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56화 (156/413)

156화. 독심술 어때요?

“전 순간이동 능력이요.”

그런 내 대답에 에디터를 포함해 멤버들은 모두 ‘오-’하는 소릴 내었다.

“순간 이동, 아주 좋죠.”

“솔직히 이게 실생활에서는 짱인 것 같아요. 이거 하나만 있으면 스케줄도 금방금방 다닐 수 있고 하니까!”

백은찬의 말대로 순간 이동은 확실히 편의성 면에서 굉장히 좋은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이걸 택한 것이기도 하고.

‘그래, 차라리 순간이동 능력이 있었으면 새삼 만족하고 살았을지도.’

지금보다 훨씬 생활이 편해지고, 마찬가지로 조용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지금은 귀에 들어오는 정보량이 너무 많았다.

와중에 이로운 정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무엇보다 문제였다.

“그럼 지호 씨는요?”

“저는 무한 회복력? 재생력 같은 거요.”

“아, 이를테면 치유력 같은 거요?”

“네.”

뒤이어 안지호는 무한 회복력을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피로감을 빠르게 회복하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다들 가지각색이시네요. 사실 저 같은 경우, 독심술 같은 것도 재밌지 않을까 싶은데.”

에디터가 지나가듯 그렇게 말했다.

“오, 독심술도 재밌을 것 같긴 해요. 상대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금방 알 수 있잖아요.”

“근데 만약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된다면 조금 힘들지 않을까?”

“그럼 편리하네.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이상, 괜히 시간 쓸 필요 없잖아.”

안지호가 상당히 명쾌한 말투로 말했다.

“근데 어쩔 수 없이 엮여야 하거나 할 때면 그럴 수도 없지 않나?”

“그럴 때면 그냥 각자 알아서 개인플레이 하는 거고.”

안지호는 뭘 그리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한 얼굴로 답했다.

“세현 씨는요? 독심술 어때요?”

에디터가 나를 향해 물었다.

“독심술, 나쁘지 않죠.”

내 대답 역시 다를 게 없었다.

그리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준비된 인터뷰 질문이 모두 끝난 뒤에는 잠깐의 준비 시간을 거친 후, 곧바로 다음 컨셉 촬영에 들어갔다.

다음 컨셉의 촬영은 캐주얼한 의상에 알록달록한 소품들을 배경으로 한 밝은 컨셉이었다.

그리고 이번 컨셉에서 나는 아이보리색 코트에 민트색 후드를 착용했다. 아무래도 앞선 컨셉보다는 이쪽이 여러모로 더 익숙하긴 했다.

“그럼 선빈 씨, 세현 씨. 촬영 바로 들어갈게요.”

촬영은 페어 촬영부터 시작되는데, 이번 짝은 차선빈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뒤로는 다양한 모양의 파티 풍선들이 제각기 묶여있었다.

“네. 지금 표정 아주 좋고요.”

“이렇게 보니 두 사람 얼굴합이 장난 아니네.”

동시에 사진작가는 곧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주변에 있던 스텝들도 한두 명씩 사진을 구경하러 모였다.

“어우, 진짜 너무 잘생겼다.”

“아, 이 사진도 잘 나왔어요.”

다행히 사진이 잘 나온 모양이었다.

하긴 당연하다. 차선빈이 있으니.

“잘 나왔나봐.”

“그러게.”

그리고 다시 촬영에 임했다.

나중에는 너무 잘 나온 것 같다며 사진작가가 사진 봐보라며 먼저 권하기도 했다.

‘확실히 차선빈이 잘 나왔군.’

역시 잘생긴 애들은 무슨 컨셉을 해도 찰떡같이 받아먹는 가 보다.

“세현아, 잘 나왔다.”

“응. 잘 나왔어.”

니가.

“특히 이 사진이 잘 나온 것 같아.”

그대로 차선빈은 사진을 가리켰다.

나와 차선빈이 별 모양 풍선 하나씩을 품에 들고 있던 사진이었다.

“너 이거 잘 나왔어.”

“그래, 이것도 너가···아, 나?”

“응.”

그러자 차선빈이 다시 한번 사진을 콕 짚었다. 이제껏 사진 속 본인을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차선빈한테 들으니 기분 좋은데.

“아, 이것도 잘 나왔다.”

그 뒤로도 한동안 차선빈과 같이 앞서 찍은 사진들을 구경했다. 근데 진짜 얜 B컷이 없어. 그러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대기실로 돌아가니 백은찬이 혼자 소파 한쪽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그때까지 백은찬은 뭔가에 열심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 해?”

“어, 끝났어?”

“응.”

그러더니 곧 보고 있던 휴대폰 화면을 보여준다. 그 화면에는 그림 하나와 함께 어떠한 글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거 해보고 있었어.”

“<나만의 초능력>?”

“엉.”

백은찬이 하고 있던 건 <나만의 초능력>이라는 일종의 인터넷 심리테스트였다.

“이걸로 뭘 하는 건데?”

“말 그대로 나만의 초능력을 찾아주는 거야. 그러니까 성격 테스트 같은 거지.”

이는 사람의 성향으로 초능력을 추천해주는 테스트였다. 정해진 틀에 맞춰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임으로 아마 신뢰성을 그다지 높지 않을 터였다.

“근데 이건 갑자기 왜 하는데?”

“그냥. 아까 인터뷰에서 초능력 나왔잖아. 그런데 요즘 이런 게 유행인지 SNS에서 꽤 돌더라고. 그래서 해봤음.”

그러고 보니 요즘 인터넷에 이런 게 많긴 하지. 뒤이어 난 백은찬이 보여준 화면을 조금 더 자세히 봤다.

“그래서 네 초능력은 염력이야?”

“엉. 염력도 뭔가 멋있지 않냐?”

“멋있지.”

더불어 활용성도 좋고.

영화나 만화에 나올 법한 능력이었다.

백은찬 역시 그러한 결과에 꽤나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근데 이거 차선빈이 갖고 싶다고 한 능력 아니었나.

“너도 해봐.”

“뭐?”

생각보다 흥미를 느꼈던 건지 백은찬은 나에게도 이를 권했다.

‘의미가 있나.’

어차피 실제로 가지고 있는데.

원래 이런 건 기대하거나 상상하는 맛으로 하는 건데, 아무래도 난 그런 기대감을 갖기 어려웠다.

“한번 해봐. 그거 시간도 오래 안 걸려. 그냥 몇 가지만 대답하면 결과가 짠-하고 나온다니까?”

그리고 내가 그다지 내켜 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백은찬은 한 번 더 재촉했다.

‘그래, 뭐.’

그래서 그냥 해보기로 했다.

백은찬 말대로 시간도 얼마 안 걸리는 것 같고. 또 못할 것도 없으니까.

“여기, 4가지 보기 중 하나 선택하고 밑에 있는 NEXT 버튼 누르면 돼.”

그렇게 초능력 어쩌고 하는 걸 시작했다.

정확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겠다만, 아마 실제와 같은 능력이 나올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을 듯 했다.

‘간단하긴 하네.’

질문도 선택지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 오랜 고민을 하지 않고도 문답은 그대로 쑥쑥 넘어갔다.

[결과 도출 중······]

그리고 그대로 화면이 바뀌면서 나만의 초능력이라는 결과가 눈앞으로 비춰졌다.

* * *

지금, 눈앞에 있는 백은찬의 폰 화면에서는 조금 전 했던 나만의 초능력이라는 심리 테스트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리고 나는 결과가 나온 화면을 그대로 잠시 응시했다. 예상외의 결과에 조금 놀라고 있던 참이었다.

“결과 뭐 나왔냐?”

이윽고 뒤로 다가온 백은찬이 그 순간 내 손에 있던 자신의 폰 화면을 확인했다.

“마인드 컨트롤러? 독심술이네?”

결과로 나온 것은 바로 독심술.

그 독심술(讀心術)이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정확도는 뭐냐.’

일단 능력을 정말로 맞췄다는 것에서 일차적으로 놀랐다. 이러면 약간 신빙성이 생기는 듯한 기분인데.

그래서인지 별 감흥이 없었다.

재미도 없고.

결국 돌고 돌아 독심술인가.

“근데 표정이 왜 별로냐, 맘에 안 들어?”

“응.”

“왜? 독심술 괜찮은데.”

전혀.

앞서 기대도 상상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모르게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너도 염력 같은 거 하고 싶었냐?”

“어. 차라리 염력이 훨씬 낫지.”

그리고 난 들고 있던 휴대폰을 그대로 백은찬에게 다시 넘겨주었다.

“훨씬···까진 아니지. 독심술도 괜찮은 능력이잖아. 쓰임새도 많을걸.”

“활용성 부분에서는 괜찮을 지도 모르지.”

“그래. 그러니까!”

“조금 꺼림직해서 그렇지.”

“엉?”

그러자 백은찬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그게 꺼림직한 일인가?”

“사람의 심리 관련한 능력이잖아. 보통은 그렇게 생각할걸.”

“음.”

그리고 백은찬은 잠시 이를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고민할 거리는 아닌데.

“그냥, 그런 의미에서 순간이동이 최고야.”

“뭐야, 결국 순간이동이 안 나와서 불만이었던 거냐?”

“응.”

이에 백은찬은 곧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른 멤버들도 이거 해봤어? 다른 애들 결과도 궁금한데.”

“아니, 이제부터 추천하려고.”

그리고 백은찬은 그대로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 역시 그런 백은찬을 따라 일어섰다.

아직 촬영이 끝난 게 아닌지라 의상도 갈아입어야 했고, 메이크업 수정도 해야 했다.

그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대기실 안에서 나는 서둘러 발을 옮겼다.

* * *

‘이 자식은 어떨 때 보면 사람 속을 훤히 보는 것처럼 행동해.’

‘기분 나쁜 X끼.’

가끔씩 그런 말을 들을 때가 있었다.

기분이 나쁘다는 둥, 꺼림직하다는 둥.

이게 무의식이라는 게 무서운 게 남이 뭘 원하는지 알고 있으면 그에 따라 행동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까 저쪽에서 볼 땐 꺼림직한 거고.

특히 어릴 때 그랬었다.

그땐 남들에게 이와 같은 행동이 어떤 식으로 비춰지게 되는지 알지 못할 때였으니.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도 그럴 만했다.

내가 생각해보아도 누군가 내 생각을 멋대로 읽는다면, 그닥 유쾌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그게 싫어 더 읽기가 꺼려졌다.

어쩔 수 없이 들릴 때도 있었지만.

‘꺼림직한 능력.’

그게 이 능력의 정의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고.

“헉, 형들! 이것 봐요!”

신하람이 꽤나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 있던 폰 화면을 나와 멤버들을 향해 보여주었다.

“뭔데?”

“일본 앙케이트요!”

“앙케이트?”

앞에 보이는 화면엔 ‘202X K-POP 그룹 미남 앙케이트’라고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근데 이게 왜?”

“여기 세현이 형이랑 선빈이 형 이름 있어요!”

“뭐?”

그 말에 다른 멤버들과 함께 화면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니까 K-POP 아이돌 미남 순위?

“와, 진짜 있네. 근데 이거 미남 순위면 잘생긴 순위라는 거지?”

“당연히 그렇겠죠. 1위인 분만 봐도 그렇잖아요.”

1위는 티어로브의 장해준이었다.

티어로브의 대표 비주얼로 유명한.

여기에 차선빈과 내 이름은 10위권 안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오올, 아직 제대로 데뷔도 안 했는데 순위권 안에 든 거야?”

“둘 다 워낙 눈에 띄잖아.”

“맞아요. 어디서든 잘생긴 얼굴.”

근데 이거 공신력이 있는 건가.

애초에 표본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걸 수도 있고.

아니, 차선빈이 순위권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어느 정도 신뢰는 할 만한가.

해당 차트에는 우리 이외에도 앞서 말한 티어로브, 체이스 등 요즘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 와중에 형 이름도 있었고.

그게 가장 놀랐다.

하긴, 루트 일본에서도 인기 많았지.

그리고 그러한 타이밍에 우리는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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