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72화 (172/413)

172화. 이건 정말 됐다.

12시 자정.

김설아는 지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정에 업로드된 윈썸의 이번 정규 앨범 컨셉 포토를 보고 있었다.

‘됐어, 이건 정말 됐어!’

그리고 지금 그런 그녀의 눈앞엔 며칠에 걸려 공개된 6장의 컨셉 포토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WINSOME @WINSOME_INENT

WINSOME The 1st Album, [Winning Shot] Teaser Image

202X.05.11 (KST)

#WINSOME #Winning Shot

컨셉 포토는 총 2가지 컨셉이었는데, 하나는 메인 컨셉인 ‘Black ver’, 다른 하나는 ‘Gold ver’이었다.

“이번 컨셉, 완전 쎈 컨셉인가 봐······.”

김설아가 모니터 속 컨셉 포토 사진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번 앨범이 메인 컨셉이라고 할 수 있는 ‘Black ver’. 그 안에서 멤버들은 각자 모형 권총을 한 자루씩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왜냐면, 화면 속 우세현의 머리가 무려 은색이었기 때문에.

‘세현이 은발······!’

반짝이는 은발의 우세현은 까만 가죽 자켓에 조금 늘어진 흰 티를 입고 있었다. 거기에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피어싱 하나.

그렇게 컨셉 포토 속 우세현은 시선을 살짝 아래로 한 채로 오른손에 권총 하나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세현의 은색 머리 위로는 검은색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친 채 앉아있었다.

“분위기 진짜 미쳤다.”

김설아는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사진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고 있었다.

- 우세현 컨포 미친 거 아님? 은발 개돌음

- 세현이 가죽 자켓 입힌 분 누구시죠? 절해야 할 것 같은데....감사합니다......

- ㅁㅊ 눈빛 봐 진짜 존나 잘생겼다

- 얼굴 존나 화려해ㅋㅋㅋ역시 비주얼

- 가죽자켓에 총 뭐냐고요 미친 컨셉 드디어 우리 애들도 쎈 컨셉 하는 건가요

- 근데 저 나비는 뭐야? 일단 우세현하고 존나 잘 어울림 처음엔 액세서리인줄

전체적으로 어둡게 깔린 분위기에 이를 보던 팬들은 저마다 이번 앨범 컨셉에 대해 궁예를 하기 바빴다.

이어서 김설아는 그대로 다른 멤버들의 컨셉 포토를 또 한번 천천히 살펴봤다.

“아아, 선빈이······.”

흑발에 검은색 목 티를 입은 차선빈은 그대로 커다란 라이플을 한 자루를 품에 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역시나 이전에 봤던 검은색 나비가 살포시 자리하고 있었다.

무표정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그 모습에, 김설아는 다시금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차선빈과 라이플이라니, 미친 조합이야.”

- 와 역시 차선빈 이런 컨셉 잘 어울릴 줄 알았다

- 분위기 보소ㄷㄷㄷ 개 잘생겼네

- 선빈이 흑발 내내 소취했는데 이렇게 성공했다 흑발 선빈이 진리야 세상을 구한다

- 개X존잘이라 할말이 없다

그대로 스크롤을 조금 내리자 곧바로 안지호의 컨셉 포토가 보였다.

밝은 금발에 살짝 펌을 한 안지호는 머리에 까만 캡 모자를 얹고 있었다. 더불어 착장은 블랙 셔츠를 착용했다.

그런 그의 어깨에 검은 나비가 앉아있었으며, 반대편 어깨에는 샷건을 하나 걸치고 있었다.

- 안지호 금발 실화? 아 진짜 사랑합니다

- 컨셉 혹시 스나이퍼 같은 건가? 다들 총 들고 있네ㄷㄷㄷ

- 안지호 분위기 존나 까리해

- 지호야.....지호야.......앓다가 죽는다.....

- 역시 안지호 컨셉 소화력이 좋음 이런 컨셉 기다렸다ㅠ

“이것도 저장, 저장.”

김설아는 그렇게 자신의 차애와 삼애의 사진 갤러리에 저장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빠르게 다음 사진을 찾았다.

그 아래로는 백은찬과 윤도운, 신하람의 사진이 차례로 등장했다.

“은찬이 베이지 머리 좋다.”

백은찬은 옅은 베이지색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이전보다 조금 더 짧아진 길이였다.

더불어 거기에 투명한 고글을 착용한 채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런 그는 마찬가지로 샷건을 손에 쥔 채였다.

- 은찬이 표정봐ㅜㅜㅜㅜㅜ와중에 웃는 거 넘 예뽀

- 백은찬은 진짜 뭔가 남사친 느낌나는 거 같음 근데 현실에 없는 남사친

- 고글 뭔데 저렇게 잘 어울려

- 나비 어딨나 했더니 바로 등 뒤에 있넼ㅋㅋㅋㅋㅋㅋ

다음으로 보이는 윤도운의 사진에서 윤도운은 턱은 괸 채 상당히 나른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흑발의 와인색 롱코트를 입은 그의 손에는 큰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었으며 더불어 그 손가락에는 권총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근데 의자 엄청 화려하네.”

와중에 다른 멤버들과 달리 혼자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던 터라 그 모습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 도운이 혼자만 의자에 앉아있는 거임? 뭐지 이것도 뭔가 다른 게 있는 건가

- 근데 혼자 앉아있으니까 왠지 리더 느낌 제대로 난다ㅋㅋㅋ혹시 컨셉에서 리던가?

└ 실제로도 리더잖아ㅋㅋㅋㅋㅋ

- 뭔가 으른으른 분위기 제대로 나네

- 윤도운 존나 왕자님 같아

마지막으로 신하람의 컨셉 포토.

신하람은 머리에 쓴 와인색 베레모가 눈에 띄었다. 여기에 베레모 한 쪽에는 검은 나비가 앉아 있었고, 마찬가지로 권총 한 자루를 손에 들고 있었다.

- 베레모? 베레모오오? 아 이건 사기지

- 으잉 우리 막냉 귀엽다ㅜㅜㅜㅜㅜ

- 하람이 뭔가 그새 더 큰 것 같아 데뷔 때랑은 느낌이 좀 다르네

└ 원래 애들은 빨리 큰다잖아

- 근데 신하람은 19살 치고 성숙해보여서 그런지 이런 것도 잘 어울림

- 윈썸은 막내까지 다 큰 편이라 좋다

“저장.”

그렇게 김설아는 마지막 사진까지 모두 저장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단 예판으로 몇 장 지르고······.’

그녀는 예판, 그러니까 예약 판매를 통해 미리 앨범 몇 장을 구매를 해둔 터였다. 여기에 컴백을 하고 나면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가 오프깡을 할 예정이었다.

“아, 뭐야. 미공포 또 나왔잖아.”

우연히 보게 된 미공개 포토카드 증정 이벤트를 보며 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때때로 예약 판매를 구매한 이들에 한해 미공개 포토카드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진행되었다.

이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번 더 구매 페이지에 들어갔다. 보통 미공개 포토카드의 경우 일정 기간이 끝나면 구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회사의 상술인 건지 일반 포토카드보다 사진이 더 예쁜 경우도 있었기에.

‘뭔가 이번에 미공포가 많은 기분인데.’

그래도 예쁜 포토카드는 포기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만 이 또한 랜덤이었다.

“세현이는 포카 장인이니 분명 이것도 개 잘 찍었을 거란 말이지······.”

심지어 은발이다.

이건 손에 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번 앨범 포카인 ‘캔디 세현’ 포카를 구하던 그 여정을 생각하면 아직까지도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포카는 그보다 더더욱 레전드가 될 거라 확신했다. 그도 그럴 게 무려 은발이니까. 은발.

그리고 컴백 직전에 올라온 이번 앨범의 티저 영상. 약 30초가량의 티저 영상을 김설아는 또 다시 숨을 죽인 채 시청했다.

티저 영상이 시작되자, 화면 속에는 수많은 빗줄기가 뿌려졌다. 그리고 그대로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가 영상 속을 울렸다.

동시에 화면이 변화하면서 고층 건물의 옥상이 등장하고, 그 위에 누군가의 뒷모습이 클로즈업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면 속, 묵직한 사운드의 비트의 전주가 이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자신의 무기를 손에 쥔 멤버들이 한 명씩 스쳐 지나가고, 곧바로 탕! 하는 방아쇠가 당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Winning shot.]

[202X.05.11 Release]

그리고 티저는 끝을 맞이했다.

더불어 김설아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건 완전 대박일 거라고.

* * *

- 모야 윈썸 이번에 비트 너무 좋은데?

- 윈썸 티저 비트 쩐다

- 컨셉이랑 비트 존나 멋있을 것 같음

- 우세현 머리 흩날리는 것 봐 하 진짜 세현이 너무 예뻥ㅠㅠㅠㅠㅠㅠ

- 처음에 서있는 사람은 누구임? 멤버지?

└ 뭔가 선빈이 같음 키가

└ 내 생각에도 차선빈 같음 실루엣이

- 컨셉 진짜 개 까리해 맘에 든다

- 이번에 제대로 퍼포곡일 듯

티저가 업로드된 이후, 영상의 조회수가 빠르게 늘더니 어느새 인기 동영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런 영상의 밑으로는 이전보다 더욱 많은 수의 영어 댓글과 더불어 저마다의 언어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티저가 괜찮게 뽑혔어.’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잘 뽑아내었고 거기에 적절한 영상미로 기대감을 주기 딱 좋았다.

그리고 이제 정말 컴백이 얼마 남지 않아 있었다. 그때까지 여전히 매일매일 연습의 반복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컴백을 앞두고 며칠 전.

저녁 늦게 연습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갑작스럽게 도운이 형이 방을 찾아왔다.

“왜요, 형?”

“지호 아직 안 자지?”

“네.”

아직 12시가 되기 전이었다.

그래서인지 안지호도 아직까지 멀쩡한 얼굴이었다.

“우리 며칠 뒤면 앨범 나오잖아.”

“그렇죠.”

“기념해서 한잔할까?”

도운이 형이 마시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이제 음주가 가능했지. 새삼 잊고 있던 사실이었다.

‘한 잔, 괜찮지.’

마침 내일은 오전 늦게 출근이었다.

아마 도운이 형도 그걸 보고 마시자고 한 걸 테지만.

“근데 술은요? 숙소엔 없잖아요.”

“매니저 형이 가는 길에 사다 준대.”

아직 진혁이 형이 있나 보네.

사실 우리끼리 가도 상관없긴 했지만, 매니저 형이 사다 준다고 하니 그냥 얌전히 따르기로 했다.

“전 좋아요.”

안 그래도 멤버들이랑 한잔하고 싶었고.

“지호는?”

안지호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보다 귀찮아하는 표정이 더 정확했다. 이 타이밍에선 대충 밑밥을 한번 던져줄 필요가 있었다.

“안주로 너 먹고 싶었던 빵도 사.”

“빵?”

“응. 초코롤빵. 지난번에 그거 사려고 했었잖아.”

“뭐?”

그러자 그건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눈이다. 당연히 알지.

“저번에 편의점 갔을 때. 그 앞 코너에 서 있는 거 봤어.”

그리고는 초코롤빵은 없냐고 물었고.

그러니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지호 초코롤빵 좋아했어?”

“지난번에 보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앞선 내 말에 안지호는 아까보다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듯 하더니 결국 알겠다고 답했다. 밑밥이 잘 먹혀들었군.

그나저나 그 초코롤빵, 꼭 사와 달라고 해야겠네.

“그럼 너희 둘 다 마시는 거지?”

“네. 다른 애들은요?”

“선빈이는 오케이고, 이제 은찬이랑 하람이한테 물어 보러 가려고.”

하람이는 당연히 탄산음료겠고.

이왕이면 다 같이 마실 수 있었으면 좋겠네.

“당근 콜이죠!”

백은찬이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서 바람대로 멤버 다 함께 한잔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매니저 형은 얼마 안 돼 부탁한 맥주와 함께 과자나 빵 같은 안주거리들을 우리에게 전달해주었다.

“너무 길게 마시지 말고. 내일 오전 늦게 출근이긴 한데 그래도.”

“당연하죠.”

“도운이가 잘 조절해.”

“네. 알겠어요.”

“아, 그리고 혹시 몰라서 과실주 같은 것도 넣었어. 맥주 별로면 그거 마셔라.”

“넵. 감삼당.”

그대로 맥주 캔들 사이로 핑크색 캔 한 두 개가 자리를 잡았다. 맥주는 대충 1인당 한 캔이 전부였다. 아, 사이다도 몇 개 있었고.

“저 혼자 사이다네요.”

“당연하지. 넌 앞으로 1년은 혼자 사이다야.”

“1년 아니거든요? 몇 개월이거든요?”

신하람은 그 말과 함께 앞에 있던 사이다 캔을 있는 힘껏 땄다.

“세현아, 맥주 마실래 과실주 마실래?”

“전 맥주로 할게요.”

마셔보고 별로면 과실주로 갈아타야지.

그리고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다른 멤버들 역시 맥주를 먼저 집어 들었다.

“자, 그럼 건배 해야지.”

“좋아요. 건배!”

“아, 건배사 같은 건 없어요?”

“넌 사이다를 든 애가 가장 먼저 건배사를 말하냐?”

“원래 이럴 땐 뭐든 외치고 보는 거라고요.”

사실 건배사라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정규 1집 대박으로 하죠.”

“오, 그래. 역시 그거지.”

“그래. 그럼 세현이 말대로 그걸로.”

“도운이 형이 외쳐요. 도운이 형이.”

그리고 리더인 도운이 형을 필두로 다 같이 캔을 맞부딪히기로 했다.

“정규 1집,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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