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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65화 (165/413)

165화. 쓸데없이 접근하지마.

그 날은 겨울의 추위가 가장 극도에 이르렀을 때였다.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불고 한기가 돌던 1월의 어느 날.

신도하는 자신의 집에 방문객 한 명을 맞이했다. 그대로 문을 열자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신도하는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도현아.”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는 우도현이 서 있었다. 이에 우도현은 별다른 답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 1월, 우도현이 한국에 왔던 시점.

그 짧은 일주일 중 하루,

우도현과 신도하는 만남을 가졌다.

“뭐 마실래?”

“필요 없어.”

우도현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그러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신도하는 냉장고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대충 음료수 몇 개를 꺼내왔다.

“사이다가 있더라고.”

신도하가 이내 들고 온 사이다를 우도현의 눈앞으로 한번 보여주었다. 그리고 우도현은 이를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사이다는 탄산음료 중 우도현이 가장 즐겨 마시는 것이었다. 콜라보다, X타보다 사이다. 우도현은 늘 그렇게 말하곤 했었다.

“그러고 있지 말고 앉아.”

“오래 있을 생각 없어.”

우도현이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반면 신도하는 손에 캔 하나를 든 채 자연스럽게 소파로 가 앉았다. 그리고 그는 곧 손을 움직여 캔을 땄다.

“근데 니가 이렇게 우리 집에 온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네.”

신도하는 그렇게 회상하듯 말했다.

루트 활동 시절, 루트는 6년 차까지 숙소 생활을 했다. 그리고 7년 차가 되면서 하나 둘 독립을 시작했다.

그 중 신도하는 가장 늦게 독립을 했다. 와중에 루트 숙소가 있던 곳 근처로 집을 구했다.

더불어 아직까지도 신도하는 그 지역을 떠나지 않은 채였다.

“게다가 드물게 먼저 연락을 하고.”

신도하가 우도현을 보며 말했다.

이번 만남을 제안한 건 다름 아닌 우도현 쪽이었다. 그리고 이내 집으로 직접 가겠다는 말을 남겼고, 다음날 곧바로 찾아왔다.

이와 같이 우도현이 신도하를 만나는 건 거의 루트 탈퇴 이후 처음이었다. 그간 모든 교류 단절한 채 지내왔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만날 수밖에 없었다.

만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그동안은 답도 제대로 없었잖아.”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꼈으니까.”

“그래도 생사 확인 연락정도는 하자.”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런 고리타분한 얘기 나눌 시간 없어.”

“아, 들었어. 갑자기 들어온 거라면서.”

“뭐?”

그 순간 우도현이 미간을 좁혔다.

“누구한테 들었는데?”

“세현이한테.”

그와 동시에 한적한 적막이 돌았다.

그럼에도 신도하는 여전히 사이다로 목을 축일 뿐이었다. 뒤이어 얼마 안 가 우도현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다른 거 없고, 이 말 하러 온 거야.”

“뭘?”

“쓸데없이 접근하지 마. 내 동생한테.”

그대로 끝말은 조금 더 힘을 주어 강조했다. 어느새 우도현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는 이 한 마디를 위해 이곳에 왔다. 확실하게 경고해주기 위해서.

“접근은 아닌데.”

그러자 우도현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실소했다.

“그게 접근이 아니면 뭔데?”

“순수한 관심이지.”

“관심이든 뭐든 쓸데없는 접근 말라고.”

신도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앞선 우도현의 말이 딱히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말이었기에.

“세현이, 노래 잘하더라.”

이에 우도현의 미간이 다시 한 번 구겨졌다. 하지만 신도하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라이브도 훌륭하고, 모든 면에서 재능이 있더라고. 아마 앞으로는 더 잘할 테지.”

“그래서.”

“그러니 나는 그게 굉장히 기대가 된다는 거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원래 노래 잘하는 사람 좋아하잖아.”

신도하가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에 우도현은 이내 다시 강하게 짜증이 치솟았다.

사실 신도하가 제 동생에게 관심을 가질 지도 모른다는 건 인정하긴 싫지만, 어렴풋하게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신도하의 말대로 그는 예전부터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을 유독 동경하고 따랐다. 선배고 후배고 할 것 없이.

이는 노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바탕이 되었다.

노래를 정말로 좋아했기에 그는 지금도 수많은 활동을 하면서도 앨범을 내는 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예능도, 뮤지컬도, 라디오도 아닌 신곡 앨범. 신도하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활동이었고, 소중했다.

“그럼 다른 노래 잘하는 사람들 찾아봐. 엄한 남의 동생한테 그러고 있지 말고.”

“거기에 세현이는 노력파에 머리가 좋거든. 그래서 더 좋아하지.”

이 X끼가.

순간 그대로 말이 튀어나올 뻔한 걸 우도현은 간신히 참아내었다.

“방금 욕 나올 뻔 했지?”

신도하가 입꼬리를 올린 채로 씨익 웃었다. 동시에 욕이 다시 한번 나올 뻔 했다.

“예전부터 느낀 건데, 넌 유독 세현이 일에 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X발, 그러던가 말든가.”

“다른 사람 일엔 그렇게 관심이 없을 수가 없는데, 세현이 일엔 늘 다르니까. 예전부터 참 동생사랑 대단하다고 느꼈어.”

그렇게 신도하는 다시 한번 캔을 들었다.

어쩌라는 건지. 우도현은 하란 대답은 제대로 안 한 채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는 신도하가 이젠 그냥 답답했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대화할 기분도 나지 않았다. 애초에 대화를 하러 온 것도 아니었지만.

“근데 충분히 이해는 돼.”

“뭐?”

“세현이, 귀엽잖아.”

그 말을 하던 신도하가 이내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낯짝이 우도현을 더 열 받게 만들었다.

“적당히 해.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럼에도 신도하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한 말은 전혀 장난식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솔직한 제 생각이었다.

“한번 더 경고하는데, 내 동생한테 쓸데없이 접근하지 마. X 되기 전에.”

우도현은 이번에도 역시 마지막 말에 조금 더 힘주어 말했다. 그 말을 하는 우도현의 표정과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했다.

‘성격하고는.’

그리고 그런 우도현을 보며 신도하가 생각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잘못하면 정말 X 되겠군.

이후 우도현은 할 말이 끝났다는 듯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그걸 본 신도하가 다시 한번 우도현을 불렀다.

“도현아.”

하지만 그럼에도 우도현은 앞서 가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신도하 역시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일은 사과할게.”

동시에 우도현의 걸음이 그대로 멈췄다.

그 말을 하는 신도하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했다.

그때 일.

그게 무슨 일인지는 굳이 덧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우도현은 여전히 등을 돌린 채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때까지 시선은 올곧이 앞을 향해 있었다. 흔들림 없이.

“사과할 필요 없어.”

그리고는 헛웃음을 한번 짓더니, 이내 신도하를 향해 조금 고개를 돌렸다.

“어차피 다시 그러한 상황이 되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잖아?”

그리고 그러한 우도현의 말에 신도하는 침묵했다. 이에 우도현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대답은 없었지만, 방금 전 신도하가 한 침묵은 곧 긍정이나 다름없었기에.

“···그룹을 위한 거라 생각했었어.”

신도하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우도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때도 대충 비슷한 말을 했었지. 루트는 위해서라고 했던가.”

그리고 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낮은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때, 신도하가 내내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후회는 없어?”

“후회?”

“그때 그룹 나갔던 거.”

루트를 탈퇴했던 일.

모두가 재계약하는 가운데 홀로 재계약을 하지 않았던 그 일.

신도하는 그것을 묻고 있었다.

그렇지만 신도하의 이러한 물음이 우도현에겐 그저 우습기만 했다.

“전혀.”

우도현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기에. 아니, 애초에 이는 그에게 있어 질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앞선 대답을 마지막으로 우도현은 멈췄던 걸음을 다시금 옮겼다. 더 이상 의미 없는 대화를 하고 싶지도, 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신도하는 그러한 우도현을 향해 다시금 말했다.

“연락해.”

동시에 현관문이 열렸다 닫혔다.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뒤이어 홀로 남은 집 안엔 언제나와 같은 적막이 감돌았다.

신도하는 그대로 손에 들려 있던 사이다를 다시금 들이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 목 막힌 듯한 갈증은 해소가 되지 않았다.

사이다 말고 맥주였음 좋았을걸.

신도하는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계속되는 원인 모를 갈증에 조용히 목을 축일 뿐이었다.

* * *

“세현아, 이거 뭐야?”

차선빈이 내 손에 들려 있던 머그컵을 가리키며 물었다.

“머그컵.”

“아, 신도하 선배님께 받았다는 그거.”

“응.”

그러자 차선빈은 잠시 그대로 머그컵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아, 이 부분이 좀 번쩍번쩍하지?”

“응. 그러네.”

역시나 손잡이 부분을 보고 있던 거였군.

확실히 이 손잡이 부분이 좀 튀긴 튀었다. 번쩍번쩍한 게.

그 날, 신도하와는 그렇게 밥을 먹고 헤어졌다. 당연하지만 이번에도 계산은 신도하의 몫으로 돌아갔다. 오히려 자신이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하며.

‘계속 얻어만 먹으려니 찜찜한데.’

뭔가 빚이 쌓이는 기분이라 영 별로였다. 그리고 그대로 주방에 있는 싱크대로 향했다.

이왕 꺼낸 거 한번 씻어서 컵 정리대에 넣어 놓을까했다. 그래도 선물 받은 건데 상자 안에 썩히도록 두는 건 좀 그러니까.

그러자 곧 차선빈이 나를 따라왔다.

“나중에 애들한테 말해놔야겠다. 이거 세현이 컵이라고.”

“아, 그런가. 하긴 놀랄 수도 있겠다.”

워낙 디자인이 화려해서.

사실 이대로 컵 정리대에 두면, 이건 누구 거냐는 말이 바로 나올 수순이긴 했다.

“생각해보니 생일 선물은 이렇게 365일 쓸 수 있는 걸로 주는 게 좋은 것 같아.”

“그러면 좋긴 하겠지.”

아니 근데 잠깐만.

이걸 365일 쓸 생각은 아닌데?

“올해는 나도 365일 사용할 수 있는 걸로 줄게.”

“뭐? 아······.”

이내 차선빈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동시에 뭔가를 다짐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너 목도리도 엄청 좋았어. 색도 예쁘고 엄청 따뜻하고.”

“그래?”

“그렇다니까. 그래서 내가 매일매일 하고 다녔잖아. 이제 없으면 목이 허전하더라.”

그러자 차선빈의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조금 더 밝아졌다. 그래. 목도리 좋지.

그리고 그대로 컵을 한번 씻고 난 뒤, 개수대에 올려놓았다. 참, 언제 봐도 부담스럽게 번쩍거린다.

“근데, 세현아.”

“응.”

“목 마르지 않아?”

목?

갑자기 웬 목?

“왜? 너 목 말라? 컵 줘?”

“아니, 넌?”

“나?”

난 별로 안 마른데.

방금 거실 나오자마자 물 한잔 마셨고.

[“카페, 갔으면 싶은데.”]

아. 그 말이었군.

이제야 대충 알겠다.

“카페 갈까?”

“응.”

차선빈이 급격히 밝아진 표정을 하고선 그대로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가는 김에 내가 쏠게. 전에 내가 너한테 딸기 라떼 사기로 했었잖아.”

“아, 응. 좋아.”

“원하는 카페 리스트 다 불러봐. 오늘은 뭐든 오케이다.”

그리고 차선빈은 나에게 곧장 핸드폰을 통해 카페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미 봐둔 거냐.

그리고 해당 카페는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다. 보니까 딸기 라떼가 맛있다고 유명하다더라.

딸기가 상당히 들어가 있고 거기에 아이스크림까지 들어가 있다고 한다. 사진을 보니 나도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카페에 도착하니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는 모습이었다. 간간히 테이크 아웃하는 손님은 있었지만.

“간만에 마시고 갈까?”

“난 좋아.”

그렇게 유명 딸기 라떼를 하나씩 사 들고서 차선빈과 함께 2층에 있는 테이블 좌석으로 가 앉았다.

‘근데 날씨 한번 좋네.’

오늘 따라 날이 좋아서인지 카페 안으로 햇빛이 많이 들어왔다. 카페 창이 통유리인 것도 한몫한 것 같기도 했다.

“이제 날이 좀 풀리는 것 같아.”

“응. 이제 4월이니까.”

그렇지. 아무래도 이제 4월이니까.

잠깐, 4월?

그 순간, 어떠한 생각이 머릿속에 빠르게 스쳤다. 동시에 나는 폰을 꺼내들었다.

‘아, 역시······.’

내가 본 화면 액정에는 [03월 29일] 이라는 숫자가 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며칠 안 남았음을 알렸다.

그러니까, 안지호의 생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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