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60화 (160/413)

160화. 너 괜찮냐?

순간 발밑이 미끌-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걸 인지한 사이, 몸이 나도 모르게 휘청였다.

동시에 몸은 주체 없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고, 이에 다시 한번 아차 싶음을 느꼈다.

‘젠장!’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대로 넘어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대로 급하게 손을 짚었다.

쾅!

동시에 마이크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울리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멤버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 제때 손을 짚은 건지 완전히 바닥에 엎어지는 참사만큼은 막았다. 하지만 속도가 속도인 탓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타이밍은···괜찮았어.’

마침 이어지는 바로 다음 안무가 안지호를 가운데 둔 채로 멤버 모두가 주저앉는 동작이었기에 어색함이 덜했다.

동시에 심장이 조금 크게 뛰었다. 이어서 숨을 크게 한번 내쉬었다. 아직까지 꽃가루가 신발 바닥에 붙어있는 건지 여전히 미끌거렸다.

‘그보다도 마이크.’

다른 것보다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했다.

하필 넘어지면서 손을 짚는 과정에서 마이크가 바닥에 크게 부딪혔다. 꽤나 크게 부딪힌 건지 소리가 났던 것은 물론이고, 그 충격이 손까지 타고 올라왔다.

‘설마 고장 난 건 아니겠지.’

이에 마이크를 빠르게 몇 번 쳐보았다.

오늘 무대는 까는 거 없이 거의 쌩 MR 무대를 하고 있다고. 이 상황에서 마이크가 안 나온다면 그거야말로 대참사였다.

‘제발, 나와라.’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내 파트가 순식간에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대로 간절한 염원을 담아 나는 마이크에 입을 댔다.

[그렇게 다시 한번]

[Go on, Go on!]

다행히 목소리는 마이크를 타고 번졌다.

처음보다 볼륨이 살짝 작아진 것 같은 것만 빼면, 이상은 없었다.

볼륨 정도야 괜찮았다.

그냥 더 크게 부르면 되니까.

[정처 없이 떠도는]

[이 걸음의 목적지]

[그 달콤한 목적지를 향해]

그리고 나는 조금이라도 더 목소리가 전달됐으면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갔다.

* * *

“괜찮냐?”

공연을 마치고 그대로 무대 뒤편으로 서둘러 향하고 있는데, 그 순간 백은찬이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응. 다행히 마이크 잘 나오더라.”

“아니, 마이크 말고. 넘어진 거.”

아, 그거.

이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크게 넘어진 것도 아니고 단순히 바닥을 짚은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대기실로 가고 있는데, 그 앞에 다른 멤버들이 서 있는 게 보였다.

“형, 괜찮아요?”

“괜찮아?”

“응. 괜찮아.”

하지만 그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째 멤버들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했다.

“아니, 니가 미끄럽다고 했는데 니가 넘어지면 어떡하냐.”

“순간 뭐지? 싶었다니까. 갑자기 쿵 소리가 들리더니 세현이 넌 넘어져 있지를 않나······.”

“저도 갑자기 쿵! 소리가 나서 뭔가 했다니까요.”

소리가 워낙 크게 들렸던지라.

그나저나 그거 방송에도 소리가 나갔으려나. 되도록 안 나갔으면 하는데.

“세현아, 손 줘봐.”

차선빈이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손? 손은 왜?”

“아까 크게 짚었잖아. 손이나 손목 한번 확인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당연히 괜찮······아.

제대로 긁혔네.

“왜?”

“좀 긁혔어.”

알고 나니 어째 까진 부위가 조금 따끔거렸다. 그러자 이를 본 차선빈이 매니저 형을 불렀다.

“손바닥 벌겋네. 제대로 짚었나 보다.”

“혹시 모르니까 내일까지 잘 주시해봐. 지금은 괜찮아도 내일 되면 아플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이야기고, 아마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을 듯 했다. 어떻게 보면 까진 것뿐이니 밴드 정도 붙이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남은 MC 분량을 소화해내기 위해 그대로 대기실을 나서야만 했다.

“세현 씨, 괜찮으세요?”

MC석으로 가니 곧바로 명우진과 임하나가 앞서 안부를 물어왔다. 무대가 MC석 위치와도 상당히 가깝다 보니 거기까지 보인 모양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명우진이 감흥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보다도 오늘 무대 모니터링이 더 급했다. 넘어지고, 마이크 부딪히고 아주 총체적 난국이었으니.

‘카메라에 어디까지 잡혔을 런지.’

아무래도 행사가 끝나는 대로 확인을 해봐야 할 듯 했다. 되도록 크게 안 잡혔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예정했던 대로 행사가 끝나자 곧바로 반응을 확인해봤다. 그 결과, 넘어진 장면이 아주 제대로 잡혔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때 당시 들렸던 마이크 떨어지는 소리는 방송을 타지 않았다는 것 정도였다.

- 헐 ㅠㅠ 세현이 넘어졌어 ㅠㅠ

- 세현이 세게 넘어진 것 같은데 괜찮겠지?

- 멤버들 다 세현이 쳐다보네ㅠㅠ

- 손목 괜찮나ㅠㅠ 저렇게 넘어지면 잘못하면 손목 나가는데ㅠㅠ

- 아직까지 이렇다 할 소식 없지? 세현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ㅠ

- 근데 왜 넘어진 거임? 무대가 좀 미끄러웠나?

└ 보니까 꽃가루 때문인 것 같어ㅠ 자세히 보니까 바닥에 꽃가루 좀 있더라고ㅠ

- 와중에 라이브는 또 완벽하네ㅠㅠ 역시 우리 애들 라이브 잘해ㅠ

아무래도 관련해서 글을 한번 올려야 할 것 같았다. 그와 더불어 오늘 라이브에 관한 글도 좀 찾아봤다.

[HOT!] 오늘 놀라운 라이브를 보여준 그룹 (+ 영상 추가)

윈썸

‘재생 (Replay)’, ‘Strayer’

어느새 오늘 영상이 핫 게시글에까지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 와 라이브 ㅈㄴ 쩌네

└ 음향 좋다 숨소리까지 다들림

└ 헉 근데 중간에 멤버 넘어진 거 맞지?

└ 세현이 중간에 넘어졌어ㅠ 이거 때문에 라이브 잘했는데 볼 때마다 맘아픔ㅠ

└ 우세현 진짜 성량 쩐다 목소리 뚫고 나오네

└ 여긴 보컬 맛집 랩 맛집이야 보컬랩 라인이 짱짱함

└ 넘어졌다고? 되게 자연스러워서 첨에 봤을 땐 몰랐다;

└ 넘어진 거 어디야?

└└ 2:01초, 잘 보면 멤버들이 다 쳐다봄

└ 우세현 안지호 차선빈 이 셋 조합이 진짜 사기조합임 근데 셋이 한 팀이야

당연하게도 반응이 좋았다.

예상대로 음향이 제대로 쌩 MR이나 다름없었기에.

‘실수가 아쉽네.’

그 부분이 조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으나 그래도 무사히 넘어갔다는 것에서 그럭저럭 만족하기로 했다.

빨갰던 손은 시간이 지나자 다시 원래의 색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대로 손목만 멀쩡했으면 좋겠군.

* * *

예상대로 손목은 멀쩡했다.

까진 곳도 단순히 밴드를 붙이는데 그쳤고. 그래도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곧바로 괜찮다는 글을 남겼다.

- 세현이 괜찮아서 다행이다ㅠㅠ

- 아푸지 말아 세현아ㅠㅠㅠㅠㅠ

- 그래도 앞으로 더 지켜봐ㅠㅠㅠ혹시 모르니까ㅠㅠㅠㅠ찜질 많이 하궁

회사에서도 병원에 한번 가보겠냐며 물어왔지만, 일단은 두고 보겠다고 전했다. 딱히 통증도 없고, 멀쩡했으니까.

그래도 다음 날은 스케줄이 없어서 내내 숙소에 붙어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

‘벌써 3시······.’

어제 MC 때문에 긴장을 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오래 잤다. 사실 자면 더 잘 수도 있겠지만 배고파서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일어났냐?”

안지호가 그런 나를 향해 물었다.

게임이라도 하는 건지 폰을 가로로 든 채 한껏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손은?”

이에 괜찮다는 의미로 손목을 한번 돌려 보였다. 안지호는 슬쩍 한번 보더니 이내 화면에 다시 집중했다.

“게임?”

“어.”

역시 게임이었군.

“잘해라.”

“어.”

그대로 안지호를 뒤로 한 채 나는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자 곧바로 거실 TV가 켜져 있는 게 보였다. 소파 앞에는 백은찬이 앉아있었다.

“늦게 일어났네?”

“다른 애들은?”

“다 방에 있지. 아, 우린 다 밥 먹었음.”

그렇지.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귀찮은데 나도 라면이나 끓여 먹을까.

그렇게 부엌으로 가 라면을 찾고 있는데, 어느새 다가온 백은찬이 나를 향해 물었다.

“근데 너 손은 괜찮냐?”

“응.”

“봐봐.”

마찬가지로 손목을 한번 돌려주었다.

당연하지만 멀쩡 그 자체였다.

“다행이네. 근데 뭐 찾냐?”

“라면.”

이상하다, 분명 라면이 여기 있었는데.

여기 있어야 할 라면이 어찌 된 건지 보이지를 않았다.

“라면이라면 이미 진작 다 먹었지.”

“아, 다 먹었어?”

“엉.”

어쩐지 안 보인다 했다, 그럼 새로 사 와야 하나. 귀찮은데.

“내가 밥 해줘?”

“뭐?”

백은찬의 그 말에 순간 놀라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밥을 해줘? 밥을? 누가?

“니가 해주겠다고?”

“엉. 너 어차피 물 같은 거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 생각해보면 그런 가도 싶긴 한데.

그보다도 백은찬과 요리라니, 키워드가 너무 언밸런스한 거 아니냐.

그러더니 정말로 해줄 요량인 건지 백은찬은 그대로 팔을 걷고 나섰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부터 계란을 몇 개 꺼내 들었다.

“진짜 하려고?”

“응. 아, 오므라이스 괜찮냐?”

“어, 그래. 괜찮지.”

“오케이.”

이후에는 앉아있으라며 재촉을 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식탁 앞에 앉게 되었다.

괜찮은 건가, 저거.

그냥 내가 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그도 그럴 게 백은찬이랑 차선빈이 뭘 만든다고 하는 건 상상도 안 해본 터라.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백은찬은 곧잘 했고, 어느새 그럴 듯한 오므라이스가 내 앞에 놓였다.

“자, 먹어!”

“어, 그래. 응.”

“형이 아주 맛있게 했다.”

와중에 케찹도 뿌렸네.

이건 좀 센스가 있었다.

오므라이스엔 케찹이지.

그리고 그대로 오므라이스를 한 입 먹었다. 오므라이스의 계란이 그대로 입안에 부드럽게 퍼졌다.

“맛있는데?”

“뭐냐, 그 놀란 반응은?”

“아니, 생각보다 많이 맛있어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더 맛이 있었다. 백은찬 오므라이스 장인이었구나.

“난 이제까지 계란 후라이가 단 줄 알았어.”

“아, 다인 거 맞아. 계란 후라이랑 이거 오므라이스. 끝!”

“오므라이스는 어떻게 만들 줄 아는 건데?”

“어렸을 때 서진이 때문에 도전을 한번 해봤거든. 그래서 오므라이스는 가능해.”

“근데 그걸 이제야 밝히는 이유가 뭐냐.”

“할 줄 아는 게 이거 하나라. 히.”

음, 역시 지나친 선입견은 좋지 않군.

차선빈도 마찬가지로 자신 있는 요리가 하나쯤은 있을지도.

“근데 너 아까 밥 먹었다고 하지 않았어?”

식탁 위에 올려진 오므라이스는 내 것을 포함해 모두 2개. 어느새 백은찬도 오므라이스를 나와 같이 먹고 있었다.

“먹었는데, 혼자 먹으면 심심하니까.”

“다 들어가?”

“그럼.”

그러더니 곧 오므라이스 위에 케찹을 다시금 뿌린다. 뭐, 먹을 수 있다니 다행이긴 한데.

가만 보면 백은찬은 식사를 혼자 하는 걸 꽤나 싫어했다.

365일 부대끼다 보니 혼자 밥을 먹을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가끔씩 그럴 때가 오면 백은찬은 눈에 띄게 꺼려하는 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평소 멤버 중 누군가 혼자 먹을 때가 되면, 이렇게 먼저 나서서 같이 먹어주는 일이 많았고.

“혼자 먹는 밥은 맛없잖냐. 같이 먹어야 더 맛있지.”

맛의 차이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느낌의 차이 정도는 대충 알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먹게 되면 그냥 안 먹곤 했거든. 맛이 없어서. 그래서인지 습관이 됐나봐.”

백은찬은 그대로 앞에 있던 오므라이스를 크게 한 숟갈 떠먹었다. 혼자. 부모님이 맞벌이셨나.

“그래도 서진이가 있잖아.”

“그렇지. 서진이가 있긴 했지. 근데···어, 안지호!”

“뭐야.”

그때, 방에서 나온 안지호가 우릴 보더니 이내 뭐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 노란 건 뭐냐?”

“뭐긴 뭐야. 오므라이스지. 딱 보면 모르겠냐?”

“아.”

그러더니 곧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물었다.

“니가 만들었냐?”

“아니. 백은찬이.”

“뭐?”

그 말을 듣자 안지호의 미간 급하게 좁혀졌다. 그리고는 상당히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먹는 거 가능하냐?”

“당연하지!”

하지만 그러한 백은찬의 자신 있는 목소리에도 안지호는 여전히 영 못 믿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괜찮아. 먹어봐.”

그리고 한 숟가락을 퍼 안지호에게 주었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으로 표정만 구기고 있길래 이내 한번 더 숟가락을 들어 보였다.

“숟가락만 내놔.”

이에 그대로 들고 있던 숟가락을 안지호에게 건넸다. 이제야 먹어볼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나쁘진 않네.”

“그렇지?”

뒤이어 안지호에게 한 입을 더 권했다. 정말로 맛이 괜찮았던 건지 이번엔 거절하지 않았다.

“케찹 더 뿌릴까?”

“응. 더 뿌려.”

이내 백은찬은 케찹을 들었고, 그대로 내 오므라이스 위로 정성스럽게 뿌려댔다.

그리고 그 덕인가, 오므라이스는 왠지 처음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백은찬이 말한 맛이란 게 이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하며 그대로 또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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