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25화 (125/413)

125화. 밥 먹으러 갈래?

“백은찬?”

“어, 뭐야. 너 벌써 왔냐?”

방 안에서 나온 이는 다름 아닌 백은찬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된 건지 숙소에서 늘 보던 편안한 옷차림이다.

“너 왜 여기 있어?”

“아니, 나 있으면 안 되는 거였어?”

“그게 아니라 왜 지금 있냐는 소리였어.”

그러자 그 말을 들은 백은찬이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가족들이 오늘부터 지방에 있는 외가에 내려가신다고 하더라고. 보니까 나도 가기엔 시간이 애매하길래 난 그냥 조금 빨리 숙소로 온 거야.”

아, 대충 나랑 비슷하네.

나 역시도 부모님이 캐나다로 가시는 바람에 예정보다 일찍 숙소로 온 거니.

“그러는 넌 왜 이렇게 빨리 온 건데?”

“나도 너랑 비슷해. 부모님이 형 보러 오늘부터 캐나다에 가시거든.”

그러자 백은찬은 곧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근데 그럼 언제부터 왔던 건데?”

“오늘 아침?”

빨리도 왔네.

평소에 빨리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나는 그대로 들고 있던 가방을 거실 소파에 올려두었다.

“혼자 심심했겠네.”

“심심할 게 뭐가 있냐. 오히려 좋던데?”

그러고 보니 나가기 전에도 혼자만의 시간 어쩌고 했었지.

“밥은?”

“밥? 아, 자느라 못 먹었어. 숙소 오자마자 곯아떨어졌거든.”

“아예 안 먹었다고?”

“어떻게 보면 그렇지?”

아이고.

벌써 낮 3시구만.

그 말에 일단 주방으로 갔다.

“어, 뭐야?”

“뭐 만들 게 있나 해서.”

그러자 백은찬이 놀란 눈을 하고서 나에게로 다가왔다.

“밥 먹으려고?”

“너 안 먹었다며.”

“넌 먹었어?”

“점심은 아직.”

“그럼 같이 먹자!”

아이고, 깜짝이야.

갑자기 목소리가 커져서 놀랐다.

“그래, 그래. 같이 먹자.”

“뭐 먹을까? 뭐 먹을래? 뭐 있냐?”

“생각보다 뭐가 없어.”

어차피 다들 집에 가고 할 테니 숙소 냉장고에 따로 채워둔 게 없었다. 그냥 나가서 먹는 게 나으려나.

“근데 난 라면도 좋은데.”

“라면 말고, 그냥 나가서 먹을래?”

“아, 그것도 좋지. 외식 좋지.”

“아니면 시켜 먹어도 되고.”

생각해보니 나가서 먹는 것보다 시켜 먹는 편이 더 나을 것 같긴 했다. 괜히 사진 찍히는 것도 그렇고.

“나가서 먹으면 안 되냐? 오랜만에 외식 괜찮은 것 같은데.”

“어, 그래?”

“응.”

당연히 시켜 먹는 게 좋다고 할 줄 알았는데.

“그편이 좋으면 그렇게 하고.”

“좋아쓰. 그럼 나가서 먹자!”

그 뒤로 백은찬은 준비를 하고 오겠다며 빠르게 방으로 들어갔다.

‘근데 오늘따라 유독 밥 먹자는 말에 좋아하네.’

평소에도 백은찬은 밥 먹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더 그런 느낌이었다.

“야, 근데 우리 밥 먹고 좀 놀다가 올까?”

“그래. 그러던지.”

“VR 게임이라던가, 영화도 좋고!”

“그래. 그러자.”

그 말에 백은찬은 한껏 신이 난 모습이었다. 혼자 편했다더니 은근 심심했던 모양이다.

이후 밖으로 나가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메뉴는 돈까스. 숙소 근처에 자주 가던 돈까스 집이 생각나 거기로 가기로 했다.

밥을 먹고 난 뒤로는 그대로 영화관에 갔다. 평소에 자주 가던 곳은 연휴라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일부러 사람이 더 적은 조금 멀리 있는 영화관으로 갔다.

그때까지도 다행히 알아보거나 하는 이는 없었다.

“헐, 야. 우리 노래 나온다.”

“아, 그러게.”

도중에 카페에 갔을 땐 우연히 우리 노래를 듣기도 했다. 들려오는 곡은 최근 활동곡인 ‘Strayer’이었다.

“혹시 우리 팬이실까?”

백은찬이 한껏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조용히 소곤거렸다.

“그냥 우연 아닐까.”

그냥 최신곡 리스트대로 돌리는 곳도 많으니. 정해진 플레이리스트가 있는 곳도 있고.

그리고 때마침 앞서 들렸던 ‘Strayer’가 끝이 났다. 그런데 그 뒤로 또다시 익숙한 피아노 인트로가 들려왔다.

“야, 이거 ‘Black Sea’!”

어, 그러게.

또 우리 노래네.

백은찬은 그걸 듣자 기분이 꽤 좋았던 건지 곧바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헐, 야. 우리 벌써 목격담 떴어.”

“뭐?”

동시에 백은찬이 보고 있던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 제목 : ㅁㅊ 오늘 영화관에서 윈썸 세현, 은찬 봄

오늘 낮에 메가상자에서 우세현이랑 백은찬 봄ㄷㄷㄷ 보니까 영화보러 온 것 같더라고 근데 무슨 영화 봤는지는 모름ㅜㅜ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알아보는 사람 많지 않았고 나도 첨에 긴가민가함 근데 잘보니까 우세현 백은찬이더라고ㅜㅜ 싸인받고 싶었는데 영화시간 다되서 말은 못걸음ㅠ

└ 영화관에서 봤다고? 둘만 있었어?

└└ [글쓴이] : 응! 둘만 봤어!

└ 오늘부터 애들 휴가인 것 같더라 그래서 둘이 영화보러 갔나봄

└ 우리 동갑라인ㅜㅜ 휴일에 영화보러 갔나보네

└ 근데 인증 없어? 인증 없으면 좀 걸러들어야하는 거 아닌가

조금 전 영화관에 갔던 게 벌써 목격담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와 더불어서 간간히 길거리에서 찍힌 사진들도 SNS에 올라오고 있었고.

‘조금 일찍 돌아가야 할 것 같네.’

사진이 찍히기 시작하고, 위치가 뜨기 시작했으니 아무래도 오래 밖에 있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근데 저녁은 어떡할까?”

시간을 보니 슬슬 저녁을 생각할 때였다.

“야, 고기 먹을래?”

“고기?”

그리고 앞선 백은찬의 의견에 우리는 곧바로 숙소 근처 마트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오늘 저녁은 고기. 모처럼의 명절이기도 하니까. 당연히 밖에서 먹는 건 아니고 고기를 사서 숙소에서 직접 구워 먹기로 했다.

‘버섯이랑 쌈장이랑, 상추랑······.’

아무튼 여러 가지 것들을 샀다.

중간중간 과자 같은 것도 섞여 있었는데, 보아하니 못 보는 사이 백은찬이 은근슬쩍 껴 넣는 것 같았다.

“과자는 이제 더 가져오지 마라.”

“······.”

그랬더니 이제는 이전에 넣은 과자를 조용히 다른 과자로 바꾸곤 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고기를 구울 준비를 했다. 후라이팬에 고기가 올라가고 얼마 안 돼 어느새 숙소 안으로 고기 냄새가 가득해졌다.

백은찬과 난 식탁에 앉아 그대로 콜라 캔을 부딪쳤다.

“와, 고기 진짜 존맛이네.”

“그러게.”

“너 진짜 잘 구웠다.”

“그래, 칭찬 고맙다.”

그런데 구운 것도 구운 건데 고기 자체도 좋은 것 같았다. 역시 정육점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대로 사길 잘했네.

“아, 그거 들었냐? 우리 이제 곧 곡 작업 들어간다는 거.”

“들었어. 디지털 싱글?”

휴가 전 기획팀 팀장님으로부터 앞으로 나올 디지털 싱글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전해 들었다.

“겨울송 분위기로 갈 것 같던데. 캐롤 쪽이려나?”

“그렇지 않을까?”

발매 시기를 대충 11월 말에서 12월 초쯤으로 잡고 있던 터라 겨울 분위기의 곡으로 나올 듯 했다.

아무튼 휴가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디지털 싱글 곡 준비에 들어가게 될 것 같았다.

“다들 오랜만에 집에 가서 그런가? 어째 단체 톡방이 조용~하다.”

“그러게.”

어제 오늘 동안 올라오는 말이 없었으니.

매일 시끄럽던 방이 이렇게 조용하니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다들 오랜만에 가서 잘 쉬고 있나 보지. 원래 무소식이 희소식이잖아.”

“그렇긴 하지.”

그러면서 백은찬이 고기를 한 점 더 집어먹었다.

“넌 잘 보내고 왔어?”

“어? 나?”

“응.”

아무래도 남들 이틀 있을 때 하루 있다 온 거니까. 짧게 있어서 아쉽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다.

“나야, 뭐. 잘 보내고 왔지.”

그렇게 말하면서 백은찬은 옆에 있던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어, 뭔가 좀 반응이 떨떠름하네.

‘혹시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건가.’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대충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 이 이상은 더 나아가지 않기로 했다.

“근데 확실히 오랜만에 동생도 보고하니 좋더라고.”

“어? 동생?”

“엉.”

아니, 나 방금 화제 돌리려고 했는데.

어째서인지 갑자기 화제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너 동생 있었지.”

“엉.”

“몇 살 차이야?”

“2살 차이.”

얼마 차이 안 나네.

그럼 지금 17살인 건가.

“동생 이름이 서진이었나?”

“오, 기억하네?”

“응. 그때 한번 만났잖아.”

플온스 막방 때.

그때 분명 백은찬과 함께 만났던 걸로 기억한다. 더불어서 얼굴도 대충 흐릿하게 기억이 난다.

“둘이 사이가 좋았나봐.”

“응. 어렸을 때 거의 안 싸우면서 컸거든.”

“그래?”

조금 의외였다.

나이차가 적은 만큼 많이 싸우지 않았을까 싶어서.

“혹시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헐. 설마.”

“동생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고 본다.”

“지금 니가 동생이라고 동생 편 드는 거냐?”

“응.”

동생 입장은 또 다를 수도 있는 거니까.

물론 나도 형과 그렇게 싸우면서 큰 건 아니지만.

“아, 그럼 동생은 부모님이랑 같이 외가에 내려간 거야?”

“응. 그렇지.”

“그럼 너도 가고 싶었겠네.”

“······응, 뭐.”

뭐야. 왜 또 반응이 떨떠름해.

그러더니 곧 대답과는 다른 생각이 들려왔다.

[“오히려 별로 안 가고 싶었지.”]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앞에 있던 콜라를 몇 모금 더 마셨다.

‘뭔가 집안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반응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아무래도 화제는 다시 돌리는 게 나을 듯 했다.

“그러고 보니 하람이는 내려갔으려나.”

“아, 그러게. 내려갔으려나?”

그렇게 잠시 다른 화제가 오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고기는 모두 없어져 있었고, 마찬가지로 밥그릇도 싹 비워져 있었다.

“지금 몇 시지?”

“어, 7시?”

“야, 이따가 그거 해.”

“뭐?”

“컴플리트 박스.”

아, 오늘이 그날이었던가.

순간 잊고 있었다.

그리고 백은찬은 곧장 소파로 가 TV를 켰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굉장히 만족스럽단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역시 밥은 같이 먹어야 해.”

“갑자기 뭔 뜬금없는 소리야.”

“뭔가 같이 먹는 밥이 더 맛있는 것 같아서.”

고기가 맛있었던 게 아니고?

단순히 메뉴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 차이가 아닐까했다.

이후, 저녁 8시가 되자 가 시작됐다.

나 역시도 백은찬과 같이 소파에 앉아 같이 시청하고자 했다. 그나저나 이렇게 백은찬이랑만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지난번처럼 멤버들과 다 같이 보게 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했던 터라.

그보다 다른 멤버들은 지금 이게 하는지 알고 있기는 하려나. 다들 아마 기억하고 있지 못할 듯 했다.

일단 나조차도 잠시 잊고 있었으니.

“어, 야! 한다!”

그때, 옆에 있던 백은찬이 급하게 내 팔을 흔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화면이 전환되면서 곧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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