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46화 (146/413)

146화. 다 마음에 들죠.

장수연은 지금 올림픽 공원 역에 와 있었다. 다름 아닌 윈썸의 팬미팅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

그녀는 지난 나날들을 생각하며 감격에 젖었다. 무엇보다 장수연이 이렇게나 감격에 젖은 건 힘든 티켓팅 과정이 한몫했다.

1시간에 걸려서 겨우 잡았다.

끝없는 페이지 오류와 이미 선택된 좌석입니다 창에 이제 그만 포기를 할까 싶을 때쯤 기적같이 한 좌석을 잡았다.

‘4,000석을 누구 코에 붙이냐고.’

도대체 회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작은 곳을 잡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며칠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고작 이틀이었다. 그것도 한 타임씩.

할 수만 있다면 기획자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좌석 더 내놓으라고.

‘근데 생각보다 춥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장수연은 가방에 있던 핫팩을 마저 하나 꺼냈다. 평소보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유독 더 쌀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응원봉 현장 판매줄에 섰다. 안타깝게도 응원봉 사전 판매 전쟁에서는 패하였기 때문이었다.

‘진심, 예쁘게 잘 나왔어.’

응원봉은 생각 이상으로 디자인이 잘 나왔다. 그래서인지 호불호가 가리지 않을 만큼 호가 대부분이었고, 타 팬들 사이에서도 윈썸 응원봉 잘 빠진 것 같다며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와 더불어 공개된 팬덤의 공식 색상 또한 마음에 들었다. 퍼플 앤 화이트. 이 두 가지 색은 앞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 될 것 같았다.

현장 판매줄은 예상했던 대로 상당했다.

아침 일찍 나온 건데도 다른 어느 굿즈줄보다도 줄이 길었다. 끝을 보기 힘들 정도로.

“으, 근데 오늘 날씨 너무 춥지 않아?”

“날씨 오늘 대박이다.”

와중에 유독 쌀쌀한 날씨에 줄을 서 있던 이들은 저마다 모두 몸을 움츠렸다.

처음에 꺼냈던 핫팩도 어느새 식어버린 모습이었다.

‘뜨끈한 국물 생각난다······.’

그리고 그렇게 장수연이 뜨끈한 어묵 국물을 떠올리고 있을 찰나, 저 멀리서 차 한 대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야, 뭔가 들어오는데?”

“저거 뭐야?”

뜬금없이 다가오는 차량에 이를 본 이들은 곧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차량은 팬들 가까이 다다랐고, 곧 적당한 곳에 터를 두고 멈춰 섰다.

“미쳤어! 역조공이야!”

누군가 차량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역조공 커피차였다.

[멜로우 만을 위한 따뜻한 카페♥]

‘진짜 역조공이잖아!’

그 순간 장수연을 포함해 주위에 있던 팬들은 서둘러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동시에 주변에 있던 팬들은 우르르 모여 커피 차량 앞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 지금 팬미 현장에 애들 역조공 차 왔대!

- 헐 역조공 생각지도 못했는데ㅠㅠ 넘나 감동....♥

- 커피차 지금 막 도착했고 메뉴 커피 이외에도 겁나 다양하다고 함

- 역시 울애들 마음 씀씀이 봐ㅠㅠ 오늘 춥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이후 커피차 관련 후기들이 SNS에 줄줄이 업로드 되었다.

장수연 역시 빠르게 응원봉을 산 뒤 곧장 커피차로 달려갔다.

“여기, 이것도 가져가세요.”

“네? 이건 뭔가요?”

“마시멜로요. 이것도 음료랑 같이 하나씩 드리는 거예요.”

커피차의 스텝이 차량 한쪽에 구비되어 있던 바구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차량에는 음료뿐만 아니라 마시멜로 역시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는 음료를 받은 팬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따뜻하네.’

그렇게 장수연은 카라멜 마끼야또를 한 모금 마셨다. 메뉴판에는 멤버 추천픽도 적혀 있었는데, 그래서 장수연은 카라멜 마끼야또를 골랐다.

카라멜 마끼야또는 우세현의 픽이었기에.

‘하여튼 우리 애들 센스 장난 아냐.’

그런 장수연의 얼굴엔 계속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따뜻한 커피향으로 몸을 잠시 녹이고 있을 때쯤, 입장 게이트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녀는 받아온 커피를 한 손에 꼭 쥔 채로 그렇게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 * *

“매니저 형. 커피차 들어갔어요?”

“응. 지금 들어갔다더라.”

아, 다행이네.

그 말에 조금이지만 안심이 되었다.

오늘은 날씨가 유독 많이 추웠다. 평소보다 바람도 많이 불고.

그래서 이런 날씨에 밖에서 줄을 서는 게 아무래도 걱정됐는데, 마침 커피차가 들어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보니까 SNS에도 사진 올라온다.”

벌써 사진이 올라오는 모양이었다.

그런 것보다 더 추워지기 전에 빨리 입장이 시작돼야 할 텐데. 핫팩 같은 것도 같이할 걸 그랬나.

“어, 이거 컵홀더 잘 나왔다.”

“봐봐요.”

“여기.”

옆에선 백은찬과 신하람이 역조공과 관련한 SNS를 살펴보고 있었다.

역조공과 관련해서 처음 이야기가 나온 건 지난번 응원봉 공개 사진을 찍을 당시였다.

팬미팅이고, 또 날씨도 춥고 하니 오신 팬 분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역으로 조공을 하면 어떨까 해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아, 이것 봐요. 마시멜로! 이것도 하트 모양으로 잘 나왔어요.”

“오, 세현아, 이것 봐 잘 나왔어.”

이내 백은찬이 나에게 마시멜로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그러게, 잘 나왔네.

“아무튼 우세현, 아이디어 좋다니까.”

그렇게 백은찬은 씨익 한번 웃더니, 다시 핸드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맞아. 사실 원래는 커피차만 하려고 했었잖아.”

어느새 마시멜로를 가져온 도운이 형이 가지고 있던 걸 나에게도 하나 전해주었다.

“근데 세현이 형이 딱! 마시멜로도 같이 하자고 해서.”

“그래도 모양은 내가 의견 냈어. 하트 모양.”

“아무튼 세현이 형이 센스가 좋다니까요.”

“아니, 듣고 있냐?”

어쨌든 팬 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물론 마시멜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마시멜로 포장지는 우리의 단체 사진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고, 그 안으로는 하얀색 하트 모양의 마시멜로가 담겨 있었다.

이윽고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슬슬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리고 준비된 무대에 올라갔을 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함성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 * *

오프닝은 ‘Strayer’로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그 순간, 수많은 빛들이 눈앞으로 보였다. 응원봉의 빛이었다.

“안녕하세요, 멜로우!”

“멜로우 여러분, 안녕!”

무대가 끝난 이후에는 곧바로 짤막하게 인사 타임을 가졌다. 잠깐 보니 멤버들 모두 꽤나 신이 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멜로우.”

나 역시도 객석을 향해 인사를 전했다. 동시에 다시 한번 큰 함성이 들려왔다.

“날씨가 많이 추웠죠?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그렇게 팬들을 향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와 동시에 앞선 내 말에 대답하듯 누군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그 말에 순간적으로 객석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로 웃어 보였다.

중간 중간엔 준비한 VCR이 상영되기도 했다. VCR은 <윈썸 대학교 신입생들의 학과 생활>이란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멤버들은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거기엔 나름의 반전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국문과인 윤도운의 경우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책을 거꾸로 든 채 졸고 있었다.

체교과인 백은찬은 철봉을 하고 있는 듯 했지만 실상은 철봉을 1개 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모습이었으며, 그림에 채색을 하던 신하람은 극악의 채색 센스를 보여주었다.

“저건 진짜 봐도 봐도 웃긴다니까.”

백은찬이 VCR에 시선을 집중한 채로 말했다. 하긴, 찍을 때 재밌긴 했었지.

“특히 차선빈이랑 우세현. 너희 둘 편이 진짜 웃겼는데. 그거 할 때······.”

“무대 올라갈 준비 부탁드려요!”

동시에 근처에서 스텝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자.”

“응.”

그렇게 백은찬과 난 다시 서둘러 무대에 오를 준비를 했다.

VCR이 끝나고 진행되는 코너는 토크 코너였다. 사전에 팬 분들이 올려주신 질문을 토대로 이에 대한 답을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특별 MC로 요즘 한창 잘 나가고 있는 개그맨 이장현이 나왔다. 센스 넘치는 입담으로 이장현은 근래 아이돌 관련 행사를 도맡고 있었다.

이후 커다란 상자 하나가 들어왔다. 질문은 이 상자 안에서 뽑는 형식이었다.

“자, 세현 씨. 질문 뽑으신 거 주시죠.”

그리고 내가 뽑은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Q. 올해 생일 때 받은 선물 중, 기억에 남는 선물 있나요?

생각보다 답이 쉬운 질문을 뽑았다.

그냥 있는 대로 말하면 되니까.

“저는 일단 멤버들이 준 선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 참.”

그러자 백은찬이 부끄럽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돌렸다. 아직 한마디밖에 안 했다만.

“그럼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하나씩 말씀해보는 건 어떨까요?”

“자, 세현 씨. 얼른 대답해주시죠.”

그러더니 곧 백은찬이 대답을 재촉한다.

빨리 말하라 이거였다.

“네. 일단 선빈이한테는 목도리를 받았어요.”

“···내 것부터 말하는 거 아니었어?”

백은찬이 한껏 실망한 얼굴로 물어왔다.

“하하. 세현 씨. 마저 말씀해주시죠.”

“네.”

차선빈의 목도리에 이어 모자, 비타민 등 멤버들에게 받은 선물들을 하나하나 말했다. 당연히 백은찬이 줬던 맨투맨도.

“은찬이가 준 맨투맨 같은 경우에 색이나 디자인이 제 취향이어서 요즘 자주 입어요.”

“맞아요, 세현이 형 그거 진짜 자주 입더라고요.”

그런 내 대답에 그제서야 백은찬이 만족스럽단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마지막으로 지호한테는 무드등을 받았습니다.”

“아, 세현 씨 방에 있는 그거!”

“세현이 형 침대 옆에 있는 그거!”

백은찬과 신하람이 동시에 반응하며 말했다. 누가 보면 마치 미리 짠 줄 알았을 정도로 쿵짝이 잘 맞았다.

물론 당사자인 안지호는 그런 두 사람은 감흥 없이 보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근데 지호 씨는 세현 씨한테 왜 무드등을 선물한 거예요?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러자 무대 위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모두 안지호에게로 향했다. 물론 그 시선 안에는 나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안지호는 곧 마이크를 잡았다.

“특별한 의미보단 세현이가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그걸로 줬습니다.”

“오, 세현 씨가?”

그러자 다시 나에게로 쏠리는 시선.

동시에 안지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예전에 세현 씨가 고민하는 걸 우연히 봤거든요. 무드등과 관련해서. 그래서 그냥 제 눈에 제일 예쁜 걸 선물로 줬어요.”

음, 그래.

확실히 그게 예쁘긴 했지.

나름 디자인을 보고 고른 거였나 보다.

실용성을 더 따질 줄 알았는데.

“어때요, 그래서 만족했나요? 세현 씨.”

“그럼요.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지호 말대로 굉장히 예쁘거든요.”

발광력도 매우 좋고.

아직까지 침대 옆을 착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어떤 무드등인지 굉장히 궁금해지네요. 그럼 혹시 멤버 선물 이외에 기억에 남는 선물 있나요?”

그리고 여기에 질문이 조금 더 나아갔다.

하지만 그 밖에는 특별히 받은 선물이 없었다. 인간관계가 상당히 좁은 터라.

그래도 당장 떠오르는 선물은 하나 있었다.

“네. 있습니다.”

“오, 있나요?”

“저희 형한테 받은 선물이요.”

그러자 곧 객석에서부터 큰 함성이 들려왔다. 어차피 기회가 된다면 말하려고 했으니. 아, 그러고 보니 형이 이거 본다고 했는데.

“뭐 받았는데?”

“지갑.”

“아, 그 지갑?”

백은찬이 곧 알겠다는 듯 반응했다.

대놓고 보여준 적은 없지만 오다가다 본 모양이었다.

“오, 세현 씨는 그게 굉장히 마음에 드셨나 봐요.”

“네.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한번 웃었다.

굉장히 마음에 든다는 표현으로.

“얼굴만 보면 그게 제일 마음에 든 것 같은데?”

“그럴 리가. 다 마음에 들죠.”

“하하. 세현 씨가 형이랑 우애가 좋은가 보네요.”

MC인 이장현이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근데 정말 똑같이 소중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느 하나 빠짐없이.

이후에는 다른 멤버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모든 질문이 끝나고 난 뒤에는 또다시 무대를 준비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준비된 VCR이 끝나고 나면,

곧이어 유닛 무대가 시작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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