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멋있었어요.
일본에서의 첫 싱글 앨범 일정이 잡혔다.
데뷔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 일본 활동을 위해 우리는 일본 데뷔 싱글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요즘 같은 경우, 일본이나 중국, 미국 시장 진출은 데뷔와 동시에 기본적으로 모두 염두에 두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빠른 그룹은 데뷔한 지 몇 달 만에 일본 데뷔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우리는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었다.
“여기 이 가사 발음 말이야. 이 발음 부분이 은근하기가 힘들더라.”
“어느 부분?”
“여기, 영어 섞인 부분.”
백은찬이 일본어로 된 가사 한 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정이 잡힌 이후로는 곧바로 녹음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모든 가사가 일본어이다 보니 발음 하나하나 신경 쓸 게 많았다.
“우세현. 여기 시범 부탁함다.”
“나도 크게 다를 게 없긴 할 텐데.”
“뭔 소리냐, 넌 자타공인 우리 그룹의 일본어 우수 학생이잖아.”
“자는 아니야, 자는······.”
그리고 이와 같은 일본 데뷔에 앞서 최근에 일본어 수업을 몇 번 받게 되었다.
그때 일본어 쌤에게서 ‘세현 군은 일본어에 소질이 있네요.’라는 말을 들어버린 탓에 어쩌다 보니 멤버들 사이에서 일본어 우수자로 불리고 있었다.
“어, 세현이 형 과외 중?”
“엉. 우세현 개인 과외 중. 그러니까 넌 이따가 와라.”
“그럼 여기 줄 서 있을게요.”
그러면서 신하람은 나와 백은찬 옆으로 와 의자에 앉았다.
그렇다고 내가 정말로 일본어를 뛰어나게 잘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고, 그냥 다른 멤버들보다 발음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던 것뿐이었다.
일단 중학교 때부터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했던지라. 내가 다니던 학교는 그 당시 제2외국어가 일본어로 지정되어 있던 터였다.
그리고 어렸을 때, 형을 따라 일본 투어에 자주 갔던 게 어렴풋하게 도움이 됐을지도.
그리고 한동안 일본 싱글에 들어갈 자켓 촬영 및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고, 준비된 촬영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는 우리의 일본 데뷔 소식이 기사를 통해 전해졌다.
[공식] IN 엔터, “WINSOME, 오는 3월 일본 데뷔 예정”
[단독] 윈썸, 일본 싱글 앨범 ‘WINSOME TIME’으로 일본 정식 데뷔
윈썸, 싱글 타이틀곡 ‘Strayer (Japanese ver.)’로 일본 데뷔 확정
└ 헐 윈썸 이제 일본 데뷔하는구나
└ 설마 바로 투어돌려나
└ 이전부터 일본 반응 좀 있는 것 같더니 생각보다 빨리 데뷔하네
└ 여기 우세현하고 차선빈 왠지 일본에서 인기 많을 듯ㅋㅋㅋㅋ
└└ ㅇㅈ 둘다 잘생겨서 일본 애들이 좋아할 듯
└└└ 실제로도 둘이 인기 젤 많을걸?
└ 뭘 실제로도야ㅋ 아직 정식 데뷔도 안했고 그래봤자 결국 한줌일텐데ㅋㅋ
└└ 그래도 둘 인기 많은 것도 팩트인데
그리고 일본 싱글곡이 발매된 이후, 얼마 안 돼 우리는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리고 우리가 일본으로 출국을 한 이유는 프로모션을 인한 것도 있지만, 다름 아닌 음악 방송에 출연하기 위함이었다.
일본의 유명 음악 방송 중 하나인 ‘송 스테이션’. 이번에 그곳에서 데뷔 무대를 하게 되었다.
* * *
- 제목 : 윈썸 이번에 송스테에서 데뷔 무대하는 거 실화냐
송스테에서 데뷔 무대할 수 있는 신인 거의 없지 않아?
└ ㅇㅇ웬만해서는 거의 못하지 이번이 굉장히 파격적인거
└ 대형이니까 가능했지 아니었음 어림도 없지
└ 블랙엘이 워낙 일본에서 잘됐잖아 소속사도 IN이고 그래서 윈썸한테도 무대줬나봄
- 제목 : 근데 윈썸이 원래 일본에서 인기가 좀 있었음?
바로 송스테 무대라니ㅋㅋ
└ 일단 IN 엔터고 알음알음 케팝 팬들 사이에서는 급부상 중이었나봄
└ 체이스도 송스테에서 무대했을걸 일본 데뷔할 때
└└ 체이스는 RA 잖아 게다가 루트빨도 있었고
└ 아 그러고 보니 루트가 있었지
일본의 음악 방송 중 하나인 ‘송스테이션’.
일본 내에서 인지도가 상당한 이 음악 방송에서 데뷔 무대를 갖는다는 건 꽤나 놀랄 만한 일이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우리가 최초거나 한 건 아니었다. 우리 이전에 체이스도 송스테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고, 또 루트도 송스테에서 데뷔를 했었다.
특히나 루트의 경우, 일본에서 인기가 상당했었다. 그 당시 일본 내 돔 투어뿐만 아니라 스타디움까지 돌았었으니까.
“こんばんは. (안녕하세요.)”
그날 송스테이션에는 상당히 많은 가수들이 출연할 예정이었다. 듣기로는 최근 일본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남자 아이돌 그룹도 나온다고 들었다.
‘세트가 이런 식이구나.’
그간 영상을 통해서만 봐왔던 무대를 이렇게 실제로 마주하니 마치 컴퓨터 화면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이렇게 앞에는 관객, 뒤에는 출연진들.’
대충 예전에 왔던 무대 구성과 딱히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우리 순서가······.”
“첫 번째래.”
“아, 우리가 첫 번째야?”
“응.”
그 말에 백은찬은 그대로 폰을 들었다. 잠깐 보니 가사를 한번 더 확인하는 것 같았다.
오늘 무대를 할 곡은 ‘Strayer’의 일본어 버전. 이번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이었다. 그리고 의상은 컨셉에 맞춘 교복 스타일의 의상이었다.
멤버 대부분이 검정색 자켓을 입고 있었는데, 디테일적인 면에서 조금씩 달랐다.
일단 난 체크무늬가 들어간 빨간색 넥타이를 하고 있었는데, 백은찬의 경우 셔츠나 넥타이 없이 후드티를 입은 모습이었다.
여기에 차선빈은 검은색 티에 그 위로 화이트 셔츠를 입었으며, 안지호는 자켓에 셔츠만 착용했다.
신하람의 경우, 아예 자켓이 없었고 니트만. 마지막으로 윤도운의 경우 가디건을 입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거 있잖아.”
“엉? 뭐?”
“인터뷰.”
“아.”
인터뷰라는 그 말에 백은찬이 그대로 잠시 정지했다. 그러더니 곧 한숨을 푹 내쉰다. 아무래도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다.
“그래도 이번엔 잠깐이잖아. 대본도 있고.”
“사실 그때도 대본은 있었······흡.”
아, 그건 그랬지.
그래도 이번엔 정말로 달달달 외웠고, 또 나름 경험이란 게 생겼으니 그때와 같은 실수는 없지 않을까 했다.
그렇지만 백은찬은 여전히 불안했는지 눈에 불을 켜고선 자신의 대사를 외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곧 본방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음악 방송과 동일하게 송 스테이션 역시 생방으로 진행되었다.
[WINSOME]
꺄아아아아아악!
우리를 소개하는 문구가 등장하는 순간, 앞에 있던 객석으로부터 큰 함성이 들려왔다. 예상보다 팬 분들이 많이 와주신 건가.
그리고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곧 우리의 인터뷰 차례가 왔다. 다른 의미는 없고 단순히 공연 순서가 첫 번째였던 터라.
[오늘이 첫 출연인데, 소감은 어떤가요?]
[굉장히 떨리고, 기분이 좋습니다.]
나는 그대로 외웠던 대사를 내뱉었다. 백은찬의 걱정과 달리 인터뷰는 매우 순조롭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좋아하는 일본 음식이 있나요?]
[라멘! 좋아합니다!]
백은찬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라면 사랑은 알아준다.
[그럼 윈썸, 무대 바로 준비해주세요.]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입장 때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이에 나는 조금 더 서둘러 무대로 향했다.
[그럼 지금 바로 만나 보시죠, 윈썸의 ‘Strayer’ (Japanese ver).]
동시에 귓가 너머로 익숙한 사운드의 인트로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처음 무대를 시작했을 때 조금 놀랐던 건 다름 아닌 팬들의 응원법이었다.
한국이 아닌 머나먼 타국임에도 불구하고 앞에 있던 팬들은 지난 활동 당시 들었던 ‘Strayer’의 응원법을 완벽하게 구사하고 있었다.
무대가 끝나자 다시 들려오는 팬들의 큰 함성에 멤버들과 함께 객석을 향해 한번 더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대기석으로 돌아와 다른 가수들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돌아보니 오늘 함께 나온 일본 남자 아이돌 그룹 멤버 한 명이 보였다.
[すごい.(대단해요.)]
그러더니 곧 나를 향해 엄지를 세웠다.
이에 그대로 감사하단 말을 전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준비된 무대가 모두 끝나고, 방송이 종료된 이후 우리는 그대로 호텔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반응 좀 확인해봐야겠다.’
차량에 탑승하고 나면 오늘 무대에 대한 모니터링과 함께 반응을 한번 살펴볼 생각이었다.
[윈썸!]
그런데 그때,
남성 두 명이 멀리서부터 나와 멤버들을 향해 빠르게 다가왔다.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대 후 나에게 말을 걸었었던 그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었다.
[오늘 무대 정말 멋있었어요!]
[감사합니다.]
앞서 말한 말들에 그리 어려운 단어들은 없어서 다행히 알아듣기는 쉬웠다. 그보다도 멤버 이름을 모르는 게 문제였다.
[아, 저는 스즈키 렌입니다.]
[우세현입니다.]
그렇게 각자 통성명을 했다.
그때부터 스즈키 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제가 K-POP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평소에 즐겨듣는데, 윈썸 노래도 정말 좋아해요. 무대가 너무 멋있거든요.]
꽤나 흥분을 한 건지 말이 꽤나 빠르고 길었다. 옆에서 이를 같이 듣고 있던 멤버들은 그대로 나에게 하나둘 씩 물어왔다.
“야, 뭐라셔? 뭔가 좋은 얘기 같은데.”
“어, K-POP을 좋아하신대. 그리고 우리 노래도 들어보셨다고······.”
“오, 형! 그럼 우리도 말해줘요. 진짜진짜 감사하다고!”
이에 일단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건 그냥 아리가또 고자이마스잖아.
[그래서 말인데요, 다 같이 사진 한번 어때요?]
스즈키 렌은 이와 함께 카메라를 찍는 제스쳐를 취해보였다.
“아, 이건 알겠다. 사진 찍자는 거지?”
“응.”
역시 바디랭귀지는 만국 공통 언어였다.
“OK! OK! Take a picture!”
“Thank you!”
그렇게 우리는 스즈키 렌과 그의 멤버와 함께 대기실 근처에서 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감사합니다!]
뒤이어 스즈키 렌은 사진이 잘 나왔는지 곧바로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セヒョン,この人やっぱりイケメンだね.”]
(세현, 이 사람 역시 잘생겼네.)
음, 역시 속마음도 일본어인가.
들리는 생각이 다른 언어이다 보니 어쩐지 더 읽고 싶지 않아졌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스즈키 렌은 그렇게 한번 더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번엔 한국어로. 동시에 꽤나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이어서 다시 한번 서로에게 인사를 전한 후, 그렇게 두 사람과 헤어졌다.
“우리 노래 들어보셨다고 하니까 뭔가 되게 좋다.”
백은찬은 그 말이 꽤나 감동이었는지 곧바로 스즈키 렌 그룹의 노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나도 조금 있다 찾아봐야겠군.
그보다 지금은 방금 전 끝난 무대에 관한 반응이 궁금했다. 그리고 그대로 아이돌 관련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았다.
[HOT!] 윈썸, 오늘자 송스테 무대 (+영상)
‘뭐야, 벌써 핫 게시글?’
오늘 자 무대는 어느새 커뮤니티 핫 게시글에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