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54화 (154/413)

154화. 아직 눈치 못 챘나?

우세현의 모자에 달려 있는 금지 단어, 그 금지 단어는 바로 [특히 / 미소 짓기]였다.

그리고 우세현은 지금까지 그 행동을 몇 번 했다. 이와 동시에 팀원석에 있던 안지호에게로 물이 쏟아졌고, 안지호는 이내 조용히 얼굴을 닦았다.

‘눈치는···아직인 건가?’

명우진은 그런 우세현을 잠시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세현은 앞서 자신이 한 행동들을 되돌아보고 있는 듯 했다.

‘일단 행동 키워드는 알았으니 이제 하나만 더 알면 되는데.’

무엇보다 키워드를 알아내는 게 시급했다. 그것도 상대보다 빨리 알아내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게임을 진행했다. 그때까지도 대화의 주제는 여전히 ‘음식’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세현 씨는 정말 가리는 게 없으시네요.”

“네. 아, 그래도 오이는 싫어합니다.”

“그래요? 오이는 저도 싫어하는데.”

그리고 명우진은 그대로 살짝 웃으며 우세현에게 악수를 건넸다.

겉보기엔 동질감을 표현하는 형태였지만, 이렇게 먼저 웃으며 손을 내밀시 자연스럽게 저쪽도 웃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명우진의 바람대로 우세현은 악수를 하려는 듯 역시나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제가 원하던 대로 자연스러운 그림이 연출이 되나 싶었는데, 악수를 함과 동시에 우세현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래도 피클은 좋아해요.”

“예?”

“오이는 별론데, 피클은 괜찮더라고요.”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지한 얼굴이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얼굴.

그리고 그런 우세현의 말에 명우진은 순간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동시에 이화준을 향해 물이 쏟아졌다.

‘아, 젠장.’

생각지도 못한 말에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고 말았다.

‘혹시 벌써 눈치챈 건가.’

우세현이 키워드를 눈치챌 만한 상황은 고작 몇 번에 불과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미 눈치챈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세현은 키워드를 속속히 피해갔다.

‘눈치가 좋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음을 명우진은 새삼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키워드를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고 보는 게 좋겠군.’

그렇다면 훨씬 불리한 상황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서든 낚는 상황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우진 선배님은 커피 좋아하시나요?”

“예? 아, 예. 좋아합니다.”

그리고 대화는 다시 시작되었다.

어쩐지 밀리고 있는 듯한 기분에 명우진은 처음보다 조금 더 긴장한 상태로 대화를 마저 이어갔다.

* * *

“자, 그럼 여기서 플레이어 체인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명우진과의 게임이 마침내 끝이 났다.

그와 동시에 명우진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봐도 졌군.”]

이번 게임에서 자신이 졌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모를 수가 없긴 하지. 웬만해서는 금지어를 말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드문드문 금지 행동을 하긴 했다.

일단 아예 안 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었고, 또 분량을 생각하면 너무 조심하는 것도 좀 그랬다.

그래도 마찬가지로 명우진 역시 실수를 꽤 해준 덕에 의외로 쉽게 이길 수 있었다.

“듣던 대로 잘하시네요.”

명우진이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도 잘하십니다.”

그리고 그대로 잠시 웃었다.

아까 못 웃은 거 여기서 다 웃어야지.

그러자 명우진은 그대로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생각했다.

[“머리 좋네, 침착하고.”]

높이 평가해줘서 고맙군.

그리고 나는 곧바로 인사를 건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내 명우진은 아무렇지 않게 자리를 먼저 나섰다.

나 역시 그런 명우진을 따라 자리를 옮기려고 하는데, 그때 옆에 있던 MC들이 나를 향해 물어왔다.

“세현 씨는 눈치가 엄청 빠르네요.”

“말해 봐요, 키워드 언제부터 안 거예요?”

“몇 번 맞다 보니까 알게 됐어요.”

“아주 요리조리 피하는 솜씨도 장난 아니야.”

MC가 장난기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게임이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 순번인 안지호와 이화준의 대결이 남아 있는 터였다.

그리고 팀원석으로 가니 그곳엔 안지호가 막 젖은 수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꽤 젖었네.”

“어. 생각보다 쎄.”

그리고는 머리를 잠시 턴다.

음, 역시 안지호가 이런 걸로 뭐라고 하진 않지. 그래도 조금 미안한 감은 있었다.

이후 나는 안지호와 바턴 터치하듯 자리를 바꿨다. 저쪽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앉으니 괜히 긴장이 됐다.

‘그나저나 이화준이네.’

하필, 이라는 생각도 조금 들어가 있긴 했다. 아무래도 RA 엔터 때의 악연을 생각하면.

“그럼 바로 게임 시작하도록 할게요.”

그리고 이내 안지호와 이화준은 금지어가 붙어져 있는 모자를 각자 착용했다.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 * *

안지호의 금지어와 행동은 [네 / 팔짱을 낀다] 였다. 그리고 이화준의 경우 [아니오 / 테이블을 친다] 였고.

“그래서 지호 씨는 최근에 자주 하는 취미 있으세요?”

“취미가 늘 같죠. 저는 집에 있는 걸 선호하는 편이거든요.”

“아, 여전히 집에 있는 걸 좋아하시네요.”

“집에 있는 게 편하고 좋잖아요.”

그리고 그 순간 안지호는 무의식적으로 팔짱을 꼈다. 그랬더니 곧 나를 향해 물이 시원하게 쏟아졌다.

쏴아아아악!

아, 진짜 세긴 세네.

그리고 그렇게 곧 끊어질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연이어 계속해서 물이 쏟아졌다.

“아.”

그러자 안지호는 그때서야 눈치를 챈 건지 서둘러 팔짱을 푸는 모습이었다. 그와 동시에 쏟아지던 물이 멈췄다.

[“아, X발.”]

그래, 일단 속으로만 욕해서 다행이고.

그보다도 얼마나 맞은 건지 시작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어있었다. 백은찬 후기가 확실하네.

[“팔짱이네.”]

그래도 그 덕에 안지호는 키워드를 하나 알아낸 듯 했다. 그래, 그러니까 이제 좀 조심해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이번 판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물폭탄들이 난무했다.

“그래서 요즘 하시는 게임이 많으신가 보네요.”

“아뇨, 실제로 그렇게 많지는······.”

쏴아아아악!

“지호 씨는 그럼 실내 활동 위주로 평소에 있으시겠네요.”

“네, 그렇······아.”

쏴아아아악!

대화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티키타카가 되는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대화가 끊기는 모습이 없어 남들이 보기엔 어색함 없이 술술 이어지는구나 싶겠지만, 실제로는 그냥 서로 지고 싶지 않아 하는 거였다.

쏴아아아악!

물론 그 덕에 명우진과 난 물을 한 바가지 뒤집어쓰게 되었지만.

옆에 있던 명우진을 보니 이미 명우진도 명우진대로 잔뜩 젖어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말할 때 간간히 테이블을 치는 게 이화준의 습관인 모양이었다.

‘근데 뭐, 어차피 이런 게임이고.’

물을 맞는 건 별로 상관없었다.

그보다도 이왕 이렇게 맞은 만큼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자! 그럼 여기서 그만!”

마침내 두 사람의 대화가 끝이 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게임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했고.

동시에 나는 옆에 놓여 있던 수건을 하나 더 집었다. 벌써 마지막 수건이냐.

“그럼 이제부터 카운트에 잠깐 들어갈게요.”

“왠지 이번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요? 특히 물이 많이 오가가지고.”

그리고 잠시 카운트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나는 열심히 머리를 털었다.

“야.”

그리고 부르는 소리에 보니 어느새 안지호가 앞에 와 있었다.

“왜?”

“수건.”

그러더니 곧 새 수건을 하나 건넨다.

갑자기 웬 수건인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제 딴에 미안한 게 아닐까 싶었다.

“땡큐.”

그리고 나는 곧 그 수건을 받아들였다.

이후 집계 발표가 나왔다.

사실 이번 판 하나 진다고 끝도 아닌데 이상하게 더 긴장이 됐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이번 판도 윈썸의 승리입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안지호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갔다. 그리고 그에 부응하듯 안지호 역시 입꼬리를 올렸다.

“와, 이번 판은 진짜 물이 난무했다.”

“세현이가 고생했지.”

“내 말대로 장난 아니지?”

“응. 그러더라.”

그리고 나는 안지호에게 받은 수건으로 한번 더 얼굴을 닦았다.

그렇게 멤버들과 기뻐하던 와중에, 다음 판으로 바로 게임이 진행되었다.

* * *

‘금지의 단어’ 게임이 끝난 이후,

체이스 멤버들은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제작진이 마련해둔 대기실로 향했다.

“······졌네.”

명우진은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는 지금 대기실 한 편에 마련되어 있던 의상룸에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는 이화준이 함께였다.

“전 솔직히 내가 이길 줄 알았어요.”

“너희 쪽은 별로 차이 없었을걸. 둘 다 워낙 공격적으로 나왔던 터라. 오히려 내 쪽이 차이가 꽤 컸을 거야.”

명우진은 그렇게 체념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참고로 이 의상룸은 방음이 잘 됐다.

“우세현이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더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눈치만 빠른 게 아니고 머리 회전도 빨라요. 낚으려고 할 때마다 아주 속속 피해 가는데······.”

이에 이화준은 쯧,하고 한번 소리 내었다.

“그냥 방송 이미지 만든 게 아닐까 했는데. 되려 확인한 꼴이 돼버렸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보다 이번에도 진 게 꽤나 뼈 아픈데.”

이제 남은 건 방송 클로징 촬영뿐이었다. 오늘 준비된 게임은 모두 끝이 났기 때문에.

의상을 갈아입고 나면, 클로징 촬영 후 오늘 방송의 촬영은 모두 종료될 예정이었다.

“이번엔 그냥 재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고작 게임에 불과한데요, 뭘.”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에 비해 이화준의 얼굴에는 짜증이 한껏 일어있었다.

“다음에 눌러버리면 돼요.”

이화준은 그렇게 조금 힘주어 말했다.

“그보다 안지호 말인데.”

“그 X끼가 왜요?”

“좀 이상하지 않아?”

“예?”

이화준은 순간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이 되었다.

“뭔가, 그때랑은 분위기가 좀 달라서.”

“그때요? 아, 연습생 때요?”

“응.”

뭔가 분위기가 달랐다.

정확히 분위기라고 말하기엔 조금 그랬다. 분위기라기보다는 전체적으로 그냥 뭔가 달랐다. 예전에 그때와는.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우세현한테 수건 건네줄 때는 저도 좀 놀랐어요.”

“그렇겠지. 그건 나도 놀랐어.”

“그 X끼가 그런 새X가 아닌데 그러고 있더라고요. 방송용인지, 뭔지.”

이화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거 말고도 뭔가 좀···아무튼 그렇더라고.”

“모르죠. 그냥 방송용 모드인지. 그게 제일 아다리가 맞지 않아요? 그 거지 같은 성격이 어디 갈 리도 없고.”

“그래······.”

명우진은 그저 그렇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맞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오늘 하루, 놀란 게 한둘이 아니네.’

그리고 모두 자신과 자신의 그룹에게 이득이 될 만한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게임일 뿐.’

그렇게 명우진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이상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슴 한 켠에 눌러앉은 불쾌함은 여전히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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