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41화 (141/413)

141화. 밥 먹자.

─ 한국은 여전히 참 추워.

형의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대로 사고가 정지했다. 한국은 여전히 참 추워?

“잠깐, 잠깐만! 형, 혹시 한국이야?”

─ 응.

한국이라고?

진짜 한국?

“지금? 왜? 아니, 어디야?”

─ 하나씩 물어, 하나씩.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있는 대로 말이 튀어나왔다. 그만큼 당황스러웠다. 머릿속에는 그저 하나부터 열까지 물음만 가득했다.

“일단, 지금 어딘데? 공항 나왔어?”

─ 이미 한참 전에 나왔지.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엄마랑 아버지도 아셔?”

─ 물론. 출발 전에 연락드렸지.

출발 전?

빨리도 말하네.

“근데 왜 나한테는 아무 말 안 했어?”

─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

정말 쓸데없는 서프라이즈가 따로 없었다. 애초에 서프라이즈를 할 이유가 있나?

─ 그래서 지금 넌 어딘데?

“어, 난······.”

삑!

그때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차 한 대가 눈앞으로 정차했다.

“세현아, 타.”

신도하가 주차장에서부터 차를 가지고 나온 모습이었다. 동시에 형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 그래서, 어딘데?

“잠깐 밥 먹으러 나왔어. 이제 숙소로 다시 돌아가려고.”

일단 신도하 얘기는 잠깐 빼두자.

지금 말하는 것보단 나중에 천천히 말하는 게 나을 듯 했다.

“형, 숙소 가면 내가 다시 연락할게.”

그리고 곧 통화를 끊었다.

하지만 통화를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없는 건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왜? 무슨 일 있어?”

신도하가 그런 나를 보며 물었다.

“형이 왔다고 해서요.”

“뭐?”

그 순간 신도하 역시 당황한 듯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럼에도 시선은 여전히 차분하게 앞을 향해 있었다.

“지금? 도현이가 한국에?”

“네.”

그러면서도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하긴, 나조차 뭔가 싶었으니.

“갑자기 온 거야?”

“자세한 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온 건지, 아니면 애초에 계획을 다 해둔 한국행인지.

“도현이 답네.”

그렇게 말하던 신도하의 입꼬리는 평소보다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난 다시 한번 형에게 톡을 보냈다.

[우세현]

: 내일 내가 집으로 갈게

이후 곧바로 ‘1’이 사라졌다.

동시에 빠르게 답이 왔다.

[형]

: ㅇㅇ

아무래도 내일은 본가에 들러야 할 것 같았다.

* * *

다음날, 나는 아침 일찍부터 본가로 향했다. 오전에는 마침 스케줄이 없던 덕이었다.

“일찍 왔네?”

본가에 가자마자 현관에서부터 엄마가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주셨다.

“형은요?”

“방에 있어. 아직 자나?”

아직 10시가 되기 전이었다.

그러니 자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난 그대로 형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형!”

“······뭐야?”

형이 꽤나 비몽사몽한 모습이었다.

물론 그러라고 일부러 있는 힘껏 불렀다.

“······지금 몇 시야?”

“10시.”

“아.”

이에 형은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밥은?”

“밥을 왜 여기서 찾아.”

“아니, 너 밥 먹었냐고.”

“먹었어.”

“아.”

그러더니 곧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근데 왜 왔냐?”

잠이 아직 덜 깼구만. 덜 깼어.

내가 물을 질문을 자기가 하고 있다.

“내가 오늘 온다고 했잖아. 그것보다 형은 한국에 왜 온 건데?”

“오고 싶어서 왔지.”

“또 잠깐 온 거야?”

“응.”

아, 잠깐이구나.

혹시나 계속 있으러 온 건가 했다.

“얼마나 있는데?”

“한 일주일쯤?”

“짧네.”

생각보다 오래 있지 않았다.

이왕 온 거 넉넉하게 한 달 정도 있지.

“근데 웬 목도리 같은 걸 하고 있어?”

와중에 형은 반쯤 뜬 눈을 한 채 내 목도리를 가리켰다.

“선물 받은 거야.”

“선물? 누구한테?”

“멤버한테.”

차선빈에게 선물 받은 목도리였다.

사실 그간 목도리 같은 걸 안 해서 몰랐는데 확실히 하면 평소보다 따뜻했다.

“생일 선물?”

“응.”

“아아.”

그렇게 형은 내 목도리를 잠시 응시했다.

그리고 그대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그러더니 곧 주방에서 토스트와 우유를 꺼내 왔다.

“밥 먹지.”

“괜찮아요. 이게 익숙해요.”

그러자 엄마는 곧바로 딸기잼을 꺼내 테이블 위에 놔두셨다. 그리고 난 그런 형 옆에서 빵 한 조각을 얻어먹었다.

“잼 줘?”

“아니, 이거 하나만 먹을 거야.”

원래는 안 먹으려 했는데, 토스트 냄새를 맡으니 나도 모르게 하나 집어먹고 말았다.

“저녁에 시간 언제 돼?”

형이 토스트에 잼을 바르며 물었다.

“저녁에?”

“응. 밥 한번 먹어야지.”

그렇지.

이에 곧바로 스케줄을 확인해봤다.

“오늘은 힘들고 내일은 가능해.”

“내일? 좋아.”

“뭐 먹으러 가려고?”

“글쎄. 한식 먹을까?”

하긴, 형은 꽤 오래 한식을 못 먹었을 테니. 한식을 먹는 것도 괜찮을 듯 했다.

“압구정에 유명한 한식당이 하나 있거든. 거기가 꽤 괜찮아.”

잠깐만, 압구정? 한식당?

그 순간 익숙한 한식당 하나가 떠올랐다.

“왜?”

“어, 음. 그래. 한식 좋지.”

설마 하루 걸러 가게 되는 건가.

사실 메뉴만 다르게 먹으면 그래도 상관없긴 했다. 아니, 한우라면 두 번 먹는 것도 괜찮지.

“왜, 별로야?”

“아니, 괜찮아. 형 한식 좋아하잖아.”

“니가 좋아해서 말한 건데. 별로면 다른 거 먹고.”

그대로 형은 내게 딸기잼을 바른 토스트를 건넸다.

“별로는 아닌데, 좀 더 생각은 해볼게.”

“그래.”

그리고 형은 다시 새 빵을 꺼냈다.

확실히 잼을 바른 게 더 맛있긴 하네.

메뉴를 뭐로 할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 * *

“솔직히 털어놓을게.”

“응.”

“그 한식당, 신도하 선배랑 갔었어.”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이를 듣던 형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간 여러 고민을 거듭해본 결과,

역시 메뉴로는 한식이 제일이었다.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음식이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많지만, 방금 귀국했으니 한식만큼 맛있는 것도 없을 터였다.

아마 형이 제일 먹고 싶었던 것도 그거일 테고. 그러니 역시 한식이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결국 그 식당에 가게 될 것 같은데, 차라리 먼저 말을 하고 보는 게 낫다고 봤다. 거짓말을 할 바에는.

“거긴 왜 갔는데?”

앞서 표정과 마찬가지로 목소리 역시 상당히 좋지 않았다. 예상했던 반응이긴 하다만.

“밥 먹으러.”

“밥?”

아니, 식당에 당연히 밥 먹으러 가지.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일단 분위기가 안 좋으니 패스였다.

“밥 먹게 될 일이 있어서. 근데 선배가 거길 추천해서 거기서 먹은 거고······.”

그리고 형은 그 얘길 듣더니 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신도하, 이 X끼가.”]

직접 내뱉지는 않았지만, 얼핏 욕이 꽤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이에 나도 모르게 순간 시선이 내려갔다.

“그럼 다른 곳으로 가.”

“아니, 거기 또 가도 되는데.”

“내가 가기 싫어서 그래. 딴 곳으로 가. 어차피 널린 게 식당인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기분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물어왔다.

“뭐 먹었어.”

“어, 한우.”

“그건 다행이네.”

뭐가 다행인데?

한우 먹어서 다행이라는 건가.

아무튼 그렇게 형과는 한식당에 가기로 했다. 형이 잘 아는 집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전에 갔던 곳에 절대 안 꿀릴 거야.”

그러면서 맛을 꽤나 자부했다.

근데 애초에 꿀리고 뭐고 할 것도 없이 맛있을 거라 예상되긴 했다.

그리고 형을 따라 도착한 한식당.

그곳은 앞서 갔던 곳과 마찬가지로 외관부터가 꽤나 빛났다. 크고 높은 건 물론이고.

미리 예약을 한 덕에 이번에도 역시 편안하게 룸에 자리할 수 있게 되었다.

“S코스로 시켜.”

그렇게 메뉴판을 잠시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다. S코스?

[S course (Special) / 170,000]

170,000원?

아니, 일단 비싼 거 먹어서 좋긴 한데.

그보다 우선 코스 구성 메뉴 확인이 먼저였다.

“형, 이거 막 고른 거지?”

“왜?”

“딱 봐도 구성 메뉴에 형이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잖아!”

그리고 그제서야 형은 메뉴판을 자세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긴 하네.”

“그렇다니까.”

“그래도 이거 시켜.”

그 말에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래도 이걸 시키자고?

“이걸 왜 시켜. 먹는 것도 없으면서.”

“이거, 잡채. 이건 먹어.”

“17만원 내고 잡채만 먹을래?”

그러자 형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이에 나는 다시 한번 메뉴판을 유심히 살펴봤다. S말고 딴 거.

“그러지 말고 A로 시켜, A로. 여기 구성메뉴가 딱 형이 좋아하는 거네.”

“A?”

형은 그대로 다시 메뉴판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이내 물었다.

“전에 신도하랑 먹었을 때, 가격대가 얼마라 했었지?”

“전에? 대충 7만원이었나. 1인당.”

“오케이. 그럼 이걸로 가.”

그리고는 빠르게 메뉴판을 덮는다.

설마 S코스 하자는 게 가격 보고 하는 말이었나. 돈이 썩어나나. 아, 썩어나지.

“아, 넌 A 괜찮지?”

“응. 괜찮아.”

그래도 일단 끝까지 S를 고집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격이고 뭐고 맛있는 걸 먹어야지.

“그래서 신도하랑은 어쩌다 밥을 먹게 된 건데?”

아, 그 얘기를 아직 안 했군.

워낙 이야기가 길다 보니 귀찮아서.

그리고 잠시 이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부터 그곳에서 우승한 이야기까지.

의외로 형은 아무 말 없이 내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

“그래서 원래 내가 밥을 사려고 했는데······.”

“니가 밥을 왜 사?”

“금 받았잖아, 금. 순금이라고.”

“필요 없는 물건을 준 거잖아. 굳이 그런 걸로 보답까지 할 필요 없어.”

꽤나 단호한 목소리였다.

물론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양심상 그건 좀 그랬다.

“양심? 어차피 소유권 절반은 너한테 있는 거잖아. 그러한 마당에 공은 절대적으로 니가 세웠으니 니가 가져가는 게 옳지.”

그러더니 곧 아무렇지 않게 국화차 한 잔을 마신다.

“그래도 어찌 됐건 팀플이었고 하니 그냥 넘어가기 뭐 했어.”

“그런 것 정도는 그냥 수고했다는 인사 정도면 돼. 시간 낭비할 거 없이.”

낭비까지야.

어쨌든 밥은 잘 먹었고.

그리고 어차피 더 이상 만날 일도 없을 터였다.

“그러니 결론은 신도하한테 보답 같은 거 할 생각 하지 말라는 거다.”

“결론이 겨우 그거야?”

“겨우라니. 이보다 더 현명한 결론이 어디 있다고.”

전지적 형 입장인 것 같은데.

그리고는 한번 더 강조하며 말했다.

“엮이지 마. 엮여서 좋을 거 없어.”

“언제는 이용하라며.”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하라는 거지. 굳이 니가 그 기회를 직접 만들지는 말라고.”

“걱정 마, 어차피 이제 그럴 일도 없어.”

하지만 형은 그런 내 대답이 영 못 미더웠던 건지 석연치 않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얼마 안 돼, 메인 요리가 나왔다. 갈비찜부터 시작해 한우까지 고기가 다양했다.

“역시 한식이 최고야.”

형은 꽤나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한식으로 하길 잘했군.

그렇게 밥을 먹으며 다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도중에 능력 관련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능력은 요즘 좀 어때.”

“능력?”

“온오프 그거 말이야. 이후에 괜찮냐고.”

이에 잠깐 지난 일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굳이 그걸 말할 필요는 없었다.

“괜찮아. 특별한 거 없어.”

“그래?”

“응.”

괜히 걱정시킬 필요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다시 한번 사자를 만나겠다고 주장할 게 분명해서. 그건 그거대로 상당히 골치 아팠기에 되도록 피하고 싶었다.

기 빨린다고.

그 두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사자 X끼, 아무리 봐도 찜찜해서 말이야.”

형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사자가 못마땅한 건 여전한 모양이었다.

“아, 그리고 나 한번 만나고 싶은데.”

그때 형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난 곧바로 고개를 들어 그런 형을 쳐다봤다.

누굴 만나고 싶다는 거지.

설마 사자는 아니겠지.

“누구? 누굴 만나고 싶은데?”

하지만 그다음에 오는 대답은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너희 멤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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