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졸업 기념 컨텐츠로 진행한 룰렛을 이용한 메뉴 정하기.
그리고 지금 나를 포함한 멤버들의 시선은 온통 앞에 보이는 룰렛에만 집중되어 있는 상태였다.
스르르르륵─
쉼 없이 돌아가던 룰렛은 그대로 서서히 속도를 늦추는 듯 하더니 이내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고깃집]
“고깃집!”
그때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됐다, 됐어. 평타는 쳤어!
그러자 이를 본 백은찬은 스텝을 향해 빠르게 물었다.
“소예요, 돼지예요?”
“소입니다.”
“좋아!”
그리고 그때서야 멤버들은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상당히 격하게.
“세현 님을 받들어라!”
“우세현! 우세현!”
“소고기면 준수하지.”
그야말로 차 안은 아주 난리가 났다.
‘소고기’라는 마법의 단어로 인해 분위기는 어느새 한껏 달아올라 간 상태였다.
“세현이 형 손이 아주 금손이야!”
“세현아, 난 니가 해낼 줄 알았다.”
“잘했어, 잘했어!”
그렇게 고깃집을 갈 때까지 멤버들의 칭찬 세례는 끊이지 않은 채였다.
나 역시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마찬가지로 소고기이고, 또 파무침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혹시 한도는 있어요?”
“아, 맞아. 그것도 중요하다.”
얼마까지.
이런 게 있을 수도 있으니.
“당연히 한도는 없습니다. 그냥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돼요.”
“악!”
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 멤버들은 한번 더 내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서는 회사명을 외쳐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도 졸업식이라고 회사에서 인심을 두둑하게 둔 모양이다.
“오늘 아주 소고기 제대로 구워보자고요!”
“꿔보자고!”
그렇게 고깃집으로 가는 내내 멤버들의 텐션은 극상향을 찍고 있었다.
* * *
“귀염둥이 막내야, 형은 지금 매우 만족스럽다.”
“그놈의 귀염둥이 막내라는 말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
진짜 막내가 서운해할라.
“전 괜찮은데요?”
그렇게 말하던 신하람은 입에 쌈을 한 움쿰 집어넣고 있었다.
“세혀니 혀이 기여기느 하요.”
“뭐?”
“자까마요.”
그러더니 곧 쌈을 삼킨 뒤, 콜라까지 먹고 나서야 신하람은 다시 말했다.
“형, 멋있다고요.”
“뭔가 아까랑 내용이 다른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이내 신하람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고기는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한도가 없는 덕에 다들 먹고 싶은 만큼 먹은 것 같았고, 먹고 싶었던 파무침도 많이 먹었다.
“아, 진짜 배부르다.”
“숙소 갈 때 아이스크림 사갈까요?”
“아이스크림 좋다.”
어느새 그릇은 싹 비워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제 여기서 컨텐츠가 그대로 종료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그렇지 않았다.
“여기, 룰렛이요.”
“네? 룰렛은 또 왜요?”
그리고 우리는 다시 룰렛을 전달받았다.
“이제 룰렛을 돌려 후식을 정해주시면 됩니다.”
“아, 후식도 주시는 거예요?”
이와 동시에 멤버들은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시 룰렛을 돌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이제는 이게 졸업식 컨텐츠인지 룰렛 돌리기 컨텐츠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일단 후보들 좀 봐보자.”
“이번에도 5개네.”
적혀 있는 후식 후보들은 모두 5개였다.
아이스크림, 빙수, 판나코타, 에이드, 마카롱.
“판나코타는 뭐야?”
“판나코타가 뭐예요?”
그렇게 묻는 멤버들에 스텝이 푸딩 같은 디저트라면서 직접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사진을 본 멤버들은 곧 알겠다는 듯 소리를 내었다.
“판나코타는 빼자.”
“그래요, 빼요.”
아무래도 별로였던 모양이다.
“역시 아이스크림 아니겠냐?”
“빙수도 괜찮은데.”
“전 에이드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의견이 다양했다. 개인적으론 아이스크림이 땡겼다. 아니면, 빙수 정도.
“근데 이번에는 누가 돌려?”
“세현이가 돌리는 건 어때?”
동시에 모든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아니, 또 내가 돌리라고?
“잠깐, 너무 믿지 마.”
“아니야, 내가 볼 땐 오늘 니가 기운이 좋아. 첫판도 딱 괜찮은 걸로 됐잖아.”
“맞아. 그리고 원래 이런 건 처음 잡은 사람이 계속 돌리는 게 낫지.”
그 와중에 백은찬과 안지호는 의견이 참 잘도 맞았다. 누가 보면 미리 말을 맞춘 줄 알 정도였다.
“그래요, 세현이 형 한번 더 가자!”
“화이팅, 세현아.”
이에 차선빈으로부터 또 다시 룰렛을 건네받았다. 또 이렇게 되는 거냐.
“하기 전에 이거 하나만 부탁하자.”
“왜? 뭔데?”
“원망 금지.”
“아이참, 원망은 무슨! 우리가 원망할 사람들이야아?”
응. 원망 많이 할 것 같아.
매우, 많이.
“괜찮아, 솔직히 이 중에서 못 먹는 게 뭐가 있어? 어? 그 뭐냐, 판나코나인가 그거는 처음 본 거긴 한데, 그것도 맛있겠지.”
“판나코라 아니에요?”
“난 판다코다인 줄 알았어.”
판나코타야······.
확실히 다 괜찮긴 했다.
뭐가 나와도.
“알겠어, 그럼 일단 돌릴게.”
“그래, 가자!”
나는 이내 가지고 있던 룰렛을 멤버들이 잘 보이는 방향으로 들었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대로 쎄게 돌렸다.
핑그르르르르─
“돌아가요! 돌아가요!”
“가자! 아이스크림 가자!”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서서히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였고, 멤버들은 이를 집중해서 쳐다보았다.
스르르르륵─
이윽고 룰렛은 자신의 움직임을 멈췄다.
* * *
우리는 지금 회사 2층에 위치한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그곳엔 테이블과 함께 통창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해가 점차 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게 판나코라구나······.”
“형, 판다코다요.”
“아무렴 어때.”
백은찬이 판나코타를 먹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멤버들과 내 손엔 저마다 판나코타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룰렛을 돌려 나온 후식은 판나코타.
결국 이게 걸리고 말았다.
순간 그게 나왔을 때의 그 쎄한 분위기란.
아직까지도 그때의 분위기가 생생했다.
얼마 안 지났지만.
“완전히 푸딩맛이네. 이거.”
“근데 전 위에 귤이 얹어져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아, 맞아. 확실히 그냥 먹는 것보다 상큼해.”
하지만 의외로 멤버들은 잘 먹었다.
먹게 된 건 귤이 얹어진 귤 판나코타였는데, 이게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근데 난 이렇게 새로운 거 먹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
와중에 차선빈이 말했다.
“아, 그건 나도 동감. 게다가 이거 맛있어.”
“저도요. 이거 왜 후식 목록에 넣었는지 알 것 같아요.”
“난 벌써 이만큼 먹었어.”
도운이 형이 자신의 병을 보여주며 말했다. 어느새 반절 이상이나 없어져 있었다.
확실히 판나코타는 맛있었다.
귤이 올라가 있는 것도 좋고.
해가 지는 것을 보며 먹는 푸딩.
그럭저럭 괜찮았다.
“수고하셨어요, 오늘 컨텐츠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후식까지 다 먹자 이윽고 컨텐츠 촬영이 끝이 났다. 밥 먹고 후식 먹은 것밖에 없는데 어째 평소보다 더 피곤한 느낌이었다.
“맛있었다!”
백은찬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도 멤버들 모두 받은 판나코타는 전부 먹었다.
“뭔가 오늘 한 건 없는데 한 게 많은 것 같아요.”
“한 게 없진 않을걸?”
“세현아, 다 먹었어?”
차선빈의 물음에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후식까지 먹고 나니 배가 꽤 불렀다.
그리고 그대로 멤버들과 차량으로 이동하는데 순간 백은찬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이스크림 사갈까?”
당연히 콜이었다.
* * *
그리고 그날 저녁,
그때부터 우리의 졸업식과 관련된 사진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졸업식에서의 평범한 사진이기에 그냥 올라오겠구나 싶었는데, 예상과 달리 전혀 다른 포인트로 올라오는 글도 있었다.
- [HOT!] 졸업식에서 꽃이 된 아이돌.jpg
윈썸 세현
사진1.jpg
사진2.jpg
└ 아앀ㅋㅋㅋㅋ이게 뭐냐ㅋㅋㅋㅋㅋ
└ 꽃다발이 왕 만햌ㅋㅋㅋㅋㅋ저거 누가 준거야?ㅋㅋㅋㅋㅋㅋ
└ 와 나 저렇게 큰 꽃다발은 첨 본다
└ 진짜 꽃이 됐네ㅋㅋㅋㅋㅋ꽃에 파묻혀있어ㅠㅠㅠㅠㅠㄱㅇㅇ ㄱㅇㅇ
└ 그 와중에 개 잘생겼네 우세현은 나이 먹을수록 더 잘생겨질 것 같음
└ 저거 부모님이 준 거라던데? 부모님이 건네주는 거 사진 찍혔음ㅋㅋㅋㅋㅋ
└ 와 난 또 우도현이 준 줄ㅋㅋㅋㅋ 우도현이 줄 것 같이 생겼어
└└ ㅇㅈㅋㅋㅋ 몰랐으면 우도현이 준 거 같아 하고 말 오갔을 듯ㅋㅋㅋㅋㅋ
└└└ 아니 근데 우도현은 한국에 없는데 저걸 어케 줌ㅋㅋㅋㅋㅋ
└ 세현이 꽃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 (흐뭇)
└ 역시 미남과 꽃의 조합은 옳아
예상치 못하게 화제가 됐지만, 어쨌든 그 꽃은 지금도 우리 숙소에 잘 보관되어 있는 중이었다.
꽃다발이 워낙 특이해서 그런가.
형 얘기도 은근 꽤 많이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에는 졸업식날 찍었던 졸업식 컨텐츠가 올라오기도 했다.
[나 파무침 먹고 싶어서.]
[파무침?]
- ㅋㅋㅋㅋㅋㅋㅋ세현이 파무침 뭔데
- 레스토랑 버리고 파무침 선택한 세현이ㅠ 오구오구 그래 먹고 싶은거 먹자
- 파무침 얘기 나올 때 은찬이 표정이 대박이야ㅋㅋㅋㅋ그 당황스런 표정
[고깃집!]
[소예요, 돼지예요?]
[소입니다.]
[됐어!]
- ㅋㅋㅋㅋㅋㅋㅋ다행이다ㅠㅠ 그나마 소라서....돼지였으면 진짜ㅠㅠㅠㅠ
- 그래 IN, 양심 있으면 소로 줘야지
- 고깃집 걸렸을 때 세현이 엄청 좋아햌ㅋ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세현이가 잘 돌렸다 김밥집 나왔어봐 아찔했닼ㅋㅋㅋㅋㅋㅋ
[~고깃집에서 맛나게 고기 먹는 윈썸~]
- 그래도 애들 잘먹는 거 보니까 좋다ㅠㅠ
- 와중에 하람이 이단으로 쌈 싸먹는 스킬 보소ㅋㅋㅋㅋㅋ
- IN이 그래도 애들 잘 먹이는 것 같아서 그건 좋다 그래 밥은 많이 먹어야지
- IN이 그래도 많이 신경 써준 것 같음 메뉴도 나름 괜찮고 한도도 없잖아
[후식도 룰렛이에요?]
- 방금 한 말 취소 룰렛 광공이냐 IN?
- 뭔 후식도 룰렛이야 ㅡㅡ 그냥 아이스크림 하나씩 쥐어주면 됐지 ㅡㅡ
- 후식도 맛있는 걸로 내놔 ㅡㅡ
- ㅋㅋㅋㅋㅋ댓글들 태세전환 쩌네ㅋㅋ
[판나코타가 뭐예요?]
[아아. 이게 판나코타구나.]
[판나코타는 빼자.]
- 판나코타 다들 몰랑ㅠㅠ 근데 그거 꽤 맛있어 얘두라
- 판나코타 별로였나봐ㅋㅋㅋ단합력 좋네ㅋㅋㅋㅋㅋㅋ
- 이번에도 룰렛 세현이가 돌리나보다
[~판나코타에 걸리고 만 윈썸~]
- ㅋㅋㅋㅋㅋㅋㅋ이 정적 뭔데ㅋㅋㅋㅋ
- 애들 아이스크림 주세요ㅠㅠㅠㅠㅠ
- 표정 개귀여워ㅋㅋㅋㅋㅋㅋㅋㅋ
- 은찬이 은근슬쩍 한번 더 돌려보네ㅋㅋ
[이게 판나코라구나······.]
- 판나코라ㅋㅋㅋㅋㅋㅋㅋ정신차려!
- 누가 좀 정정해줘요ㅠㅠㅋㅋㅋㅋㅋㅋ
- 아깐 판다코타라고 했엌ㅋㅋㅋㅋㅋㅋ
- 원래 이름 판나콘타 맞지?
- 아님 원래 이름 판나콘다야
- 이 무슨 판나코타탈트 붕괴현상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노을을 바라보며 판나코타를 먹는 장면으로 마침내 컨텐츠는 끝이 났다. 그렇게 판나코타가 가득한 댓글창만 남긴 채로.
이후에는 그에 반응하듯 ‘판나코타’가 SNS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더불어 ‘판나코라’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