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올겨울 컴백합니다.
음원 발매일이 정해지고, 여전히 바쁜 일정이 계속됐다.
디지털 싱글이지만 음악 방송 활동도 1주가량 할 예정이었기에 그것과 관련해서도 연습해야 할 게 많았다.
곡의 경우 겨울 느낌이 물씬 나는 리드미컬한 감성 발라드로 정해졌다. 이른바 밝은 캐롤 느낌의 윈터송이었다.
그 밖에 컨셉 포토 등도 이전에 우리가 고안했던 느낌대로 하나하나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와우, 진짜로 홈파티 분위기 나네.”
백은찬은 곧 신기하다는 눈으로 촬영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앞서 백은찬이 말한 대로 뮤직비디오 세트장은 정말로 연말 홈파티 분위기가 물씬 났다.
풍선에 인형,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다양한 소품들이 촬영장을 꾸며주고 있었다.
하지만 세트장 내부가 전부 완벽하게 꾸며져 있는 건 아니었다. 왜냐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직접 꾸며야 했기에.
이번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이른바 ‘연말 홈파티를 준비하는 윈썸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준비 과정을 몇 가지로 나누어 각 멤버마다 담당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요리를 맡았다.
“세현이 형, 고생 좀 하겠네요.”
“고생이랄 것까지야.”
“메뉴는 뭐예요?”
“감바스. 거기에 고기도 굽고.”
“오오.”
처음 뮤직비디오 콘티를 전달받았을 때, 역할에 요리 담당이 있길래 그건 그냥 내가 하겠다고 먼저 자원했다.
다른 멤버들의 요리 실력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것 같아서.
“하람이 넌 뭐였지?”
“꾸미기 담당이요!”
그러더니 곧 가지고 있던 풍선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 바람은 안 넣은 상황이라 잘 모르겠지만, 대충 알파벳 모양인 것 같았다. 아마 ‘WINSOME’이겠지.
여기에 꾸미기 담당은 신하람 만이 아닌 차선빈도 함께였다.
“선빈이 형이랑 반반 나눠서 꾸미기로 했어요.”
“차선빈은 어디 담당인데?”
“선빈이 형은 트리 쪽이요.”
저쪽에서 차선빈은 준비된 트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아, 맨 위에는 별을 달 모양이네.
그 밖에도 선물 담당, 장보기 담당 등 각자 정해진 역할이 있었다. 아마 두 담당은 밖으로 장소를 이동해 촬영을 할 듯 했다.
“선물은 뭐 사올까?”
“선물? 아, 니가 선물 담당이었지.”
“엉.”
선물 담당은 백은찬이 맡았다.
이 또한 직접 자원한 바였다.
“근데 어차피 사는 척만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촬영만 하고 보통은 준비된 소품을 사용하니까.
“자연스러움을 위해 직접 고르고 사는 것도 괜찮다고 하시더라고. 감독님이.”
그렇군. 확실히 그것도 좋긴 하지.
“그래서 원하는 거 있음?”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그냥 니가 사고 싶은 거 사.”
“홈파티잖냐. 멤버의 의견을 수용해야지.”
상당히 디테일하게 들어가네.
하지만 당연하게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럼 그냥 목베개나 사와.”
“너 방금 되게 대충 말한 거지?”
어떻게 알았냐.
근데 목베개 좋지 않나.
멤버들 다 잘 쓸 것 같은데.
하지만 백은찬은 내 대답이 영 마음에 차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냥 하람이한테 물어봐. 난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
그리고 대충 하람이에게로 넘겼다.
하람이는 센스 있으니까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해주겠지.
그러자 백은찬은 일단 알겠다면서 마저 준비를 하러 떠났다.
그리고 나도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에 가보기 위해서였다. 사전에 미리 이것저것 파악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기본적인 건 다 구비가 되어있네.’
기본적인 걸 넘어서 없는 게 없는 수준이었다. 당연하지만 주방도 깔끔하고.
그리고 그러던 중, 문득 소품들 사이에 있는 케이크 트레이가 보였다.
“케이크도 장보기 팀이 사오는 거였지?”
“넹.”
홈파티에 없어서는 안 될 케이크.
그건 장보기 담당인 안지호와 도운이 형이 사오기로 했다. 정확히는 사전에 미리 준비된 걸 사오는 거지만.
개인적으로 생크림이었으면 좋겠네.
“세현 씨. 이제 촬영 들어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서둘러 앞치마를 맸다.
그러니까 시작컷이······.
“여기 양파를 썰어주시면 돼요.”
양파 썰기였다.
젠장.
그리고 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은 채 곧 조심스럽게 칼을 들었다.
* * *
그리고 얼마 안 돼, 올겨울 컴백을 알리는 공식 기사가 떴다.
[공식] IN 엔터테인먼트, “WINSOME, 오는 12월 1일 컴백 예정”
[단독] 윈썸, 올 12월 겨울송으로 돌아온다···데뷔 첫 디지털 싱글 발매 예정
- 헐 윈썸 3컴백 하는 거임?
- 12월 1일이면 우리 애 생일인데...?
- 대박 올해 이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는 구나!!!!!
- 아 근데 앨범 아니고 디싱이네 그래도 한번 더 나온다니 좋당ㅠㅠ
- 겨울송이면 캐롤 느낌이려나 기대된다
- 웬일로 IN이 열일을 하냐
갑작스러운 컴백 예고, 그리고 디지털 싱글 소식에 팬들은 꽤나 놀란 모습이었다.
여기에 음원 공개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터라 더욱더 놀란 듯 했다.
‘근데 이번엔 음원이 어떻게 되려나.’
디싱이긴 했지만, 그래도 성적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전보다 높은 것도 좋지만 그보다도 너무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계절 덕 좀 봤으면 좋겠는데.’
보통 이 시기쯤엔 겨울 관련 캐롤송들이 차트 재진입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이맘때 날씨가 추워질 때면, 다들 한 번씩 캐롤을 떠올리곤 하니까. 우리 곡도 마침 딱 그렇고.
그리고 음원 공개가 하루 남았을 시점,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이 업로드됐다. 이에 나는 시간에 맞춰 곧바로 영상을 확인했다.
[하얀 눈이 빛나는 순간 너에게로]
[WINSOME (윈썸) ‘Winter Dream’ MV Teaser]
약 30초가량의 짧은 티저였다.
그리고 티저의 마지막엔 이번 곡의 파트 한 소절이 등장하며 마지막 여운을 남겼다.
‘괜찮네.’
컨셉에 맞게 따뜻하게 연출되었고 영상미도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컨셉의 분위기와 전체적으로 유사했다.
- 윈썸 이번 곡 확신의 캐롤이다
- 미쳤다 벌써 노래 좋음
- 마지막에 세현이 목소리 나오는데 소름 쫙 끼쳤다ㄷㄷㄷ
- 컨셉 예쁘다 겨울겨울해
‘반응도 괜찮고.’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컨셉과 관련한 추론이 시작되고 있었다.
물론 좋은 의견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컨셉을 기대했던 이들의 불만도 드문드문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은 뭐 늘 나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반응은 대체로 호였다. 좋은 반응들이 훨씬 많았으니.
아무튼 이제 컴백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연습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분명 그래야 하는데.
그러한 와중에 아침부터 멤버들의 행동이 뭔가 이상했다.
“뭐해?”
“아, 깜짝이야.”
그런 내 말에 백은찬과 신하람이 마치 뭔가를 들킨 것처럼 움찔거렸다.
“뭔데 그렇게 놀라?”
“아무것도 아니에요. 게임하고 있었어요. 게임.”
“게임?”
“응. 게임.”
그러면서 급하게 폰을 집어넣는다.
“게임한다면서?”
“에이, 다 끝났어요. 방금.”
“아, 얘가 너무 못해서 금방 죽었네. 아이고, 아쉬워라.”
“무슨 소리예요. 형이 죽은 거잖아요. 아쉬워라.”
그러면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황급히 달아나는 백은찬과 신하람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데, 그 순간 차선빈이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곧 뜬금없는 걸 물어왔다.
“올겨울, 좀 많이 춥지 않아?”
“올겨울?”
“응.”
뭐지, 이 뜬금없는 대화 주제는.
하지만 일단 곧장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지. 춥지.”
겨울이니까. 당연히.
“그렇지, 확실히 추운 것 같지?”
“응.”
그러자 차선빈은 곧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이게 지금 무슨 대화지.
그리고는 다른 말 없이 쌩하니 또 가버렸다. 어째 아침부터 분위기가 이상한 게 영 석연치가 않았다.
모여 있다가 나를 발견하면 놀라는 것 하며, 뜬금없는 걸 묻지를 않나.
그러던 중,
회사 분을 통해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지?”
“네?”
“내일. 세현이 너 생일이잖아.”
아, 그랬었지.
잠깐이지만 잊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간 내일은 음원이 나오는 날이라 내내 인식하고 있던 터라.
사실 근데 생일보다는 음원 나오는 날이라는 것에 더 의의를 두는 게 맞는 것 같다.
어차피 생일은 매년 돌아오는 거고.
······라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알아 버리고 말았다.
[“내일 저녁에 파티.”]
[“세현이 생일 파티.”]
바로 멤버들의 생각이었다.
물론 읽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어쩌다보니 타이밍 맞게 들렸던 것뿐이었다.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니.
‘생일 파티······.’
대충 보니 그냥 일반적인 파티가 아니라 깜짝 놀래키는 그런 파티 같았다. 깜짝 파티.
그리고 벌써부터 놀랐다.
그런 걸 준비하고 있었단 사실에.
애초에 멤버들이 그런 걸 해줄 거라곤 생각도 안 했던 터라. 딱히 해줄 이유도 없었고.
‘물론 해준다면 고맙지만······.’
그만큼 생각해준다는 거니 받는 입장으로서는 당연히 고마웠다. 또 멤버들도 상당히 신나 보이고.
‘그러니 일단은 모른 척하자.’
깜짝 파티의 묘미는 보통 이 깜짝에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그냥 모르는 척해주기로 했다.
모른 척 하고 있다가 적당히 놀라면 되지 않을까.
아마 멤버들이 준비한 파티의 정확한 일정은 내일 저녁일 듯 싶었다. 앞서 읽은 생각에서도 그랬고.
그러니 난 그때까지 모르는 척 연기만 잘하면 되는 거였다. 음, 그래.
그리고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정신없이 하루가 갔고 숙소에 돌아오니 어느새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피곤하네.
그리고 곧바로 방에 들어가려는데, 그 순간 백은찬이 날 불러 세웠다.
“아, 우세현.”
“어, 왜?”
“너 내일 생일이잖아. 그래서 공식 계정에 축하글 남길 예정임.”
“그래.”
보통 멤버 생일 때면 다른 멤버들이 공식 계정에 축하글을 따로 올려주거나 했다. 나도 그랬고, 다른 멤버도 그랬고.
“아, 사진도 올린다?”
“그래. 올려.”
“히.”
그러더니 곧 웃는다.
뭐지, 갑자기 불안한데.
그래도 뭐 알아서 잘 셀렉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지금은 피곤해서 얼른 씻고 싶단 생각만 간절한 터라.
하지만 숙소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던 터라 차례를 좀 더 기다려야 했다.
“형, 세현이 형.”
“응.”
“오늘은 형 먼저 씻어요.”
“뭐?”
뜬금없이 신하람이 순서를 양보하고 나섰다. 갑자기 무슨 일이래.
“형 내일 생일이잖아요. 그러니 생일 선물!”
“아.”
그런 거냐.
그런 거면 감사히 받아야지.
그리고 곧바로 씻으러 들어갔다.
씻고 나면 잠이 좀 깨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잠이 더 쏟아졌다.
‘노곤하네.’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겼다.
지이이이이잉─
그때,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에 순간적으로 다시 눈을 떴다.
[형]
확인해보니 형이었다.
동시에 현재 시간이 보였다.
[202X.12.01]
[12:01 AM]
아, 잠깐 졸았나 보네.
어느새 12시가 넘어있었다.
이어서 형의 메시지를 확인해보려고 하는데, 그 순간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나면서 방문이 열렸다.
쾅!
“우세현, 생일 축하!”
?????????
아니, 잠깐.
왜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