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교환하시죠.
“자, 이로써 준비된 게임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금지의 단어’ 게임이 끝나고 잠깐의 의상 교체의 시간을 가진 뒤 곧바로 클로징 촬영에 들어갔다.
클로징 촬영에는 간단히 승리팀을 호명하고 이에 따른 상품 수여식이 있을 예정이었다.
“네, 여기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마 보시는 분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요.”
승리팀 발표에 앞서 MC들은 한껏 분위기를 잡았다. 아무래도 그간 결과 발표와는 조금 다른 결과였을 테니.
“그럼 오늘의 승리팀을 호명해야겠죠?”
“네! 오늘의 승리팀은 바로─”
“윈썸입니다!”
그와 함께 박수가 나왔다.
이내 멤버들과 난 그대로 환호를 했고, 반대로 체이스의 경우 그런 우릴 향해 박수를 쳤다.
“체이스 분들은 첫 패를 하신 건데, 아쉽거나 하진 않으신가요?”
MC 찬우가 체이스를 향해 물었다.
“아쉽긴 해도 그래도 이렇게 윈썸 분들과 재밌는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오늘 하루 즐거웠습니다.”
명우진이 언제나와 같은 차분한 음성으로 정석과도 같은 대답을 했다.
“태하 씨는요?”
“이렇게 된 거 다음에도 이렇게 두 그룹이 같이 나와 다시 한번 겨뤄봤으면 좋겠습니다!”
반면 손태하는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 리벤지로 가나요?”
“그렇죠! 그리고 오늘 또 재밌었거든요!”
결국 리벤지를 하고 싶다는 거군.
당연히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윈썸 분들은 첫 출연에 첫 승이신데, 오늘 어떠셨나요?”
마침 내가 MC 옆에 있던 터라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답하게 되었다.
“굉장히 즐겁고 좋았고, 체이스 선배님들과 함께여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한번 더 나오는 거, 환영입니다.”
“어, 이거 나중에 재대결 가나요~?”
재대결 좋지.
방송 출연 한번 더 하고.
그때도 당연히 이길 거지만.
“자, 그럼 상품을 드려야겠죠?”
동시에 저 건너편에서부터 스텝이 상품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그 상품을 본 순간, 멤버들은 저마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상품은 바로, 1등급 한우 세트입니다!”
딱 보기에도 6명이 다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양이었다. 제작진이 크게 준비하셨네.
“자, 그럼 리더인 도운 씨께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멤버들과 잘 먹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한번 인증을 부탁한다는 스텝의 말과 함께 도운이 형은 그대로 한우를 넘겨받았다.
아마 오늘 저녁에 구워 먹지 않을까.
근데 숙소에 허브 솔트가 남아있던가.
“그럼 여기서 마지막으로 외쳐볼까요?”
“<승부의 아이돌>!”
마지막은 단체 구호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출연진들이 모두 함께 외치는 가운데, 카메라는 그렇게 페이드 아웃되었다.
* * *
촬영이 끝나고, 늘 그랬듯이 녹화장을 떠날 준비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예상 못 했던 일이 생겼다.
“번호요.”
“예?”
“세현 씨랑 번호 교환하고 싶어서요.”
바로 명우진과의 번호 교환이었다.
녹화가 끝나자마자 대기실 앞으로 찾아온 명우진은 대뜸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오다가다 마주치는 일도 많고 하니, 이참에 번호 교환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요.”
지금까지도 꽤 마주친 적이 있었다만 그때까지도 이렇게 번호 교환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명우진은 뜬금없이 먼저 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일단 번호를 알아두면 좋겠지.”]
별다른 의중은 없어 보였다.
정말로 말한 대로 번호를 알아두는 게 지금에서의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지.’
체이스의 멤버 번호 한둘 가지고 있는 정도야 괜찮을 듯 싶었다.
“네. 교환해요.”
“그럼 바로 찍어주세요.”
그렇게 명우진과 번호를 교환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한 마디를 남긴 채 명우진은 그대로 내게서 등을 돌렸다. 그야말로 용건만 간단히였다.
연락하게 될 일이 있을까 싶겠지만, 그래도 또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리고 나 역시 다시 대기실로 돌아가려 하는데, 그 순간 대기실 밖에 있던 안지호와 마주쳤다.
“깜짝이야.”
“왜 그렇게 놀래?”
“그렇게 서 있는데 안 놀라겠냐.”
기척 하나 없어서 누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번호 교환?”
“아, 응.”
앞선 안지호의 물음에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자 안지호는 방금 전 명우진이 간 곳을 잠시 바라보았다.
[“저 X끼, 뭔 꿍꿍이 있나.”]
아무래도 앞선 명우진의 행동에 의심이 드는 건 안지호 역시 마찬가지인 듯 했다.
“너도 있지? 명우진 번호.”
“어.”
내 기억으론 아마 명우진과 이화준 번호는 안지호도 가지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멤버는 잘 모르겠지만.
“······연락, 할 거냐?”
안지호가 뜬금없이 물어왔다.
그걸 묻는 표정이나 목소리가 꽤나 진지했다. 이에 나는 곧바로 답했다.
“그럴 리가. 내가 왜.”
“연락하려고 교환한 거 아니었어?”
“그냥 보험같이 가지고만 있는 거야. 그 이상은 안 해.”
뭐 좋을 게 있다고 연락을 해.
오고 갈 내용조차도 없었다.
그쪽도 그런 생각으로 가져간 걸 테고.
“혹시 걱정한 거라면 그럴 필요 없어. 체이스 멤버랑 친분 같은 거 만들 생각, 전혀 없으니까.”
그러자 안지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
표정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은 채였다.
“······왜?”
지금 이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어째 아까부터 당연한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인데.
“그야 너는 내 멤버니까.”
“뭐?”
“안지호, 너는 나랑 같은 그룹이잖아. 같은 멤버고. 그보다 왜 자꾸 아까부터 당연한 걸 묻는 거냐?”
그런 내 물음에 안지호는 또 다시 말이 없었다. 더불어 마치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이었다.
[“그룹······.”]
아주 잠깐이었지만, 안지호의 생각이 희미한 목소리로 잠시나마 들렸다.
그러더니 곧 평소와 같은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쓸데없는 문자 보내면 차단해.”
“뭐? 아, 명우진?”
“응.”
일단 연락이 올 때가 있을까 싶긴 한데······아마 연락이 온다면 그때겠지.
자신에게 철저하게 이득이 될 때.
아마 명우진이 나에게 연락을 할 때는 바로 그때일 거라 예상됐다.
“알겠어.”
그리고 안지호는 그대로 등을 돌렸고, 나 역시 이를 뒤따랐다. 그런 안지호의 걸음은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조금 느린 듯한 느낌이었다.
* * *
- 제목 : ㅅㅍ주의 이번에 승돌 게스트
윈썸이랑 체이스래
└ ㅁㅊ 윈썸 체이스야?
└ 헐 근데 무슨 특집이지? 두 그룹이 뭔가 공통된 게 있었나?
└ 와 나 존버 주식 성공했다 이 조합 엄청 기다렸는데ㅋㅋㅋㅋ
└ 아 팬들은 별로 안 좋아하겠네ㅋㅋ
└└ 왜? 둘 팬덤 사이 안좋음?
└└└ 얘네 팬덤 서로 기싸움 쩔잖아
└ 뭘 안 좋아해 지금 팬들 다 좋아하는데
└ 서로가 아니고 한쪽 팬들만 싫어하는 거겠지ㅋㅋㅋㅋ
└ 뇌피셜 싸지마ㅋㅋ 무슨 또 한쪽이냐
- 제목 : 윈썸이랑 체이스 사이 안 좋음?
팬들끼리 사이 안좋다는 말 나오네
└ ㅇㅇ 안좋아
└└ 뭘 안좋아ㅋ 그냥 서로 관심 없는게 맞지ㅇㅇ
└ 체이스 팬들이 윈썸 오지게 견제하잖아 이거 모르는 사람도 있나?
└ 체이스 팬들이 언제 윈썸을 견제했다고 그럼? 가만히 있는 팬들 머리채 잡지마
└└ 슨스 가봐 다 패고 있던데 뭘ㅋ
└ 근데 이 말은 갑자기 왜 나온 거야?
└└ 둘이 이번에 승돌 나온대
└ 승돌이 뭐임?
└└ 승부의 아이돌
- 제목 : 체이스 승돌 또 나와?
상대가 윈썸?
이번에도 이기겠네ㅋ
└ 왜? 체이스 게임 잘함?
└└ ㅇㅇ 승돌 2번 나가서 다 이김
└ 오 체이스 전승이야?
└ 이기는 걸 맡겨놓은 것처럼 말하네
└└ 지금까지 다 이겼으니까ㅋ
└ 그때 가봐야 알지
└└ 굳이 체이스 글에 들어와서 부들부들하네ㅋㅋㅋㅋ
<승부의 아이돌> 다음 게스트로 체이스와 우리가 나온다는 스포가 그 사이 인터넷 상에서 돌았다.
그리고 얼마 안 돼, <승부의 아이돌> 제작진 측에서도 예고편을 내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의 기대감은 꽤나 높이 올라간 상태였다.
‘더불어 체이스가 이번에도 이길 건지에 대한 말도 많고.’
앞서 나간 예고편 자막에도 과연 체이스가 계속해서 연승을 이룩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방송이 되면 다들 좀 놀라려나.’
아무래도 꼭 모니터링을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그 사이, 새 스케줄이 하나 잡혔다.
그건 바로 잡지 화보 촬영.
다만, 그 스케줄에 참여하는 것은 멤버 전원이 아닌 백은찬과 차선빈, 안지호 그리고 나 이렇게 네 명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넷이서만 촬영을 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 촬영할 화보가 바로 스무살을 기념해서 찍는 화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뒤 가장 좋아했던 건 다름 아닌 백은찬이었다. 재밌겠다면서.
“듣자 하니 작년에도 이 잡지에서 스무살 기념 화보 촬영했다던데.”
“맞아. 내 기억으로는 아마 체이스 명우진이었을 거야.”
“뭐야, 단독이었어?”
“거긴 작년에 성인 됐던 멤버가 명우진 밖에 없었잖아.”
그리고 올해는 우리.
체이스 역시 올해 성인이 되는 멤버가 있었지만, 기념 화보의 섭외 요청은 체이스가 아닌 우리에게로 왔다.
“근데 이렇게 4명이서만 촬영하는 건 처음 아닌가?”
“그렇지.”
아무래도 그럴 기회가 없었으니까.
“나도 4명이서 촬영하는 거, 꽤 재밌을 것 같아.”
차선빈 역시 꽤나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며칠 뒤, 서울에 있는 모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다.
“오, 수트.”
“너도 입고 있잖아.”
“그렇지!”
촬영할 잡지는 ‘Peace’라는 패션 매거진으로 화보 촬영 컨셉은 모두 2가지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깔끔한 수트 컨셉.
이 컨셉의 경우 블랙 수트를 입은 채로 촬영을 진행했으며, 개인 이외에도 페어나 혹은 4명이서 다 같이 촬영을 하기도 했다.
“오, 분위기 지금 딱 좋아요.”
단체 촬영을 하는 지금은 나와 안지호가 준비된 의자에 앉고 차선빈과 백은찬은 그 주변에 서 있는 채로 자세를 잡았다.
“이 4명이 분위기가 참 좋네.”
“그런가요?”
그 말에 백은찬은 기쁜 듯 웃었다.
“4명 다 키가 있어서 그런가. 뭔가 사진이 길쭉길쭉한 느낌이라 좋네.”
“맞아요. 멋있어요.”
하긴, 일단 백은찬, 차선빈의 경우 180cm가 넘고 안지호의 경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178cm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나랑 눈높이가 비슷비슷했으니까.
“윈썸 분들, 중간에 잠깐 인터뷰 진행하고 오후 촬영 들어갈게요.”
촬영 중간엔 별도의 인터뷰 시간도 있었다. 아마 화보와 함께 잡지에 실리겠지.
“이렇게 네 분이서만 하는 화보는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굉장히 좋아요! 친한 친구와도 같은 멤버들이라서 촬영 내내 즐겁기도 하고요.”
백은찬은 그렇게 막힘없이 대답을 했다.
“안 그래도 촬영을 하는 내내 사이가 굉장히 좋아 보이시더라고요. 팀워크가 좋은 것에 대한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
위와 같은 질문을 포함하여 성인이 된 소감,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등 여러 가지 질문들이 오갔다.
질문에 대한 답은 함께 하기도 아니면 한 명이 도맡아 하기도 했다.
“그럼 여기서 조금 새로운 질문을 드려 볼까 하는데요. 조금 전, 초능력 영화를 좋아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혹시 초능력이 있다면 각자 갖고 싶은 능력 있으신가요?”
갖고 싶은 초능력.
앞선 ‘평소 좋아하는 영화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의 연장선이었다.
이에 백은찬이 평소 초능력 영화를 즐겨본다고 언급을 했기에.
“우선 은찬 씨부터 말씀해주시죠.”
“어, 저는 시간 능력이요!”
백은찬은 의외로 고민 없이 답했다. 더불어 상당히 신난 듯한 목소리였다.
“시간을 돌리거나 멈추거나 하는 능력이요! 영화에서 봤는데 그런 류의 능력이 멋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렇죠. 시간 능력 멋있죠. 그럼 선빈 씨는요?”
“전, 염력이요. 물건을 쉽게 이동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염력 좋죠.”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씩 갖고 싶은 초능력을 말했다.
“그럼 세현 씨는요?”
이에 잠시 고민했다.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 고민은 그렇게 오래 고민할 거리가 안 됐다.
그리고 이내 나는 대답했다.
“전 순간이동 능력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