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33화 (133/413)

133화. 연말은 정신이 없다.

커버곡 연습과 본 무대 준비 등 여러 가지 무대를 동시에 하다 보니 매일 매일이 정신없기 일쑤였다.

‘예전에 형이 연말 무대를 준비하면서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 알 것 같네.’

형은 항상 연말만 되면 유독 연락이 뜸해지고 바빠 보였다.

그래서 그때는 무대를 준비하느라 바쁘구나 하고 말았는데 막상 내가 그걸 경험하고 있으니 형이 어땠을지 대충 이해가 갔다.

“자, 여기서 동선 한번만 더 맞춰볼게.”

그나마 다행인 건 커버곡인 ‘Hello’의 경우 구성 안무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편이 아니었다. 대신 동선 같은 게 좀 복잡했지만.

여기에 생각했던 대로 노래도 좀 난이도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노래야 열심히 부르면 되니까.

그리고 편곡은 되도록 원곡을 살리는 방향으로 갔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곡을 억지로 다른 방향으로 편곡하는 건 아무래도 다소 위험했다.

어쨌든 그렇게 한동안 연습, 연습, 연습이었다.

“세현아. 오늘도 더 하고 갈 거야?”

“응.”

안무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 다른 멤버들에 비해 디테일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니 잠을 좀 덜 자더라도 연습 시간을 늘려야만 했다. 잠은 나중에도 잘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마저 연습을 하려는데, 차선빈이 그대로 가만히 나를 쳐다봤다.

“이 부분 좀 엉성하지?”

“엉성하진 않은데.”

“아니야. 봐봐. 이렇게.”

“팔 각도를 이렇게 90도에 가깝게 들면 더 괜찮을 것 같아.”

오, 그러네. 역시 차선빈.

아니, 아니지.

“아, 미안. 피곤할 텐데 얼른 가.”

“괜찮아. 나도 가기 전에 영상 한번 더 보고 갈까 했거든.”

그러더니 곧 태블릿 PC를 가져온다.

그리고 곧 나를 향해 손짓했다.

“아까 물었던 게 이 부분이지?”

“아, 응. 맞아.”

이후에 결국 차선빈과 같이 연습을 하게 되었고, 그날은 그렇게 같이 퇴근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그날 퇴근을 하면서 편의점에 들러 차선빈에게 딸기우유를 쐈다.

왜 딸기우유냐 하면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차선빈이 그걸 골랐다.

데뷔한 지 이제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춤은 아직까지도 나에게 있어서 자신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완성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다른 멤버들보다 더더욱 노력을 해야 했다. 혹여 발목을 잡지 않도록.

물론 노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커버 무대와 더불어 본 무대, 그리고 마지막에 출연자들이 모두 모여 부르는 출연자 단체곡까지.

이것들을 다 연습하려면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빠듯했다.

“야, 이거 보이냐?”

연습 도중, 백은찬이 뜬금없이 눈앞으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갑자기 뭔 소리야.”

“그냥 요즘 뭔가 상태가 별론거 같아서.”

상태?

“똑같은데.”

“어제 몇 시간 잤어?”

그 말에 잠시 고민했다.

4시간···아니, 3시간인가.

“적당히 잤어.”

그러자 백은찬은 곧 요상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설마 밤 샌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있겠냐.”

“음······.”

그리고는 곧 팔짱을 낀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게 맞았다.

‘확실히 좀 멍한 감이 있긴 하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어차피 자고 나면 금방 괜찮아질 테고.

게다가 나만 피곤한 것도 아니었다.

멤버들뿐만 아니라 댄서 형들도, 모두 다 피곤할 터였다.

“형들, 이것 봐요!”

“왜? 뭔데?”

그때 신하람이 보고 있던 화면을 멤버들에게 황급히 보여주었다.

“연말 커버 무대요. 체이스는 이 곡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건 바로 체이스의 연말 커버 무대 스포 관련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를 본 멤버들은 곧바로 화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 진짜? 이거 진짜야?”

“자세한 건 모르지만, 이미 그렇게 떠도는 모양인데요?”

체이스가 이번 연말에 할 커버 무대곡.

그건 바로 루트의 ‘MAIN’이었다.

* * *

루트의 ‘MAIN’.

이 곡은 웅장하고 세련된 비트의 댄스곡으로 루트 곡 중 가장 성공한 곡이자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이었다.

루트의 가장 전성기 시절 곡이었고, 또 그만큼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무려 그 해 연간 2위를 차지한 곡이니까.

그도 그럴게 ‘MAIN’은 일단 노래가 자체가 잘 빠졌다. 발매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멜로디 라인 자체가 여전히 세련되게 느껴졌으니까.

컨셉은 수트 의상의 정제된 섹시 컨셉.

상당히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바여서 그 당시에도 컨셉에 대한 반응이 꽤 좋았다.

- 체이스 루트 메인 커버한다는데 이거 진짜일까 제발 구씹아니길 ㅜㅜ

- 와 루트 메인? 체이스랑 찰떡이네

- 진짜? 진짜 메인이야? 아 제발!!!!!

- 근데 또 메인이야? 이건 어째 매년 커버하는 것 같음ㅋㅋ

다만, 유명곡인 만큼 이 곡을 커버한 그룹의 수는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이 곡을 커버하는 그룹은 나왔다. 그만큼 노래도 컨셉도 좋았기에.

하긴, 애초에 체이스라면 루트 곡을 커버할 것 같긴 했다. 아무래도 같은 소속사이고.

또 개인적으로 과연 체이스가 어떤 식으로 이 곡을 커버를 할지 궁금하긴 했다.

‘그러고 보니 이 곡도 노래가 어렵기로 유명했었는데.’

특히나 곡 후반 부분, 클라이막스에 있는 신도하의 고음이 유명했다. 그래서인지 곡의 중요 포인트로 주로 꼽혔고.

물론 커버 무대의 경우 라이브가 아닌 재녹음한 음원을 틀지만, 이 부분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무대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결정할 터였다.

- 신도하 고음 부분 ㅈㄴ 기대된다 조금 걱정되긴 한데 잘하겠지?

- 체이스 메보 노래 잘해? 신도하 부분 웬만해서는 힘들 텐데

- 아 이 노래하면 우도현인데ㅠ 우도현 완전 컨셉 찰떡이었음

- 이 노래는 우도현이 젤 잘 살림 컨셉 자체가 우도현 맞춤이야

└ 정확히는 우도현 얼굴이지ㅇㅇ

└ 기럭지도 포함이지 수트빨 오졌음

└ ㅇㅈ 메인 우도현은 깔수없음

그리고 체이스 커버 무대 관련 스포가 도는 동안 커뮤니티와 SNS에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오르내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원곡이 회자되면서 루트의 ‘MAIN’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와중에 간간히 내 이야기도 나왔다.

- 나만 이 곡 우세현 버전으로 보고 싶냐

└ 나도 보고 싶어........

└ 참각막이구나 나도 보고 싶다

└ 세현이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ㅠ

- 메인 이 곡 왠지 우세현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안해주겠지?ㅠ

- 신도하 부분 우세현이 부르는 거 보고싶다

어쨌든 체이스는 이로 인해 연말 무대에 대한 확실한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그 화제는 얼마 가지 못했다.

왜냐면,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우리의 커버곡 스포가 풀려버렸으니까.

- 제목 : 윈썸 커버곡 ㅅㅍ

이번에 윈썸 디엔즈 헬로 커버 예정임

└ 뭐? 디엔즈 헬로?

└ 이거 ㄹㅇ이야? 헬로? 헬로라고?

└ 미쳤다 헬로라고? 너무 좋은데

└ 헬로를 드디어 누군가 커버를 해주는 구나ㅠㅠ

- 윈썸 헬로 커버 실화냐?

- 와 헬로라니 뭔가 신박하다ㅋㅋ

- 헬로 얼마만이야 이거 노래 너무 좋은데

- 왜? 그동안 헬로 커버 많이 안함?

└ ㅇㅇ 내 기억엔 거의 없을걸

화제는 한순간에 ‘Hello’로 기울었다.

그간 커버 보기가 힘들었던 헬로를 누군가 커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 근데 이 노래 보컬 제대로 못살리면 영 꽝일 텐데

- 윈썸 보컬은 어때? 괜찮음?

- 이거 메보가 굉장히 중요한데 잘할려나

그리고 당연하게도 보컬에 관한 얘기도 나왔다.

화제를 가져오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을 했으니 이제 남은 건 그 화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였다.

다시 말해, 무대 잘하기.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이 화두에 다시 한번 체이스의 커버가 얹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올해의 커버 무대의 관한 관심은 우리와 체이스에게로 한껏 쏠렸다.

- 이번에 커버 무대들 겁나 기대되네

대충 그런 글들이 눈에 띄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팀이 더 잘할지 그런 걸 기대 하고 있는 거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욱 빡세게 해야 했다.

‘내일은 좀 더 일찍 나갈까.’

공연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앞으로는 조금 더 일찍 연습에 들어갈까 싶었다. 빨리 가서 보컬 연습도 더 하고.

그리고 그날 저녁, 매니저 형에게 부탁해 멤버들보다 조금 더 일찍 숙소를 나서기로 했다.

그런 김에 오늘은 조금 일찍 취침에 들어갈까 했는데, 잠들기 직전 안지호가 내게 물어왔다.

“내일 일찍 나가냐?”

“응. 아마.”

“같이 가.”

“뭐?”

예상치 못한 말에 순간 놀랐다.

“너도 일찍 가려고?”

“응. 보컬 연습 좀 하게.”

안지호 역시 보컬이 꽤나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그래, 같이 가면 좋지.

“그래. 같이 가자.”

그리고 다음날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안지호와 함께 연습실로 출발했다.

‘한산하네.’

도착하고 나니 회사는 꽤나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직 출근 시간 전이라 그런가.

‘근데 눈이 좀 무겁다.’

그래도 어제는 꽤 잔 것 같은데.

어째 평소보다 눈이 좀 감겼다.

“야, 나 잠깐 화장실 좀.”

“그래.”

중간에 안지호는 잠시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난 먼저 연습실에 가 있기로 했다.

“어, 세현이?”

“팀장님.”

그렇게 연습실로 향하고 있는데, 중간에 신인 개발팀의 박선호 팀장과 마주쳤다.

그리고 인사를 하자 박선호 팀장은 곧 반갑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연습하러 온 거야?”

“네.”

“아침 일찍부터 열심히네.”

“아니에요.”

사실 그렇게 따지면 박선호 팀장도 출근이 빨랐다. 연말이라 일이 많으신가.

“보니까 이번에 준비하는 무대, 멋있다고 다들 말이 많던데.”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나도 엄청 기대하고 있어.”

그 말에 그저 웃어 보였다.

그래 주신다면 감사하지만.

“그래서인지 홍보팀도 요즘 고생이고.”

홍보팀?

박선호 팀장이 그렇게 홀로 흘리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저 혼잣말에 불과했는지 그 이상 이야기가 뻗어나가지 않았다.

‘정확히 뭔지 알고 싶은데.’

그리고 나는 그대로 앞에 있는 박선호 팀장의 생각에 조금 더 집중했다.

[현재 상태 : OFF]

아, 맞다.

지금 나 오프 상태였지.

그리고 이를 깨닫자마자 곧바로 상태를 변경했다. 오프에서 온으로.

이내 상태창이 몇 번 깜빡이더니 곧 앞에 있는 글자가 ‘OFF’에서 ‘ON’으로 바뀌었다.

[현재 상태 : ON]

동시에 박선호 팀장의 생각이 들려왔다.

[“요즘 무대 스포로 하도 난리여서, 원.”]

아, 그 얘기였군.

확실히 커버 무대도 그렇고 무대 관련으로도 스포가 한창 돌아다니는 시기였다.

“그럼 수고해.”

“네.”

그리고 나는 마저 인사를 전한 뒤, 곧바로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그 뒤로 몇 발자국 정도를 걸어갔는데,

그 순간, 갑자기 머리가 핑 돌았다.

“······어?”

삐이─

동시에 귀에서부터 강한 이명이 들려왔다.

‘뭐야, 이거······.’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니, 어질어질하다 못해 중심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강한 현기증이었다.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 순간 나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벽을 짚었다.

그때까지도 머릿속에서는 꺼지지 않는 이명이 질기게도 울려대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상 증상.

하지만 이는 분명 전에도 경험해본 적이 있는 그 증상이었다.

‘능력······.’

이건 분명 오프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지난번에 오프를 한 이후 대략 2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어떻게 보면 고작 2주다.

고작 몇 주에 불과한데 이건 마치 몇 달은 오프 상태로 있던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순간적으로 강한 짜증이 일었다. 이 X 같은 능력.

‘아, 젠장.’

아직까지도 어질어질했다.

마치 초점이 안 맞춰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일어서보려는 순간, 다시금 머리가 핑 돌았고 어지러웠다.

그러한 와중에 근처에서부터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일어나야 해.’

시야가 혼동했지만 일단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해봤다. 하지만 역시나 소용이 없었다.

동시에 얼마 안 가 소리는 가까이서 멈추었다. 그리고 곧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세현.”

안지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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