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노래가 중요하지.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커버 무대가 끝나자마자 급하게 무대에서 내려온 탓에 숨을 돌릴 새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응, 어때요?”
대기실에 돌아오자마자 매니저 형에게 물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건 바로 그거였다. 반응이 괜찮은지.
“반응, 이거다.”
이에 매니저 형은 곧 우릴 향해 웃으며 엄지를 세웠다.
“정말요? 반응 좋아요?”
“얼마나 좋은데요? 진짜 좋아요?”
“그래, 진짜 좋다니까.”
그 말을 들은 백은찬과 신하람은 신이 났는지 곧바로 폰을 찾아 나섰다.
나 역시도 폰을 들었다.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 윈썸이랑 헬로랑 컨셉 잘 맞는듯 근래 커버 이렇게 잘한 거 처음 봄
- 윈썸 커버 진짜 잘했다 보는 내내 흐뭇하게 봄
- 윈썸 이번에 커버 반응 좋네 아직 못봤는데 그렇게 잘했어?
└ ㅇㅇ 존나 잘했어
└ 특히 노래가 대박임 꼭 봐바
- 윈썸 보니까 솔직히 커버는 춤만 제대로 추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노래도 중요한 듯
└ 당연하지 춤 잘춰도 노래 별로면 맥아리 없어서 별로더라
└ 이거 맞음 춤도 중요한데 노래도 중요
- 여기서도 그룹 메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인다 메보가 잘하니까 노래가 확 살음
└ ㅇㅈ 그리고 우세현은 신인 중에 보컬 탑티어임
└ 우세현 보컬이 사기긴 하지ㅋㅋ
└ 일단 성량부터 씹사기
정말로 반응이 괜찮았다.
그리고 그걸 보다 보니 어느새 숨이 찼던 것도 다 잊어버렸다.
“세현 씨, 수정이요. 수정.”
“아, 네.”
이에 나는 빠르게 메이크업 수정에 들어갔다. 서둘러 다시 가수석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정이 끝나자 곧바로 멤버들과 함께 가수석으로 향했다.
지정석이 아닌 모든 출연 가수들이 섞어 앉아있던 터라 자리가 나는 데로 앉아야만 했다.
하지만 출연진들이 꽉 차 있던 터라 자리가 꽤나 비좁았다. 그래도 일단 앉긴 했지만 확실히 불편한 감은 있었다.
그런데 문득 옆에 있던 차선빈이 보였다.
끝에 앉아있어서 그런가.
엄청 불편해 보였다.
동시에 비좁아 보였고.
“바꿔줄까?”
“아니, 괜찮아.”
차선빈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다른 그룹이 빨리 준비하러 갔으면 좋겠네. 자리 좀 땡기게.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다른 그룹의 무대를 감상했다.
이후 얼마 안 돼, 올해의 신인상을 발표할 시간이 되었다. 이어지는 MC의 멘트.
“그럼 올해의 신인상, 그 시상을 지금부터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인상.
그 단어 하나에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아마 다른 멤버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했다. 신인상이란 건 원래 평생 한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니까.
“그럼 그 후보,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그리고 긴장되는 마음속에 눈앞에 보이는 화면을 차분히 응시했다.
화면 속에는 다양한 후보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당연하지만, 우리 역시 그 안에 있었다.
[WINSOME]
[- 재생 (Replay), Strayer]
동시에 함성이 이전보다 조금 커졌다.
준비된 후보 소개가 모두 끝나자 곧바로 수상 발표에 들어갔다.
“202X, YNET MUSIC AWARDS. 올해의 신인상은······.”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 * *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생각이 아닌 실제 목소리들일 것이다.
신인상이 발표되기 직전,
공연장 안은 잠시 소란스러웠다.
사실 이 공연장의 풍경은 내게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매년 TV로 봐왔으니까.
‘옛날 생각나네.’
순간 예전 생각이 났다.
루트, 그러니까 형도 저 길을 걸었었는데.
그때의 그 장면이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 생각에 잠시 감았던 눈을 떴다.
그때 TV를 통해 보았던 그 장면이 지금 마치 내 눈앞에 재현이 되는 듯 했다.
“올해의 신인상은 바로······.”
“윈썸. 축하드립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큰 함성이 들려왔다.
동시에 카메라가 들어왔다.
멤버들과 나를 향해.
그리고 이내 가장 끝에 있던 차선빈부터 시작하여 우리는 수상 트로피가 있는 저 너머로 조금 빠르게 걸어갔다.
하지만 거기까지 걸어가는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간 봤던 것보다 훨씬 더 길고도 먼 길이었다.
그때까지 함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은 채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선 건, 리더인 윤도운이었다. 그리고 준비한 수상소감을 하나하나 차분히 전했다.
멤버들은 모두 눈물 흘리는 사람 없이 모두 밝게 웃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눈물보다는 기쁨이 앞섰다.
너무 기쁜 나머지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말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한 멜로우, 다시 한번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까지 준비한 소감을 다 전한 뒤, 다시 한번 다 함께 그룹 인사를 전했다.
“Keep in mind, 윈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멤버들과 난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반짝이는 트로피와 함께.
“와, 진짜 안 믿겨.”
백은찬은 여전히 놀란 눈을 하고선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게 약간 받을 것 같긴 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이름 불리고 그러니까 느낌이 또 다르네.”
“그래요? 전 그냥 기분 좋던데.”
옆에서 신하람이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무대 위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분이야 당연히 좋지. 근데 또 기분이 좋기도 한데, 뭔가 막 벅차오르고 그래.”
백은찬은 꽤나 감격을 한 모양이었다.
근데 사실 감격을 안 할 수가 없지.
무려 신인상인데.
‘나중에 트로피 사진 찍어야지.’
형하고 엄마, 아버지한테 보내게.
예전에 형은 큰 상을 받을 때마다 늘 가족들에게 사진을 보내주곤 했었다. 그때마다 괜히 내가 상 받은 마냥 좋아했는데.
“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냐?”
“어, 아니.”
“트로피 뚫어지겠네.”
아, 그건 안 되지.
응. 뚫어지면 안 되지, 우리 소중한 트로피.
“얘들아, 준비 서둘러야 해.”
신인상 수상 이후에는 순서상 곧바로 무대에 들어가야만 했다.
바로 본 무대.
그렇게 트로피를 잠시 대기실 한 편에 내려놓은 채 멤버들과 난 다시 한번 무대에 오를 준비에 나섰다.
* * *
신인상 시상이 끝난 이후,
그 다음 무대는 곧바로 윈썸의 무대 차례였다.
이에 서하늘은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긴장되는 마음을 풀기 위해 잠시 SNS를 살펴보았다.
- 윈썸 신인상 ㅊㅋㅊㅋ
- 하긴 올 신인 중엔 윈썸 밖에 받을 사람이 없긴 하지
- 윈썸 성적이 어떤데? 잘 나옴?
- 이때다싶 올려치기는 하지 말지
- 윈썸 성적 신인 아니더라도 개 잘 나온건데 올려치기는 무슨ㅋㅋ
‘역시 성적 얘기 안 나올 리가 없지.’
어떠한 상이든 수상을 할 시 반드시 나오는 말 중 하나가 바로 ‘그래서 쟤네 성적이 어떤데?’였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역시 그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마 금방 사그라들 거라 생각되었다. 왜냐면, 반박할 수도 없을 만큼 성적이 넘사라서.
아니나 다를까, 그러한 글들을 어느새 묻히고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바로 본 무대였다.
“야, 야! 이제 시작하려나 봐!”
“뭐? 시작이야?”
이에 서하늘은 급하게 폰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무대에 집중했다.
‘혹시 재생도 짧게 해주려나?’
데뷔곡이었던 재생도 짧게 선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대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드디어 조명이 사라지며 어둠이 깔렸다.
무대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였다.
댕댕댕댕─
똑딱똑딱똑딱.
그 순간,
시계 초침 소리와 함께 무대 중앙으로 거대한 VCR 시계가 하나 나타났다.
‘대박! 재생도 해주려나 보네!’
시계의 초침 소리가 들리는 순간, 서하늘은 그걸 확신했다.
동시에 시계 아래로 한 명의 멤버가 나타났다. 차선빈이었다.
무대 위에 나타난 차선빈은 그대로 흘러가는 시계 초침 소리에 맞춰 솔로 댄스를 선보였다.
차선빈의 움직임은 마치 자로 잰 듯이 초침 소리와 딱딱 맞아떨어졌다.
이어서 재생의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부드럽고도 잔잔한 선율이었다.
동시에 차선빈의 뒤로 백은찬과 신하람이 등장했다.
그렇게 차선빈을 필두로 세 사람은 감성적인 인트로에 맞춰 단체 안무를 선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한번 종소리가 울렸다.
댕댕댕댕─
어느새 VCR 속 시계의 분침은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이를 신호를 하듯 무대 위가 한순간에 밝아졌다. 이어서 준비되어 있던 문에서부터 나머지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함성 소리는 공연장을 더욱 크게 채웠다.
그런데 그 순간,
이를 보던 서하늘은 잠시 놀랐다.
멤버들의 뒤에 있는 VCR의 모습이 뭔가 좀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저거 과자집이야?”
“어, 과자집 같은데?”
“근데 왜 다 저렇게 녹아있어?”
화면 속 VCR로 나오고 있는 과자집의 모습은 평상시와 달리 꽤나 뭉개져 있었다. 마치 호러 영화에 나올 것 같이.
“···그러고 보니 코디도 좀 다르네?”
뭔가 다른 건 코디 역시 마찬가지였다.
‘Strayer’ 활동 당시 입었던 컬러풀한 의상과는 반대로 지금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 멤버들은 모두 골드로 수놓아진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헐, 세현이 피어싱!”
“뭐?”
그렇게 본 화면 속 우세현은 정말로 한쪽에 검은색 피어싱을 하고 있었다.
우세현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화려한 액세서리를 저마다 하나씩 착용했다.
‘뭐야? 연말이라고 코디 신경 좀 썼나?’
느낌이 바뀐 코디에 이렇게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쯤, 이윽고 곡의 전주가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이전과는 달랐다.
본 전주였던 통통 튀는 느낌이 아닌 웅장한 분위기의 인트로가 무대 위를 채웠다.
‘Strayer’의 잔혹 동화 버전이었다.
잔혹 동화 버전으로 편곡된 ‘Strayer’는 전체적인 멜로디는 이전과 동일하지만, 비트를 조금 더 추가해 더 웅장하고 세련된 느낌이 들도록 했다.
[Where am I?]
시작되는 우세현의 첫 소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낮게 깔렸다.
여기에 퍼포먼스 요소도 조금 더 추가했다. 중간에 있던 댄스 브레이크 부분을 편곡하고 길이를 더욱 길게 빼 멤버 각각의 페어 댄스를 선보였다.
차선빈과 백은찬,
신하람과 윤도운,
안지호와 우세현의 순서로 멤버들의 페어 댄스가 차례로 화면에 등장했다.
그리고 안지호와 우세현의 페어 댄스가 끝날 때쯤, 다시 한번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듯한 사운드가 들려왔다.
그 순간, 우세현이 앞으로 치고 나와 마치 톱니바퀴를 반대로 돌리는 듯한 안무를 선보였다.
그에 맞춰 사운드는 마치 역행하는 듯한 소리를 내었고, 이내 ‘Strayer’의 본 멜로디의 후렴으로 돌아왔다.
곡의 분위기가 한순간에 변화했다.
그 순간, 공연장 안의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치솟았다.
[나를 한번 믿어봐
그 길이 곧 천국일 테니
그렇게 다시 한번
Go on, Go on!]
그렇게 차선빈을 필두로 본 대형대로 춤을 추는 와중에 우세현의 쏟아지는 고음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곡의 마지막엔 처음과 마찬가지로 다시 새로 편곡된 웅장한 비트가 깔렸다.
[Where am I.]
그대로 그 파트를 마지막으로 멤버들은 저마다 한 명씩 클로즈업이 잡혔고, 끝으로는 우세현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면서 무대는 엔딩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