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59화 (159/413)

159화. 사이가 좋으신가 봐요.

[세현이 특별 MC 결정됐다]

‘특별 MC?’

매니저 형으로부터 온 메시지 내용은 상당히 의외의 것이었다. 특별 MC, 그러니까 음악 방송의 특별 MC 스케줄이 잡혔다는 말이었다.

“어, 우세현 특별 엠씨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단체 톡 확인해봐. 방금 매니저 형이 스케줄 올렸어.”

그 말에 멤버 모두 보던 것을 멈춘 채 톡방을 확인했다. 특별 엠씨가 되었다는 말 뒤로도 매니저 형의 메시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라는 행사 특별 MC고, 세현이 말고도 단체 출연 예정]

아, 음악 방송이 아니라 행사 MC였군.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MC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투게더 케이팝? 우리 여기 행사 나가나 본데.”

“지방이에요?”

“그런 것 같은데? 춘천이래.”

케이팝 행사의 경우 해외에서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경우 국내에서 열리는 스케줄이었다.

“근데 이거 체이스도 나오는 거 아니냐?”

그런 백은찬의 말에 멤버들은 그대로 잠시 TV 화면을 바라봤다. TV 속에서는 여전히 우리와 체이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라인업은 아직 모르겠지만, 웬만해선 나오지 않을까.”

“체이스도 마찬가지로 활동기도 아니고 하니 나올 확률이 높겠죠.”

신하람이 그대로 턱을 괸 채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앞서 말한 대로 거의 나온다고 보는 게 좋았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특별한 교류는 없겠지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일의 전개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건 바로 체이스의 명우진이 그날 나와 함께 행사의 특별 MC로 서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 * *

행사에서의 MC는 나를 포함해 모두 3명이었다. 체이스의 명우진, TGN의 임하나, 그리고 나.

‘큐카드가 생각보다 많네.’

약 세 시간에 걸친 공연이다 보니 그만큼 출연진이 많았고, 이에 따라 MC들의 진행 분량도 꽤 됐다.

“네. 이제까지 아주 멋진 무대들을 보고 왔는데요······. 이 밑에도 읽냐?”

“응. 밑에 멘트까지.”

그런 의미에서 연습이 필요했다.

그리고 연습은 안지호에게 부탁했다.

아무래도 방에서 연습하는 게 가장 편해서.

“다음은 아주 화려한 무대들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그 무대입니다.”

그래도 신상 젤리를 바친 덕인지 안지호는 군말 없이 연습을 도와주었다. 물론 상당히 국어책 읽기이긴 했지만.

근데 하다 보니 워낙 분량이 많은 탓에 안지호 혼자 2인 몫을 하기에는 좀 많지 싶었다. 사람 수에 맞춰 3명이서 하면 딱인데.

“사람을 한 명 더 잡아 올까?”

“그래. 끌고 와.”

이내 안지호는 옆에 있던 봉투에서 젤리를 하나 꺼내 먹었다. 요즘은 비타민 젤리가 아닌 새로운 젤리에 맛들려있었다.

그리고 대충 마주치는 멤버에게 부탁할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보니 거실에 누가 있긴 한 것 같던데.

‘근데 뭐로 꼬셔야하지.’

그게 잠깐 고민이었다.

아무래도 분량이 많다 보니 그냥 해달라고하기가 뭐 했다. 안지호는 대충 젤리로 퉁쳤는데, 다른 멤버들은 뭐가 좋지.

“어, 세현아.”

그리고 거실에 나가니 냉장고 문을 열던 차선빈과 그대로 마주쳤다.

“뭐 해?”

“잠깐 목이 말라서.”

그러더니 곧 물을 하나 꺼낸다.

차선빈에게 말을 꺼내 볼까.

“선빈아.”

“응.”

“나 좀 도와줘.”

그런 내 말에 차선빈은 갑자기 마시던 걸 멈췄다. 그리고는 곧 심각한 표정이 되더니 내게 되물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 나 MC 대본 연습 좀 도와달라고.”

“아······.”

동시에 차선빈의 표정이 펴졌다.

분위기를 너무 잡았나.

뭔가 심각한 일이 있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도와줄게.”

“어, 진짜?”

“응.”

차선빈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거 분량이 꽤 돼.”

“그래?”

“응. 그러니 내가 나중에 음료라도 쏠게.”

“안 그래도 되는데.”

“딸기 라떼 한 잔 어때. 아니면 다른 것도 괜찮아.”

“그럼 같이 마시러 가자.”

“그래. 그럼 가게 선택권은 너한테 줄게.”

그러자 차선빈은 살짝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섭외 완료다.

“끌고 왔냐?”

“끌고 오다니. 모셔왔지.”

그 뒤로는 안지호, 차선빈과 함께 연습에 돌입했다. 역시 3명이서 나눠 하니 멘트의 흐름이 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와. 정말 멋진 무대였습니다.”

“열기가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 것 같네요.”

어째 다들 하면서 실력이 같이 느는 것 같은데. 역시 연습만이 살길이었는지 하다 보니 어느새 멘트를 치는 게 다들 꽤 늘어있었다.

그렇게 모인 연습은 밤이 돼서도 계속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안 돼 우리는 춘천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연습은 많이 했냐?”

차 안에서 대본을 확인하던 중, 뒷좌석에 있던 백은찬이 고개를 살짝 들이민 채 물었다.

“그다지 완벽하지는 않아.”

“그래도 연습 많이 한 것 같던데.”

“맞아. 연습 많이 하는 것 같더라. 늦게까지 방 불이 켜져 있더라고.”

도운이 형이 나를 보며 말했다.

“어디 잘하나 형이 모니터링 해준다.”

“그래, 고맙다.”

그리고 여전히 넘쳐나는 글자 속에서 나는 이를 그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이후 벤은 그대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행사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MC 대기실로 향했다. 오늘 함께 MC를 볼 명우진과 임하나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두 사람은 꽤나 일찍 도착해있었던 듯 했다. 그리고 나를 발견한 명우진은 이내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근래 자주 만나는 것 같네요.”

“네. 그러게요.”

“최근에 화보 찍으셨죠? 사진 올라온 거 봤습니다.”

성인 기념으로 동갑 멤버들과 함께 촬영했던 그 화보를 말하는 듯 했다. 최근에 프리뷰가 올라옴과 동시에 발매가 된 상태였다.

“사진 잘 나왔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작년에 같은 화보 찍으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저도 찍었었죠.”

그렇게 한동안 의미 없는 근황 얘기를 하다가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무대 한쪽에 마련된 MC석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두 분, 사이가 좋으신가 봐요.”

임하나가 나와 명우진을 향해 말했다. 말도 안 되는 그 얘기에 순간 되물을 뻔했다. 사이가 좋아···그렇게 보였나.

“계속 대화를 나누시길래요. 보통 어색하거나 그러면 뚝뚝 끊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러자 명우진이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저희가 오랜만에 만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나 보네요.”

그 이후로는 한동안 서로 말없이 대본에만 집중했다. 사이가 나빠 보이는 건 손해지만, 딱히 좋아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이제 스탠바이 들어갈게요.”

그 말에 가지고 있던 큐카드를 한번 더 확인했다. 지금은 여기에만 집중해야만 했다.

“큐!”

그리고 눈앞으로 빨간 불이 들어왔다.

방송이 시작됨을 알리는 빛이었다.

* * *

[봄기운과 함께 따뜻한 순풍을 달고 오듯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찾아오신 분들이 계신다는데요, 지금부터 그분들을 만나러 가볼까요?]

“이야, 잘한다. 잘해.”

“응. 잘한다.”

사전에 준비를 마친 백은찬과 차선빈은 그렇게 대기실 한 편에 구비되어 있던 모니터 앞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니까 거의 다 외운 모양인데?”

“응. 그리고 엄청 침착해.”

“거기에 명우진보다 잘생겼음.”

그 말에 차선빈이 곧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렇게 백은찬과 차선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로 눈앞에 보이는 화면에 집중했다.

“형들 지금 완전 학부모 같아요.”

“엥? 학부모?”

“네. 내 자식 장기자랑 내보낸 학부모요. 아까부터 입이 귀에 걸려서 싱글벙글~”

그렇게 말하던 신하람도 이내 두 사람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세현이 형이 떨 것 같지는 않았는데, 진짜 하나도 안 떠는 것 같아요.”

“일단 연습을 그렇게 했잖냐. 그리고 내가 볼 때 쟤는 약간 무대 체질이야.”

“아, 근데 세현이 형 진짜 잘생겼네.”

그렇게 세 명의 멤버들은 나란히 앉아 한동안 모니터링을 했다. 중간에 준비를 마친 윤도운이 합류하면서 와중에 의자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됐다.

“야, 안지호. 니 자린 좀 좁겠다.”

“그쪽 갈 생각 없는데.”

“어, 뭐야. 안 봐?”

그 말에 안지호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는 얼마 안 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도 보여.”

그리고 안지호는 다시금 폰 화면에 집중했다. 화면 속에는 어느새 앞서 소개됐던 그룹이 등장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커뮤니티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댓글에도 관련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 오늘 우세현 미쳤다 개존잘이야

- 세현 엠씨는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 세현 준비 많이 한 티가 난다 엄청 자연스럽게 멘트하네

- 명우진 우세현을 한 컷 안에 보다니 하 소원 성취했다ㅠㅠ

- 근데 명우진 키 몇이야? 존나 크다

- 이렇게 보니 세현이 잘생기긴 했네ㅋ

└ 우진도 잘생겼는데

└ 은근슬쩍 비교질 시작하죠ㅋㅋ

└ 키는 명우진이 더 큰데ㅎ

└ ㅋㅋ명우진 팬들 뜬금 열폭하네 글쓴이는 그냥 세현 잘생겼다고 한 거 같은데

└└ 누가봐도 비교질이구만 무슨ㅋㅋ

- 오늘 MC 합 괜찮아보인다 명우진 우세현 존잘이고 임하나 존예

그리고 무대에 올라갈 타이밍이 되자, MC석에 있던 우세현도 곧바로 대기실로 돌아왔다.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서였다.

“오늘의 MC님 오셨다!”

그런 우세현을 백은찬이 큰 소리로 맞이했다. 동시에 대기실 안에 있던 스텝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이에 우세현은 그런 백은찬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작게 실소하면서도 입가엔 여전히 미소가 가득했다.

* * *

“윈썸! 이쪽이요!”

오늘은 이래저래 평소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MC를 함께 맡고 있다 보니 신경 써야 할 일이 배로 불어났다.

“여기서 대기하고 계시다가 앞에 분들 무대 끝나면 바로 올라가 주시면 돼요.”

순서를 체크하던 스텝이 꽤나 급박한 말투로 전했다. 이어서 잠깐의 동선 체크도 있었다. 오늘 무대에는 돌출무대도 있었기에.

오늘 할 곡은 ‘재생’과 ‘Strayer’였는데, 뒷순서였던 ‘Strayer’의 경우 돌출에서 하기로 이야기가 되어있었다.

‘아, 맞다.’

그렇게 앞선 무대를 보고 있으려니 문득 잊고 있던 중요한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 무대, 좀 미끄러운 것 같아.”

“무대가?”

“응.”

이상하게 오늘따라 무대가 미끄러운 것 같다며 이야기하는 스텝들의 말을 오다가다가 들은 바였다.

그 때문인지 한 무대가 끝날 때마다 스텝들은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러니 다들 조심해.”

“오케이.”

그 사이 앞선 무대가 끝이 났다.

그리고 MC가 우리를 소개하는 동안 재빨리 무대 위로 올라갔다.

‘꽃가루가 아직······.’

무대 위로 올라와 보니 앞서 꽃가루가 제대로 터진 건지 무대 효과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텝이 빠르게 올라와 앞서 뿌려진 꽃가루들을 서둘러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 윈썸을 만나볼까요?”

소개 멘트가 끝이 나는 순간, 무대 위 스텝들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우리는 그대로 음악이 흘러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이윽고 함성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재생의 인트로가 흘러들어왔다.

‘재생 (Replay)’ 무대는 오랜만이라 그런지 멤버들은 모두 꽤나 신이나 보였다.

‘재생 (Replay)’ 의 반주가 끝이 나면서 이윽고 멤버들은 그대로 정해진 동선에 따라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서둘러 일어나만 했다. 바로 다음으로 ‘Strayer’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얼마 안 돼 ‘Strayer’의 인트로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곧바로 도입부를 부르며 빠르게 돌출 무대로 향했다.

[Where am I]

돌출에 도착하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안무 대형이 갖추어졌다.

[그렇게 다시 한번]

[Go on, Go on!]

오늘은 음향이 좋아서 그런지 멤버들의 목소리가 유독 더 쩌렁쩌렁하게 들려왔다. 라이브 인증 제대로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렇게 앞에 보이는 카메라를 보며 동선을 이동하며 안무를 하고 있는데,

그때, 순간적으로 발밑이 미끌-하는 게 느껴졌다.

‘어, 뭐······.’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대로 몸을 휘청했다. 그와 동시에 중심을 잃었다.

쿵!

뒤이어 마이크가 크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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