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51화 (151/413)

151화. 게임 잘하시나요?

“<승부의 아이돌>이요?”

며칠 뒤,

매니저 형으로부터 예능 스케줄이 하나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응. 이번에 <승부의 아이돌> 제작진 측에서 너희한테 섭외 요청이 들어왔어.”

“헐.”

앞에서 언급한 <승부의 아이돌>은 아이돌 관련 케이블 예능 프로그램으로 10, 20대 층에서 꽤 인지도가 있는 방송이었다.

“근데 그럼 저희 다 나가는 거겠네요?”

“그렇지.”

그 말과 동시에 멤버들은 모두 꽤나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게 첫 단체 예능이었으니까.

지금까지 자체 컨텐츠를 이용한 예능형 컨텐츠는 꽤 찍었지만, 이렇게 직접 다함께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는 건 처음이었다.

‘단체 예능.’

고작 몇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기분 좋아지는 말이었다. 다같이 나가는 게 가장 좋다.

“그래서 이번엔 무슨 특집인데요?”

<승부의 아이돌>은 회마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특집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주제에 따라 출연하는 그룹이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었고.

그러니 이번에 출연하게 된 건 해당 방송 회차 특집 주제와 우리가 맞았다는 건데, 그게 어떤 주제인가가 상당히 중요했다.

“이번에 대박 신인 특집.”

“네?”

“이번 방송의 주제가 그거더라고. 대박 난 신인들 특집.”

대박 신인 특집.

주제는 생각보다 일반적이었다.

일단 대박 신인은 맞으니까.

“그럼 상대는요?”

<승부의 아이돌> 한 회에 출연하는 아이돌 그룹은 모두 두 그룹이었다.

한 회 주제에 맞는 아이돌 두 그룹이 서로 대결을 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이었다. 그래서 제목이 <승부의 아이돌>인 거고.

이번 특집의 주제가 대박 신인이라고 했으니, 아마 그에 맞는 아이돌 그룹이 나올 터.

동시에 올해 나온 신인 그룹에 관해 잠시 떠올렸다. 대충 누가 있었지.

“상대는 체이스야.”

“네?”

“너희들이랑 같이 출연할 그룹, 그게 체이스라고.”

그 순간 잠깐 버퍼링이 걸렸다.

상대가 체이스라고?

그리고 이와 같은 상태인 건 나만이 아닌 듯 했다.

“잠깐만요! 형, 왜 상대가 체이스에요?”

“체이스는 올해 신인도 아니잖아요!”

“어, 아마 주제 그대로 ‘대박 신인’에 충실한 게 아닐까 싶은데.”

아. 그러니까 꼭 신인인 필요는 없는 거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인 때 대박이었던’이라는 건가.

“하, 체이스랑 한 특집으로 묶여 나올 줄은 몰랐네.”

백은찬은 그렇게 잠시 헛웃음을 내뱉었다.

말 그대로 정말 예상외의 상황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된 거 별수 있나 싶었다.

일단 섭외가 됐고, 기회를 얻었으니 상대가 상대이니 만큼 반드시 이기고 오는 수밖에.

아무래도 <승부의 아이돌>의 그간 회차들을 자세히 모니터링을 해봐야 할 듯 했다.

* * *

그리고 촬영 날은 금방 찾아왔다.

<승부의 아이돌>의 경우, 기본적으로 정해진 세트장 없이 그때그때 테마에 따라 촬영 장소가 달라졌다.

그리고 우리가 안내받은 촬영 장소는, 서울에 있는 어느 한 호텔이었다.

“와, 수영장 진짜 오랜만.”

백은찬이 거대한 실내 수영장을 바라본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동시에 그런 백은찬의 목소리가 실내를 잠시 울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호텔 내 실내 수영장.

이곳이 바로 오늘 우리가 촬영을 할 장소였다. 어쩌다 보니 이번 촬영의 테마는 ‘물과 관련된 게임’이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오늘 게임, 2개 정도 한다고 했지?”

“응. 묵찌빠 대결이랑 금지의 단어.”

“아아. 맞아. 그런 거였어.”

다행히 멤버 중에 물에 약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 그래서 일단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오늘 꽤 물 좀 맞겠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오랜만에 시원하게 물벼락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할 듯 했다.

“윈썸 분들은 첫 출연이죠?”

“네?”

“이 프로그램이요.”

촬영을 시작하기에 앞서, 건너편에 있던 이화준이 뜬금없이 물어왔다. 체이스는 한발 먼저 촬영 장소에 도착해있었다.

“네. 첫 출연입니다.”

“그럼 긴장되시겠네요. 저희는 이번이 3번째라 그런지 꽤 익숙해졌어요.”

그렇게 이화준이 넉살 좋은 얼굴로 말했다. 저 말 하려고 말 걸었네. 출연 횟수.

“그동안 승률도 꽤 좋아요. 2승 0패.”

굳이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를 여전히 잘도 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전승이다, 이건가.

그보다도 그런 정보 정보는 이미 모니터링을 통해 알고 있던 바였다. 다시 말해 쓸모없는 정보라는 거다.

“그래도 오늘은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 이화준의 옆에 있던 손태하가 상당히 해맑은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는 곧장 나를 향해 물었다.

“세현 씨, 게임 잘하죠?”

“아뇨. 그렇게 잘하진 않습니다.”

“정말이에요?”

“네.”

그러자 손태하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잘생겼는데 게임까지 잘하면 분량에서 좀 그렇죠.”

그거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

“보통 잘생기면 화면에 많이 나오잖아요. 근데 게임까지 잘하면 더 많이 나오고. 그러니 그렇게 되면 게임에서나 분량에서나 내가 불리하단 말이죠.”

그 말을 하는 손태하는 꽤나 진지한 얼굴이었다. 결국 분량이 걱정된다는 거군.

“그런 의미에서 게임을 별로 못 하신다는 건 꽤나 환영해야 할 일이네요.”

“아, 어쩌죠.”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내 어깨 위로 자연스럽게 팔 하나가 올라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내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백은찬이었다.

“저희 세현이, 게임 잘하는데.”

그리고는 방긋 웃어 보인다.

근거 없는 루머를 이렇게 만드는구나.

“아, 그래요?”

“네. 세현이가 우리 최종병기거든요.”

아니, 최종병기는 무슨 최종병기냐.

상당히 당황스러운 단어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손태하는 이내 씨익 웃어 보였다.

“그렇군요. 그럼 더 재밌겠어요.”

왠지 모르게 기대감이 섞여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손태하는 곧 기대가 된다면서 꽤나 즐거운 얼굴을 했다.

“그럼 이제 촬영 슬슬 들어갈게요!”

동시에 스텝의 앞선 말이 수영장 안을 크게 울리며 우리에게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그 말이 들림과 동시에 마치 수신호처럼 체이스와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그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았다.

* * *

“아까 최종 병기는 뭐야?”

“아, 그거?”

앞선 내 물음에 백은찬은 그 순간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기합 넣고 가는 거지, 기합.”

“기합?”

“그냥, 뭐 이쪽도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대충 기선 제압이라는 거네.

뭐, 나쁘지 않은 제압이긴 했다.

일단 이쪽이 유리한 게임은 확실히 있으니.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승부의 아이돌>!”

촬영이 시작되었다.

이어지는 오프닝 멘트는 <승부의 아이돌>의 두 간판 MC, 개그맨 이선강과 전 아이돌 멤버 찬우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네. 오늘의 주제는 바로 <대박 신인>입니다!”

“대박 신인! 우리 가요계에 대박 신인 흔치 않죠. 그런 의미에서 아주 특별한 분들이 게스트로 오셨습니다. 그럼 어서 모셔볼까요?”

그리고 곧 두 MC는 동시에 외쳤다.

“체이스, 윈썸!”

그대로 체이스는 왼쪽에서, 우리는 오른쪽에서부터 입장했다.

아무래도 멤버 전체가 나오는 것이다 보니 출연진이 다 모이자 어느새 10명이 족히 넘는 인원이 한 곳에 있는 모습이었다.

“화제의 두 그룹이죠, 체이스는 작년, 아니 제작년 신인상을 휩쓰셨고, 우리 윈썸은 작년 한 해 신인상을 휩쓰셨으니까요.”

그리고 한동안은 마련된 의자에 앉아 각 그룹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함께 토크 시간을 가졌다.

“근데 이렇게 보니 둘 다 대형이네요? 체이스는 RA 엔터, 윈썸은 IN 엔터.”

“역시 대형이 좋긴 좋은가 봐요.”

“왜요, 찬우 씨도 좋은 소속사시잖아요.”

“아이, 물론 저희 소속사도 너무 좋죠~”

앞서 말한 대로 체이스와 우리 모두 대형 기획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보니 잠시 이와 관련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근데 이렇게 보니 회사도 위치가 약간 라이벌 같네요. 같은 3대 대형이니까.”

“그러네. 그럼 그런 의미에서 각자 소속사의 장점 하나씩 말해보고 갈까요?”

그리고 갑분 소속사 자랑 타임이 되었다.

그나저나 장점, 장점이 뭐가 있지.

“선배인 체이스부터 할까요?”

“네. 저희는 일단 이번에 사옥을 새로 이사해서요. 회사가 굉장히 넓고 커졌습니다.”

“아, 좋은 사옥! 맞아요. RA 엔터가 진짜 좋은 곳으로 옮겨가셨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RA 엔터가 신사옥으로 이사를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보지 않았다만.

“그럼 IN 엔터는요?”

그리고 이번엔 우리에게로 질문이 왔다.

이에 도운이 형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연습실과 구내식당을 비롯해서 사내 환경, 그런 게 정말 좋아요.”

“아아. 그러고 보니 IN 엔터는 연습실이 유명하죠. 좋은 장비와 시설로.”

IN 엔터의 좋은 사내 환경은 나 역시 입사 전부터 종종 들어왔던 거였다. 그 와중에 진짜 귀신이 나오는 연습실도 있지만.

“그럼 혹시 각자 지금의 소속사에 들어가게 된 계기, 그런 게 있을까요?”

이번에도 대답의 순번은 체이스에게로 먼저 돌아갔다. 그중에서도 이화준에게로.

“저는 루트 선배님들을 어렸을 때부터 정말 좋아했거든요.”

“맞아요, 화준이 형은 루트 선배님들 완전 팬이었어요. 진짜 찐팬.”

“아, 그래서 RA 엔터에 지원하게 된 거군요?”

“네. 그렇죠.”

이화준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루트를 직접 만난 적 있어요?”

“이제 지금 같은 소속사이신 선배님과 신도하 선배님 이렇게 두 분만요.”

“그래도 둘이나 만났네요.”

“네.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년 때 신도하를 만났겠군. 출연했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로 질문이 넘어왔다.

마찬가지로 IN 엔터에 들어오게 된 계기였다. 아무래도 각자 들어온 경로가 달랐기에 저마다 이유가 달랐다.

“세현 씨는요?”

“저는 일단 IN 엔터가 처음으로 캐스팅 제안을 받은 회사이기도 했고, 또 첫 오디션을 본 회사였거든요.”

“아, 그동안 길거리 캐스팅 이런 거 없었어요?”

“네. 없었어요.”

그런 내 대답에 MC들은 꽤나 놀란 듯한 표정을 보였다.

“이야, 이상하네. 이렇게 잘생겼는데.”

“그러게요. 진짜 이상하네.”

이상할 게 있나. 사실인데.

어쨌든 그 질문은 그렇게 넘어갔다.

“아, 그런데 그럼 각자 다 지금 소속사가 첫 회사인 건가요?”

“저희는 일단 다 첫 회사입니다.”

명우진이 말했다.

“윈썸 분들은요?”

“저희도 지호 말고는 다 첫 회사에요.”

우리 역시 안지호는 제외하면 모두 첫 회사가 IN 엔터테인먼트였다.

“지호 씨는 전 회사가 어딘데요?”

“RA 엔터에서 연습을 했었습니다.”

“아, 정말요?”

이에 MC들은 크게 놀라며 반응했다.

“그렇다면 체이스 분들이랑도 친분이 있으신가요? 나이대가 비슷할 텐데.”

“지호랑은 같이 연습하던 사이였었죠.”

이번에도 명우진이 대답했다.

다만, 그 이야기가 거기서 더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다.

“참, 오늘 이것저것 많이 알아가네요. 네, 그래서 저희가 또 준비를 했죠.”

“바로 우리 사장님과의 통화 연결!”

잠깐, 뭐라고?

우리 사장님과의 통화 연결?

이건 사전 대본에는 없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멤버들은 물론 체이스 또한 상당히 당황스러워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저희가 특별히 각 소속사 사장님들과 잠깐 전화 연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멤버 분들 몰래 준비를 했는데요~”

“바로 전화 연결을 해볼까요?”

그리고 곧 통화음이 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 네. 안녕하세요.

“오, 안녕하세요. 라 대표님.”

“사장님! 본인 소개 한번 해주시죠.”

그러자 이어지는 남성의 목소리.

─ 안녕하세요. RA 엔터테인먼트 대표, 라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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