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30화 (130/413)

130화. 오늘 여러 번 놀라네.

자정을 넘긴 시각.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멤버들의 생일 축하에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자, 이것도 하고.”

가장 앞에 있던 백은찬이 가지고 있던 고깔을 그대로 내게 씌웠다. 슬쩍 보니 ‘Happy Birthday’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 같았다.

“어, 야, 그러니까······.”

“야, 차선빈! 얼른 케익! 케익!”

그러자 곧 차선빈이 케이크를 빠르게 가지고 왔다. 가져온 케이크 위에는 ‘19’라는 숫자 초가 꽂혀 있었다.

“형들, 형들. 노래. 노래!”

“아, 맞다. 노래 부르는 걸 까먹었네. 야, 잠만 아직 초 불지 마라.”

“형이 선창할게.”

그리고 멤버들은 갑자기 생일 축하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라는 부분이 나오자 저마다 얼버무렸다. 거긴 왜 얼버무리냐.

“형, 이제 초 불어요! 초!”

“초 불어. 세현아.”

그리고 나는 그대로 살짝 초를 불었다.

“축하한다!”

“축하합니다!”

“어, 그래. 다들 고맙······.”

다-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백은찬의 기습 공격이 있었다. 그러니까, 크림 기습 공격.

백은찬은 크림을 살짝 묻힌 손을 그대로 내 얼굴에 찍어버렸다.

“원래 생일이면 이렇게 크림 한 번씩 묻혀주고 그래야지!”

“형, 미안요!”

그러더니 곧 신하람도 그대로 손에 묻힌 크림을 내 얼굴에 찍었다. 여기에 어느새 도운이 형까지 합세했다.

아니, 잠깐, 나 방금 씻고 나왔······.

“와, 재밌어 보인다.”

그렇게 안지호는 영혼 없는 목소리로 내게 크림을 찍었다.

그 와중에 왜 이렇게 많이 묻히는 거냐. 다른 사람이 한두 번 묻힐 때 얘는 혼자 세 번을 묻히고 있다.

“세현아, 여기 휴지.”

“아, 고마워.”

그래도 차선빈은 내게 크림이 아닌 휴지를 건넸다. 착한 놈.

“야, 어떠냐? 깜짝 놀랐지?”

“응. 아주 깜짝 놀랐다.”

설마 그게 오늘일 줄이야.

당연하게도 내일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있던 터라 더 놀랐다.

“근데 형 진짜 놀란 것 같더라고요. 아까 이렇게 들어오는데 눈이 이렇게 커지더라고요.”

“눈만 커졌냐? 동공도 흔들리던데?”

백은찬이 실실거리며 말했다.

동공이 흔들린 건 사실이라 차마 부정은 못 하겠다.

“근데 갑자기 웬 깜짝 파티야?”

“그냥. 이제 연말이고 하니 이런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아, 참고로 아이디어 제공자는 나야.”

백은찬이 뿌듯해하는 모양새로 말했다.

그래. 안 그래도 너일 것 같았다, 백은찬.

그래도 고맙긴 고마웠다.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걸 이렇게 신경 써준 거니까.

와중에 케이크까지 생크림으로 준비를 해줘서 더 좋았다. 와, 근데 딸기가 엄청 올라가 있네.

“고마워. 기분 좋다.”

“감동이냐?”

“응. 감동이네.”

“야, 잠만. 그럼 기다려봐라!”

그렇게 말한 백은찬은 곧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자, 선물.”

“선물?”

“왜 그렇게 놀라? 너도 내 생일 때 줬잖아.”

물론 그랬긴 했지만, 딱히 이렇게 다시 받을 걸 기대하고 준 건 아니었다.

“어, 지금 풀어?”

“엉. 당근이지.”

표정이 지금 당장 풀어보라는 표정이었다, 딱. 어째 나보다 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곧바로 포장을 풀었다.

멤버들도 내심 궁금했던 건지 포장을 풀자마자 모두 그대로 상자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상자 안엔 깔끔한 파란색 맨투맨이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너 평소에 이런 깔끔한 디자인의 맨투맨이나 후드 자주 입잖아.”

“어, 진짜다. 세현이 형 스타일.”

그 말대로 정말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이었다. 그림 같은 거 없이 깔끔한 디자인.

보니까 사이즈도 적절한 것 같았다.

마음에 들었다.

“고마워. 잘 입을게.”

그러자 백은찬이 살짝 웃었다.

“저도요! 저도 선물 있어요!”

이번엔 신하람이 선물을 가지고 왔다.

하람이의 선물은 볼캡 모자였다.

곧바로 모자를 써봤다.

“아, 역시 세현이 형은 얼굴이 작아서 그런지 바로 쏙 들어가네요.”

“고마워, 이것도 잘 쓸게.”

뒤이어 도운이 형과 차선빈은 나중에 따로 선물을 주겠다며 말을 전했다.

“아까 형한테 화장실 순서 넘기고 난 뒤에 아주 난리였어요.”

“아, 그때부터 준비했던 거야?”

“네.”

어쩐지 갑자기 순서를 양보한다 했더니.

“자정은 다 되어가지, 어떻게든 몰래 준비해야 하는데 이게 또 눈치 못 채게 해야 하잖아요.”

“맞아. 그 와중에 또 조심히 걷는다고 아주 난리였지.”

그러고 보니 무슨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워낙 비몽사몽인 상태여서 그리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동안의 멤버들의 파티 준비와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새 30분이나 훌쩍 지나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어?”

“이제 슬슬 정리해야겠는데.”

생각보다 꽤 지난 시간에 멤버들은 하나둘씩 나갈 준비를 했다. 내일도 연습실로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케이크는 냉장고에 넣어둘게.”

“응.”

차선빈이 들고 있던 케이크를 그대로 조심스럽게 챙겼다.

“야, 생축.”

“생일 축하해요, 형~”

백은찬과 신하람은 나가면서도 한번 더 인사를 했다. 이에 다시 한번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탁!

그렇게 멤버들이 나가고 나니 시끌벅적했던 방 안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방 안에는 어느새 나와 안지호만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처음 축하를 받았을 때부터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뭔가 정신없이 쌩하니 지나간 느낌이었다.

더불어 뭔가 좀 휑했다.

방금 전까지 꽉 찼던 공간이 텅 비었기 때문인지.

‘일단 정리를 좀 할까.’

받은 선물들도 정리하고 내친김에 세안도 하고 올까 생각해 몸을 움직이려는데, 안지호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야.”

“어, 왜?”

“선물.”

선물?

선물이라고?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니, 오늘 진짜 여러 번 놀라는데.

“뭐 해? 안 가져가고.”

“아니, 응. 그래.”

그렇게 포장된 상자 하나를 건네받았다.

이건 진짜 예상 못 했다.

안지호한테 생일 선물을 받을 줄은.

아니, 그보다 안지호가 뭘 줬을지 그게 더 궁금했다. 가늠 가는 게 전혀 없어서.

그리고 풀어보니 무드등이 하나 나왔다.

잠깐만. 무드등?

“어떻게 알았어?”

“뭐가?”

“그러니까 무드등.”

무드등은 요즘 내가 한창 사려고 고민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밤에 잠이 안 올 때 옆에 켜놓으면 좋다길래. 핸드폰 할 때도 편하고.

그래서 요즘 한창 가격도 비교하고 디자인도 비교하면서 이것저것 보고 있던 참이었다.

“니가 얼마 전에 물었잖아. 뭐가 낫냐고.”

아, 그러고 보니 물어보긴 했었구나.

구름 모양이랑 달 모양 중 무슨 모양을 살지 한참 고민을 했던 터라.

그리고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아직까지 사지 못하던 중이었다.

“고맙다. 완전 필요했거든.”

“그래.”

바로 켜봐야겠다.

“뭐하냐?”

“연결해 보려고.”

그리고 나는 서둘러 무드등의 코드를 연결시켰다.

팟!

“와.”

그대로 불을 켜자 별들이 별자리 모양대로 저마다 반짝반짝하게 빛을 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뻤다.

근데 이거 꽤 밝구나.

이따가 불 끄고 보면 더 예쁘겠다.

“안지호, 이거 진짜······.”

“······.”

설마 자냐?

그대로 설마 하는 생각에 다가가니 어느새 안지호는 곯아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들어 곧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40분.’

평소 안지호의 취침 시간에서 40분이나 지난 시각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이제껏 깨어있던 게 용했네. 평소에 12시가 지나자마자 잠들었던 걸 생각하면.

그리고 나는 켜놓았던 무드등을 그대로 침대 옆으로 조심히 옮겨놓았다.

이어서 조용히 불을 껐다.

그러자 침대 옆 무드등이 더욱 더 강한 반짝임을 보였다. 그리고 그걸 잠깐 보고 있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방을 나왔다.

······얼굴을 씻어야 했기에.

그렇게 나는 빠르게 화장실로 향했다.

* * *

씻고 나서는 잠시 거실에 머물렀다.

조금 전, 형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형]

: 생축

보니까 12시 정각에 와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답을 보냈다.

[우세현]

: 응 감사

그러자 바로 전화가 왔다.

형이 살짝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 답이 늦다.

“아, 미안. 정신이 좀 없었어.”

보낸 지 거의 1시간이나 지나 답을 했으니 확실히 좀 늦긴 했다.

─ 미역국은?

“한국은 일단 지금 새벽인데.”

─ 아침에 먹으면 되잖아.

“미역국 먹을 시간이 어딨어. 우리 오늘 음원 나와.”

─ 편의점에서라도 사서 먹어. 그래도 생일인데 미역국은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알겠어.”

일단 대충 대답했다.

굳이 안 먹어도 뭐.

─ 대충 대답하지 말고.

“봐서 사 먹을게.”

도중에 시간이 나면 대충 저녁쯤에 사 먹어도 될 것 같긴 했다.

─ 선물은? 갖고 싶은 거 있어?

“갖고 싶은 거? 딱히 없는데.”

이미 멤버들한테 많이 받았고.

생각나는 거라면 무드등 정도였는데 그것도 이미 받았으니 정말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

─ 그럼 형 마음대로 산다?

“잠깐. 그건 안 돼. 시간을 줘.”

─ 왜? 갖고 싶은 거 없다며.

“아니야. 있을 거야. 있겠지.”

그래. 있을 거다.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당황하는 이유는 예전에 형이 맘대로 내 생일 선물을 준다고 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 형이 알아서 잘 고를게.

“아, 잠깐만. 형 예전에도 그랬다가 웬 인형만 한 트럭 줬었잖아!”

초등학교 때, 갖고 싶은 생일 선물이 있냐는 형의 물음에 섣불리 ‘아무거나’라고 대답했다가 인형만 몇 박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 인형의 종류는 또 다양했다.

곰 인형, 토끼 인형, 사자 인형···모르겠다. 아무튼 다양했다.

물론 인형이 싫거나 한 건 아니었다.

문제는 그걸 몇 박스나 받았다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때 받은 인형은 아직까지 본가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였다.

─ 인형? 아아. 그거?

“그래. 그거.”

─ 왜? 인형 귀엽잖아. 너 초등학교 때고.

“귀엽긴 했는데···아니, 아무튼 안 돼. 그러니까 멋대로 사지 마.”

그렇게 형에게 신신당부를 해두었다.

멋대로 샀다가 또 아무거나 잔뜩 사 올라.

아니, 물론 그때 인형들은 귀여웠다.

숙소에도 한 마리 가져왔고.

─ 알겠어. 그럼 정해지면 말해.

그리고 다행히 의견 조율이 잘 됐다.

이걸로 조금 안심이 됐다.

이후 통화를 끝내고 난 뒤 그대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무드등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뭔가 이대로 잠들기는 아쉬운 마음에 팬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그곳에선 많은 분들이 생일을 축하해주고 계셨다.

- 세현아 생일 축하해!

- 윈썸의 겨울, 세현아. 생일 축하해!

- #행복한_우리의_겨울_우세현

- #Happy_Sehyun_Day

모두 감사한 글들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잠시 무드등을 켜 놓은 채로 팬 분들의 글을 하나하나 읽어갔다.

그러던 중에 백은찬의 축하글을 발견하기도 했다.

WINSOME @WINSOME_INENT

우세현 생일 ㅊㅋㅊㅋ

지금처럼만 자라다오

사진.JPG

#Happy_Sehyun_Day

#백은찬이생일을축하합니다

#진짜로축하하는거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이런 걸 올렸어.”

사진 셀렉이 영 형편이 없었다.

약간 개그가 섞인 사진이었다.

와중에 미안했는지 정상적인 사진도 함께 올렸다. 어쩐지 불안하다 했더니.

이후 계속해서 올라오는 생일 축하글을 읽다가 결국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마침내 그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저녁 6시.

바로 우리의 디지털 싱글 ‘Winter Dream’의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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