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40화 (140/413)

140화. 날씨가 참 춥다.

지난 약속과 관련하여 신도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결과,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무래도 낮보다는 저녁 시간이 편하고, 또 스케줄상 저녁밖에 맞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메뉴는 당연히 신도하가 골랐다.

그렇게 정해진 메뉴는 바로 한식이었는데, 이견이 없기에 좋다고 말하였다.

도착한 장소는 압구정에 있는 어느 한식집. 유명 한식집이라도 되는 건지 외관부터 엄청났다.

그리고 이곳에서 오늘 난, 신도하와 만날 예정에 있었다.

“장소 찾기 힘들지 않았어?”

“아뇨,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건물이 워낙 멀리서부터 눈에 띄어서.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내부 인테리어 역시 꽤나 화려했다. 여기에 모든 테이블은 프라이빗룸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나저나 한식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도현이가 한식 좋아하니 너도 좋아하지 않을까 해서 여기로 한 건데.”

“네. 저도 좋아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

이어서 신도하는 미리 나온 둥굴레차를 한 모금 마셨다. 어느새 방 안은 둥굴레차의 향으로 가득했다.

“예전에 도현이랑도 여기 몇 번 온 적 있거든. 입구에 보면 싸인도 걸려 있어.”

“아, 봤어요.”

입구 근처에 있는 연예인 싸인 구역.

아니, 싸인 구역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쨌든 그곳엔 벽 전체가 싸인 액자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메뉴판이 왔다.

잠시 살펴보니 일단 메뉴의 종류 자체가 상당히 다양했다.

“코스로 어때?”

“코스요?”

“응. 다양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이에 코스 카테고리로 가 잠시 메뉴를 살폈다. 그래, 맛있긴 맛있어 보인다만.

‘가격이 어마어마하네.’

아무래도 여러 종류의 음식들이 나오는 것이다 보니 다른 것들에 비해 가격이 상당했다.

“한우 코스, 이걸로 먹을래?”

그 와중에 신도하는 가장 비싼 한우 코스를 골랐다. 잠깐, 이거 가격이 어떻게······.

[72,000원 / 1인분]

72,000원?

순간 놀랐다.

확실히 비싸긴 하구나.

‘그래도 어차피 사려고 한 거······.’

이왕 돈 내기로 한 거 가격은 굳이 생각 안 하기로 했다. 그래, 앞으로 가격이 보일 땐 눈을 반만 뜨도록 하자.

“한우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이걸로 하자.”

그리고 그대로 메뉴판을 덮었다.

그래도 한우라니까 맛은 있겠지.

“그래서, 방송은 잘 봤고?”

“네. 편집이 꽤 잘 된 것 같더라고요.”

반응도 괜찮고.

확실히 우승한 보람이 있다.

“나도 방송 봤는데, 멋있게 나왔더라고.”

“아, 네. 멋있으셨죠.”

“아니, 세현이 너 말한 건데.”

“아······.”

갑자기 웬 칭찬?

“아뇨, 선배님이 잘해주신 덕이죠.”

“방송으로 보니까 더 확실하게 알겠더라고. 확실히 똑똑해.”

뜬금없는 칭찬 세례에 상당히 뻘쭘한 바였다. 먹기도 전에 체하겠네.

“아, 그리고 최근에 곡 나온 것도 들었어. 노래 좋더라고.”

“감사합니다.”

그래, 이건 고맙군.

그리고 얼마 안 돼, 조금씩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도 최근에 선배님이 부르신 드라마 OST 들었어요.”

“그래? 어땠어?”

“좋던데요.”

노래가 확실히 좋았다.

그래서인지 자몽 차트에서도 상당히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었고. 신도하는 OST로도 여전히 잘 나갔다.

“세현이 넌 나중에 OST 부를 생각 없어?”

“저는 아직 멀었죠.”

위치도 그렇고 실력도 그렇고.

아직은 먼 얘기였다.

“지금도 충분히 잘할 것 같은데. 얼마 전에 커버한 것도 봤어.”

“아, 보셨어요?”

“응. 너무 잘해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 뒤에 추가한 애드리브도 좋고.”

연말 커버 무대로 했던 ‘Hello’를 말하는 거였다. 그걸 봤을 줄은 몰랐네. 봤어도 ‘MAIN’ 커버만 봤을 줄 알았지.

“그날 노래를 제일 잘하더라고. 세현이, 네가.”

가만 보면 이 사람은 칭찬이 참 후한 것 같다. 그게 또 익숙한 건지 자연스러워 보이고.

“근데 어떻게 그 노래를 커버할 생각을 했어?”

“그 노래 좋아했거든요. 컨셉도 좋고.”

“그래? 개인적으로 루트 노래를 하는 것도 꽤 기대했었는데.”

신도하는 마치 그게 아쉽다는 듯 말했다.

그러더니 곧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먹는다. 자신의 곡을 커버해주길 바란 건가.

“루트 노래라면 체이스가 했어요.”

“체이스? 아.”

그리고는 감흥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별로 기억이 안 나서.”

아무래도 그 무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뒤이어 기다리던 고기가 나왔다.

한우라 그런가 확실히 색이 남달랐다.

“어때, 맛은?”

“맛있어요.”

한우니까 당연히.

“그래, 많이 먹어.”

“선배님도 많이 드세요.”

그리고 한동안 고기를 열심히 먹었다.

72,000원이 아깝지 않은 맛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생일이었잖아.”

“네?”

“생일. 12월 1일이었던가?”

아, 그 얘기였군.

이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일 선물 받고 싶은 거 있어?”

“생일 선물이요?”

“응.”

이건 선물을 주려고 묻는 거지?

그냥 물어보는 게 아니라.

아니, 그보다 선물을 왜 주지?

“원래는 그냥 내가 적당한 걸로 살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본인에게 묻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원하는 거 받으면 좋잖아.”

“선물, 괜찮습니다. 크게 필요한 것도 없고요.”

“그냥 지금 생각나는 거 아무거나 말해도 괜찮아. 금액 상관없이.”

“예?”

아니, 금액은 상관있어야죠.

그보다 일단 거절이다.

“지난번에 받았던 금을 대충 선물 셈 치면 안 될까요.”

“금?”

“에서 받았던 금이요.”

“아, 그거.”

아무리 작은 거라도 이 사람한테 뭔가를 받는다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받아서도 안 될 것 같고. 선물보다는 빚 느낌이 나.

“그건 좀 그렇지 않나. 너무 퉁치는 느낌인데.”

“제가 원래 금을 좋아합니다.”

“아, 그래?”

그러더니 곧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러니까 이걸로 퉁칩시다.

“도현이한테는 뭐 받았어?”

“어, 아직 받은 건 없어요.”

“뭐?”

뭐야, 왜 그렇게 놀라는데.

그리고는 여전히 놀란 얼굴로 내게 다시 한번 물어왔다.

“선물, 안 받았어?”

“주겠다고 말은 했는데 제가 생각해보겠다고 했거든요.”

“아, 역시 그렇지.”

그러더니 곧 금방 수긍한다.

근데 생각해보니 아직 형한테 뭘 달라고 할지 못 정했네.

인내심이 많은 편이니 아니니 빨리 말해야 할 것 같긴 한데. 오늘부터라도 적당한 걸 생각해봐야 할 듯 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던 생일 선물에 관한 이야기는 타이밍 좋게 후식이 나온 덕에 자연스럽게 유야무야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없었던 일 마냥 계속 유야무야 되었으면 좋겠는데.

후식으로는 매실차와 함께 한과가 나왔다. 당연하지만 이것 또한 맛이 좋았다. 정말 이 집이 맛집이긴 맛집인 듯 했다.

“아까 하던 말의 연장선이긴 한데.”

그러던 도중, 신도하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래도 노래 관련해 범위를 넓히는 걸 조금씩 생각해두는 것도 좋아. 물론 아직 신인인 만큼 당장 하라는 말은 아니고.”

“네. 감사합니다.”

무슨 말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전혀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와줄게.”

도움이라.

확실히 도움받을 수 있긴 했다.

일단, 노래를 잘하니까.

무엇보다 신도하의 보컬은 업계에도 알아줬기 때문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듯 했다.

후식까지 먹고 나니 이제 슬슬 일어날 분위기였다.

오늘 신도하와의 식사자리는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 애초에 너무 최악을 생각해서 그런가.

그러니까 어색함과 불편함이 뒤섞인 자리를 생각했던 터라.

그리고 정말로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을 때, 나는 한발 앞서 테이블 위에 있던 계산서를 집었다.

그 순간, 신도하가 나를 쳐다봤다.

“제가 할게요. 계산.”

“뭐?”

상당히 황당해하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곧 표정이 굳어졌다.

“계산을 왜?”

“제 스케줄에 맞춰주시기도 했고, 또 상품을 넘겨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아니, 그런 것보다 계산서, 다시 줬으면 하는데.”

그리고 그대로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게 또 꽤나 단호해서 뭔가 그대로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물러설 순 없었다.

“제가 그냥 살게요.”

“애한테···아니, 학생한테 얻어먹을 순 없지.”

“저도 일단 직장인인데요.”

“아직 미성년자잖아.”

“미성년자라뇨, 저 이제 20살 됐어요.”

이제 나도 성인이었다.

10대 아니고 20대.

어엿한 사회인이고.

그런 내 말에 신도하는 한숨을 한번 깊게 쉬었다.

“10살 차이야.”

“예?”

동시에 신도하가 내 손에 있던 계산서를 빠르게 채갔다. 아, 이런.

“10살이나 차이 나는 까마득한 후배한테 얻어먹을 순 없지. 양심에 털 날라.”

양심까지야······.

“정 사고 싶다면, 그래. 10년 후쯤이면 생각해볼게.”

와중에 10년이냐.

심지어 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생각을 해본다는 거였다. 그때 가선 또 딴 말 할 것 같은데.

뒤이어 내가 뭐라고 말을 더 하기도 전에 신도하는 지체 없이 계산을 하러 나갔다.

뺏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밥까지 얻어먹고 말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신도하를 뒤따라 계산대로 향했다. 당연하지만 계산은 이미 끝나 있는 상태였다.

“사탕 먹을래?”

“감사합니다.”

이윽고 신도하에게서 사탕을 한 개 건네받았다. 계산대 옆에 구비되어 있던 사탕이었다.

“차 가져왔어. 숙소까지 태워줄게.”

그리고 어째 차까지 얻어 타게 됐다. 그냥 택시 탈까도 싶었는데, 어차피 가는 방향이 비슷하다며 제 할 말만 하고 그대로 주차창으로 가버렸다.

‘오늘도 꽤 춥네.’

밖에 있다 보니 쌀쌀한 기운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아무래도 목도리를 가져오길 잘한 것 같다.

‘근데 지금 몇 시지.’

뒤이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들었다.

그런데 그때, 타이밍 좋게 진동이 울렸다.

[형]

형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전화를 받았다.

─ 빨리 받네?

“응. 마침 시간 보고 있었거든.”

─ 밖이야? 차 소리 들리는데.

“응. 밖이야.”

도로가 이 근처여서 그런지 내가 있는 곳까지 간간히 자동차 소음이 들려왔다.

“근데 왜 전화했어?”

─ 왜긴. 뭐 하고 있나 해서 전화했지.

“갑자기?”

─ 그러게. 갑자기 생각이 났네.

갑자기 무슨 일이래.

뭐 하고 있나 전화라니.

평소에는 전혀 안 할 법한 통화였다.

─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캐나다야 한창 추울 때잖아.”

─ 그렇지. 캐나다는 춥지.

그래서 매 겨울마다 춥다고 난리였다, 형은. 혹시 올해는 더 추운 건가.

“근데 형도 밖이야? 뭔가 주변이 시끄러운데.”

─ 아, 응. 나도 밖이야.

어쩐지 시끄럽다 했다.

─ 그래, 밖인데. 참 여전히 춥네.

그리고 그 순간,

폰 너머로 잠시 오토바이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 뒤로 형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 한국은 여전히 참 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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