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아이돌 체육 대회 (3)
마지막 세트가 시작되기 직전.
나는 잠시 도운이 형과 안지호를 불렀다.
“왜?”
“기합 한번 다지고 가요.”
“기합?”
지금 이 세트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건 이미 모두가 느끼고 있는 바였다. 그렇기에 기합은 한 번 다지고 가고 싶었다.
어쩌면 마지막 세트가 될지도 모르니까.
“갑자기 뭔 기합이야?”
“그래, 기합 한번 다지자.”
“······.”
그러자 안지호가 잠깐 한숨을 쉬는 듯 하더니 얼마 안 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좋아, 오케이가 났군.
그 말에 나는 곧바로 손을 뻗었다.
“이렇게.”
“아아······.”
그걸 본 안지호가 잠시 고개를 숙였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래, 하자. 자, 지호야. 너도 손 모아.”
“······.”
그러더니 곧 안지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올렸다. 좋아, 만족스러워.
“구호는 어떻게 할 거야?”
“간단하게 파이팅으로 해요.”
“아, 좋다. 이제야 괜찮은 의견이 나왔네.”
모처럼 안지호도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대충 보니 요상한 구호를 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던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설마 요상한 구호를 할까.
“그럼 셋하면 파이팅하는 걸로 하자.”
그리고 앞서 도운이 형이 선창을 해주기로 했다.
“하나, 둘─”
“파이팅!”
그러자 곧 멀리서부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앞서 외친 구호 소리가 그다지 크진 않아 들리진 않았겠지만, 우리가 모인 것을 보고 응원을 해주시는 듯 했다.
그 와중에 안지호는 입만 벙긋한 것 같은데? 근데 그래도 뭐, 일단 기합은 다졌으니.
“자, 마지막 세트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5세트가 시작되었다.
첫 타자는 윤도운.
표정을 보니 꽤나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도운이 형.”
“아, 응.”
“긴장 말고 편하게 해요. 빗나가도 괜찮으니까.”
그러더니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리고 심호흡을 깊게 한번 쉬었다.
이후 윤도운이 쏜 화살은 그대로 중앙을 향해 날아갔다.
[Nine (9)]
“형, 잘했어요.”
차례가 끝나자 굳어있던 윤도운의 표정도 그때서야 조금 풀어졌다. 시작이 괜찮다.
다음은 안지호의 차례였다.
경기 내내 그다지 긴장되어 보이지 않던 안지호지만, 그대로 이번만큼은 긴장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안지호.”
“긴장 안 해.”
“아, 그래?”
응원해주려고 했더니만.
표정을 보니 정말로 긴장을 안 하는 것 같아 그냥 조용히 있기로 했다. 괜히 말 걸었다가 집중력이 무너지거나 하면 안 되니.
[Nine (9)]
정말로 긴장은 안 한 것인지, 10점에 가까운 9점을 쐈다. 조금만 더 갔다면 10점이었을 텐데. 조금 아까웠다.
이제 그룹마다 남은 발은 하나씩이다.
점수는 18점으로 아직까지 동점.
“세현아, 너무 압박감 가질 필요 없어! 점수는 생각하지 마! 그냥 쏜다는 생각으로만······.”
“10점 쏘고 와라, 10점.”
어째 말이 상반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일단 알겠다고 전했다.
그리고 지정된 자리에 섰다.
이어서 과녁의 정 가운데 부분을 향해 조용히 활을 당겼다. 뭔가 이전보다 과녁이 더 뚜렷해 보였다.
그리고 난, 그대로 조용히 활시위를 놓았다.
휙!
손을 떠난 화살은 그대로 빠르게 과녁에 꽂혔고, 그 순간 경기장 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요했다.
“대, 대박······.”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어서 나오는 점수.
[Ten (10)]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카메라 렌즈를 정확히 꿰뚫었다.
* * *
화살은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과녁 중앙에 설치되어 있던 카메라 렌즈에 꽂혔다.
동시에 엄청난 소리의 함성이 들림과 동시에 MC가 소리쳤다.
[카, 카메라 렌즈에 꽂혔습니다! 아, 엑스텐입니다! 그냥 텐도 아닌 엑스텐!]
곧바로 점수판을 확인했다.
총점 28점.
9, 9, 10 이었다.
‘일단 한숨 놓았나.’
할 수 있는 건 다 한 느낌이었다.
이제 남은 건 저쪽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
9점이었다면, 기다리는 동안 굉장히 쫄렸을 텐데 그나마 10점이라 다행이었다.
“세현아!”
자리로 돌아가자마자 도운이 형이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겼다. 옆엔 안지호도 함께였다.
“잘했다, 잘했어!”
“진짜로 맞출 줄은 몰랐는데.”
“심지어 카메라 렌즈를 맞췄어! 어떻게 딱 카메라 렌즈에 그게 꽂히냐?”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카메라 렌즈 맞췄었지. 근데 그거 혹시 내가 보상해야 하는 건가. 일단 내가 부숴 먹었으니······.
그렇게 카메라에 관해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빌리브 멤버들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쳤다, 카메라 뚫었어.”
“와, 방금 장면은 무조건 나가겠네.”
그와 동시에 양한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곧 다시 경기장이 고요해졌다.
이쪽은 끝났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은 채였다.
‘마찬가지로 10점을 쏘게 되면 그대로 슛오프. 그게 아니라면 이쪽의 승리.’
개인적으로 슛오프까지 가는 건 사양이었다. 부담감도 부담감인 데다가 5세트까지 오는 통에 집중력도 간당간당한 상태라.
그리고 경기장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을 그대로 양한솔에게로 향했고, 곧이어 양한솔은 화살을 쐈다.
휙!
마침내 화살이 과녁에 꽂혔다.
[Nine (9)]
9점이었다.
“세현아! 지호야!”
결과를 확인한 윤도운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안지호와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때 느낌이 제대로 왔다.
이건 바로 둥글게 둥글게 타임이라고.
[네! 이렇게 해서 5세트 28 대 27로 최종 금메달은 윈썸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결의 진정한 다크호스는 따로 있었습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둥글게 둥글게를 하는 와중에 경기에 대한 결과 안내와 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우세현!”
그러던 와중에 다른 멤버들도 우리가 있는 곳으로 급하게 달려왔다. 어, 이렇게 되면 다시 시작되는 건가.
그러니까 둥글게 둥글게가.
그리고 다시 한번 다 함께 한참을 다시 돌았다. 표정들을 보니 다들 상당히 신이 나 있는 게 보였다.
“팬들! 팬들한테도 가자!”
백은찬이 곧바로 팬 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둥글게가 끝나자마자 이번엔 팬 석으로 다 같이 뛰어갔다.
팬 석으로 다가가자 그런 우리를 향해 엄청난 함성을 보내주셨다. 이따가 금메달 가지고 또 와야지.
[지금부터 남자 양궁 단체전 시상식을 개최하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안 가,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도운이 형과 안지호와 함께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받은 메달은 정말로 번쩍번쩍했다. 물론 진짜 금은 아니겠지만.
“와, 이게 금메달이냐?”
시상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백은찬이 내 목에 걸려있던 메달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생각보다 빤딱빤딱한데?”
“너 걸을래?”
“엥? 니가 딴 거잖아. 너 걸고 있어.”
“내 이름 말고 우리 그룹 이름으로 받은 거잖아.”
나는 곧바로 걸고 있던 메달을 백은찬에게 건넸다.
앞서 말했듯이 그룹의 메달이기도 하고, 또 다른 멤버들은 각자 메달을 걸고 있는 것에 반해 백은찬만 아직 메달이 없었다.
혼자만 없으면 허전하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
“그러기엔 너무 메달만 보고 있는 거 아니냐?”
“흠흠.”
백은찬이 황급히 메달에서부터 눈을 뗐다.
이로써 우리는 딱지치기에서 은메달, 양궁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첫 출전치고는 타율이 상당히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종목은 하나.
바로 100m 달리기였다.
[지금부터 남자 100m 달리기 결승이 시작되겠습니다. 출전 선수들은 모두 준비 부탁드리겠습니다.]
뒤이어 안내 방송을 들은 백은찬은 그대로 갖고 있던 메달을 다시 내게 걸어주었다.
“걱정 마. 형이 금메달 또 따온다.”
아니, 도대체 누가 형이냐고.
그렇게 말하던 백은찬은 꽤나 자신감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백은찬은 그룹 대표로 남자 100m에 출전하게 됐다. 평소 우리 중에 달리기가 제일 빠르기도 했고, 워낙 순발력 같은 것도 좋아서.
그런데 어느 순간 쭉쭉 올라가더니 이윽고 결승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괜히 무리하다가 넘어지지 말고.”
괜히 욕심내다가 부상이라도 입으면 큰일이니까. 사실 메달이고 뭐고 가장 중요한 건 부상 없이 무사히 경기를 마치는 거였다.
딱지치기나 양궁은 부상 위험이 거의 없지만, 달리기 같은 경우는 혹시 모르니까.
“괜찮아. 안 넘어짐.”
그러더니 또다시 열심히 몸을 풀었다.
“은찬이 이제 출전해?”
“네. 이제 간대요.”
“다 같이 응원해요!”
그리고 우리는 레일의 주변에서 다 같이 백은찬을 응원하기로 했다. 남은 경기가 이제 이거 하나니 이게 끝나면 그대로 퇴근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리 없이 3등 안에만 안착했으면 좋겠는데.’
다 같이 메달을 목에 하나씩 걸었으면 해서. 분량은 뭐 앞에서 이미 많이 뽑았으니.
하지만 양궁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쉽지 않을 거라 예상됐다. 일단 같이 올라온 사람들이 쟁쟁하고.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해를 포함해 개인 단거리에서 3연속 1등을 거머쥐었던 선배가 이번엔 나오지 않았다는 거였다.
듣기로는 3연속까지만 하고 더 이상 출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하는데, 사실 다시 나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아무튼 일단 그 선배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행운이었다. 그 사람의 뒤를 이어 누가 1등을 하게 될지에 관해서도 나름 이목이 집중되고 있었고.
“자, 그럼 모두 준비해주세요.”
그때, 마침내 결승이 시작될 것 같은 낌새를 보였다.
백은찬은 3번 레일이었다.
정확히 딱 중간.
결승에 올라온 선수는 모두 6명이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각 레일의 선수들이 카메라에 잡혔는데 이에 백은찬은 꽤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브이를 해주었다.
[Ready.]
[삑!]
그리고 시작된 100m 달리기 결승전.
시작부터 4번 레일의 선수가 치고 나왔다.
‘백은찬은 2등.’
앞선 4번 레일의 선수와는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거리였다.
하지만 단거리인 만큼 초반 스퍼트는 상당히 중요했다. 그렇기에 50m 지점까지도 여전히 4번 레일의 선수가 가장 앞서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몇 명이 치고 나왔다.
[어어어, 이게 뭔가요? 순위가 이렇게 바뀌나요!]
50m 지점이 지나자마자 갑자기 뒤에서 치고 나오는 인원이 생겼다. 다들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가장 앞으로 치고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백은찬이었다.
[1등이 바뀌었습니다! 1등이 바뀌었어요! 윈썸의 은찬 선수가 1등입니다!]
‘백은찬이 1등!’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막판 스퍼트를 내는데 어째 지난 예선이나 준결승 때보다도 훨씬 더 빨라 보이는 모습이었다.
[네! 1등!]
[윈썸의 은찬 선수가 1등으로 골인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1등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금메달이었다. 미쳤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모든 카메라들이 백은찬을 향해 달려갔다.
그리고 백은찬은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다가온 카메라들에 웃으며 저마다 다시 한번 브이를 해주었다.
그러더니 곧 나와 멤버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야! 나 1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