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32화 (132/413)

132화. 선곡을 해보자.

그날 이후,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앞서 남자의 생각이 들렸던 일과 관련하여.

시야에 잡히지도 않는 인물의 생각이 들렸다. 그것도 읽으려 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전에도 이와 같은 일이 한 번 있었다.

그러니까 화보 촬영 차 일본에 갔었을 때.

‘단순히 컨디션 문제일 거라 여겼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그게 아닌 듯 했다.

이번 같은 경우 컨디션도 멀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과 같은 일이 반복됐다. 여태껏 이런 일은 없었기에 더욱 신경이 쓰였고.

무엇보다 이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능력과 관련해서 뭔가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아니면 능력이 성장이라고 하고 있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니 잠깐 헛웃음이 났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성장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내가 무슨 소년 만화 주인공도 아니고.

애초에 지금에 와서 갑자기 성장이라니 터무니없는 소리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건 확실하지.’

그렇지만 이전과 뭔가 다르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달갑지 않게도.

변화고 성장이고 나에게 있어선 어느 쪽이든 전혀 달갑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 만도 벅차다고, 충분히.

‘혹시 이것도 온오프로 인한 건가.’

갑작스럽게 이러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에서 충분히 의심을 해볼 만 했다.

예전에 온오프를 했을 당시 잠깐이지만 몸에 변화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조만간 사자를 한번 만나러 가야겠군.’

이와 관련해서 아는 게 없는지.

사실 아는 게 있든 없든 불안한 건 매한가지지만.

“야, 세현아.”

“어, 왜?”

“너 아까부터 진동 울려.”

백은찬의 말에 나는 급하게 가지고 있던 폰을 확인했다.

‘아.’

보니까 메시지가 몇 개 와있었다.

보낸 이는 신도하였다.

[신도하 선배님]

: 한창 바쁠 때긴 하겠다

[신도하 선배님]

: 그럼 내년 초에나 가능하려나

지난번에 기약했던 밥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이전에 의 방송이 나간 이후 정말로 신도하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한창 이번 디지털 싱글 준비로 바빴던 상태였고,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기약되었다.

그렇게 미뤄지다가 오늘 한번 더 연락이 왔는데, 지금부터는 또 연말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었다.

[우세현]

: 네. 연초가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밥은 먹기로 생각했다.

계속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또 먹어야 이제 연락을 안 하지.

게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생일 때 축하 문자까지 왔다. 거기에 일부러 이번 활동 기간도 피해서 연락이 왔고.

그러니 역시 거절은 아니었다.

일단 먹기로 하고, 또 여기에 내가 사야지.

[신도하 선배님]

: 그래. 그럼 그때 보는 걸로 하자.

[우세현]

: 네. 메뉴는 선배님이 편하게 정해주세요.

메뉴 선정은 힘드니까.

은근슬쩍 신도하에게 넘겼다.

[신도하 선배님]

: 먹고 싶은 거 있어?

[우세현]

: 전 다 괜찮습니다.

실제로도 별로 가리는 거 없고.

[신도하 선배님]

: 그래. 그럼. 메뉴는 생각해둘게.

[우세현]

: 네. 그럼 연락 다시 드리겠습니다.

문자 보내는 것도 꽤나 기 빨리는 일이네.

역시 되도록 빨리 신도하를 만나야겠다.

“얘들아, 도착했어.”

그러던 중, 어느새 회사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는 서둘러 차량에서 내렸다.

오늘부터 시작해 한동안은 연말 시상식 무대 준비 기간이었다. 또 다시 바쁜 일상의 시작이었다.

* * *

매년 12월에 열리는 케이블 연말 시상식을 포함한 공중파 3사 무대. 이번에 우리는 이곳에 모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YNET과 같은 시상식에서는 신인상 후보에도 올라있었다.

신인상.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무게가 느껴졌다.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스케줄은 YNET에서 열리는 YNMA였다.

YNET의 YNMA는 매해 해외에서 시상식을 개최하였는데, 올해는 일본이었다.

그리고 요 며칠간 연말 무대와 관련해 기획팀이나 A&R팀 분들과 함께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선곡은 데뷔곡인 ‘재생(Replay)’과 최근 활동곡인 ‘Strayer’. 당연하지만 두 곡 모두 완곡은 아니었다.

앞선 ‘재생’의 경우 무대 시작 전 INTRO 형식으로 짧게 선보일 예정이었고 본무대는 ‘Strayer’을 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무대는 ‘Strayer’를 중점에 두고 꾸밀 예정이었다.

“연말 무대고 하니 편곡만 살짝 가미하는 것보다는 아예 새로운 느낌이 나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죠. 너무 똑같이 가는 건 재미없으니까요.”

요즘은 연말 무대로도 꽤 많은 유입이 생긴다. 그러니 그만큼 무대를 신경 써서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무대의 흐름에 대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저, 팀장님.”

“응. 그래. 선빈이.”

“중간에 댄스 브레이크 부분이요. 이 부분은 저희가 직접 안무를 짜고 싶은데요.”

본 무대 중간에 있는 댄스 브레이크.

곡 자체가 연말 무대 버전으로 편곡을 할 것이었기에 댄스 브레이크 파트 역시 원곡과는 조금 달라질 예정이었다.

“그래. 상관없어. 그렇게 하도록 해.”

“감사합니다.”

다행히 쉽게 컨펌이 났다.

이에 차선빈은 꽤나 기뻐했다.

아직 본 것 아니지만 어차피 잘할 거였기에 걱정은 없었다.

그 밖에도 정해야 할 게 많았다.

예를 들어, 커버곡 무대라던가.

연말 무대의 빠질 수 없는 선배 가수 커버 공연. 신인이었기에 이번에 우리도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무대를 할지에 관해서는 정해진 게 없었다.

보통 이런 커버무대의 선곡의 경우 방송국에서 직접 정해줄 때도 있었지만, 이번엔 우리 측에서 직접 선곡이 가능했다.

“커버곡 무대 선곡은 너희가 원하는 걸로 하면 될 것 같아. 편곡 방향만 회사랑 의논하고.”

의외로 선곡은 우리에게 맡겨졌다.

회사에서 정해준 걸 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래서 멤버들과 난 이를 의논하기 위해 한번 더 모였다. 회의실 안에서 윤도운은 곧 멀리 있던 화이트보드 하나를 끌어왔다.

“커버곡 선곡 말인데, 일단 각자하고 싶은 곡을 하나씩 말해보자.”

오늘의 서기는 윤도운이었다.

“요.”

“<날개>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와 동시에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1세대 명곡부터 시작해 각 세대 히트를 쳤던 노래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히트곡’이라고 하니 자연스럽게 루트의 몇몇 곡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건 당연히 패스였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지.

그리고 멤버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루트의 노래는 이야기하는 내내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세현이 넌?”

그러던 도중, 윤도운이 물었다.

하고 싶은 곡이라.

마침 생각나는 곡은 하나 있었다.

“전 디엔즈의 ‘Hello’요.”

“어? 디엔즈, 헬로우?”

“네.”

그리고 이를 들은 멤버들은 곧 표정이 밝아졌다.

“헬로우 좋지! 나도 그 노래 진짜 좋아했었는데.”

“저도요. 예전에 그거 나왔을 때 플레이 리스트에 맨날 넣고 다녔었는데.”

그렇지. 그 시절, 플레이리스트에 꼭 들어가는 노래였지.

디엔즈의 ‘Hello’는 밝고 청량한 분위기의 미디엄 댄스곡이었다.

이 곡의 원곡자 디엔즈는 올해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KY 엔터 소속의 남자 그룹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곡 ‘Hello’는 디엔즈의 두 번째 미니 앨범 곡으로 그 당시 꽤나 히트를 쳤던 곡이었다.

물론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대히트까지는 아니었지만, 누구나 제목은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추억의 명곡 이야기가 나올 때면 빠짐없이 회자되는 곡 중 하나니까.

“근데 생각해보니 이 노래는 커버를 별로 못 본 것 같다.”

“맞아.”

하지만 그렇게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다른 곡들에 비해 유독 커버가 적었다.

그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보컬의 레벨이 상당한 것도 그 이유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그런 것에 비해 수요 자체는 꾸준했다. 일단 곡 자체가 좋은 것은 변함이 없고 곡의 컨셉도 괜찮았기 때문에.

“근데 왜 이 노래를 하고 싶은 건데?”

“컨셉이 좋은 것도 있지만, 일단 보컬이 우리 그룹과 잘 맞는 것 같아서요.”

커버 무대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보컬이었다.

춤도 춤이지만, 일단 노래와 그룹의 보컬색이 맞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무대 퀄리티가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Hello’는 선곡으로 제격이었다. 컨셉이 밝고 청량한 느낌인 것도 좋고.

‘그리고 무엇보다 수요가 많지.’

커버 자체가 적지만 그만큼 수요가 많았다. 한마디로 이 노래를 커버해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였다.

그러니 이를 함으로써 화제를 끌고 오는 것도 좋고, 또 공급이 적다는 건 그만큼 새롭다는 거니 그 부분에서 좋았다.

“그럼 이 김에 헬로우 한번 들어보자.”

“어, 좋아요. 제가 틀까요?”

“응. 틀어.”

“와, 헬로우 진짜 오랜만에 들어본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멤버들과 다함께 헬로우 무대를 감상했다. 확실히 노래가 좋긴 좋다.

“아, 진짜 뭔가 추억인데.”

무대를 다 보고 난 뒤에도 백은찬은 여전히 추억에 젖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 곡으로 장기자랑이라도 했냐.

“예전에 이 곡으로 장기자랑 했었거든.”

진짜였구나.

몰랐다.

아무튼 그 뒤로 조금 더 의논을 한 끝에 이번 커버곡은 디엔즈의 ‘Hello’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연습, 그리고 또 연습뿐이었다.

본 무대와 더불어 여러 가지들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물론 하다 보면 또 금방 익숙해지겠지만.

다만 앞선 것과 달리 전혀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이 빌어먹을 능력이었다.

“어.”

“응? 왜?”

“형들, 오는 것 같아서.”

그리고 얼마 안 돼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이어서 그 문으로 댄서 형들이 들어왔다.

정신없는 와중에 또 다시 멀리 있는 이의 생각이 멋대로 들리는 일이 있곤 했다. 방금과 같이.

물론 빈번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따금씩 들리는 그 목소리들이 신경을 영 거슬리게 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때로는 목소리만 들릴 뿐.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을 때도 많았다.

연습 스케줄도 빡센 와중에 쓸데없는 일까지 생기니 더욱 짜증이 일었다. 집중이 안 되는 건 당연하고.

‘안 되겠다. 당분간은 오프.’

한동안은 오프 해놓는 게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 사이 예전처럼 온오프로 인한 몸의 이상이 나타나거나 한 적도 없었으니 이쯤 되면 몸도 어느 정도 적응했을 터였다.

그러니 당분간 꺼놓는 것 정도에 큰 무리는 없을 듯 했다.

[현재 상태 : OFF]

좋아.

이제야 좀 조용하네.

당분간 좀 꺼놨다가 나중에 다시 켜야지.

그렇게 연습은 계속되었다.

세상은 조용해졌지만, 음악 소리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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