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64화 (164/413)

164화. 아직도 얽혀있는 겁니까.

[공식] WINSOME, TNC 드라마 <목소리를 찾아가세요.>에 특별 출연 결정

[플래닛 뉴스 한아정 기자] 대세 아이돌 윈썸이 TNC 새 드라마 <목소리를 찾아가세요.>에 까메오로 특별 출연한다.

윈썸의 소속사인 IN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윈썸은 이미 해당 분 촬영을 마친 상태이다. ······

한창 주가를 올리며 인기 아이돌 반열에 오른 윈썸이 어떠한 연기를 펼쳐줄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 ㅁㅊ 윈썸 드라마 나옴?

└ 멤버 전원이겠지? 누구만 아니고?

└└ 기사 전문 보면 그런 듯

└ 근데 저거 박시겸 드라마 아님?

└ 목찾사 이번에 박시겸 주연으로 들어간 드라마잖아 설마 박시겸 우세현 만나나

└└ 내 생각엔 박시겸이 아니고 여주인 성민아랑 만날 것 같은데 극중에서 여주가 윈썸 팬이라고 했잖아

└ 어째 우세현은 늘 루트랑 엮이는 것 같네

└ 진짜 우세현은 많이 엮이는 것 같음22

└ 발연기만 제발 아니었으면

<목소리를 찾아가세요.>에 까메오로 나가게 되었다는 소식이 곧 언론을 통해 공개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한동안은 우리의 연기력을 우려하는 글들이 오가곤 했다.

이러한 글은 방송 당일이 되기까지 종종 눈에 띄곤 했는데, 본방 시간까지 상당했다.

하지만 막상 방송이 되고 나니, 앞선 발연기에 대한 말들은 눈에 띄게 수가 줄었다.

- 저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데?

- 일단 극지뢰는 없다

- 와중에 우세현이 센터네ㅋㅋ

- 근데 세현이랑 선빈은 여기서도 살아남네 쟤네 둘은 나중에 백퍼 연기할 듯

- 풋풋하니 귀여운데ㅋ

- 근데 분량 무슨 일 진짜 까메오 분량이네

사실 발연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분량이나 대사가 있는 게 아니었기도 했고, 우려 했던 것보다 방송이 잘 나온 덕도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이번에 저희 곧 <온 라디오>에 출연하거든요!]

“우와, 이거 장난 아니다.”

그 순간 자신의 연기를 보던 백은찬은 그대로 숨을 참았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넘어가자 곧 다시 숨을 깊게 내뱉었다.

“왜요? 오글거려서요?”

“응. 이게 무대랑은 완전 다르네······.”

“별로 다를 것 없는 것 같은데.”

반면, 하람이는 별로 개의치 않은 것인지 화면을 곧잘 봤다. 그리고 백은찬은 오히려 그런 신하람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다를 게 없다니, 완전 다르구만!”

“다를 게 있냐.”

와중에 안지호가 조용히 덧붙였다.

“이런 왕심장들······.”

“강심장이 아니고?”

“강심장보다 더한 왕심장들이요.”

강심장보다 더한 게 있던 거냐.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백은찬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도 오글거렸거든.

연기하는 내 모습을 본다는 게, 이게 생각보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덕에 내 대사가 나올 때쯤에는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어디 아파?”

차선빈이 물었다.

“아니.”

“근데 왜?”

차마 못 보겠어서.

이게 음악 방송 모니터링과 다르게 뭔가 좀 자체적으로 숙연해졌다.

‘역시 노래나 열심히 불러야겠군.’

아무래도 연기의 벽은 너무 높다.

그리고 화면은 전환되더니 이내 박시겸이 여자주인공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윈썸 싸인이에요, 이거?]

[네.]

[헐, 대박!]

앞서 윈썸에게 받은 싸인을 도태영이 여자 주인공에게 자랑하는 씬이었다.

‘그래도 이제 박시겸과 다시 볼 일은 아마 거의 없다시피 하겠군.’

박시겸의 주 활동 영역은 연기였다.

루트의 마지막 앨범 이후 그는 더 이상 음악 관련 활동을 하지 않았다. 드라마 활동이 대부분.

‘뭐, 신도하 때처럼 예능 같은 곳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만······.’

박시겸이 보통 예능을 나올 때면 드라마나 영화의 홍보 차원일 터였다. 그러니 더더욱 부딪힐 일이 적지 않을까.

대충 보기에 박시겸은 나를 ‘우도현의 동생’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안에 다른 감정은 없는 듯 했다.

부정적인 거나, 긍정적인 감정.

그런 감정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냥 관심이 없었다.

뭐, 이쪽이야 그래 준다면 고맙지만.

형의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자연스럽게 나에게까지 적용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뭐, 어쨌든 형의 전 멤버들과 마주하는 게 껄끄러운 입장에서는 오히려 관심이 없어줘서 땡큐였다.

뭐든 얽히지 않는 게 최고다.

다만, 이상하게 이 사람과는 자꾸 얽히게···아니, 부딪히게 되는 것 같았다.

“일식 좋아해?”

그 순간 앞좌석에 있던 신도하가 나를 향해 물었다.

* * *

이 모든 건 앞서 며칠 전, 신도하로부터 뜬금없는 메시지를 받은 것부터 시작됐다.

[신도하 선배님]

: 평소에 액세서리 착용하는 편이야?

내용 또한 뜬금없는 내용이었다.

액세서리?

액세서리 착용 유무는 왜 묻는 거지.

[우세현]

: 아뇨. 잘 안 해요.

[신도하 선배님]

: 그렇구나. 알겠어.

그리고 그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나는 듯 했다. 그래서 그냥 뭘 잘못 먹은 건가 싶어 대충 넘어가려고 하는데, 이번엔 뜬금없이 전화가 왔다.

그대로 [응답] 버튼을 누르니 이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선배님.”

─ 뭐 좀 물어보려고.

묻는다고?

이 사람이 나한테 물을 게 뭐가 있지.

“네. 물어보세요.”

─ 전에 말했던 생일 선물 말인데.

아니, 아직도 생일 선물에 얽혀 있었던 거냐. 내 생일이 몇 달 지났더라.

─ 여전히 마음이 바뀌지 않은 건가 확인하고 싶어서.

“마음이요? 무슨 마음이요?”

─ 전에 금 좋아한다고 했었잖아.

그랬었나?

그건 그때 아무렇게나 말했던 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때 말씀 드렸다시피 굳이 주지 않으셔도 돼요.”

─ 미안하지만, 이미 늦었어.

“네?”

─ 간단히 보고 있었거든. 선물.

결국 그렇게까지 된 거냐.

가만 보면 이 사람도 꽤나 끈질긴 구석이 있었다.

‘근데 잠깐.’

지금 보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뭘 보고 있다는 거······

‘······설마 금?’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식은땀이 흘렀다. 아니야, 그거 아니야. 그건 안 돼.

“선배님, 혹시 지금 보고 계신 게···”

─ 금과 관련해서도 워낙 카테고리가 넓잖아. 그래서 내 딴에 그중에서 어떤 게 가장 나을지 생각을···.

“선배님! 저 갑자기 갖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순간 드는 위기감에 일단 뭐라도 내뱉고 봤다. 모르겠고, 지금은 없더라도 어떻게서든 만들어 내야만 했다.

─ 그래? 뭔데?

뭐 하지. 뭘 말하지.

그러니까 대충 생각나는 게······.

“컵이요!”

─ 어? 컵?

“네! 숙소에 컵이 없습니다!”

당장 보이는 게 컵 밖에 없었다.

물 마시러 나온 거라 어쩔 수 없이······.

‘급작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한데, 설마 반려시키거나 그러진 않겠지.’

그렇게 신도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 안 가 폰 너머로 대답이 들려왔다.

─ 그래. 알겠어. 컵이라 이거지?

“네!”

그리고 통화는 그렇게 끊어졌다.

······까지가 지난 일인데.

어째서인지 또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참고로 오늘은 일식이었다.

“여기 초밥이 맛있거든.”

“네. 그렇군요.”

“초밥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그리고 물을 한 잔 마셨다.

왠지 모르게 목이 타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지금 선물 받자고 여기 앉아있는 건가. 하하.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그래도 나름 나이스 타이밍이었다고 본다. 자칫 잘못해서 이상한 걸 받을 뻔했다 생각하면 없던 땀이 흐르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근래 드라마 찍었지?”

“네? 아, 네.”

최근 화제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됐다. 기사가 많이 났으니 그걸로 안 건가. 아니면 박시겸을 통해서 일수도 있었다.

“기사 봤어. 본방도 봤고. 잘하던데?”

“연기요?”

“응. 무난하니 괜찮던데.”

연기를 잘한다는 기준선이 낮으신가, 혹시. 그래도 일단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세현이, 너도 혹시 나중에 연기할 생각 같은 거 있어?”

“아뇨. 아직까진 전혀 없어요.”

“왜?”

“그냥 노래가 좋아서요.”

솔직히 말해서 연기에는 아예 뜻이 없었다. 다른 것보다 노래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룹 활동 하는 게 좋고.

아무튼 연기는 아니었다.

“그렇구나.”

신도하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마치 원하는 답을 얻었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대충 그런 느낌.

“그래서 박시겸이랑은?”

“예?”

“현장에서 만났잖아.”

그리고 뜬금없이 박시겸의 이야기를 물었다. 뭐지, 이 질문은. 그보다 나한테 그걸 물을 필요가 있나.

단순히 현장에서의 일이 궁금한 거라면, 박시겸한테 직접 물으면 될 터였다. 그게 더 빠를 테고.

“딱딱한 말만 하지 않았어?”

“딱딱한 말이요?”

“응. 사실 대화보다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말았을 것 같은데.”

그렇긴 했지.

생각해보니 대화란 걸 제대로 한 기억은 없었다.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음에도.

“그냥 인사만 주고받은 정도였어요.”

“그래. 왠지 안 봐도 뻔할 것 같네.”

[“그 성격이 어디가겠어.”]

대충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박시겸이 원래 좀 딱딱해. 거기에 상당히 원칙주의자인데다가 개인주의까지 겸하고 있지.”

“아, 네.”

“그래서 아마 더 오갈 이야기도 없었을 거야. 남한테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인사 정도가 대화의 전부지.”

대충 그때 느꼈던 대로인가 보군.

관심이 없던 것도 맞았고.

“물론 현장에서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 정도는 신경 쓸 거라 생각하지만···”

“아, 그런 것 같아요.”

그러자 신도하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너한테?”

“특별한 건 아니고 그냥 애드리브만 조금 주의해달라고 하셨어요.”

“아······.”

그리고는 그 말을 듣더니 이내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건 의외군.”]

의외, 인 건가, 그게.

그러고 보니 신도하와 박시겸은 동갑인 멤버였다. 그리고 내 기억으론 두 사람은 서로 정반대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장 비춰지는 방송 이미지도 그랬고.

‘하지만 실제는 모르는 거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에서 보기에 그럴 뿐이고 실제로 어떠한 가까지는 알 길이 없었다.

방송과 다른 이미지, 성격, 관계.

이런 건 흔하니까.

‘근데 뭐, 내 알 바인가.’

그 두 사람의 실제 관계가 어떤지는 내 알바가 아니었다. 결론만 놓고 보자면, 둘 다 형이랑은 사이 별로잖아.

얼마 안 있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사시미부터 시작해 초밥, 장어덮밥 그 외 다양한 음식들이 연이어 나왔다.

“근데, 선배님.”

“응. 튀김 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선물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오늘의 볼 일은 단순히 그것뿐이었다.

조금 어이없는 말 같긴 한데, 어쨌든 주요 용건은 선물이었다.

“아, 그렇군. 선물.”

“네.”

신도하는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는 듯 반응했다. 그러더니 곧 나를 향해 한번 웃었다.

“기대 많이 한 모양이네. 이렇게 먼저 달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니.”

이에 대충 웃어주었다.

기대고 뭐고 빨리 컵이나 줘.

뒤이어 신도하는 옆에 놓았던 쇼핑백 하나를 내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포장을 꼼꼼히도 했네.

당연히 내용물이 뭔지 알고 있으니 조금 안심하는 마음으로 빠르게 포장을 풀었다.

그리고 이내 상자를 열자 컵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것도 아닌 머그컵이었다.

“유리컵보다는 이쪽이 나을 것 같아서.”

“아, 네······.”

그렇게 나는 안에 있던 컵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래, 머그컵은 머그컵인데.

‘왜 이렇게 번쩍거리는 거냐.’

머그컵의 본체 부분은 깔끔한 네이비 색이었지만, 손잡이 부분은 번쩍번쩍한 골드로 칠해져 있었다.

이에 나도 모르게 머그컵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봤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네? 아, 네. 마음에 들어요.”

그 말에 신도하는 한번 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머그컵을 보던 것을 멈춘 채, 이를 다시 상자 안으로 넣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컵 선물은 처음이라 나름 고르는 재미가 있었어.”

그런 신도하의 목소리엔 웃음기가 꽤나 서려 있었다. 그리고 조금 대화를 나누었는데, 노래와 관련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보통 어떤 장르 좋아해?”

“장르는 별로 안 가리는 편이에요. 댄스 음악도 좋아하고 R&B도 좋아하고요.”

“커버곡 부른 거 있어?”

“공개된 건 별로 없고요. 그래도 좀 연습을 하긴 했었어요.”

대체로 그런 대화들이 오갔다.

신도하는 생각했던 것보다 음악적 지식이 많았다. 그만큼 관심도 많고.

“확실히 좋네.”

“네?”

“너랑 대화하는 거 말이야.”

그 말을 하던 신도하는 그대로 의자에 느리게 몸을 기댔다. 뜬금없는 말이었다.

“좋은 대화 상대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

그렇게 말할 정도로 오랜 대화를 나누진 않은 것 같은데. 대화 내용도 고작 음악 관련 내용 몇 가지뿐이었다.

그리고 난 거의 묻는 말에만 대답한 거였고. 그러니 그 재밌다는 기준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세현아.”

그러던 도중, 신도하가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나를 향해 물어왔다.

“오늘 향수 뿌렸어?”

아, 향수.

마침 형이 준 향수를 뿌린 참이었다.

“네. 뿌렸어요.”

“원래 향수를 뿌렸던가?”

“아뇨. 최근에 향수를 선물 받아서요.”

“혹시 도현이한테?”

“어, 네.”

어떻게 알았지.

그러자 신도하는 그렇게 말했다.

“왠지 그럴 것 같았어.”

그리고 신도하는 다시금 입가에 미소를 띠운 채로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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