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47화 (147/413)

147화. 보고 있는 거 아니야?

장수연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윈썸에 정신이 없었다.

각종 무대부터 시작해서 VCR까지.

이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눈에 담아야 했기에 정신없었다.

‘오늘 헤어랑 코디도 예뻐.’

멤버들이 입은 의상은 팬미팅 굿즈로 나온 야구잠바였다. 몸통은 보라색, 소매는 흰색인.

‘역시 저 굿즈를 샀어야 했는데!’

개시 1분 만에 터져버린 사이트와 앱을 생각하며 장수연은 그저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토크 역시 알찼다.

게다가 마침 제일 궁금해하던 것을 우세현이 질문으로 뽑아줬다.

Q. 기억에 남는 생일 선물 있어요?

‘와, 이거 진짜 궁금했는데!’

그리고 그건 다른 팬 역시도 마찬가지였는지 그 질문이 나오자마자 주변이 웅성거리는 게 느껴졌다.

“세현이 질문 잘 뽑았다.”

“이거 진짜 궁금하다.”

[일단 선빈이한테는 목도리를 받았고요.]

[지호한테는 무드등을 받았어요.]

그렇게 우세현은 차분하게 선물 받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주었다.

“멤버들한테 다 받았나 보네?”

“아, 혹시 맨투맨은 그건가? 최근에 엄청 자주 입는 거.”

“지호 무드등은 뭔가 섬세하다.”

그리고 받은 선물들을 하나하나를 말할 때마다 큰 반응들이 따라 나왔다. 이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에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했다.

[그럼 혹시 멤버 선물 이외에 기억에 남는 선물 있나요?]

[네. 있습니다.]

‘어? 있어?’

여기에 질문을 듣자마자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혹시 형한테 받은 거 아니야?”

“어, 진짜 우도현 아니야?”

이를 두고 팬들은 저마다 추측을 늘어놓았다. 그 와중에 가장 많이 들리는 이름은 역시나 우도현이었다.

그리고 장수연 역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뒤이어 팬들은 피어나는 궁금증에 다음에 오게 될 우세현의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저희 형한테 받은 선물이요.]

“헐? 진짜였네?”

“그럴 줄 알았지! 우도현 당연히 줬을 것 같았어.”

그리고 장수연은 이어지는 뒷말에 다시 한번 집중했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과연 뭘 받았을지도 궁금했다.

[지갑 받았습니다.]

‘지갑이었구나.’

어떤 지갑일지 궁금했다.

아마도 상당히 고가의 지갑이 아닐까 싶었다.

[세현 씨는 그게 굉장히 마음에 드셨나 봐요.]

[네.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대답 이후 우세현은 밝게 한번 웃어 보였다.

“진짜 마음에 드나봐, 귀여워.”

“세현이는 진짜 형이랑 사이가 너무 좋은 것 같아. 어떻게 저렇게 좋지?”

“우도현이 세현이 엄청 어화둥둥 해주잖아.”

“혹시 이 팬미팅도 보고 있는 거 아니야?”

“헐. 진짜 보고 있을 수도?”

그렇게 옆자리 팬들은 이를 마치 농담처럼 웃어넘겼다.

질문 코너가 끝나자, 곧바로 다시 무대가 암전되며 준비되어 있던 VCR이 틀어졌다.

‘VCR도 귀엽게 잘 찍었어.’

각 학과별 컨셉도 컨셉이지만, 조금씩 핀트가 어긋나있는 게 또 보는 맛이 있었다. 그리고 재생되는 VCR에 장수연은 다시 한번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번 VCR의 시작은 차선빈이었다.

조리사 복장을 하고 있는 차선빈은 조리실에서 후라이팬을 든 채로 열심히 후라이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만들던 그 후라이는 얼마 안 가 타들어 가더니 이내 연기까지 모락모락 나기 시작했다.

‘뭔가 선빈이스럽네.’

그리고 이와 같은 생각은 모두 비슷하게 하고 있던 건지 동시에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다음으로 나오는 주인공은 안지호. 화학과 안지호는 실험실에서 열심히 실험병을 든 채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가운이 아주 찰떡이야.’

하지만 이것저것 화학 약품들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이윽고 펑! 하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무언가 터졌고, 이윽고 실험실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에 안지호는 자신의 머리를 짜증스럽게 털어내었다.

“역시 예민미, 안지호.”

“귀여워.”

그리고 그런 그들의 뒤를 이어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정보보안과의 우세현.

“세현이 안경! 안경!”

“아, 개 멋있어. 진짜.”

그렇게 화면 속 우세현은 안경을 착용하고 게이밍 헤드셋을 목에 두른 채로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세현이 타자를 치려는 순간, 가히 이보다도 더 느릴 수 없다는 속도로 손가락이 느리게 움직였다.

다시 말해 독수리 타법이었다.

‘귀여워!’

그리고 이를 보던 팬들은 모두 다시 한번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번 VCR 너무 귀엽다. 이거 나중에 비하인드 나오겠지?”

“나와야지. 컨셉도 좋은데.”

그리고 그런 우세현을 마지막으로 준비된 VCR은 종료되었다. 이후 텅 빈 무대 위로는 잠시 적막함이 맴돌았다.

‘무대, 뭐하려나.’

장수연은 그렇게 조용히 멤버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무대 위 조명이 밝아졌다.

그리고 보이는 무대 위의 두 사람.

이를 발견한 팬들은 다시 한 번 큰 환호성을 내질렀다.

“누구야? 누구야?”

“누가 나온 거야?”

그리고 팬들은 무대 위에 있는 멤버가 누구인지 급하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내 앞에 보이는 스크린이 다시 밝아지며 이윽고 멤버의 모습이 드러났다.

“세현이랑 지호다!”

그렇게 등장한 건 우세현과 안지호였다.

“미쳤어, 세현이랑 지호 듀엣인가봐!”

“세현이랑 지호 유닛이에요?”

“세현이랑 지호 유닛인가 봐요!”

너무 좋은 나머지 장수연은 그렇게 저도 모르게 옆에 있던 팬들과 손뼉을 쳤다.

‘잠깐, 근데 이거 무슨 노래지?’

그때 옆자리 팬들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던 장수연은 순간적으로 몸을 멈칫했다.

귀에 익으면서도 동시에 낯선 전주.

그렇게 장수연은 이 노래의 제목이 뭔지 한참을 생각했다.

‘아! 설마!’

그리고 그녀는 이내 깨달았다.

이 곡의 제목이 무엇인지를.

“되감기는 순간!”

그 순간, 객석의 환호성은 극에 달하였다.

* * *

이민성의 ‘되감기는 순간’

이 곡은 곡 자체로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팬들이 이렇게 환호를 하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지난 플레이 온더 스테이지 파이널 방송에서 우세현과 안지호가 훗날 듀엣을 하기로 약속했던 곡이기 때문.

‘그 곡을 여기서 해주는 거야? 그것도 1주년 팬미팅에서 라이브로?’

대박!

그러니 그걸 알고 있는 팬들로서는 감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어지는 라이브의 시작.

동시에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이 들려왔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다름 아닌 우세현이었다.

[흩어져 있는 기억 속에서

하나씩 이를 되감다보면

그 끝엔 항상 네가 서 있어]

감성적이면서도 동시에 단단한 미성이었다. 마치 가사 하나하나에 감성을 꾹꾹 눌러가며 노래를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봄과 같은 너를 생각할 때면

이곳은 매일 겨울처럼 느껴져]

그 다음으로 안지호의 독특한 음색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통통 튀는 듯한 그 음색에 감성을 한 꺼풀 씌운 듯 했다.

곡의 분위기는 마치 쓸쓸한 초겨울과 같은 분위기였다.

이를 대변하듯 두 사람의 뒤편에 있던 VCR 화면에는 눈이 쌓인 커다란 나무 하나가 배경으로 보여 지고 있었다.

이어지는 후렴은 1절은 우세현이, 2절은 안지호가 번갈아 맡았다.

[움직임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너를 만나러 떠나려 해]

[잘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향해보려 해]

그리고 후렴의 끝 음마다 서로의 목소리로 화음을 넣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듯 했지만 그게 또 부드럽게 잘 어우러졌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특색은 잃지 않았다.

이어지는 곡의 클라이막스에서는 우세현은 연달아 올라가는 높은 고음을 선보였다.

동시에 고음으로부터 느껴지는 풍부한 성량에 객석 여기저기서부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 울림이 장난이 아니다.”

“세현이 고음 진짜 미쳤네.”

흔들림 없이 뻗어 나가던 고음은 그대로 팬미팅장 안을 가득 채워 나갔다.

‘미쳤어, 우세현. 노래 더 늘었어······.’

장수연 역시 무대를 조용히 지켜보며 순간순간마다 감탄하고 있었다. 가사 하나하나 절절하게 담긴 감정이 여기까지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곡이 마지막으로 치 닿았을 때, 두 사람은 서로를 천천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이어지는 곡의 마지막 소절.

[되감기는 시간 속에 여전히, 늘.]

[너와 함께.]

뒤이어 반주가 끝맺어짐과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함성이 그곳을 채웠다.

* * *

이어지는 또 다른 유닛 무대에선 백은찬과 차선빈, 신하람, 윤도운이 티어로브 곡의 커버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와, 선빈이는 진짜 춤이······.”

“선빈이랑 은찬이가 춤 합이 진짜 좋은 것 같아. 느낌이 다른데도.”

그렇게 앞선 무대들도 인해 객석이 소란스럽던 도중, 준비를 끝낸 멤버들이 다시 한번 무대 위로 올라왔다.

다음 진행될 게임 코너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여기서 진행할 게임은 바로 ‘단체 밸런스 게임’

주어진 질문에 멤버 모두 함께 밸런스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2개의 보기 중, 내 선택이 1번이다 싶으면 왼쪽으로 2번이다 싶으면 오른쪽으로 서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시작된 밸런스 게임.

그리고 나온 첫 번째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5살 세현이 VS 5명의 세현이]

이와 같은 보기에 팬들은 큰 환호성을 질러 보였다. 그리고 질문을 확인한 멤버들은 저마다 입꼬리를 올렸다.

[와, 이거 처음부터 어려운데요?]

[어렵다고?]

[오, 지호 형은 벌써 결정했나본데요?]

그리고 곧바로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에 멤버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쪽으로 가 섰다.

가장 빠르게 선택을 마친 건 안지호였다.

반면, 백은찬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자, 이제 선택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이내 당사자인 우세현을 제외한 모든 멤버의 선택이 끝이 났다.

[선택 결과, 5살 세현이를 선택하신 분이 3분! 5명의 세현이를 선택하신 분이 2분이시네요.]

선택은 3 : 2 로 갈렸다.

5살 세현이를 선택한 이는 차선빈, 백은찬, 신하람이었으며 5명의 세현이를 선택한 이는 안지호와 윤도운이었다.

[그럼 이유를 안 들어볼 수가 없겠죠?]

가장 먼저 마이크는 ‘5살’ 세현이를 선택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은찬 씨는 왜 5살 세현 씨를 선택하셨나요?]

[사실 고민을 엄청 했거든요. 근데 역시 귀여운 게 최고지 않을까 싶어서요. 왠지 5살 세현이 엄청 귀여울 것 같아요.]

그리고 백은찬은 곧 웃어보였다.

동시에 객석에서는 큰 함성이 들려왔다.

[이거 지금은 안 귀엽다는 얘기 아니에요?]

[아니지, 지금도 귀엽긴 하지. 동생 같고.]

[동생이란 얘기는 빼줬으면 싶은데.]

우세현은 이에 조용히 불만을 표했다.

[그럼 선빈 씨는요?]

[일단 귀여운 것도 귀여운 거지만, 세현이는 1명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서요. 1명이기에 소중한 거고······.]

[오오, 작고 소중한 우세현 되나요?]

그러자 이를 들은 차선빈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는 작으니까요.]

이에 다시 한번 큰 함성 소리가 들려왔고, 이를 들은 우세현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러니까 선빈 씨 말은 소중한 세현 씨는 1명이면 된다, 이거죠?]

[네. 그렇죠.]

그러자 백은찬과 신하람이 동시에 ‘오-’하는 소릴 내며 우세현을 한번 바라보았다.

[이에 대한 세현 씨의 생각은?]

[감사하네요.]

그리고 우세현과 차선빈 사이에는 그렇게 잠깐 눈빛이 오갔다.

[전 세현이 형이 동생이면 진짜 잘해줄 자신 있어요! 게임도 맨날 같이하고, 아, 이렇게 말하니 진짜 동생이었으면.]

그렇지 못한 게 신하람은 꽤나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다음은 ‘5명’의 세현 씨로 가볼까요?]

이내 마이크는 남은 두 멤버에게로 향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건 다름 아닌 윤도운이었다.

[일단 세현이는 할 줄 아는 게 많아요. 그러니까 5명이 되면 한 명은 요리하고, 한 명은 노래하고 이런 식으로 되게 편할 것 같아요.]

[아, 분업이 돼서 좋을 것 같다?]

[그렇죠.]

윤도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호 씨는요?]

그리고 그대로 옆에 있던 안지호에게로 질문이 넘어갔다. 이에 안지호는 일말의 고민 없이 답을 전했다.

[5살이면 노래 못 하잖아요.]

[어? 아, 그래서 고르신 거예요?]

[네.]

그리고 안지호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전 많이 노래하고 싶어요. 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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