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69화 (169/413)

169화. 진입하기에 굉장히 좋다.

“준비됐어?”

“상황은 어떤 것 같아요?”

“진입하기에 굉장히 좋은 것 같다.”

“그럼 어서 가서 선빵을 치죠!”

아니, 잠깐만.

어째 이거 어디 적국에 진입이라도 하러 가는 느낌인데.

지난번에 멤버들과 이야기했던 안지호의 깜짝 + 감동 생일 파티.

그건 대충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다함께 생일을 축하해주며 케이크를 전달하자는 계획이었다.

‘깜짝’과 ‘감동’은 각각 어디서 나오는 거냐 물었더니 아침에 눈 뜨자마자 축하를 해주면 깜짝 놀랄 테고, 케이크를 보면 감동할 거라는 의견이었다.

단순했다.

하지만 단순하고도 심플해서 괜찮았다. 그리고 그 방법이 꽤나 감동이고 깜짝이라는 건 일단 내가 가장 잘 아니.

“근데 세현아, 미역국 냄새 좋다.”

차선빈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감동의 의미는 조금 더 전하고자 여기에 미역국을 추가하자고 의견을 보탰다. 그래서 새벽같이 일어나 미역국을 끓였고.

“야, 그거 내가 아까 잠깐 맛 봤는데 짱맛이야. 엄청 맛있어.”

“나도 먹어보고 싶다.”

아니, 당연히 너도 먹을 거야.

멤버 모두 먹을 수 있게 넉넉히 끓였으니.

어쨌든 그렇게 해서 깜짝 파티 일시는 생일 당일날 아침으로 계획되었다. 앞서 말 한대로 안지호가 눈을 뜨는 순간.

이에 멤버들은 모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준비를 감행했다.

“지호 형은 확실히 아직 자죠?”

“응. 아마.”

내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잠들어 있었으니. 혹시 몰라서 이렇게 대화를 할 때도, 걸을 때도 꽤나 조심하고 있는 중이었다.

“케익, 들었지?”

“응.”

내 손 안에는 지난밤에 미리 준비한 초코 케이크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 위에는 ‘20’이라고 적힌 숫자초가 꽂혀 있었고.

“그럼 진입한다?”

“가자고요!”

그렇게 나는 조금 뒤에서 생일 케이크를 들고서 다른 멤버들을 뒤따랐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백은찬이 미리 준비해둔 알람을 켰다. 그러자 방 안에 크게 울리기 시작한 노랫소리.

여기서부터가 진정한 깜짝 파티의 시작이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앞서 말한 그 알람이란,

바로 생일 축하송이었다.

“생일 축하한다, 안지호!”

“······뭐야?”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안지호가 뜬 눈을 한 채로 잠에서 깨어났다. 수면을 방해한 탓인지 미간에 주름이 제대로 져 있었다.

“지호야, 생일 축하한다!”

“지호 형, 생일 축하해요~”

“······아.”

그리고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건지 안지호는 그대로 얼굴을 한번 쓸었다.

하지만 그렇게 여유 있게 있을 새가 없었다. 왜냐면, 촛농이 떨어지기 시작했기에.

“안지호, 초 불어.”

이에 나는 서둘러 안지호 앞에 섰다. 다행히 아직까지 초는 잘 버텨주고 있었다.

그리고 초를 불기 전, 안지호는 그 초를 잠시 바라봤다.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이기도 했는데, 곧 살짝 불어 불을 껐다.

“축하한다!”

“축하합니다!”

그때까지도 백은찬의 생일 축하송은 여전히 BGM마냥 흘러나오고 있었다.

“야, 이것도 쓰자!”

뒤이어 백은찬이 같이 준비해뒀던 고깔모자 하나를 안지호에게 건넸다. 내 생일 때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디자인의 모자였다.

“아, 됐어.”

“야, 이거 쓰고 사진 올리면 팬분들도 엄청 좋아하실걸?”

“······.”

그렇게 안지호는 업로드용이라면서 이내 모자를 썼고, 결국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래서 오늘 뭐 할 거냐?”

“몰라.”

안지호는 그대로 쓰고 있던 모자를 빠르게 벗었다. 일단 오전까진 공식적인 스케줄이 없었다. 오후에는 앨범 준비로 회사에 나가야 했지만.

“세현아, 케이크 줘. 내가 넣어둘게.”

“응.”

“이거 지금 조금 먹어도 되나?”

“헐, 맞다. 형, 세현이 형이 미역국도 끓였어요. 그것도 먹어요.”

“미역국?”

안지호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이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고, 그대로 가지고 있던 케이크를 차선빈에게 조심히 건넸다.

“아무튼 엄청 놀랐지? 감동이었지?”

“그다지.”

“와, 아까 동공 이만해지는 거 봤는데?”

“······.”

이에 안지호는 말이 없었다.

확실히 내가 봐도 ‘깜짝’은 어느 정도 성공을 한 것 같긴 했다. 동공이 정말 미세하게 커졌어. 진짜 미세하게.

“거봐, 내가 성공할 거라고 했잖아?”

“이 형 완전 혼자 다 한 것처럼 그러네.”

“솔직히 반의 반 정돈 했다!”

“너무 티끌이네요!”

그리고 멤버들은 그렇게 한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씻고 나면 다 같이 아침을 먹기로 했다. 감동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아무튼 축하한다, 안지호.”

“축하해.”

뒤이어 다시 한번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방을 떠났다. 시끄럽던 방이 멤버들이 떠나자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그리고 멤버들이 나간 이후에도 안지호는 그대로 말없이 잠시 앉아 있었다.

뭔가 좀 멍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평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지만, 왠지 좀 신경이 쓰였다.

“어디 불편하냐?”

“별로.”

그런 것치고는 분위기가 별론데.

무슨 일이 있나.

하지만 짚이는 게 없으니 당연히 알 길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정말 뭐 할 건데?”

“글쎄.”

“그래도 생일이잖아.”

그러자 안지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답이 없었다.

돌아오는 건 말이 아닌 생각뿐.

[“생일이 뭐라고.”]

여전히 표정 변화 하나 없는 얼굴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 *

앞서 들린 안지호의 생각에, 나는 그대로 잠시 안지호를 바라봤다.

‘생일이라는 날을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 타입인가 보네.’

생일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기분이 좋고, 즐겁고 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저 무덤덤하게 평소와 다른 게 없이 느껴질 수도 있는 거였다.

‘혹시 앞서 축하해줬던 게 부담으로 다가왔을 수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얘기였다.

물론 기분이 별로였거나 나빴거나까지는 아니었을 터였다. 그랬더라면 안지호는 직접적으로 말을 했을 테니.

“혹시 이런 축하 파티 같은 거, 별로야?”

그 말에 안지호는 말이 없었다.

긍정의 의미라기보다는 답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곧 몸을 일으켰다.

“마음에 들고 안 들고의 문제가 아니야.”

“그럼?”

“그냥, 적응 안 되는 거야.”

적응이 안 된다고?

이 상황 자체가 불편하다는 건가.

특별한 거 없이 축하한 것뿐인데.

“그 축하 자체가···아니다.”

이내 안지호는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여전히 표정 변화 없는 얼굴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렇게 우르르하는 건 영······.”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앞서 적응이 안 된다는 말이.

그리고 그런 거라면 답은 간단했다.

“그런 거면 그냥 그렇구나 해.”

“뭐?”

“그냥 그렇구나-하다 보면 곧 익숙해질 테니까.”

하지만 안지호는 그런 내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건지 마치 그게 뭔소리냐라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어려운 말을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마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매년 니 생일이 되면 멤버들은 같은 행동을 한다고 본다. 오늘과 같이. 그럼 그때마다 그냥 그렇구나-하라고.”

“내가 왜?”

“그럼 익숙해질 테니까. 축하받는 거에도.”

익숙지 않아서 그러고 있는 거라면, 익숙해지면 되는 거였다. 다 같이 생일을 축하하는 것도, 함께 케이크에 불을 켜는 일도.

그리고 그렇게 익숙해지다 보면, 오늘처럼 기분이 별로인 일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안지호는 여전히 썩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마치 그럴 리 없다는 양. 아무튼 의심 많은 건 알아준다.

“더불어 이것도 익숙해져라.”

그렇게 나는 내내 가지고 있던 선물을 안지호에게 건넸다.

“···뭔데, 이거?”

“생일 선물.”

그러자 미간이 살짝 좁아진다.

근데 이건 당연히 예상되는 거 아니었나.

그리고 안지호는 이내 고맙다며 흘리듯 말했다. 그러더니 풀어보지도 않은 채 그냥 내려놓으려 하길래 이내 당장 풀어보라 요구했다.

선물은 원래 즉석에서 푸는 맛이지.

“이쪽으로 온 시점에서 그건 내 소관 아니냐?”

“포장을 풀기 전까진 이쪽도 나름 주장할 권리가 있어. 니 반응 궁금하니까 얼른 풀기나 해.”

그리고는 한숨을 한번 쉰 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포장을 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케이스 하나.

매트한 블랙 컬러의 프린팅된 것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었고, 거기에 하단에 작게 ‘JH.’라고 새겼다. 대충 안지호 스펠링이었다.

그리고 난 그 타이밍에 맞춰 그대로 말을 전했다. 아주 중요한 말을.

“생일 축하한다, 안지호.”

그리고 한번 웃었다.

이 말 또한 익숙해지길 바라며.

* * *

그리고 그 뒤로는 멤버들과 모두 한 자리에 모여 내가 끓인 미역국을 아침으로 먹었다.

“국물 미쳤다, 진짜.”

“형, 완전 맛있어요.”

“그래. 많이 먹어라.”

새벽부터 끓인 미역국은 다행히 멤버들 모두에게 반응이 좋았다. 약간 이렇게 국 마스터가 되어가는 기분이기도 하고.

그래도 안지호는 생일인 만큼 고기를 더 넣어줬다. 거기에 괜찮냐는 물음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맛있네.”

상당히 건성인 말투였지만, 그럼에도 그릇을 깨끗하게 비워졌다.

그리고 한동안은 앨범 준비로 바빴다.

더욱이 이번에 준비하는 앨범의 컨셉은 이전 앨범들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대체적으로 ‘청량함’에 중점을 두었던 지난 앨범들과 달리 이번엔 조금 더 어둡고 차분한 컨셉이었다.

여기에는 회사 의견도 의견이지만, 마찬가지로 멤버들의 의견도 들어갔다.

그동안과 달리 노선을 살짝 바꾸는 건 어떻냐는 회사의 의견을 토대로 이것저것 컨셉을 구상해봤으니까.

그렇다 보니 타이틀곡 자체도 비트감이 빠르게 강한 어반 팝 장르의 곡으로 선곡되었고.

‘자연스럽게 안무도 꽤나 빡세지겠군.’

아마 퍼포먼스적으로도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힘이 더 들어갈 듯 했다.

“어, 우세현. 케이스 바꿨냐?”

“응.”

그러자 백은찬은 내 폰 케이스를 궁금하다는 듯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전에 안지호 것과 같이 주문을 하느냐 마느냐 끝까지 고민을 거듭해본 결과, 결국 그냥 같이 바꿔버렸다.

아무래도 마음에 들어서.

바꾼 케이스는 퍼플 컬러의 케이스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굳이 보라색을 선택한 건 그룹 공식 컬러의 영향이 컸다. 보라색과 흰색이니까.

“어, 뭐야. 근데 둘이 같은 거야?”

그렇게 케이스를 살피던 백은찬이 안지호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그리고 쟤건 커스텀이야.”

“아아. 넌 그냥이고?”

“응.”

“난 또 너 것도 같이 맞춘 줄 알았네. 둘만 같았으면 약간 서운할 뻔.”

아니, 그럴 리가 있겠냐.

그보다 서운할 것도 많았다.

그리고 그렇게 차근차근 컴백 준비에 들어가고 있을 때쯤, 우연히 어떠한 소식 하나를 듣게 되었다.

“넹? 동시 컴백?”

바로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남자 아이돌 그룹이 컴백을 예고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유명 남자 아이돌 그룹.

이에 떠오르는 건 역시나 체이스였다.

아무래도 비슷한 시기에 컴백을 한 적이 있었고.

“설마 체이스예요?”

“아니.”

이에 윤도운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체이스가 아니라면 누구지.

유명 아이돌 그룹······아, 설마.

“티어로브.”

“네? 누구요?”

“티어로브 분들이라고.”

그건 바로 티어로브의 컴백 소식이었다.

[공식] DR 엔터테인먼트, 티어로브 5월을 목표로 컴백 준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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