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74화 (174/413)

174화. 이거 실화인가?

[NEW] 18위 : Winning shot

- WINSOME (윈썸)

자몽 메인 탑차트에 진입했다.

그것도 음원이 나온 지 1시간 만에.

“18위?”

“뭐? 18위?”

업데이트된 차트에 멤버들은 저마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상태였다.

음원을 발매한 지 한 시간 만에 20위권 안에 진입했다. 이건 거의 미친 일이었다.

지난 디지털 싱글, ‘Winter dream’의 진입 성적은 39위.

그러니 대략적으로 20위권대에만 안착을 해도 선방이겠구나 했는데, 실제는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지난번에 이어서 이번에도 순위가 약 20계단 이상이 상승. 팬분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글 쓰자.”

그러니 감사 인사를 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일이 얼마나 많은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건지는 이미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러한 높은 진입 성적은 보통 팬덤의 화력이 절대적이었다.

대중성이 높은 경우라면 말이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아직 그렇지 않으니까.

“맞아! 글 쓰자!”

“난 이미 쓰고 있어.”

“역시 리더. 사진도 같이 남길까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잔뜩 신이 난 멤버들은 제 할 말만을 하기 바빴다. 그러다 보니 차 안의 분위기는 어느새 한껏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앨범 판매량도 벌써 찍히고 있다더라.”

운전을 하던 매니저 형이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본격적으로 앨범 배송이 시작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번 앨범의 공개된 선주문량은 90만장.

지난 선주문 50만장에 이어 이 또한 훌쩍 뛰었다. 그리고 첫날 판매량만 무려 40만장이라는 숫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번 주부터는 당장 컴백 무대의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 상태였다.

“세현이 형, 렌즈 꼈어요?”

“응.”

U-Countdown의 컴백 무대 사전 녹화를 앞두고 스타일리스트 누나로부터 그레이 컬러의 렌즈를 하나 건네받은 바였다.

평소에 렌즈를 착용하거나 하진 않았던 터라 살짝 불편한 감이 있긴 했다.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무대니까.

“눈 한번 크게 떠봐요.”

“어, 이렇게?”

“오.”

그러더니 곧 신하람이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정확히는 렌즈는 보고 있는 듯 했다.

“근데 이거 뭐 찍는 거야?”

“아, 이거요?”

신하람의 손에는 소형 카메라 한 대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 카메라의 시선은 나를 향해 있는 중이었다.

“셀프캠이요. 셀프캠. 우리 오늘 첫방이잖아요.”

“아, 그렇죠.”

곧바로 말을 높였다.

대충 U-Countdown의 대기실 셀프 카메라 같은 거라는 거군.

“형이 오늘 너무 잘생겨서 형을 제일 1빠로 찍고 있어요, 지금.”

“그러려고 오늘 열심히 메이크업을 한 거니까요.”

“근데 사실 형은 메이크업 안 해도 잘생겼어요. 알고 계시나요, 여러분?”

그러자 저 뒤편에서부터 “네-”하는 대답이 들려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백은찬이 입꼬리를 올린 채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우리 멜로우 분들 대신 대답을 했습니다!”

“아, 내가 하려고 했었는데.”

“쯧쯧. 이렇게 반응이 느려서야.”

백은찬이 그런 신하람을 향해 고개를 살짝 저으며 혀를 차는 시늉을 했다. 그러더니 곧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나도 인터뷰 같이할래요.”

“형, 뭔가 말이 좀 섞인 것 같지 않아요?”

“몰라요?”

섞였네. 섞였어.

정말 이상하게 섞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백은찬은 전혀 모르겠다는 듯 능청을 떨 뿐이었다.

“그리고 이거 인터뷰 아니고 셀프캠이에요.”

“셀프캠 좋죠. 저 오늘 마침 메이크업이 잘 된 것 같아요.”

“어때요, 세현이 형이 보기엔?”

“뭐가?”

“은찬이 형, 메이크업 잘 됐나요?”

그러자 백은찬이 한껏 기대에 찬 눈으로 날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네. 오늘 은찬이 잘생겼네요.”

“뭐? 진짜?”

아니, 뭘 놀라고 그러냐.

알고 있는 거 아니었나.

“뭐라고요, 세현 씨? 다시 한번만.”

“오늘 하람 씨도 잘생기셨네요.”

“아이, 감사함당.”

“아, 한번 더 말해줘! 천천히!”

그렇게 백은찬은 나를 몇 번 흔들어댔다. 아니, 정확히 들었으면 됐잖아······.

“근데, 형. 눈 건조해요?”

신하람이 다시 한번 나에게로 카메라를 고정했다. 정확히는 내 얼굴을 향해서.

“아까부터 계속 깜빡거리는 것 같길래요.”

“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나 인공눈물 있는데. 줘?”

“응.”

그렇게 백은찬으로부터 인공눈물을 하나 건네받았다. 그나마 좀 눈이 촉촉해진 듯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하나씩 가지고 다녀야겠네.

그리고 그때, 대기실로 들어온 매니저 형이 우리를 향해 어떠한 수신호를 보냈다. 사녹 무대에 그만 올라가 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어, 이제 무대 가야 할 시간인가 봐요.”

“다음 캠은 누구야?”

“아마, 지호 형? 일단 내려오고 나서 다시 셀프캠으로 돌아올게요. 같이 인사해요.”

이에 나는 그대로 백은찬과 함께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금방 만나요. 멜로우.”

“안녕!”

“빠염!”

“아니, 빠염이 언제적······.”

뚝!

그대로 신하람이 카메라의 스위치를 껐다.

* * *

장수연은 지금 음악 방송 사전 녹화 참여를 위해 열심히 방송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오늘은 윈썸의 U-Countdown 컴백 무대가 있는 날. 그렇게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응원하러 갔다.

‘역시 이번에도 무대 세트, 장난 아니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무대 세트.

아니나 다를까 이번 무대 세트 역시 꽤나 힘을 준 모습이었다.

세트의 색감은 보라색이 주를 이었는데, 번쩍번쩍한 것이 딱 봐도 자본 부은 티가 팍팍 났다.

그리고 생각하는 건 모두 같은지 주변 팬들 역시 세트 한번 장난 아니라며 여기저기서 감탄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로부터 잠시 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렸던 윈썸 멤버들이 무대 위로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멜로우.]

마이크를 통해 전해오는 그 인사가 너무나도 다정해, 장수연은 자신 또한 그런 멤버들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주었다.

‘세현이 가죽 자켓! 가죽 자켓!’

무대 의상은 지난 개인 컨포 때와 동일한 복장이었다. 그렇기에 우세현은 가죽 자켓에 가죽 장갑, 거기에 한쪽 귀에 은색 드롭 이어링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와X, 이번 컨셉 너무 좋아.’

이번 컨셉은 전반적으로 그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컨셉 자체가 까리한 것도 까리한 거지만, 무엇보다 헤메코에 엄지를 세워주고 싶었다.

그리고 시작된 무대.

그 무대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빡셌다.

안무나 노래 할 것 없이 모두.

특히나 안무는 쾌감을 일으켰는데, 댄스 브레이크 때 그 쾌감이 정점을 이루었다.

물 흐르듯 절도 있는 동작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에 장수연은 다시금 이들 그룹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빡센 것 같다더니, 사실이었어.’

보는 내내 저 안무에 라이브는 어떻게 할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윈썸은 라이브 또한 훌륭했다. 숨소리 하나하나 고스란히 잘 들려왔으니까.

특히나 2절 후반부에 있는 우세현의 초고음 파트, 흔히 성녀 파트라고 불리는 이 부분은 정말이지 귀가 호강한다는 게 뭔지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세현이는 폐구조가 어떻게 된 거지.’

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 이런 뜬금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폐활량이 느껴졌다.

그 뒤로도 사녹은 몇 번 더 이루어졌는데, 그때마다 중간중간 멤버들은 앞에 있는 팬들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걸곤 했다.

[다들 밥은 드셨어요?]

[아까 물으니 못 드셨대.]

[밥 못 드셨어요? 아이고······.]

백은찬이 이에 한껏 속상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장수연 역시 밥은 못 먹었지만, 어째서인지 배고프단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리고 백은찬은 여전히 분위기 메이커였다. 중간마다 팬들이나 멤버들에게 말을 건네며 장난을 치는 모습을 보였고, 차선빈의 경우 대화보다는 홀로 조용히 몸을 푸는 스타일이었다.

‘세현이는···지호랑 대화를 많이 하네.’

여기에 우세현과 안지호는 앞전 무대에서 했던 화음과 같이 맞춰봐야 할 부분에 관해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듯 했다.

[안 힘들어요?]

물론 팬들의 안부를 묻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무대를 시작하기 전엔 항상 손을 들어 팬석을 향해 인사해주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시작된 사녹.

그곳에서 장수연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응원봉을 든 채로 아까보다 조금 더 눈을 빛냈다.

* * *

컴백 무대들을 끝낸 뒤,

그 이후로 커뮤니티에는 우리의 무대와 관련된 꽤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 와우 윈썸 안무 미쳤다 개 빡세

- 이번에 윈썸 제대로 칼 갈았나보다 일단 멤버들 눈빛부터 후덜덜함

- 우세현 춤 존나 늘었네 윈썸이 원래 이렇게 다 잘췄던가?

- 여긴 진짜 실력 구멍이 없어

그리고 동시에 라이브와 관련된 글도 꽤 올라왔는데, 당연하게도 라이브였다.

아무래도 춤이 빡센 편이다 보니 라이브의 진위를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던 모양이었다.

뭐, 계속 라이브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말들도 들어가지 않을까.

이와 더불어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들에서도 줄줄이 순위 안에 들었다.

특히나 스포X파X 글로벌 200 차트에는 데뷔 이래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마찬가지로 일본 스트리밍 사이트인 아인 뮤직 차트에서도.

마찬가지로 해외 팬덤이 어느 정도 성장을 했다는 지표였다.

“형, 오늘 음방 끝나고 팬싸 있다고 했죠?”

“응. 끝나자마자 바로.”

그리고 오늘은 팬싸인회 스케줄이 예정되어 있었다. 정규 1집 발매 기념 팬싸인회.

“세현아, 이거 써줘!”

“어, 토끼네요.”

“응. 라이크래빗이야~ 구하기 힘들었어.”

아하. 라이크래빗.

얼핏 보기엔 토끼 머리띠여서 그냥 일반 토끼인 줄 알았다.

그렇게 나는 꽃 리본을 달고 있는 분홍색 토끼가 올라가 있는 머리띠를 앞에 계신 팬 분으로부터 건네받았다.

참고로 라이크 래빗이란, 지난 에서 당시 내가 탈을 썼던 토끼 캐릭터의 이름이었다.

그나저나 라이크 래빗은 이제 어딜 가든 보이는군.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다.

“귀엽다.”

어느새 차선빈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 차선빈의 앞에는 잠시 사람이 비어있었다. 옆에 있던 팬이 이동하기를 대기하고 있던 중인 듯 했다.

“원래 귀엽잖아.”

“응.”

원래 라이크 래빗 캐릭터가 좀 귀엽긴 했다. 그래서 애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고.

“세현아, 여기 좀 봐줘.”

“세현아, 머리띠 바꿔줘~”

더불어 앞에는 많은 수의 카메라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아예 카메라 앞에 멤버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도 있었다.

팬싸인회를 할 때는 굳이 능력을 오프 시키지 않고 있었다. 특별히 방해되는 요소가 없었기에.

무대 위에 있다는 공간적인 특성은 공연과 비슷하지만, 능력의 활개 정도는 전혀 양상이 달랐다. 이쪽은 일상과 비슷했다.

‘뭐, 다행인 거지. 굳이 오프 시간을 늘릴 필요가 없게 되는 거니까.’

능력 오프로 인한 빌어먹을 부작용이 너무 많았다.

“이동하실게요.”

그리고 다음 팬 분을 맞이했다.

동시에 나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녕.”

꽤나 작은 목소리였다.

거기에 어째서인지 내 눈을 살짝 피하는 모습이었다. 표정 자체도 좀 굳어 있고.

“점심은 드셨어요?”

“네.”

“맛있는 거 드셨어요?”

“네.”

답변도 상당히 단답인 형식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앞에 있는 팬의 시선은 계속해서 다른 곳을 향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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