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66화 (166/413)

166화. 뭐가 좋을까?

안지호의 생일은 4월 5일.

대충 지금으로부터 약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선물은 어떤 걸로 하지.’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안지호가 평소에 필요로 했던 거라던가 갖고 싶었던 거.

그런 걸 잠시 생각을 해봤는데, 확실하게 이거다 싶은 게 떠오르지 않았다.

“세현아.”

그러던 도중, 앞에서 딸기 라떼를 마시던 차선빈이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곧 테이블 한쪽을 가리켰다.

“진동 울리는데. 핸드폰.”

“아.”

차선빈의 말대로 테이블 위에 잠시 올려놓았던 폰이 그대로 진동하며 울리고 있었다.

[발신자 표시 제한]

발신자 표시 제한.

너무나도 투명한 그 표시에 나는 그대로 액정 화면에 있는 [거절] 버튼을 눌렀다.

모르는 번호, 발신자 표시 제한 등의 경우 십중팔구는 사생이었다. 게다가 근래 그렇게 오는 전화가 늘었고.

“누구야?”

“사생.”

그러자 차선빈이 그대로 미간을 좁혔다.

“번호 바꾸는 게 어때?”

“안 그래도 그러려고 생각 중이야. 계속 신경도 쓰이고 그래서.”

물론 바꾼다고 또 털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바꾸면 한동안은 조용히 지낼 수 있을 터였다.

“그것보다 이제 곧 안지호 생일이잖아.”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넌 혹시 생각해둔 선물 있어?”

그 말에 차선빈은 잠시 가만히 생각을 하는 듯 싶더니 이내 얼마 안 가 답했다.

“그냥 지호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선물을?”

“응. 갖고 싶은 거 있냐고.”

확실히 그건 그렇지.

“선물은 본인이 필요한 걸 주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서.”

“필요한 거라······.”

“선물 고민하는 거야?”

“어. 근데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서.”

내 생각에도 본인이 갖고 싶은 걸 주는 게 베스트인 것 같은데···차선빈의 말대로 그냥 안지호에게 물어볼까도 했다.

“넌 선물 고를 때 기준 같은 거 있어?”

“기준···은 없어. 친구한테 선물 준 경험이 별로 없어서.”

아. 그러냐.

“어, 그럼 내 선물은?”

“세현이 너 선물?”

“응. 목도리 고른 이유가 있어?”

생각해보니 왜 목도리인지는 안 물어봤던 것 같다. 줬을 당시에도 춥지 않냐고만 물었어서.

그리고 그런 내 물음에 차선빈은 간단하게 대답을 내놓았다.

“추워 보여서.”

추워 보였나?

겨울 내내 롱패딩으로 싸매고 다녔던 것 같은데.

“항상 볼 때마다 코가 빨갛길래.”

“아, 내가 원래 겨울에 코가 좀 잘 빨개져.”

“그리고 잘 어울릴 것 같았어. 그 목도리랑.”

“그래?”

“응.”

그렇군.

확실히 목도리를 하고 다닐 때마다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많이 듣긴 했다.

‘아, 그러고 보니 파티는?’

그러다가 문득 파티 생각도 떠올랐다.

깜짝 생일 파티.

이것도 진행을 해야 하나.

깜짝 파티 자체는 좋았다.

준비 과정도 재밌고, 상대가 좋아한다면 더더욱 좋고.

근데 여기서 걸리는 점은 이 깜짝 파티의 대상이 안지호라는 거였다. 좋아할까, 깜짝 파티 같은 거.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선빈아, 넌 깜짝 파티 어때.”

“깜짝 파티? 지호 해주려고?”

“어, 뭐. 그럴까 하고.”

“내 경우엔 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아.”

“그럼 너 생일 때는 꼭 해줄게.”

그러자 차선빈은 급격하게 밝아진 얼굴로 내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어, 근데 이거 알면 깜짝이 깜짝 아닌 거 아닌가.

“세현아, 케이크 먹어.”

“응.”

그리고 잠시 생각을 접어 둔 채 그대로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다른 멤버들하고 얘기를 해보거나 해야겠군.

더불어 다시금 진동하는 핸드폰에 나는 다시 한번 [거절] 버튼을 누른 뒤, 아예 무음으로 바꿔버렸다.

* * *

그 후로 차선빈과는 저녁까지 먹고 들어갔다. 마침 근처에 스파게티 맛집이 있었고, 이왕 나온 김에 먹고 가자는 생각으로.

그리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런 숙소 앞에는 오늘도 여전히 사람이 꽤 있는 모습이었다.

[“X친, 우세현, 차선빈.”]

[“금방 돌아왔네.”]

[“둘만 어디 갔던 거지.”]

그만큼 생각들도 꽤 들렸다.

물론 빠르게 지나쳤기에 순간적으로 들린 소리들이었지만.

‘요새 숙소 앞에 사람이 좀 늘은 것 같은데.’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었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었다.

“어, 왔냐?”

“형들, 왔어요?”

그렇게 돌아오니 윤도운과 백은찬, 그리고 신하람이 거실에 모여 귤을 까먹고 있는 게 보였다.

“안지호는?”

“방에 있을걸?”

어, 타이밍인가.

하지만 아무리 방에 있다 하더라도 이대로 거실에서 작당 모의를 하기엔 다소 위험성이 컸다.

어차피 아직 시간 있으니까.

“아, 근데 너희 그거 봤냐?”

그때 백은찬이 귤을 손에 든 채로 차선빈과 나를 향해 물었다.

“뭘?”

“어제 저녁에 어디 그룹이었더라······.”

“STONE-H이요.”

“아. 맞아. 그 그룹 숙소에 사생 침입했다는 기사.”

“뭐?”

숙소에 사생 침입?

“정확히는 어제 새벽에 그랬다더라. 그래서 그룹이고 회사고 난리 나고, 기사도 많이 떴더라고.”

“아······.”

무려 숙소에 직접 침입한 거니 그럴 만했다. 한동안 그런 일은 없던 것 같더니 어째 이렇게 한 번씩 크게 터진다.

“그래서 오늘 매니저 형들이 숙소 출입할 때 특히 더 조심하라고 하더라. 혹여 비번 같은 거 노출되지 않게.”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바긴 했다. 그래도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 우세현 방에 들어가게?”

“응.”

그리고 멤버들에게 귤 몇 개를 얻고 난 뒤, 그대로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가니 곧장 자신의 침대에 누워있는 안지호가 보였다. 밥 먹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바로 누워도 되나.

“그러다 식도 나빠진다.”

“대충 30분 지났어.”

“30분으론 안 돼. 2시간은 지나야지.”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그대로 안지호를 쳐다보고 있는데, 그때 순간적으로 안지호의 폰이 시야에 들어왔다.

“안지호.”

“왜.”

“너 폰 케이스는 어디 갔어?”

평소에 하고 있던 화이트 케이스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거라곤 그냥 쌩폰.

“깨졌어.”

“깨졌다고? 어디 떨어뜨렸어?”

“어. 화장실에서.”

바닥에 아주 제대로 부딪혔나 보네.

“폰은 멀쩡하고?”

“응.”

그나마 그건 다행이었다.

안지호가 폰을 바꾼 지 얼마 안 된 터라.

깨진 케이스는 아쉽지만, 그래도 결정적으로 폰은 보호해주고 깨졌으니 제 역할을 다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쓰려고?”

“몰라. 별로 불편하진 않아서.”

그래도 케이스가 있는 게 좋을 텐데.

내 폰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이 괜히 아슬아슬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말하는 걸 보니 앞으로 불편해질 때까지 저대로 쓸 모양새인 것 같았다. 그냥 내가 하나 사다 줄까.

‘아.’

생일 선물.

그때 문득 생일 선물 생각이 났다.

‘생일 선물, 케이스 괜찮은 것 같은데.’

마침 안지호에게 딱 필요해 보이는 물건이었다. 무엇보다 평소에 잘하고 다닐 것 같았다.

“안지호.”

“왜.”

“누워있지 말고 귤 먹어.”

그리고 그대로 안지호에게 가지고 온 귤 몇 개를 던져주었다.

이내 귤을 건네받은 안지호는 상당히 귀찮다는 표정으로 일어나 귤을 까먹기 시작했다.

이후 곧바로 케이스 검색에 나섰다.

뒤이어 요즘 한창 연예인들이 많이 한다는 폰 케이스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요새 꽤 인기도 좋은 것 같고.

케이스의 구성도도 좋고 종류도 다양한지라 선택의 폭도 넓었다. 콜라보나 한정 품목도 있고.

‘하지만 이런 건 역시 커스텀이지.’

일반적인 구매라면 모를까, 생일 선물이고 하니 무조건 커스텀이었다.

디자인은 최대한 심플하고 깔끔하게를 바탕으로 두었다. 평소에 안지호가 쓰던 케이스들도 대부분이 특별한 프린팅이 없곤 했으니까.

‘근데 이거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지.’

커스텀이니 아마 다른 것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보니까 배송도 해외에서 오는 거던데.

[최대 2주가 걸릴 수 있습니다. 여유 있게 주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2주?

물론 이 정도까지 걸리진 않을 것 같지만.

여차하면 일반 배송이 아닌 빠른 배송을 이용할 생각도 있었다. 일단은 날짜에 맞추는 게 중요하니.

‘아, 보니까 오프라인 매장도 있네.’

그러던 중, 오프라인 매장도 얼마 전에 개장했다는 문구를 봤다. 오프라인 매장에도 한번 가볼까.

마침 매장도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을 내 오프 매장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어디 가냐?”

“나 잠깐 볼 일이 좀 있어서.”

그러자 안지호가 나를 향해 말했다.

“너무 늦지 마라. 조금 이따 매니저 형 온다고 했어.”

“알겠어.”

어차피 케이스만 금방 보고 올 거라 늦을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일부러 사람이 조금이라도 적을 만한 오전에 가는 터였고.

모 백화점 내부에 위치한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니 역시나 사람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간간히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매장 자체가 넓은 편이라 사람들마다의 거리가 꽤 있었다.

‘실제로 보니 괜찮은 게 많네.’

역시 실물을 봐야 하는 건가.

화면으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것도 실제로 보니 괜찮은 것도 많았다. 괜히 나도 하나 사고 싶어지네.

이전에 커스텀으로 생각해두었던 케이스 견본이나 예시 같은 게 전시되어 있는 덕에 어떻게 나올지 예상하는데 도움이 됐다.

매장에서도 커스텀을 하는 것은 가능했으나 예상 기간은 온라인이랑 크게 차이가 없었기에 그냥 편하게 온라인으로 주문하기로 했다.

오늘 숙소에 가자마자 주문을 넣어야겠군.

도중에 나 역시 구매 충동을 일으켰던 케이스가 있긴 했지만, 조금 더 고민을 해보기로 했다. 안지호 꺼 주문할 때 내 것도 같이 주문할지 말지.

그리고 얼마 안 가 매장을 나왔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이에 나는 숙소로 향하는 걸음을 조금 더 빨리했다.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내리기 전, 모자를 조금 더 고쳐 썼다. 나가기 전 숙소 근처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공동 현관으로 갈 때까지 직접적으로 따라붙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와 같이 공동 현관을 지나 숙소 동 안으로 들어섰다.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탑승 버튼을 눌렀다.

[1F]

뒤이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대로 안으로 들어서며 숙소의 층 버튼을 눌렀다. 아무도 없던 터라 혼자 탑승이었다.

‘가자마자 주문부터 하고······.’

아, 그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을 해보자.

그리고 그렇게 잠시 고민을 하고 있던 사이, 엘리베이터는 닫히고 있었다.

[문이 열립니다.]

그런데 그때,

닫히고 있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다시 한번 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눈앞으로는 여성 한 명이 보였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채로 까만 모자를 쓰고 있던 여성 한 명이.

그리고 그 순간,

그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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