이 최종 승리를 거머쥐는 거였다.
‘일단 첫 세트를 따냈으니 이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다음 세트는 빌리브의 차지가 되었다.
2 세트의 윈썸의 점수는 8, 9, 9
반면, 빌리브의 점수는 9, 9, 9 였다.
이로써 스코어는 2 : 2 동점.
곧바로 3 세트에 들어갔다.
결승이라서 그런지 이전 경기들보다 훨씬 더 옥신각신했다.
한발 한발 쏠 때마다 팬들의 가슴이 철렁이는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 주자인 우세현이 화살을 쏠 때면 이를 차마 보지 못하는 팬도 있었다.
그렇게 진행된 경기 속에 스코어는 어느새 5 대 3. 윈썸이 5점, 빌리브가 3점이었다.
“왜 이렇게 오래 하는 거야······.”
보는 사람 간 떨리게.
앞으로 남은 점수는 1점.
그러니까 여기서 한 판만 더 이긴다면, 금메달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약 진다면, 그대로 슛오프······.’
이번 판에서 진다면, 스코어는 5 : 5가 되고 이후에는 한 발씩 쏘는 슛오프가 진행될 예정에 있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여기서 이겨야 해!’
슛오프까지 가는 건 되도록 사양하고 싶었다. 애들도 애들이지만, 보는 사람 또한 심장 떨려 죽겠으니.
[그럼 마지막 세트 시작하겠습니다.]
이윽고 시작된 마지막 세트.
서하늘을 포함한 팬들은 모두 떨리는 마음으로 이를 지켜보았다.
마지막 세트여서 그런지 멤버들의 표정 역시 이전보다 꽤나 긴장되어 보였다. 그리고 시작 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더니 곧 가까이 모였다.
“뭐지? 애들 모였는데?”
“작전 회의라도 하나?”
이에 팬석은 잠시 웅성웅성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멤버들은 손을 모아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이어서 그 모습을 본 팬들은 곧장 함성을 질렀다. 비록 여기까지 소리가 닿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를 함께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경기.
곧바로 윤도운의 첫 화살이 이어졌다.
휙!
[Nine (9)]
9점이었다.
이를 확인한 윤도운은 침착하게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빌리브의 화살 역시 9점에 꽂혔다. 승부는 그대로 다시 원점이 되었다.
뒤이어 안지호의 차례.
안지호는 과녁을 향해 조용히 활시위를 당겼다.
[Nine (9)]
이번엔 9점.
총점 18점이었다.
충분히 괜찮은 점수임에도 불구하고, 안지호는 아쉬웠던 건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괜찮아, 아직 괜찮아.’
혹시 다음 빌리브의 멤버가 10점을 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됐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똑같이 9점을 쐈으니까.
이로써 다시 승부는 원점이 됐다.
그리고 마지막 우세현의 차례.
이때 경기장 안의 긴장감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있었다.
마치 우세현의 마지막 그 화살에 모든 것이 달려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기에.
저 화살 한 발에 이번 승부가 결정될 것 같다는 지켜보던 모든 이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 우세현이 활을 당겼다.
이어지는 과녁의 조준.
현재 경기의 중심에 서 있는 우세현은 그렇게, 조용하고도 침착하게 자신의 화살을 뿌렸다.
휙!
그렇게 손을 떠난 화살은 곧고도 정직하게 앞을 향해 뻗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