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Winter Dream
12월 1일 오후 6시.
윈썸의 첫 번째 디지털 싱글 음원과 함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한 서하늘은 급하게 너튜브에 접속했다. 하루 종일 6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던 그녀로서는 현재 1분 1초가 긴박하게 느껴졌다.
‘일단 노래가 좋아야 할 텐데.’
각 잡고 내는 앨범이라기보다는 스페셜 음원 느낌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음원 순위는 중요했다.
그리고 티저 영상을 본 결과, 분위기로 볼 때 이번에도 확신의 이지리스닝이었다. 거기에 캐롤 느낌이 가득한.
그야말로 계절에 딱 맞는 분위기의 곡이었다.
‘특히나 마지막에 세현이 파트 장난 아니었지.’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에 나온 우세현의 파트. 고작 한 소절임에도 불구하고 그날 SNS를 비롯한 팬 커뮤니티는 그로 인해 난리가 났다.
- 티저 마지막에 세현이 목소리 맞지? 목소리 진심 너무 좋아.....
- 마지막에 그렇게 끝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목소리 듣는 순간 그대로 기절하는 줄
- 세현이도 은근 목소리가 지문이야ㅋ 듣는 순간 세현이구나 했음ㅋㅋ
서하늘 역시 그 뒤로 뮤비 티저를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곡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더 커졌다. 그렇게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뮤직비디오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WINSOME (윈썸) ‘Winter Dream’ MV]
영상이 시작되자 곧바로 창문 너머로 하얀 눈이 내리는 풍경이 눈앞으로 그려졌다.
뒤이어 컷이 바뀔 때마다 홈파티 소품들이 저마다 하나씩 클로즈업 되었다.
난로 옆에 쌓여 있는 초록색 리본을 단 선물들, 벽과 창문에 달려 있는 풍선. 그리고 별을 단 크리스마스 트리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 동시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제각기 다른 모양을 한 6개의 스노우 볼이 그 순간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이어지는 곡의 인트로.
그리고 첫 파트가 시작되면서 이윽고 차선빈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Dream. 하얀 눈 속에 담긴 그 꿈]
[그 꿈은 곧 내 안에 소복이 쌓여와]
“X친, 선빈이 노래?”
시작은 다름 아닌 차선빈의 노래였다.
메인 래퍼를 맡고 있는 만큼 차선빈의 노래는 평소 곡 안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것이다.
- 대박 시작부터 선빈이 노래함
- 뭐? 선빈이가 노래를 한다고?
- 선빈이 음색 너무 좋아ㅜㅜㅜㅜㅜ
그리고 자신의 파트를 마친 차선빈은 이내 가지고 있던 커다란 별모양 트리 장식을 눈앞으로 한번 흔들어 보였다.
뒤이어 화면 컷이 전환되면서 선물 가게에서의 백은찬의 모습이 등장했다.
[그렇게 눈을 바라볼 때면]
[항상 설렘이 가득해져]
[마치 꿈을 꾸듯이 말이야]
이후 백은찬은 책이나 스노우볼 같은 소품들을 둘러보며 가게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리고 사이사이 풍선을 불며 집을 꾸미는 신하람과 트리를 장식하는 차선빈의 모습이 잡혔다.
뒤이어 후렴에 가까워지자 곧바로 요리를 준비하는 우세현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악! 세현이 요리!”
이를 보던 서하늘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 세현이 요리한다 ㅁㅊ
- 앞치마도 하고 있어ㅠㅠㅠ귀여워
- 하 너무 잘 어울려ㅠㅠㅠㅠㅠ
- 어쩜 저리도 능숙하냐
동시에 우세현은 차분하게 식기를 정리하거나 재료를 손질하면서 화면을 바라본 채로 웃어 보였다.
[하얀 눈이 빛나는 순간 너에게로]
[너에게로 가는 이 발걸음이 무겁지 않게]
- 티저에 나왔던 부분ㅠㅠㅠㅠ
- 아니 목소리 너무 사기잖아요
- 싸비 듣기 좋게 잘 뽑았네
- 세현이 목소리랑 잘 어울린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듯 이어서 함께 거리를 걷는 안지호와 윤도운의 모습이 등장했다.
두 사람은 한적한 거리를 걸으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고, 이내 티저에 나왔던 제과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 겨울 안에서 꾼 꿈]
[꿈속의 겨울 안에서]
[그 Winter Dream]
중간에는 비어 있는 케이크 트레이를 바라보는 우세현의 모습과 케이크를 고르는 안지호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두 사람만의 화음을 선보이기도 했다.
- 미쳤어ㅠㅠ 보컬즈 화음ㅠㅠㅠㅠㅠ
- 역시 안지호 음색이 사기네
- 둘이 더 붙어라 더더더더더
- 둘 다 노래 너무 잘해
그리고 곡이 후반부에 이르자 외출했던 멤버들도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멤버가 모이자 마침내 본격적인 홈파티가 시작되었다.
앞서 사 온 케이크를 자르거나 폭죽을 터뜨리는 등 그 흥겨운 분위기를 제대로 연출해내고 있었다.
[Winter Dream]
[새하얀 겨울 속의 장난]
[늘 이렇게 꿈을 꾸듯이]
그렇게 웃고 떠드는 멤버들의 모습이 한 장면 한 장면 클로즈업 되었고, 그 과정에서 곡은 조용히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나오는 6개의 스노우볼. 6개의 스노우볼이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했다.
“와, 스노우볼.”
이게 또 이렇게 나오네.
하지만 처음과 다르게 스노우볼 안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어, 잠깐만······.”
그때 서하늘은 화면 속 스노우볼 근처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금빛 회중시계였다.
- 뭐야 회중시계 뭐임?
- 저게 왜 저기서 나와?
- 쟤는 왜 맨날 어디선가 튀어나오냐
- 은근슬쩍 세계관 어필하는 건가
그리고 모두가 그에 대한 의문을 품을 찰나, 화면이 곧 어두워지며 다음과 같은 문구가 떠올랐다.
[WINSOME - Winter Dream]
[The End]
이어지는 까만 화면 속, 그 안에서는 반짝이는 눈송이 하나가 마치 흩날리듯 내려앉고 있었다.
* * *
“하, 떨려.”
“은찬이 형, 다리 그만 떨어요.”
“야이씨, 너나 손톱 그만 물어뜯어.”
그러자 신하람이 급하게 손을 내렸다.
앞으로 약 5분 뒤.
5분 뒤가 되면 음원 차트 업데이트가 있을 예정이었다.
곡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겨울에 듣기 좋은 노래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었고.
- 역쉬 겨울엔 캐롤이지ㅋㅋ 우리 애들 캐롤송 나와서 너무 좋다 흑흑
- 겨울 분위기 제대로 나서 좋은 것 같음 뮤직비디오도 예뻐
- 이번 겨울 내내 내 플리에 있을 곡이다 노래가 진짜 ㅈㄴ좋음
‘일단 진입부터 좀 올랐으면 좋겠는데.’
차트 진입 후 유지야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진입 순위의 경우 순수 팬덤 화력으로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진입 순위가 올랐다면, 국내 팬덤 역시 그에 따라 어느 정도 성장을 했다고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국내 팬덤의 규모를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한 것이다. 게다가 진입 순위가 높아야 차트 순위 상승도 더 수월하고.
“7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7시.
<자몽> 차트가 업데이트 됐다.
곧바로 나는 빠르게 새로고침을 하여 변경된 차트를 확인해보았다.
[NEW] 39위 : Winter Dream
- WINSOME (윈썸)
와.
차트를 확인하는 순간, 말이 안 나왔다.
“미, 미, 미쳤다!”
“왜요? 몇 윈데요! 저 아직 못 찾았어요!”
“와······.”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진입 순위의 상승이 어마어마했다.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인 ‘Strayer’의 진입 성적은 61위. 그에 비해 이번에 나온 곡의 진입 성적은 무려 20계단 이상 상승한 39위였다.
‘이게 무슨 일이냐······.’
보고도 안 믿겼다.
39위라니. 39위라니.
“야, 이거 차트 오류 난 거 아니지? 응?”
“아, 형 가만히 좀 있어 봐요! 정신없게!”
“아니, 이게 정신이 있을 수가 있어?”
“얘들아, 이거 39지? 93이 아니고?”
도운이 형의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아니야. 확실히 39다.
“형, 39위 맞아요.”
“39위야? 진짜?”
“됐구나!”
백은찬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그 탓에 조용했던 연습실이 순간적으로 웅웅 거리며 울렸다.
그 뒤로는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더불어 신이 난 매니저 형이 축하 기념으로 밑에 있는 편의점에서 주스를 사 오기도 했다.
하지만 주스를 다 마시고도 멤버들은 여전히 흥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그대로 기분이 잔뜩 업된 상태로 연습에 들어갔다.
그러다가도 시간이 나면 틈틈이 팬들의 반응과 차트의 변화를 살펴보기도 했다.
‘뭔가 크게 선물 받은 기분이네.’
팬들은 음원 순위와 함께 생일을 축하한다며 아직까지도 글을 많이 올려주고 계셨다.
아무래도 이와 관련해 팬 분들께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거기도 갈 생각이었고.’
본래 연습이 끝나면 생일 광고판을 보러 갈 계획이었다.
원래 오늘 내로 한번 방문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간 김에 인증 사진을 찍어 글이랑 같이 올리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보러 갈 광고판은 일부러 회사 앞이 아닌 적당히 거리가 있는 장소로 정했다. 괜히 사람이 몰리거나 하면 안 되니까.
“어, 너 광고 보러 가게?”
“응.”
“같이 가줘?”
“아니. 됐어.”
가뜩이나 피곤할 텐데 무슨.
하지만 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백은찬은 따라나설 준비를 했다.
“같이 가지 뭐. 마침 가는 길에 편의점도 들르려고 했었거든.”
뭐, 그래.
어차피 상관없었다.
그리고 나는 가지고 있던 목도리를 그대로 목에 둘렀다.
“어, 목도리 못 보던 거네.”
“차선빈한테 받았어.”
“아, 생일 선물?”
“응.”
오늘 아침,
차선빈이 내 방으로 찾아와 선물 하나를 건넸다. 바로 블랙 컬러의 머플러였다.
더불어서 도운이 형에게서는 비타민을 받았다.
“오늘 완전 생일 선물 컬렉션이네.”
백은찬이 웃으며 말했다.
확실히 그 말 그대로이긴 했다.
모자는 하람이가 준 걸 썼고, 옷은 백은찬이 준 맨투맨을 입었으니까.
그리고 예정대로 백은찬과 함께 광고판을 보러 갔다.
“오, 광고판 예쁘네.”
혹시 밤이라 어두워서 잘 안 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다행히 광고판에는 환하게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옆에 서 봐. 찍어줄게.”
“응.”
그리고 백은찬에 말대로 그대로 광고판에 옆에 섰다. 광고판에 걸린 사진은 지난 ‘Strayer’ 활동 때의 모습으로 그 밑으로 크게 생일 축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게다가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변 거리에 사람도 없어 사진 찍기도 수월했다.
“아, 잠만.”
“왜?”
“필터 좀 고르고.”
아니, 그냥 찍어도 되지 않냐.
하지만 백은찬은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어플의 필터를 고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백은찬을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그 순간,
[“@#[email protected]@#$있어.”]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곧바로 주변을 살폈다.
“뭐야, 왜?”
백은찬이 나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역시나 근처엔 아무도 없었다.
찰나이지만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히는 누군가의 생각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순간,
건너편에 있던 남성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남성은 이내 길을 건넜고 동시에 우리가 있는 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 야근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조금 전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그리고 남성은 다시 한번 우리에게서 천천히 멀어졌다.
“왜? 무슨 일 있냐?”
“아니. 아무것도.”
곧바로 남성에게 시선을 뗀 채로 다시 한번 사진을 찍는 것에 집중했다.
“그럼 이제···어, 야. 눈 온다!”
그때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 오는 첫눈이었다.
“올해는 눈이 좀 빠르네. 진짜 날이 많이 추워졌나 보다.”
“응. 그러게.”
그렇게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엔 어느새 안개가 잔뜩 껴있었다.
그리고 그걸 보며 나는 내리는 눈에 조금 오래 시선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