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인재는 늘 귀하니까요.
─ 안녕하세요, RA 엔터테인먼트 대표 라성훈입니다.
이윽고 RA 엔터의 라성훈 대표의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그리고 체이스의 멤버들은 그런 대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반응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대표님!”
대표가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열심히 리액션을 하는 모습이었다. 사회생활 열심히 하네.
물론 남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우리도 인현민 대표와 통화를 하게 될 때면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테니.
그대로 라성훈 대표와 함께 체이스와 관련된 이야기를 잠시 나누었다.
“그런데요, 대표님. 여기 윈썸이 같이 나와 있어요. 윈썸 알고 계신가요?”
와중에 우리가 얽힌 질문이 나왔다. 사실 같은 출연자로 나와 있는 거니 얽히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라 대표는 곧바로 답을 했다.
─ 네. 당연히 알고 있죠. 윈썸 요즘 엄청 인기 많잖습니까.
그러자 MC들이 한번 더 물었다.
“아, 그럼 혹시 지호 씨 아시나요? RA 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이었는데.”
─ 그럼요. 지호, 알고 있습니다.
과거 데뷔조까지 올라갔기 때문인지 라 대표는 안지호를 알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대로 안지호를 살짝 살폈다.
표정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설마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전 회사 대표와 전 연습생의 만남.
이보다도 어색한 상황은 없었다.
“의외로 멤버들을 다 아시는 모양이네요?”
“아무래도 3대 회사 대표님이시잖아요~”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대화 흐름상 그런 일은 없어 보였다. 다행이네.
─ 하하. 당연히 다 알죠. 거기 세현 군도 잘생겼잖아요.
아니, 잠깐만.
뭐지, 이 뜬금없는 언급은.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대화가 튀는 흐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대표님은 세현 씨랑도 어떻게 보면 인연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이제 세현 씨 형님 분이 또 RA 엔터에 오래 있으셨으니까요~”
─ 아, 그렇죠. 연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세현 군도 RA 엔터로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말이예요. 하하.
라 대표는 그게 마치 아쉽다는 양 웃으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체이스 멤버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니네 대표가 그냥 한 말이니까. 실제로도 의미 없고.
“어, 이거 약간 세현 씨가 탐이 났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 그렇다기보다는 재능 많은 인재는 늘 귀하잖아요. 아, 그런 의미에서 RA에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RA의 대표는 그렇게 연거푸 아쉽다는 냥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 입장에선 전혀 달갑지 않았다.
“하하. 대표님이 세현 씨가 많이 아까우셨나 보네요. 이렇게까지 아쉬워하시는 걸 보니~”
─ 그래도 지금 회사에서 잘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라성훈 대표는 덧붙였다.
─ 게다가 재능하면 또, 우리 애들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전 우리 멤버들이 최고라고 늘 자부하고 있거든요.
그러더니 곧 체이스 멤버들의 자랑으로 이어졌다. 라 대표의 이와 같은 말을 듣고 있던 체이스는 저마다 웃음기 띤 얼굴이었다.
─ 얘들아, 그럼 힘내고 이기고 와라.
“네!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외에는 특별히 얽히는 일 없이 무난하게 통화가 끝났다. 마지막까지도 체이스 멤버들의 목소리에는 꽤나 기합이 들어가 있었다.
“자, 이렇게 라성훈 대표님과의 전화 연결 잘해봤고요, 라 대표님이 의외로 윈썸과도 인연이 꽤 있으시네요.”
인연보다는 괜히 쓸데없는 어그로만 잔뜩 끈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절대 편집 안 되겠지.
“그럼 이제 IN 엔터의 수장님께 연락을 드려볼까요?”
드디어 이쪽 차례인가.
그렇게 인현민 대표와의 통화가 시작됐다.
* * *
─ 윈썸, 파이팅!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 말을 마지막으로 IN 엔터의 인현민 대표와의 전화 연결을 마쳤다.
특별한 말이나 대화가 오간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늘 촬영에 대한 응원이 주를 이었다.
마찬가지로 인현민 대표에게도 체이스와 관련된 질문이 들어갔으나, 그 부분에서 눈에 띌만한 내용은 없었다.
물론 와중에 앞서 RA 엔터 라 대표가 나에 대해 한 언급이 한번 더 언급이 되긴 했다.
─ 아, 그 대표님께서 그러셨어요?
“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러자 곧 인현민 대표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 그런다고 뭐 달라질 게 있나요. 어림도 없지요. 하하.
그리고 앞선 언급에 대한 건 거기서 끊어졌고, 이내 통화는 이로부터 얼마 안 가 끊어졌다.
“자, 이렇게 해서 잠시 특별한 시간을 가져봤는데요. 그럼 이제 응원도 받았으니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해야겠죠?”
그리고 바로 게임 코너로 순서가 넘어갔다. 동시에 눈앞으로 작은 원형 테이블 하나가 준비되었다. 이제 시작인가.
“첫 게임은 바로 묵찌빠 대결입니다!”
첫 게임은 바로 묵찌빠 대결.
이는 1:1 멤버 대결로, 소품으로는 물이 담긴 바가지와 일반 바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즉, 묵찌빠 승부를 통해 승자는 물 공격을 패자는 바가지로 이를 방어하는 것이었다.
“한 게임당 먼저 3판을 이기신 분이 승리를 하시게 될 겁니다.”
“그럼 이제 각 그룹에서는 순서를 정해서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주세요~”
대결 순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체이스도 우리도.
사전에 미리 안내를 받았으니까.
“정하셨나요? 그렇다면, 가장 첫 타자 분들은 이 앞으로 나와 주세요.”
이에 나는 바가지가 놓여 있는 테이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번 게임에서 나는 팀의 첫 번째 타자를 맡았기 때문에.
“윈썸에서는 세현 씨가 나오셨군요!”
“그렇다면, 체이스에서는~?”
그리고 그런 나의 상대는,
“네! 체이스에서는 태하 씨가 나오셨습니다!”
바로 손태하였다.
* * *
“바가지에 물을 자동으로 채워질 거고요, 이제 여러분들은 묵찌빠를 한 이후 빠르게 자신의 바가지만 집으시면 됩니다.”
묵찌빠도 묵찌빠지만, 순발력 또한 중요했다. 설령 지더라도 빠른 순발력으로 방어에 성공한다면, 승리 카운트는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묵찌빠에서 이기는 것도 방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만약 승리하게 되더라도 승리한 멤버는 자리에 남아 상대 팀의 다음 멤버와 계속해서 대결을 이어가야만 했다.
다시 말해 릴레이식이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멤버의 팀이 최종 승리를 하게 되는 방식이었다.
“팀 인원이 맞지 않는 관계로 윈썸에서는 도운 씨가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운 씨는 저희랑 같이 서주시죠.”
체이스는 5명, 우리는 6명이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남는 한 명은 잠시 MC와 위치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묵찌빠라······.’
일단 가위바위보와 다르게 묵찌빠의 경우 예측을 하는 게 조금 더 어려웠다.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묵찌빠의 경우 생각과 동시에 패를 결정하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
게다가 바가지까지 집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신경 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 이렇게 각 팀에서 첫 번째로 나왔다는 건 이거 묵찌빠에 꽤 자신이 있다는 거거든요. 어떻게, 사실입니까?”
MC가 손태하를 향해 물었다.
“아마 체이스에서는 제가 제일 잘할 거라 생각해요.”
“오, 역시. 그럼 세현 씨는요?”
“저도 어느 정도 자신은 있습니다.”
몇 명까지 이길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 많은 인원을 상대한다는 게 내 목표였다.
“그럼 각자 몇 명까지 이길 것 같으신가요? 먼저 태하 씨.”
“음, 그래도 2명? 1명 이상은 확실하게 이기고 가야겠죠.”
“세현 씨는요?”
“저는 최대한 많은 인원을 상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해진 인원은 없었다.
그냥, 정말로 최대한 많이 상대하는 게 중요했다.
‘웬만하면 5명.’
굳이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웬만해서는 5명 모두 내 선에서 해결하고 싶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분 다 준비해주세요.”
그 뒤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게임이 마침내 시작되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첫판.
“가위, 바위, 보!”
나는 주먹.
손태하는 가위였다.
당연하지만 시작부터 생각을 읽고 들어갔다. 가위바위보에서 승리해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게 좋았으니까.
[“일단 같은 거.”]
보아하니 다음에도 가위를 낼 생각인 듯 했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줘서 고맙군.
“찌.”
이에 나는 곧바로 이를 실행했다.
마찬가지로 그 순간, 손태하 역시 가위를 내었고 그와 동시에 나는 빠르게 바가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촤악!
“오! 태하 씨가 막았습니다!”
하지만 손태하는 또 다른 바가지로 이를 빠르게 방어했다. 생각보다 반응속도가 빨랐다.
동시에 손태하는 슬쩍 브이를 그렸다.
‘반응 속도를 보니 쉽지는 않으려나.’
단순히 묵찌빠에서 이기는 게 다가 아니었다. 설령 이긴다고 해도 저쪽에서 막으면 끝이었으니.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번 대결에 들어가려 하는데, 그때 앞에 있던 담당 PD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손을 들었다.
“대결 속도가 조금 느리니까 좀 더 재밌게 빨리빨리 진행하도록 하죠.”
보통 이런 게임은 속도가 생명이긴 했다.
다만 그렇게 되면 생각을 읽기 힘들어진다는 게 문제였다.
무의식적으로 패를 낼 확률이 올라간다는 거였다. 하지만 PD가 요구하는데 그렇게 해야지. 결국 아까보다 조금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빠.”
이번에도 이겼······.
촤악!
“······아.”
“헉! 미안해요! 잘못 집었어요!”
순간 눈앞으로 물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역시 승리를 한 덕에 빠르게 바가지를 집으려 하였으나, 그 순간 손태하의 손이 조금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원래 내가 집어야 했을 파란색 바가지는 어느새 손태하의 손에 가 있는 채였다.
‘이 자식······.’
하지만 어쨌건 일단 웃었다.
면전에 대고 따질 수는 없으니.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물바가지가 다시 오갔다.
촤악!
촤악!
이윽고 게임은 막바지에 다다랐다.
“묵.”
“아!”
촤악!
“네! 이번 게임의 승리자는 세현 씨!”
그 순간, 물을 맞은 손태하는 그 자리에서 잠시 멀뚱히 서 있었다.
‘이겼다.’
확실한 내 승리였다.
손태하의 빠른 반응 속도로 인해 빠르게 이기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도 결국 이겼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 역시 물을 꽤 맞긴 했으나 손태하에 비하면 많이 맞은 건 아니었다.
“세현 씨, 진짜 잘하시네요.”
손태하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런 손태하의 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내 대답을 들은 손태하는 아쉽다는 얼굴로 등을 돌렸다.
[“못 한다더니. 역시 빼는 거였네.”]
다 못 한다고는 안 했다.
게임이 이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동시에 뒤에서부터 나를 향해 환호하는 멤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떻게, 세현 씨 곧바로 바로 갑니까?”
“네. 곧바로 가겠습니다.”
흐름을 탄 만큼 이대로 빨리 가는 게 좋았다. 목표는 처음 잡은 대로 5명.
“네! 그럼 바로 가겠습니다. 체이스에서는 바로 다음 멤버 나와주세요~”
다음 멤버는 이화준이었다.
이왕이면 생각이 많은 타입이었으면 좋겠군.
* * *
촤악!
“네! 이번에도 윈썸의 승리입니다!”
이에 앞에 있던 체이스의 멤버가 아쉽다는 듯 그대로 고개를 떨군 채 등을 돌렸다.
‘이제 앞으로 남은 건 2명.’
이걸로 3명째였다.
그러니 이제 남은 건 2명.
2명만 더 이기면 승리였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묵찌빠를 잘하죠?”
“그보다 안 힘들어요? 지금 연속으로 계속 달리고 있는데.”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판이 길어져서 머리가 좀 젖긴 했는데, 그거 말고는 문제없었다.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어떻게 다른 멤버로 교체해도 되는데.”
“중간에 한번 교체 가능하거든요.”
들어보니 중간에 다른 멤버로 잠깐 교체하는 것도 가능한 듯 했다. 근데, 이왕 나온 거 내가 다 해결을 보고 싶었다.
이대로 끝까지.
앞으로 조금만 더 버티면 굳이 멤버들이 나오지 않고서도 승리가 가능할 듯 했다.
“교체할게요!”
그런데 그때, 백은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만, 교체? 교체라고?
“어, 윈썸 멤버 교체합니까?”
“네. 저희 교체할게요.”
그리고 백은찬은 대기석에서 일어나 그대로 나에게로 빠르게 다가왔다.
“바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