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잘 준비했으려나.
서하늘은 지금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이제 곧 YNMA에 입장해야 할 시간이었기에.
그녀에게 있어서 시상식은 처음이었다.
애초에 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하는 시상식을 제가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궁금했다.
윈썸의 이번 시상식 무대가.
데뷔 후 첫 시상식 무대임과 동시에 커버곡 무대까지 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건 정말 현장에 직접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서하늘은 바다를 건너왔다.
이 일본까지.
‘근데 쓸데없이 한국 시상식을 왜 일본에서 하는 건지.’
정말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주최측은 아마 이 정도의 규모 있는 시상식이라는 걸 과시하고 싶은 모양이겠지만, 그런 것 따위 제 알 바 아니었다.
“하늘아, 이쪽 게이트로 입장이래!”
“응.”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그녀는 친구와 함께였다. 지난 아이돌 체육대회에서도 함께 한 덕친, 그러니까 덕질을 함께하는 친구였다.
“이번에 멜로우들 좀 왔으려나.”
“한국도 아니고 일본이라서. 그래도 많이 왔으면 좋겠는데. 애들 기도 살려주고.”
“그러니까.”
가까운 일본이라 하더라도 외국은 외국이었다. 그래도 대충 둘러보니 윈썸의 슬로건을 든 사람들이 간간이 보였다.
이어서 게이트 입장줄을 서니 주변으로 체이스의 팬들이 보였다.
‘체이스 팬들도 꽤 많이 왔네.’
체이스의 팬, 오브젝트를 상징하는 응원봉이 여기저기서 꽤나 눈에 띄었다.
“이번에 애들 루트 커버 무대······.”
“메인 컨셉 완전 멋있잖아!”
동시에 체이스의 무대와 관련해서 떠드는 소리가 서하늘이 있는 곳까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체이스도 커버 무대로 기대가 많았지.’
마찬가지로 커버 무대를 보일 체이스.
그것도 무려 루트의 ‘MAIN’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애들 무대도 만만치 않지.’
이와 관련해서 기대를 받고 있는 건 윈썸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선곡이라면 이쪽도 꿀리지 않았다. ‘Hello’ 역시 명곡이었으니까.
그러니 결국 무대 싸움이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무대를 잘할지.
아니면, 두 팀 다 좋은 무대를 보여줄지.
결국 무대를 잘하는 팀이 더 많은 박수를 받게 될 터였다. 그리고 서하늘은 그게 윈썸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야, 하늘아. 근데 이번 무대, 혹시 편곡 같은 것도 좀 했을까?”
“편곡?”
“응. 본 무대.”
아, 본 무대.
보통 연말 시상식 무대에서는 활동곡을 조금 더 특별하게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 특별함의 범위는 그룹마다 천차만별이었다.
일반적인 음악 방송 무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준비하거나 혹은 댄스 브레이크 부분만을 새롭게 재구성해 전체적인 구성을 변형시키기도 했다.
반면, 아예 곡을 새롭게 편곡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무대를 준비하고 구성하는 건 전반적으로 소속사의 몫이다. 이렇듯 소속사마다 연말 무대의 준비 정도는 저마다 달랐다.
‘IN이 준비를 잘했을지 모르겠네.’
기왕이면 제대로 신경 쓴 티를 팍팍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거기에 헤어나 코디에도 힘 좀 줬으면 하고.
‘아마 무대는 를 하겠지.’
그게 가장 최신곡이었으니까.
이왕이면 조금 새로운 무대 구성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때 멈춰 있던 입장줄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하늘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발을 움직였다.
* * *
일본 나고야돔에서 열린 202X YNMA.
지금 이곳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띤 함성이 돔 안을 채우고 있었다.
“네. 현재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202X YNET MUSIC AWRADS. 다음은 요즘 아주 핫한 그룹이죠, 체이스 분들이 준비한 아주 특별한 무대가 있다고 합니다!“
“네. 어떤 무대죠?”
“네. 그건 바로 레전드 그룹의 커버 무대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지는 환호성.
이 함성의 크기는 앞으로 나올 무대에 대한 기대감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체이스? 체이스 커버지?”
“응! 체이스 커버!”
이에 서하늘은 살짝 긴장을 풀었다.
이윽고 쏟아지는 조명과 함께 무대 위로 체이스의 멤버들의 등장하였다. 그리고 시작되는 ‘MAIN’의 인트로 전주.
인트로 전주가 시작되자 이전보다 더욱 함성이 커졌다. 그에 맞춰 첫 파트를 맡은 체이스의 이화준이 곧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곧 다른 체이스의 멤버들 역시 세련된 비트 위에서 강하고도 부드럽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확실히 체이스가 춤을 잘 추는구나.’
그렇게 체이스의 커버 무대를 보다가 든 생각은 그거였다.
루트의 ‘MAIN’의 안무는 격한 안무는 아니었지만, 살리기 어려운 춤으로 유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이스는 그 느낌을 꽤나 잘 살리고 있었다.
이에 서하늘은 잠시 반응을 확인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반응은 앞서 그녀가 느낀 것과 유사했다.
- 오 체이스 진짜 춤 잘 춘다
- 체이스는 확실히 춤구멍이 없음
- 연습 많이 한 티가 남
- 여기 메댄이 이화준이지?
- 표정들이 좋네
‘역시 사람 생각하는 건 다 똑같네.’
그리고 그녀는 계속 무대를 감상했다.
이어지는 후반부의 초고음.
사전녹음한 음원이기에 라이브감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과연 이를 어떻게 소화해낼지 다들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너와 나의 메인 스토리 속─]
고음은 그렇게 뻗어 나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격동적인 안무.
- 아 고음 아쉽다
- 저기 되게 어렵나보다 커버 때마다 임팩트 있게 한 걸 못본 것 같아
- 저 부분 원래 어려워 신도하가 잘한거임
- 내가 볼 땐 그냥 체이스 보컬들이 다 별로인 듯
반면 보컬적인 부분에서는 반응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물론 커버인 만큼 원곡보다 보컬적으로 나을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다만, 기대치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무대로 인해 사람들은 저마다 실망감을 내비쳤다.
‘음, 보컬이 별로긴 해.’
춤은 확실히 멋졌다.
오차 하나 없이 딱딱 떨어지는 안무에 빡센 군무.
하지만 그에 비해 보컬은 앞서 초고음 파트를 포함해 이렇다 할 임팩트 하나 없이 밋밋했다.
[MAIN]
짧았던 체이스의 커버 무대는 그렇게 끝이 났다. 동시에 크나큰 함성이 한번 더 들려왔다.
그때까지도 커뮤니티에는 방금 전 체이스의 커버 무대와 관련된 글들이 활발히 올라오고 있었다.
- 생각보다 별로임
- 보컬이 안 맞는 건가 별론데
- 역시 원곡은 못 따라 간다
- 루트 모여서 한번 무대 했으면
- 루트가 괜히 루트가 아니다
어느새 이야기는 루트의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려 하고 있었다.
공연을 그 뒤로도 계속됐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서하늘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무대가 마침내 도래했다.
“네, 이번에도 아주 특별한 분들이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바로 윈썸 분들의 무대입니다.”
꺄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짧지만 환호성이 들렸다.
그리고 그 환호성 안엔 서하늘의 함성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 지금 바로 만나볼까요?”
동시에 그녀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어두웠던 무대가 천천히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무대가 환하게 밝아졌을 때쯤, 윈썸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헉! 세현이 헤어밴드했어!”
“뭐? 세현이 헤어밴드?”
원곡 ‘Hello’의 의상 컨셉을 따라 윈썸 역시 야구잠바나 후드티 등에 헤어밴드나 볼캡을 착용했다.
여기에 의상 컬러를 핑크와 블루로 맞춰서 나름의 통일감을 주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인트로.
하지만 ‘MAIN’과 다르게 경쾌하고도 신나는 비트의 멜로디가 무대 위를 울렸다.
동시에 둥굴게 모여 있던 멤버들이 순간적으로 펼쳐져 대형을 이루었고, 그 가운데서 신하람이 홀로 중앙으로 나왔다.
파트의 시작은,
신하람이었다.
[Hello, My Lover]
[시작되는 이 멜로디에]
[내 마음을 전해]
볼캡 모자를 뒤로 쓴 신하람은 그대로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이어지는 3 : 3으로 분리 되는 안무에서는 우세현과 안지호가 각각 대형의 중심에 서 한번씩 파트를 주고받았다.
뒤이어 대형은 빠르게 변화하는 듯 하더니 순식간의 후렴의 포인트 안무 대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후렴 파트의 노래는 전반적으로 우세현이 맡았다. 이에 따라 우세현은 대형 중심에 가까이 서 자신이 맡은 파트를 선보였다.
[Hello, 그날의 인사를 전할게]
[네가 날 잊지 않도록]
‘와, 목소리 너무 잘 어울린다.’
앞서 나오는 우세현의 목소리에 서하늘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고 있었다.
라이브는 아니었지만, 그냥 목소리 자체가 이 곡 맞춤이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마지막 고음 파트에 가서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Hello’에도 마지막 후렴 파트에 지르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우세현은 이를 아주 매끄럽게 해내었다.
“애드리브는 세현이가 만든 것 같지?”
“응! 그런 것 같아!”
거기에 자신만의 애드리브는 살짝 넣었다.
근데 또 그게 굉장히 잘 어울려서 마치 원곡에도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에는 푸른 하늘의 배경의 VCR과 함께 핑크색 눈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엔 뒤에 있던 차선빈이 앞으로 치고 나왔고 그와 동시에 멤버들은 크게 점프를 했다. 이를 추는 멤버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가벼웠다.
이윽고 반주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마지막엔 비트에 맞춰 멤버들이 한 명씩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노래가 끝이 났을 땐, 멤버들은 다시 한번 모여 화면을 향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 * *
“존잘!!!!!!!!!!”
앞서 커버곡 무대가 끝이 나자 서하늘은 앞에 보이는 무대를 향해 순간적으로 그렇게 소리쳤다.
“진심, 미쳤어! 왜 이렇게 잘해?”
“너무 잘 어울려서 진짜!”
춤은 물론이고 노래도 이 정도면 꽤나 만족스러웠다. 춤도 춤이지만 노래가 가장 인상이 깊었다.
멤버들의 목소리가 대부분 곡과 잘 어울렸고, 또 곡의 포인트를 잘 살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보컬의 중심에 있는 건 다름 아닌 우세현이었다.
노래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메인 보컬이 중심을 탄탄하게 잡아주니 느낌이 더욱 살 수밖에 없었다.
- 윈썸 헬로 커버 진짜 좋았다
- 컨셉 완전 착붙이다ㅠㅠ 다들 존잘
- 춤도 좋은데 노래가 생각보다 괜찮았어
- 윈썸 메보가 노래를 잘 살린 듯
- 원곡 분위기 그대로 살려서 좋았다 포인트 안무들도 그때 그 느낌 나고
‘이거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은데?’
보는 눈은 정말 다 똑같은 건지 대부분이 비슷하게 말하고 있었다.
‘집에 가자마자 다시 봐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서하늘은 곧장 보고 있던 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어쩌면 이대로 ‘Hello’가 역주행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무대 본 무대 하나 남은 거지?”
“응응.”
이제 남은 윈썸의 무대는 본무대 하나였다. 그리고 아마 그 무대는 신인상 수상 이후에나 할 듯 했다.
‘우리 애들이 신인상이겠지.’
솔직히 이미 이름을 새긴 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애초에 맞으니까 부른 거겠고.
막상 그렇게 생각하니 서하늘은 제가 더 떨려오는 것 같았다. 우리 애들이 신인상이라니, 신인상이라니!
그리고 그렇게 한창 오른 열기를 이내 잠시 식히고 있는데, 그러한 도중 다음과 같은 MC의 멘트가 있었다.
“그럼 올해의 신인상, 그 시상을 지금부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순간, 서하늘은 곧바로 부채질을 멈춘 채로 앞에 보이는 화면에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앞에 보이는 화면엔 올해 신인상 후보들이 한 명 한 명 등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