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42화 (142/413)

142화. 한번 보고 싶은데.

“멤버들, 한번 보고 싶은데.”

형의 그 말에 순간 놀라 나도 모르게 젓가락을 멈칫했다. 그에 비해 형은 여전히 태연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직접 만나고 싶단 얘기야?”

“응.”

“왜?”

“궁금하잖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도 이와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플온스 생방이 끝난 직후, 그때도 멤버들에 관해 물었었지.

“굳이 만날 필요 있어? 서로 부담스럽기만 하지.”

“만날 수도 있는 거지. 멤버 가족 만나는 거야 흔하잖아.”

그건 그렇긴 했다.

오히려 가족끼리 친해져 같이 여행을 가거나 하는 경우도 있고.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형의 경우,

앞선 예시들과 케이스가 조금 달랐다.

“그래도 형은 엄연히 대선배인 거잖아. 멤버들 불편해해.”

“꽤 챙기네.”

“아무래도 같은 멤버니까.”

그러자 형은 잠시 젓가락을 휘적거렸다.

“멤버라고 반드시 챙길 필요는 없지.”

그리고는 잠시 젓가락을 내려놓는 듯 하더니 이내 포기하지 않고 물어왔다.

“어떻게 숙소 근처에서 잠깐?”

“괜히 사진 찍혀.”

“아니면 회사 근처에서 잠깐?”

“IN 엔터 앞까지 오려고? 기사 날걸.”

“뭔 상관이야, IN 이든 뭐든.”

“엔터 회사 앞이고 하니 말 나올까 봐 그렇지.”

형과 관련해 괜히 엉뚱한 루머라도 만들어진다면 곤란했다. 루머가 아니더라도 쓸데없는 말 오가는 것도 싫고.

“형님을 너무 못 믿는 거 아니냐?”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니까. 그리고 어차피 나중 되면 다 만날 텐데.”

“나중에 언제?”

“어, 콘서트라도 하게 되면?”

그때 되면 가족들도 초대하고 할 테니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콘서트 계획은 있고?”

“아직 없긴 해.”

그러자 형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래도 언젠가 하긴 할 터였다.

그 언제가 언젠지는 모르겠다만.

“올 거지?”

“어딜?”

“콘서트.”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하긴 할 터였다. 그러니 형이 꼭 와줬으면 했다. 그 콘서트에.

그리고 그런 내 말을 들은 형은 이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니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갔다.

* * *

식사를 마친 이후, 형과 나는 그대로 아이스크림 전문점으로 향했다.

“식후엔 역시 아이스크림이지.”

아직 한 겨울이긴 하지만, 그래도 형의 말대로 식후엔 아이스크림이었다.

“뭐야, 연예인인가?”

“연예인 아니야?”

그런데 그날따라 아이스크림 전문점에 사람이 많았다. 점포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이목이 쏠려버렸으니까.

물론 모자도 마스크도 잘 착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근데 그래도 형이 좀, 눈에 띄는 편이라.

“윈썸 세현 아니야?”

“세현이라고?”

와중에 형은 마스크를 썼고, 나는 마스크를 안 쓴 터라 알아보는 사람이 금방 나왔다.

“형, 일정 변경하자.”

“왜?”

“사람이 너무 많아.”

그리고 형은 곧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다.

우리를 발견한 사람들은 어느새 이미 폰까지 꺼내든 채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거 오늘 사진 꽤 올라갈 것 같은데.

“너 이거 먹고 싶은 거 아니야?”

“이거 말고 다른 거 먹자고.”

“다른 거 뭐?”

“내가 엄청 맛있는 곳 알아.”

그러자 형은 곧 알겠다며, 나를 따라나섰다. 그리고 이윽고 그곳에 도착하자 형은 잠시 말이 없었다.

“······맛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았냐?”

“여기 맛있는 아이스크림 많아.”

“······.”

그렇게 형은 잠시 [아이스크림 세일점]이라고 적힌 간판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보단 여긴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니 취향을 고루 맞출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더불어서 무인인 데다가 마침 안에 사람도 없었다.

“추억이긴 하네.”

형이 아이스크림을 고르며 말했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어렸을 적에 형과 자주 가곤 했었다. 어쩌다 보니 크면서 잘 안 가게 됐지만. 근처에 편의점도 있고 하니.

“이만큼 선택지의 폭이 넓은 곳도 없잖아.”

“그래서 고른 게 민트 초코냐?”

형이 내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가리켰다. 종류의 폭 만큼 맛의 폭도 넓어진다. 같은 민트초코라도 다 같은 맛은 아니라는 거다.

뒤이어 형은 뒤편에 있던 냉장고에서부터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가져왔다.

“다 골랐어? 골랐으면 가져와. 계산하게.”

“아니, 잠깐만.”

그러자 형이 내게로 다가왔다.

“왜? 뭐 더 먹고 싶은 거 있어?”

“숙소에 좀 사갈까 해서.”

멤버들도 아이스크림을 잘 먹었다.

숙소 근처 편의점에서도 잘 사 먹었고, 한 번씩 사두면 금방 동나곤 했으니까.

그리고 나는 민트 초코 몇 가지와 함께 초코 아이스크림 등 아이스크림을 몇 개 더 골랐다.

“뭘 이렇게 많이 사?”

“많은가?”

“20개는 넘어 보이는데.”

사람이 6명이니까.

3개씩만 먹어도 금방 18개다.

뒤이어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바구니를 그대로 형에게 넘겼다.

“자.”

“이것도 나보고 계산하라는 거냐.”

“어차피 형이 다 할 거였잖아.”

그러더니 이내 못마땅하단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계산은 또 별 말 없이 잘했다.

“뭔가 상당히 손해 보는 기분인데.”

“동생 멤버들한테 살 수도 있는 거지. 아이스크림 가지고 그러지 말자.”

“얼굴 한번 못 본 애들한테 산다고 생각하니 그래서 그렇다.”

말은 그렇게 해도 어차피 살 거였으면서. 그래도 양심상 봉투는 내가 들었다.

그리고 얼른 다시 조수석에 올라탔다.

형이 차를 가져온 덕분에 이대로 편하게 숙소로 직행할 예정이었다.

“아, 맞다.”

“왜?”

“잠깐, 나 편의점.”

그렇게 숙소로 향하던 도중, 급하게 숙소에 치약이 떨어졌던 게 생각났다.

오늘 들어가기 전에 사 가야겠다 했는데 순간 잊을 뻔했다.

그리고 가까운 편의점 앞에 잠깐 섰다.

“빨리 다녀와라.”

“응.”

이내 서둘러 편의점으로 향하는데, 그때 편의점 앞에서 우연히 익숙한 얼굴들과 마주했다.

“어? 우세현!”

백은찬과 차선빈이었다.

* * *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백은찬과 차선빈과 마주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이 편의점, 숙소에서 별로 멀지 않았지.

“여긴 왜 왔어? 형님 만나러 간다며.”

“잠깐 치약 좀 사러.”

“아, 맞다. 숙소에 치약 다 떨어졌더라.”

백은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희는?”

“우리도 잠깐 편의점에. 차선빈이 아이스크림 땡긴다고 해서.”

“아이스크림?”

마침 아이스크림을 사 온 참이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손을 들어보려고 했으나 생각해보니 아이스크림 봉투는 차에 두고 내린 터였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부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멤버들.”

아.

그새 봤나 보네.

형은 그렇게 멤버들을 향해 인사했다.

“어? 우도현···이 아니고, 형님!”

“선배님 아니야?”

“아, 그런가? 그럼 형 선배님?”

형 선배님은 또 뭐냐.

혼란스럽게 이야기하는 두 사람을 향해 형은 다시 한번 말을 건넸다.

“호칭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냥 편한 대로 불러요.”

“어, 그래도 되나요?”

“예.”

그리고 두 사람은 곧바로 소개에 들어갔다. 그때 백은찬은 형님이라 칭했으나 차선빈은 여전히 선배님이란 호칭을 고수했다.

“저 정말 형님 한번 뵙고 싶었거든요. 근데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뵙게 되네요!”

“아, 그래요?”

그리고 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로 조용히 나를 쳐다봤다. 아니, 다른 애들은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잖아.

“근데 이렇게 실제로 뵈니 진짜 잘생기셨습니다!”

백은찬은 어째 평소보다 반짝반짝한 것 같은 눈으로 엄지를 세웠다. 그 말을 들은 형은 이내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답했다.

“알고 있어요.”

철판 깔았네.

괜히 내가 부끄러워지려고 했다.

하지만 어찌 된 건지 이를 들은 백은찬은 아까보다 눈을 더 빛냈다.

“근데 세현아.”

“응.”

“목도리 하고 가지 않았어?”

그때 차선빈이 내게 조용히 물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차를 가리켰다.

“차에.”

“아.”

그러자 곧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나 잃어버렸을까 걱정을 한 모양이다. 잃어버릴 리가 없지.

“요즘 날씨가 추워서 아주 유용해.”

“그래? 다행이다.”

동시에 차선빈이 살짝 웃었다.

“혹시 이 친구가 목도리 친구인가?”

형이 나를 보며 물었다.

근데 목도리 친구는 뭐야.

상당히 이상한 단어였지만 그래도 일단 긍정은 해주었다.

“아, 그래.”

그리고 잠시 차선빈을 쳐다보는 듯 싶더니 이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아, 아이스크림 있는데.”

“아이스크림이요?”

그 말에 백은찬이 눈에 띄게 좋아했다.

그리고 곧바로 형으로부터 아이스크림 봉투를 건네받았다. 봉투는 또 언제 가지고 나왔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뇨. 난 그냥 얘가 부탁한 걸 사준 것뿐이라서요.”

“오, 우세현.”

이에 백은찬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웃었다. 아니, 왜 이래.

반면 차선빈은 형을 향해 한 번 더 인사를 전했다.

“그래도 선배님께서 사신 거죠?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어요.”

형은 그런 차선빈을 향해 웃어 보였다.

이후에는 편의점에 들러 빠르게 치약만 사고 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다 같이 숙소로 향했다. 형 차로.

숙소에서 별로 멀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

“감사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선배님.”

그리고 나 역시 그런 두 사람을 따라 차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그 순간 형이 나를 불러 세웠다.

“출국하기 전에 한 번 더 봐.”

“응. 당연하지.”

“그래.”

그리고 나는 형에게 마저 인사를 전한 뒤, 그대로 멤버들을 따라 숙소로 올라갔다.

“야, 형님 진짜 완전 존잘.”

“그러냐.”

“응. 이제까지 본 연예인 중 원탑.”

정말로 인상이 깊기라도 한 건지 그 말을 하는 백은찬은 내내 아까와 같이 눈을 빛냈다.

“앞으로도 많이 만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냐?”

“응.”

차선빈이 작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아무래도 멤버들에게 형의 인상이 꽤 좋게 박힌 모양이었다. 그럼 좋지만.

의도치 않은 만남이었지만, 생각보다 분위기가 괜찮았다. 어색함이 뚝뚝 흐르지 않을까 했것만.

“형님은 혹시 계속 있으실 생각 없으시대?”

“몰라. 일단 지금은 아닐걸.”

“아, 그러냐.”

그렇게 우리는 아이스크림 봉투와 함께 숙소의 문을 열었다. 동시에 백은찬이 다른 멤버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도현 형님께서 아이스크림 쏘셨다!”

* * *

예상하고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어제 형과 있었던 사진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 [HOT!] : 우도현, 우세현 목격 후기

어제 강남에서 우도현이랑 우세현 동시에 목격함! 우도현 한국 왔다고 하더니 바로 동생이랑 외출했나봄ㅋㅋ역시 동생 덕후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봤는데 사람이 몰려서 그런가 금방 다시 나가더라고ㅠㅠ 아쉬웠음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우도현 진짜 존잘bb 다 가렸는데 보자마자 연예인이구나 했음 분위기 자체가 장난 아님

세현이는 마스크는 안 쓰고 모자만 쓰고 있었는데 얼굴이 진짜 콩알만 하더라 그리고 우도현 눈에 왜 그렇게 꿀이 떨어지는지ㅠㅠ 아이스크림 안 먹어도 될 정도였음

사진 첨부.jpg

결론 : 우도현 우세현 나란히 둘다 존잘, 그리고 나는 계탐

└ 아 미쳤다 나도 보고 싶어ㅠㅠ

└ 처음부터 끝까지 존잘이라는 말 밖에 없는데?ㅋㅋㅋㅋㅋㅋ

└ 둘다 실물이 훨 낫다던데 진짜로 그럼?

└└ [글쓴이] : ㅇㅇ 실물이 나 그냥 나은 정도가 아니고 모니터 부숴야할 정도

└ 근데 둘이 그림체가 확실히 좀 다르긴 하다ㅋㅋ 우도현은 확신의 냉이고 우세현은 온인데 냉도 살짝 있는?

└ 세현이 또 민초 먹었으려나ㅠㅠ애깅

└ 우도현은 진짜 냉동인간이냐 루트 때랑 변한 게 없네

- 우도현이랑 우세현 목격 사진 진짜 너무 좋다 눈이 절로 개안하는 느낌

- 근데 볼 때마다 궁금한데 우도현은 왜 동생이랑 찍힌 사진마다 눈에서 꿀이 떨어지냐

- 근데 우도현은 연기 생각 없나? 연기 잘했는데 그냥 한국 와서 연기하지 얼굴 아깝네

└ 2222 그냥 한국와서 연기해줘 ㅅㅊ

└ 3333 연기하자 도현아

- 예전에 둘이 사이 안 좋다고 루머 엄청 돌던 시기 있었는뎈ㅋㅋ 지금 생각하면 ㅈㄴ웃기다ㅋㅋㅋㅋ

└ 그때 그거 우세현 정병들이 퍼뜨린 거잖아 어떻게든 둘 사이 안좋게 날조하려고

└ 222 지금 생각하면 개웃김

└ 근데 그거 SNS 가보면 아직도 그러고 있던데ㅋㅋㅋ비계에서

└ 우세현 정병들 뿐만 아니고 우도현 싫어하던 애들도 존나 열심히 날조하고 다녔음 지금은 아무도 안 믿지만ㅋㅋ

‘근데 형은 진짜 연기 안 하나.’

생각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게 없었다. 형의 연기 생활을 응원하는 입장으로서는 역시 복귀했으면 좋겠는데.

‘어, 이 사진은 좀 잘 나왔네.’

형이 잠깐 마스크를 내렸을 당시 순간 포착된 사진이었다. 순간적으로 각도랑 분위기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져 잘 나온 듯 했다.

“자, 연습 시작하자!”

그때, 멀리서부터 도운이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팬미팅 준비를 위해 연습실에 모였다.

이에 나는 곧바로 보고 있던 폰을 그대로 주머니에 넣었다.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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