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43화 (143/413)

143화.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이번 데뷔 1주념 기념 팬미팅의 컨셉이 정해졌다. 그건 바로 ‘대학교 신입생’ 컨셉.

멤버들은 윈썸 대학교라는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새내기 역할을 맡으며, 저마다 다른 학과에 소속되어 있는 컨셉이다.

신입생 새내기 역할도 역할이지만, 각자 속해 있는 학과도 상당히 중요했는데 이제부터 그 중요한 걸 정할 생각이었다.

회사는 소속 학과의 선택을 우리에게 자율적으로 주었다.

“일단 학과 선택은 인문, 예체능, 자연과학 등 자율이고, 당연하지만 겹쳐서는 안 돼. 그거 말고는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은 없고.”

회의실 중앙에 앉은 도운이 형이 회사로부터 전달받은 사항들을 하나씩 읊었다.

“그러니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면 될 것 같은데. 미리 생각해본 사람?”

“저요!”

그러자 가장 먼저 신하람이 손을 들었다.

“그래. 하람이.”

“전 미대 하고 싶어요. 미대.”

“미대? 미대 무슨 학과?”

미대에도 학과의 종류가 다양했다.

그러니 구체적인 학과가 필요했다.

이에 신하람은 곧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금방 결정을 마쳤다.

“회화과요!”

“근데 왜 미대에 회화과냐?”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거든요. 유치원 때 미술부였어요, 저.”

아, 미술부였구나.

새삼 처음 안 사실이었다.

“아니, 유치원 때면 너무 오래된 거 아니냐? 붓을 놓은 지가 언제적이야.”

“뭐 어때요, 내가 다시 붓을 잡겠다는데.”

앞선 백은찬의 말에 신하람은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그래. 하람이는 회화과. 아, 혹시 이쪽 하고 싶은 사람 있어?”

도운이 형이 다른 멤버들을 향해 물었다.

그렇지만 손을 든 이는 없었다.

미대를 생각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막내가 하고 싶은 걸 하게 두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무엇보다 하람이에게 잘 어울리고.

“잘 어울려. 회화과.”

“히. 그래요?”

신하람은 그렇게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난 뭐하지.’

나도 일단 고민을 해봤다.

어떤 학과가 좋을지.

실제로 대학을 간다면 어디가 좋을까. 물론 실제로 대학에 진학할 순 없었다. 아마도 사이버 대학에 진학하게 되겠지.

그건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데뷔 전에 대학에 다니고 있던 멤버도 없을뿐더러 다들 학업보다는 일을 택했다.

하지만 군 문제가 있으니 사이버 대학에는 진학을 해야 했고, 백은찬과 차선빈, 안지호와 나는 그렇게 같은 학번이 될 터였다.

어쨌든 이야기는 계속 그렇게 진행이 되었고, 그러한 와중에 백은찬은 조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 체육이랑 건축 중 뭐가 좋을까.”]

체육 관련 학과와 건축학과 중 고민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섣불리 선택을 못 하겠는지 꽤나 오래 고민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체육, 어울릴 것 같은데.”

“응?”

그러자 백은찬은 곧바로 나를 쳐다봤다.

“체육교육학과 같은 거. 그런 거 너한테 어울릴 것 같다고.”

“어, 그래?”

“응.”

건축도 좋긴 했지만, 백은찬하면 아무래도 체육이 떠올랐다. 일단 우리 멤버 중에서 가장 운동 신경이 좋고, 또 잘하는 운동도 많고.

물론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었다.

많이 고민하길래 혹시나 선택에 도움이 될까 해서.

하지만 백은찬은 생각보다 빠르게 대답을 내었다.

“형! 저는 체육교육학과요!”

그리고는 날 향해 씨익 웃는다.

대충 고맙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오, 형 잘 어울려요.”

“응. 잘 어울리네. 좋아, 은찬이는 체육교육학과······.”

“넵.”

[“그렇지. 역시 체육이지.”]

대충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다행이네.

“근데 형도 체육 쪽으로 가고 싶었어요?”

“엉. 만약 대학을 가게 된다면 체육이나 건축 쪽으로 가고 싶었어.”

“으익, 건축? 건축은 왜요?”

“그냥 멋있어 보이길래.”

아, 그런 거였냐.

난 또 무슨 뜻이 있는 줄 알았네.

어쨌든 그렇게 백은찬은 체육교육학과를 맡게 되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나온 게 다 예체능 계열이네.

이렇게 되면, 좀 다른 계열로 생각을 해봐야 하나.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생각한 거 없어?”

도운이 형의 그 말에 남은 멤버인 나와 차선빈, 그리고 안지호는 잠시 침묵했다.

“형들 생각나는 거 없으면 추천이라도 해줄까요?”

“오, 그것도 괜찮다. 추천해주기.”

“그래, 추천해주는 것도 괜찮네.”

추천이라.

사실 떠오르는 게 몇 개 있긴 했다.

근데 그 중 뭘로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한 터라.

그래서 일단 멤버들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기는 했다.

“일단 선빈이 형은, 연영과 어때요?”

“연영과?”

“연극영화과! 야, 그거 괜찮은데?”

오, 연극영화과.

왠지 엄청 잘 어울린다.

일단 분위기부터.

“음······.”

하지만 차선빈은 그리 마음에 차지 않았던 건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경영은 어때요? 이 형, 경영도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경영도 괜찮은데?”

경영도 괜찮긴 하지.

그것도 뭔가 어울린다.

“별로냐?”

“별로는 아니고.”

하지만 차선빈은 여전히 조용했다.

혹시 가고 싶은 과가 따로 있나.

그렇게 생각을 할 무렵,

차선빈은 곧 새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난 사실 조리학과 하고 싶어.”

“엥?”

“네?”

그 말에 멤버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차선빈을 쳐다보았다. 이건 전혀 예상 못 했다.

“조리학과?”

“응.”

차선빈이 요리에 관심이 있었나?

평소 주방에 잘 얼쩡거리기는 하는데······.

“형, 요리 좋아했어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냥 요리 잘하는 거 보면 부러워서.”

아. 그 방면이었나.

근데 생각해보면 그것도 잘 어울릴 것 같긴 했다.

“그럼 그걸로 해.”

“응?”

“조리학과.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러자 차선빈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하고 싶은 거 하면 돼지.

“그럼 전 그걸로 할게요.”

“그래. 선빈이는 조리학과. 아, 호텔조리학과?”

“네.”

그렇게 차선빈까지 결정이 됐다.

그러자 곧 차선빈이 나를 보며 말했다.

“고마워, 세현아.”

“? 뭐가?”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웃는다.

아니, 대답은 해주고 웃어라.

“도운이 형은요?”

“어, 나?”

“네. 형은 하고 싶은 거 없어요?”

이에 도운이 형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고민을 생각보다 짧았다.

“난 국어국문과.”

“오, 국문과. 문학소년이에요?”

“문학소년 좋다, 문학소년.”

그 말이 부끄러웠는지 도운이 형은 작게 헛기침을 했다.

“그럼 여기서 잠깐 정리 좀 하고 갈게.”

뒤이어 윤도운은 회의실 한 편에 있던 화이트 보드에 지금까지의 결정 사항을 적어 내려갔다.

도운 - 국어국문학과

지호 - ?

은찬 - 체육교육학과

선빈 - 호텔조리학과

세현 - ?

하람 - 회화과

“아, 이거 나이순이구나.”

“응.”

“순간 나 왜 3번? 이랬어.”

“나이순이 편하잖아.”

그나저나 이렇게 적으니까 조금 정리가 됐다. 나름 편향되지 않고 계열이 다양했다. 이제 남은 건 안지호와 나뿐인가.

그리고 난 곧바로 안지호에게 물었다.

“하고 싶은 거 있어?”

“넌?”

“나?”

“응.”

뭐지, 갑자기 되려 질문을 받았는데.

“세현이 형은 그거 잘 어울려요! 실용음악과!”

“헐! 나도 그거 생각했어!”

“아, 형도 그거 생각했어요?”

“뭐냐, 이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는?”

그러자 신하람은 그런 백은찬을 향해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했다.

“실용음악과 괜찮다.”

차선빈도 조용히 의견을 보탰다.

실음과라.

사실 실음과도 생각한 후보 중 하나였다.

아무래도 그룹 메인보컬이고.

“별론가 본데.”

안지호가 뜬금없이 말했다.

“어? 세현이 형, 별로예요?”

“아니. 별로는 아니고.”

“딱 봐도 별로인 게 보이는데.”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냥 고민이 조금 됐다.

사실 그것 말고 생각나는 과가 더 있어서.

실제였다면 당연히 실용음악과를 지원했겠지만, 이건 컨셉이고 하니 조금 다른 방향으로 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 역시 그걸로 하자.

“난 그 과가 좋겠어.”

“무슨 과요?”

그리고 나는 이내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과를 멤버들에게 전했다.

* * *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우리의 팬미팅 소식이 알려졌다.

[공식] WINSOME, 데뷔 1주년 맞아 30일인 첫 팬미팅 개최 예정

└ 헐 팬미팅이다 팬미팅ㅠㅠ

└ 드디어 공식 기사가 났네 그동안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

└ 무조건 간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간다

└ 아 벌써부터 티켓팅 스트레스다

└ ㅇㅈ 티켓팅 개 빡셀 듯ㅋㅋㅋ

이와 더불어 공식 SNS 계정과 커뮤니티엔 팬미팅 컨셉 사진과 함께 개최 소식을 알리는 게시물이 걸렸다.

[WINSOME University.]

[축하합니다!

귀하는 ‘WINSOME University’에 합격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O.T를 진행할 예정이오니 신입 멜로우 분들은 반드시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Orientation Date. January 30th, 31st]

└ 이번 팬미팅 대학교 컨셉인가보다

└ 윈썸 대학교? 와씨 무조건 들간다

└ 애들 야잠 입은 거 넘 이쁘다ㅠ

└ 컨셉 좋은 듯 사진도 이뿌게 잘나왔네

└ 벌써 기대중 빨리 와라 30일

그리고 우리 역시 공연을 위한 연습에 들어갔다. 팬미팅인 만큼 특별 공연을 몇 개 준비했는데, 그건 바로 유닛 무대였다.

유닛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윤도운, 백은찬, 차선빈, 신하람의 댄스 유닛.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나와 안지호의 보컬 유닛이었다.

“우세현, 안지호 오늘 연습이지?”

“응.”

“그래, 수고!”

“수고해요, 형들!”

백은찬은 비롯한 멤버들은 단체 연습이 끝나자 그대로 먼저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연습실엔 이내 안지호와 나만이 남았다.

“시작할까?”

“어.”

사실 처음부터 안지호와 유닛이었던 건 아니었다. 초반만 해도 이런저런 조합으로 다양한 유닛 얘기가 나왔었다.

그러던 도중,

문득 떠오른 게 하나 있었다.

그건 예전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것이기도 했다.

바로 안지호와의 듀엣 무대.

그래서 결국 나는 이를 회사에 건의했고, 다행히 쉽게 승낙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지호가 안 하겠다 했으면 다 소용이 없을 거긴 했다. 하지만 안지호도 이에 흔쾌히 동의해줬다.

“그럼 노래 튼다.”

“응.”

그리고 나는 그대로 오늘 우리가 연습할 곡을 재생했다. 그러자 곧 잔잔한 하고도 감성적인 분위기의 피아노 연주가 스피커로부터 흘러나왔다.

이번 팬미팅에서 안지호와 내가 선보일 곡. 그 곡은 바로 이민성의 ‘되감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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