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48화 (148/413)

148화. 정신이 없다.

“전 많이 노래하고 싶어요. 얘랑.”

안지호의 말에 객석에서부터 이때까지 중 가장 큰 환호성이 들려왔다. 더불어 이를 듣고 있던 멤버들도 조금 놀란 반응이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와, 방금 전 멘트는 좀 감동인데요?”

“어때요, 세현 씨. 방금 지호 씨의 말.”

그 순간, 무대 위에 있던 멤버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향했다.

“당연히 고맙죠. 저도 지호 씨랑 더 많이 노래하고 싶습니다.”

같이 노래하고 싶다는 말이 이렇게 감동적인 말이었나.

어찌 보면 평범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안지호가 말해서 그런가. 괜히 더 와닿는 게 있었다.

빈말이 아닌 거 아니까.

“이야, 멤버 분들 분위기가 참 좋네요.”

MC 이장현이 말했다.

“근데 이거 5명이랑 5살 질문 아니었어요? 뭔가 갑자기 감동 모드로 바뀐 것 같은데?”

“이제 그만 넘어가죠.”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던 건지 안지호는 그 말 이후로 내내 딴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다음 질문을 재촉했다.

이후에는 다른 주제의 질문을 가지고 밸런스 게임을 마저 이어갔고, 게임이 끝나고 나서는 다시 무대 준비에 들어갔다.

* * *

첫날 팬미팅이 무사히 끝이 났다.

마지막엔 준비되어 있던 1주년 기념 케이크를 멤버들과 함께 커팅했다. 거기에 기념사진도 찍고.

그리고 팬미팅이 끝난 날 저녁, 멤버들과 난 그대로 강남역으로 갈 준비를 했다.

“몇 시야? 시간 맞춰 가야 하는데.”

“아직 조금 여유 있어.”

아직 12시가 되기 전이었다.

정확히는 1월 30일 오후 11시 20분.

“대충 딱 맞춰서 도착하려나?”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은데.”

“형들, 전 준비 끝났어요.”

“다들 나왔지?”

이에 도운이 형이 멤버들을 한번 더 확인했다. 그리고 모든 멤버가 나온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앞장 서 나갔다.

“좋아, 가자!”

1주년을 몇 분 앞둔 지금, 지금부터 우리는 지하철 광고판을 보러 갈 예정이었다.

“아, 생각보다 광고판 수가 많네.”

1주년이라는 특별 기념일이라 그런지 강남역 주변으로 꽤 많은 축하 광고판이 걸려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도착한 강남역엔 생각보다 거리에 사람이 많이 없었다. 물론 일부러 한적한 곳에서 내리기도 한 거였지만.

그리고 그렇게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그 순간 백은찬이 소리쳤다.

“헉! 야, 저것 봐!”

동시에 백은찬이 놀란 표정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그곳엔 버스 한 대가 잠시 정차해 있었다.

“우리 사진이에요!”

“1주년 버스야!”

멀지 않는 곳에 윈썸의 1주년을 축하한다는 문구와 함께 단체 사진이 래핑되어 있는 버스를 발견했다.

“사진 괜찮네.”

이를 본 안지호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래, 확실히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오긴 했다. 우리 팬들이 참 사진 셀렉을 잘하셔.

“아니! 그보다 사진 찍어야지! 저거 곧 다시 출발할 것 같은데!”

백은찬이 다급한 모습으로 말했다.

그리고 정말 백은찬이 말 한대로 신호에 걸려 잠시 정차한 것뿐이라 곧 다시 출발을 할 것 같았다.

“그래, 카메라 꺼내! 카메라!”

“필터 적용해야 할까요?”

“이 상황에 무슨 필터냐! 그냥 기본으로 찍어!”

그리고 멤버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나 역시 카메라를 한 손에 들었다. 그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꼭 찍고 싶었다.

“어? 간다? 간다?”

그런데 타이밍이 안 맞았던 건지 카메라를 든 순간 정차되어 있던 버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는 빠르게 셔터를 눌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버스가 가는 방향을 따라가게 되었다.

찰칵! 찰칵!

차자자자자자작!

“다행이다, 겨우 건졌네.”

“그 와중에 연사 누구야?”

“저요.”

“천재냐?”

신하람은 곧 브이를 그려 보였다. 어둡긴 했지만 다행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나왔다. 이것도 나중에 같이 올리면 좋겠네.

“얘들아, 이제 그만 이동하자.”

이어서 우리는 매니저 형과 함께 다시 원래 목적지였던 역 전광판으로 향했다. 막차 시간이 넘어서 그런지 역 안은 한산했다.

“한 명씩 이렇게 서자. 한 명씩.”

“형, 프레임 안에 다 나와요?”

“선빈이만 조금 더 옆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

“붙어요, 선빈이 형!”

사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전광판이었다.

그렇기에 전광판을 최대한 잘 보이게 두고 멤버들과 난 그 주변으로 섰다. 여기에 사진은 매니저 형이 찍어주기로 했다.

찰칵! 찰칵!

그리고 그렇게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앞을 지나가던 여성과 남성이 우리를 보더니 이내 걸음을 멈췄다.

“누구?”

“윈썸! 윈썸!”

아무래도 우리를 알아본 듯 했다.

하지만 그 이상 다가오지는 않은 채 그대로 조용히 서 사진만 찍는 모습이었다.

그 뒤로 한두 명씩 늘어나는 듯 하더니 이내 전광판 촬영을 마쳤을 때는 카메라 수가 상당수 늘어있었다.

“가자!”

“감사합니다!”

이어서 사람이 더 몰리기 전에 매니저 형을 따라 그대로 지상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시간 얼마나 남았어?”

“아직 조금 남았어요.”

12시 정각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있었다. 그리고 12시가 되면 동시에 방금 찍은 사진을 공식 계정에 업로드 하기로 했다.

“야, 안지호. 자면 안 돼.”

“······뭐?”

그 와중에 졸렸던 건지 안지호는 상당히 비몽사몽한 얼굴이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라면 잘 준비 할 시간이네.

“커피라도 줄까? 캔커피 있는데.”

“됐어. 안 자.”

아니, 너 안 자는 거 아니까 커피 마시라고. 생각보다 더 비몽 사몽한 것 같았다. 그리고 12시가 되기까지 안지호는 그저 뜬 눈으로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형들, 정각이에요!”

그리고 마침내 12시 정각.

이에 서둘러 공식 계정으로 들어갔다.

“전 끝! 올렸어요.”

“뭐? 벌써?”

“역시 요즘 애들이 빠르네.”

“도운이 형, 형도 요즘 애들이에요······.”

“저기, 이거 한 칸 아래로 어떻게 해?”

물론 완벽하게 동시 업로드는 아니었지만.

WINSOME @WINSOME_INENT

첫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항상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늘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같이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토끼 이모티콘)

1주년 광고판 사진.jpg

1주년 버스 사진.jpg

#WINSOME #MELLOW #Sehyun

#윈썸과의_첫번째_시간이_재생된_날

‘등록.’

그렇게 난 게시물의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그 아래로는 짧은 순간 댓글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 1월 31일이 돌아왔다.

* * *

그날 이후로 인터넷에는 한동안 우리의 지하철 전광판 인증샷이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사진이 많이 찍힌 건지 사진은 꽤 다양한 각도로 올라왔다.

- 1주년에 지하철 광고 인증이라니 개 귀엽네 진짜 ㅠㅠㅠㅠㅠㅠ

- 와 근데 윈썸 사복 다 잘 입네 특히 신하람이랑 안지호

- 뭔가 멤버들 다 꾸안꾸 스타일인 것 같음ㅋㅋㅋㅋ후리한데 후리하지가 않아

- 잘생긴 애들은 원래 이렇게 전광판 인증 사진도 잘생긴 거야?

- 포즈도 귀엽네 저거 1주년이라고 다같이 손가락 하나 든 거 맞지?

- 버스 사진 올라온 것도 겁나 웃겨ㅋㅋㅋ다같이 달리면서 찍은 건지 각도가 다 비슷비슷함ㅋㅋㅋㅋㅋ졸귀 진짜

그리고 어느새 해가 바뀐 지 한 달이나 지났다. 시간은 벌써 2월에 접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쌀쌀한 날씨였다.

“와, 이제 오늘이 마지막인가?”

“뭐가?”

“교복.”

2월에 접어들고 얼마 안 돼 졸업식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식. 그리고 오늘, 멤버들과 함께 그 졸업식에 참석할 참이었다.

“이렇게 된 거 셀카나 남겨둘까?”

“셀카? 갑자기?”

“엉. 야, 이리 와 봐.”

그리고 백은찬과 함께 그대로 셀카를 한 장 찍었다. 아니, 한 장이 아니지. 몇 장.

“원래 남는 건 사진 밖에 없다잖냐.”

“그러기엔 너무 많이 찍는데?”

“다 추억 아니겠어. 어? 야! 셀카 찍자!”

그러더니 곧 방에서 나온 차선빈을 이리로 데리고 왔다. 그렇게 다시 한번 셀카 한 장.

“안지호는 왜 안 나와?”

“뭐, 왜.”

이어서 타이밍 좋게 나온 안지호에 마지막으론 4명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형들, 도운이 형이랑 난 조금 뒤에 출발할게요.”

“응. 그래라.”

윤도운과 신하람 역시 졸업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물론 학부모석에 있겠지만.

현재 우리가 재학 중인 내담 연예 예술 고등학교는 재학생이 연예인일 경우, 서게 되는 특별 포토존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렇다보니 기자들도 많이 오는 편이었고. 아무래도 많은 아이돌 그룹이 재학 중인 학교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교문에서부터 플래시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윈썸 멤버들! 여기 좀 봐주세요!”

찰칵! 찰칵!

끊임없는 셔터 세례에 카메라를 보면서도 되도록 서둘러 이동했다. 기사 제목은 아마 <졸업식에 참석하는 윈썸 멤버들>이려나.

이어서 포토존에서도 잠시 사진을 찍었다. 당연하게도 멤버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사진을 찍은 이후에는 각자의 반으로 잠시 흩어졌다.

“이따가 강당에서 보자고.”

“응.”

그렇게 백은찬과 안지호에게 인사했다.

그나마 몇 층 올라가니 수없이 보이던 카메라들도 조금이나마 보이지 않게 되었다. 더불어 한층 조용해졌고.

“생각보다 카메라가 엄청 많았어.”

차선빈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다. 정신이 좀 없긴 했지.

“그래도 이제 눈 뜨는 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아.”

“그건 나도 그렇더라.”

예전엔 카메라 플래시가 커지면 애써 눈을 감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지금은 그나마 많이 익숙해졌다.

“근데 세현이 넌 부모님 오셔?”

“응. 아마 오실 것 같아.”

어제까지 분명 오신다고 했으니 오시겠지.

사실 정신도 없고 할 테니 굳이 힘들게 오시지 않아도 된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무조건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셨다.

─ 마지막 졸업식이잖아, 가야지.

─ 게다가 네 형 때 엄마는 이미 터득을 했단다. 어떻게 하면 그 난잡한 현장에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을지!

그런 엄마의 목소리는 꽤나 비장했다.

아무래도 형 때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던 게 내심 아쉬우셨던 모양이다.

“너희 부모님은?”

“아마 못 오실 것 같아. 워낙 바쁘셔서.”

아마 안 오시는 분이 더 많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안 오시는 것보다는 못 오시는 거였다. 일단 학교가 학교이니만큼 일반 졸업식보다 훨씬 더 정신없고 번잡하니.

그렇게 차선빈과 함께 반에 도착하니 곧 우리에게로 학급 애들이 빠르게 몰려왔다.

“세현아! 사진 한 장만 찍어주라.”

“선빈아, 여기 싸인 하나만.”

그리고 그렇게 잠시 싸인을 했다.

당연하지만, 따로 친구를 사귀지 못했다.

아무래도 출석일이 적었고 출석을 해도 오전 수업만 듣고 가는 경우가 많았기에.

이후 싸인을 몇 번 더 한 뒤로, 차선빈과 난 조금 일찍 교실을 나왔다.

‘어딜 가도 정신이 없네.’

어째 졸업식이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졸업식이 원래 이렇게 정신없는 거였나.

그리고 그대로 곧장 졸업식이 시행될 강당으로 향했다.

강당의 1층은 졸업생들이 자리를 잡았고, 그 뒤와 2층은 학부모석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시작 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좌석이 꽤 많이 차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차선빈과 나란히 우리 학급석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시선들이 느껴졌다. 이쪽을 찍는 카메라들에 의한.

‘대포. 많이도 왔군.’

그렇게 잠시 2층을 바라봤다.

그 2층에는 앉아 있는 학부모들 사이로 대포 카메라를 든 이들이 저마다 이쪽을 향해 빠르게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세현이 이쪽 본다.”]

[“우세현 드디어 고개 드네.”]

[“교복 개 잘 어울려.”]

여전히 들리는 목소리는 많았다.

빽빽한 그 인파 속에서 종종 내 이름이 들리기 일쑤였다.

이내 나는 그곳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의식하지 않으면 그래도 조금 덜 들리겠지.

그리고 그게 적게나마 도움이 되긴 했던 건지 방금 전까지 들려오던 목소리들은 이내 조금 흐릿해졌다.

[“아, X나 카메라.”]

그런데 그 순간 다시 한번 또렷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어느 동급생의 생각이었다.

[“여기 앉는 게 아니었는데.”]

[“자리 잘못 앉아서 사진 한번 오지게 찍히게 생겼네.”]

[“아이돌이나 팬이나 개민폐.”]

그리고 그 뒤로도 같은 목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잠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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