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그래도 평균은 할 것 같은데.
맛없다.
정말 더럽게 맛이 없다.
들이킨 술은 생각 이상으로 맛이 없었다. 달지도 않은 것이 텁텁하고 쓰기만 해서 괜히 입맛만 버린 느낌이었다.
“우세현 표정 엄청 안 좋은데?”
옆을 보니 백은찬이 그런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맛없어서 그러냐?”
“응.”
“술이 원래 좀 맛없긴 하지.”
“마치 마셔본 것처럼 이야기하네.”
“지난번에 잠깐 본가에 갔을 때 아빠한테 한 잔 얻어 마셨었거든.”
아아. 그랬었군.
그래도 한번 가지고는 모르니 한번 더 마셔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맛이 없는 건 여전했다.
“안주랑 같이 마셔. 그럼 좀 나을 거야.”
그런 도운이 형의 말에 따라 그렇게 과자를 몇 개 집어먹었다. 하지만 낫기는커녕 콜라 생각만 더 났다. 이 과자엔 콜라인데.
“딱 보니 우세현 술 엄청 약할 듯.”
“뭐?”
“너 혹시 모르니 이거 다 마시지 마라. 한 캔으로 훅 가는 사람도 있대.”
“넌 아니고?”
“음. 난 아닐 듯.”
백은찬이 꽤나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보통 이런 경우, 그렇게 말한 사람이 그렇게 되던데. 드라마나 영화 보면.
‘근데 그렇게 약하진 않을 것 같은데.’
일단 형이 좀 쎈 편이니.
그러니 나도 평균은 하지 않을까.
“선빈이 형이랑 지호 형도 첫술이죠?”
“응.”
차선빈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안지호는 무심한 표정으로 답했다.
“당연히 첫 술이어야지.”
“아니, 그래도 형들 성인 된 지 몇 달 지났잖아요. 그 사이 은찬이 형처럼 부모님이랑 한 잔 할 수도 있는 거고.”
“굳이.”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는 얼굴이었다.
안지호는 그렇게 마시던 캔을 내려놓았다.
“형은 얼마나 마셔요?”
백은찬이 윤도운에게 물었다.
“그렇게 잘 마시는 건 아니야. 그냥 보통 정도?”
“한 캔은 아니죠?”
“당연히 아니지.”
이내 도운이 형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들고 있던 맥주를 한번 더 들이켰다.
“제일 쎌 것 같은 사람은 선빈이 형!”
“나?”
“네. 왠지 그럴 것 같지 않아요?”
차선빈, 쎌 것 같긴 하지.
“쎈 게 좋은 건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쁠 건 없겠지.”
그리고 차선빈은 다시 말없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이에 차선빈이 좋아하는 과자를 하나 건넸다. 먹으면서 마시라고.
“뭐, 일단 이제 음주가 되는 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관련해서는 좀 사리자. 다들 알겠지만, 음주 관련해서 워낙 사건이 많잖아.”
도운이 형이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그렇지. 보통 연예계 사건 사고하면 음주로 인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니까. 음주 운전, 음주 폭행, 미성년자 음주 등등.
확실히 가까이해서 이로울 게 없지.
무엇보다 목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될 테고.
“그리고 이번에 우리 정규 앨범 나오잖아.”
“어, 도운이 형 갑자기 목소리 진지해졌다.”
“진지한 말을 할 거란 얘기죠.”
“그래, 진지한 얘기야······.”
앞서 그러면서도 멤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그렇게 다들 도운이 형의 말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첫 정규 앨범이잖아. 그러니까 다치는 사람 없이 무사히 잘 끝냈으면 좋겠다고.”
“그렇죠. 그게 가장 중요하죠.”
“성적도 잘 나오면 좋겠지만, 혹여 떨어지거나 하더라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성적은 신경이 쓰입니다.”
“와, 안지호 와중에 단호한 거 보소.”
백은찬이 안지호를 가리키며 웃었다.
하지만 안지호는 그런 백은찬의 발언을 가볍게 무시한 채로 초코롤빵의 포장을 뜯었다.
“근데 이번에 컨셉 꽤 괜찮지 않아요? 얼마 전에 컨포랑 올라온 거 봤는데, 잘 나왔더라고요.”
“아, 맞아. 특히 우세현.”
뜬금없이 튀어나온 이름에 잠시 그대로 마시던 걸 멈췄다. 컨포. 컨포라면 잘 나오긴 했지. 그러니까 잘 찍어주셨다는 이야기다.
“맞아. 세현이 잘 나왔어.”
“고마워. 선빈이 너도 잘 나왔어.”
“아니, 나는?”
“지호 형은 엄청 까리하던데요~”
“아니, 세현아. 형은?”
니가 왜 형이야, 인마.
그리고 대충 앞에 있는 과자를 아무거나 하나 집어 백은찬에게 물려주었다.
이에 처음엔 불만이라는 듯 웅얼거리더니 이내 맛은 있었는지 조금 전 준 과자를 몇 개 더 집어먹었다.
“맛있네, 이거?”
그래,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야 크지.
그 뒤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갔다. 진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지만. 숙소 생활 규칙 어긴 일화 같은 다소 일상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때 지호가 밥 따로 먹는다고 은찬이가 난리였잖아. 규칙 좀 지키라고.”
“맞아요. 그 와중에 은찬이 형이 양말 그냥 벗어놔서 지호 형이 다시 재반격하고.”
그래서 결국 둘이 같이 화장실 청소를 했다. 그 덕에 한동안은 화장실이 번쩍번쩍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잘 지키고 있는 편이잖아. 숙소 규칙.”
“가장 잘 지키고 있는 게 뭐죠?”
“일단 외부인?”
“아, 외부인.”
숙소 제 1원칙인 외부인 출입 금지.
그건 아주 착실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거 말고는 아마 밥 먹는 거랑 대화 정도일 걸요?”
“밥 먹는 거는 얘 때문에 거의 지켜지고 있는 거고······.”
도운이 형이 백은찬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백은찬은 마치 자랑스럽단 듯 씨익 웃어 보였다.
“대화도 잘 지켜지고 있지 않나?”
“아, 맞아요. 대화도 잘 지켜지고 있죠.”
물론 내가 내건 규칙 또한 잘 지켜지고 있었다. 숙소가 조용할 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니까.
오히려 말이 많아서 문제인 편이었다.
“사실 어기는 것만 맨날 어기지, 다른 건 별로 어기는 거 없잖아요.”
“맨날 어기는 게 뭔데?”
“양말 벗어놓기다.”
그런 안지호의 말에 백은찬이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찔리는 게 있는 얼굴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캔 속 맥주가 조금씩 비어지는 것 같았는데, 그때까지 취한 사람은 없었다.
“컵이 하나밖에 없어.”
와중에 음료수를 따를 컵을 가지러 간 백은찬이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그걸로 마시면 되잖아.”
“이거 황금컵인데? 괜찮?”
아. 황금컵.
신도하에게서 받은 컵을 말하는 거였다.
“그거 그냥 막 써도 된다니까.”
“아니, 뭔가 이렇게 부담스러운 컵은 처음이라서 말이지······.”
그래도 백은찬은 컵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 처음부터 그냥 마음대로 쓰라고 했는데도 어쩐지 다들 컵을 쓰는 것에 조금씩 기피하는 모습들이었다.
세트로 받은 것 중에 하나만 실사용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그냥 박스에 넣어둔 상태였다.
이내 백은찬은 가져온 황금컵에 사이다를 따랐다.
그리고 그렇게 음료수를 앞에 놓고 또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맥주가 아직 반이나 남아 있었지만, 중간에 그냥 음료수로 바꿨다. 너무 맛이 없어서.
“아니, 지호 형 벌써 자요?”
“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어느새 졸고 있는 안지호를 보며 멤버들은 급하게 시간을 확인했다. 시간은 어느새 12시를 훌쩍 넘어 2시를 향하고 있었다.
이거 베개라도 갖다줘야하나.
이대로 자면 일어났을 때 목 결리는데.
“이 과자만 다 먹고 그만 일어나자.”
고민하는 사이, 도운이 형이 말했다.
시간도 늦었고 하니 남은 과자만 털고 나면 슬슬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도운이 형, 저 사이다 한 잔만 더요.”
“형, 저도요!”
어느새 맥주캔은 저 멀리로 치워진 지 오래였다. 메인은 약간 과자가 된 듯한 느낌. 그리고 나 역시 남아 있는 사이다를 가져와 옆에 있던 차선빈에게 건네주었다.
그래, 역시 사이다가 짱이지.
그리고 그렇게 멤버들과 한번 더 캔을 부딪쳤다.
* * *
5월 11일, 컴백 당일.
윈썸의 정규 1집 앨범 의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시작된 뮤직비디오는 이내 6시 정각이 되자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회색빛 하늘 아래, 장대비가 떨어지는 풍경. 떨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어떤 이가 조용히 걸어 나왔다.
하늘과 가까운 고층 빌딩 한가운데,
그곳에 있던 이는 쓰고 있던 후드 모자를 천천히 내리며 이윽고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변화하는 화면 속 차선빈은 그렇게 빌딩 위에서 어느 조준점을 향해 라이플을 겨누었다.
그와 동시에 시작되는 곡의 전주.
묵직한 베이스의 리프 전주가 곡의 시작을 알렸다.
[It's time to shoot.]
[I aimed the gun.]
[We always win.]
그 안에서 차선빈의 낮은 음성의 랩이 섞이며 이윽고 화면이 다시 한번 전환되었다.
전환된 화면 속에는 은색 머리의 우세현이 계단 아래 텅 비어진 문 앞에 홀로 앉아 있는 채로 등장했다.
[열기로 달아오른 이 현장]
[이곳의 승리자는 오직 한 명 뿐]
그와 동시에 우세현은 가죽 장갑을 입에 문 채로 가지고 있던 권총을 그대로 장전했다.
이윽고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장전된 권총. 이에 반응하듯 검은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그런 우세현을 스치고 지나갔다.
검은빛을 내던 나비는 어디론가 향하더니 이내 화면이 바뀌며 윤도운이 등장했다.
윤도운은 그대로 화려한 보석이 박힌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있는 채였다. 여유로운 모습 속 윤도운은 한 손에 검은색 스틱 하나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복잡하게 얽힌 게임 속]
[승리의 노래를 불러줄 테니]
[그대로 빛을 내면 돼]
그리고 또다시 나타난 검은 나비.
그 검은 나비가 이끄는 곳에는 백은찬이 있었다.
밝은 베이지색 머리의 노란색 선글라스를 낀 백은찬은 화면을 바라본 채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전환되는 화면 속, 그는 막대 사탕을 하나 문 채로 제 옆에 놓여 있던 투명 케이스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동시에 투명 케이스 안에 보관되어 있던 역삼각형의 가넷 하나가 그 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천천히 그 방아쇠를 당겨]
[이 노래를 시작으로 이제는-]
그리고 전환되는 장면.
여기서부터는 6명의 멤버의 단체컷이었다.
[Winning shot.]
그리고 그들은 하트, 다이아몬드 등 다양한 모양의 과녁들이 놓인 사격장 한가운데서 군무를 선보였다.
이어지는 2절, 그 순간 안지호의 손가락 위에 올라가 있던 검은색 나비가 화면에 클로즈업되었다.
그렇게 안지호는 자신이 쓰고 있던 캡모자를 조금 더 고쳐 쓴 채로 저 멀리 걸어오는 인영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갔다.
[마치 숨을 죽이듯]
[타이밍을 노려 목표 지점에 올라]
그리고 그런 안지호의 뒤로 바늘이 멈춰진 엔티크한 시계 하나가 희미하게 비춰졌다.
반면, 또 다른 공간에서는 신하람이 커다란 모니터를 통해 앞선 안지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내 신하람은 빠르게 서칭하며 해당 타겟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Click, Click, Click.]
[이 음악에 맞춰 겨냥해]
이후 또 다시 전환된 장면.
우세현은 가지고 있던 권총을 마치 가지고 놀 듯 손안에서 빠르게 회전시켰다.
[변화하지 않는 스코어 속]
[저 높은 지점에 이르기까지]
[밀고 당기기를 지속해]
그 순간, 화면엔 우세현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이에 우세현은 그대로 정면을 응시한 채로 살짝 웃어 보였다.
[Winning shot!]
뮤직비디오는 대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로 각자의 공간 안에서 타겟을 겨냥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주로 그려졌다.
이어지는 뮤직비디오의 클라이막스 장면.
그 장면에서는 투명 케이스 너머에 있던 역삼각형의 물체가 이윽고 화려하게 산산조각이 났다.
[Mission Clear-]
이어서 다시 한번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우세현이 권총을 한번 더 장전했고, 그 권총 위로 검은 나비가 날아와 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정지해있던 시곗바늘이 이내 다시 한번 제 몸을 움직였다.
[Winning shot.]
그렇게 화면은 종료됐다.
* * *
- 윈썸 뮤비 뭐냐 존나 멋있어
- 윈썸 이번에 뮤비 감독 누구임? 혹시 바뀌었나? 이번에 앵글 하나하나 장난아니네
- 이번 노래 쎄다 도입부터 비트 강렬함
- 차선빈 영어 발음 왜 이렇게 좋아? 혹시 예전에 살다왔음?
└ 그건 아닐걸?
└ 그냥 연습 많이 한 거 아님?
└ 그러고 보니 잠깐 살았다는 말이 있긴 했는데
- 하 세현아 지호야 할미는 너무 좋아서 지금 눙물을 흘리고 있어
- 은찬이 씨익 웃는 거 미친 거 아니냐고ㅜㅜㅜㅜ너무 좋아서 거기만 돌려보고 있음
- 우세현 얼굴 진짜 돌앗네 보다가 어이 없어서 헛웃음이 나옴 개잘생겼어
- 윈썸 이번 컨셉 완전 까리 그 자체 근데 노래도 존나 좋아ㅋㅋㅋ계속 멤돈다
- 혹시 도운이가 보스 같은 건가? 뭔가 혼자 계속 포스가 다름ㅋㅋㅋㅋㅋㅋ
└ 근데 겁나 잘어울림 우래기 너무 포스 있어ㅠㅠㅠㅠㅠㅠㅠ
- 스나이퍼 컨셉인 건 확실한데 약간 윤도운은 보스롤이고 신하람은 중계롤인 것 같음 결론은 하람이 너무 이쁘다궁
사랑해세현아 @sedfgsdfs
은발세현 장갑 무는 거 세상 사람들 다 봐야함 이 부분 진심 미침
세현아토끼니강쥐니 @dfgsddse
중간에 살짝 웃는 거 보라고 얼굴 진짜 미친 거 아니냐고 이렇게 웃는 거 누구한테 배웠어ㅠㅠㅠㅠㅠㅠ이 fox......(하트)
세현이는토끼야 @fgfggggf
느와르로 하나 더 찍어쥬셈
IN 다음은 느와르 컨셉으로 내놔
비주얼 메보 세현아 사랑해
- 제목 : 근데 이번에도 세계관인가?
마지막에 뜬금포로 시계 바늘 움직이는 거 나오잖아 그거 뭔가 세계관 삘인디
└ ㅇㅇ 세계관 맞는 것 같음 중간에 지호 파트 때 잠깐 시계도 잡혔어
└└ ? 그거 의미가 있는 거 였어?
└ 이번에 그 맨날 나오는 회중 시계 안 나와서 궁금했는데 이게 떡밥일지도
└ 아 윈썸도 뭔가 세계관이 있는 모양이네
└ 시간 관련이긴 한 것 같은데 솔직히 봐도 모르겠다ㅋㅋㅋ그냥 설정집을 내죠라
그렇게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공개된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1000만이라는 숫자를 향해 달려갔다.
매번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올라가는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랐다.
이처럼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뮤직비디오 조회수와 더불어 마침내, 이번 앨범의 음원 순위가 각종 사이트 내에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