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79화 (179/413)

179화. 세상 피곤하게 사네.

‘이건 뭐냐······.’

서칭하다가 우연히 걸리게 된 SNS 글 하나. 그건 차선빈과 관련된 목격담이었다.

정확히는 어젯밤에 청담에 있는 술집에서 차선빈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프로필 사진은 알 사진.

포스팅된 글도 목격담으로 올라온 글이 전부였다.

A @abfdfggds

이제 조금 떴다고 정신 머리가 빠진건지ㅋㅋㅋ성인 된지 얼마나 됐다고 술집을 뺀질나게 드나드냐

A @abfdfggds

심지어 혼자 온 것도 아니고 여자랑 같이 와? 섡빊이 많이 컸다아아ㅋㅋㅋㅋㅋ

많이도 갖다 붙이는군.

와중에 사진 한 장도 추가로 올라와 있었는데, 모자를 푹 눌러쓴 한 남성의 사진이었다.

흐름상 목격담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올린 것인 듯 했다.

‘참 정성스럽게도 날조했네.’

어떻게든 엿을 멕이려는 노력이 가상했다.

마치 실제로 목격한 것처럼 말하는 말투에 친절하게 증거까지 붙여놨지만, 실상은 전부 허구에 불과했다.

정확히 어제 이 시간에 차선빈은 멤버들과 열심히 버거를 먹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 사진은 또 어디서 구해서 갖다 붙인 건지.’

게다가 정작 차선빈이라고 올려놓은 사진은 주변이 어두운 탓에 얼굴을 정확하게 식별하기도 힘든 사진이었다. 심지어 정면도 아니고 측면이고.

물론 일부러 이런 사진을 올려놓은 거겠지만, 어찌됐건 사진 속 인물이 차선빈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일단 사진 속 남자가 쓴 모자 같은 건 차선빈이 가지고 있지도 않은 거였고.

‘없는 거 지어내려고 제대로 작정했군.’

└ @ 차섢빈 성인되자마자 젤 먼저 술집 달려갔다더니 사실인가보네ㅋ

└ @ 요즘 살 좀 찐 것 같던데 혹시 다 술 살인 거 아님?ㅋㅋㅋㅋ

└ @ 술 좀 그만 쳐먹어 섢비나~

반응도 가관이었다.

아무래도 견제가 제대로 붙은 모양이었다. 보통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시도들이 붙기 마련이니까.

평소에도 목격담이랍시고 거짓 섞인 정보들이 올라오는 게 흔하긴 했지만, 이번엔 사진도 추가된 만큼 아무래도 다른 것들보다 말이 퍼지기 쉬웠다.

활동기, 술집.

전에 커뮤니티에서 본 글도 이 목격담의 빌드업이었나. 한 마디로 우리 얘기였군.

미성년자도 아니니 술집 정도야 갈 수 있다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지적으로 도움 될 게 없었다. 게다가 성인된 지 아직 몇 달 안 됐고.

더불어 그 위로 덧붙여진 것들도 문제였다. 활동기에 술집을 갔느니, 이성과 함께 있었다니 하는 것들.

‘일단 그리 퍼지진 않은 것 같고···.’

그래도 발견이 빨랐던 건지 아직까지 이리저리 말이 옮겨지진 않은 듯 했다. 그나마 다행인가.

조금 찾아보니 목격담과 연관되어 보이는 글은 아직까지 없었다.

‘지금 시간이···.’

그리고 나는 잠시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꽤 늦긴 했지만, 아직 자고 있진 않겠지.

뒤이어 폰을 챙긴 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적지는 차선빈의 방이었다.

* * *

예상했던 대로 방 불은 아직까지 켜져 있던 상태였다. 열려 있는 문틈으로 차선빈과 도운이 형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잠시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아, 세현아.”

동시에 차선빈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순식간에 표정이 밝게 바뀌었다.

마치 주인 본 강아지 표정 같네.

집으로 돌아온 주인 보며 반기는 강아지.

지금 할 만한 생각은 아니지만.

“무슨 일이야?”

뒤이어 날 발견한 도운이 형이 이내 무슨 일이냐면서 물어왔다. 이에 조용히 방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섰다.

“잠깐 이야기할 게 있어서요.”

“이야기? 뭔데?”

그리고 서론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방금 뜬 차선빈의 목격담에 관해서.

“목격담? 그런 게 떴어?”

“네. 근데 이게 그냥 뜬 게 아니고 술집에 갔다느니 하는 식으로 떠서요.”

“술집?”

그러자 이를 듣던 윤도운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졌다.

“청담에 있는 술집이라던가. 그렇대요.”

“최근에 봤다고 뜬 거야?”

“네.”

“아니, 일단 활동기에 그럴 리가 없잖아···.”

윤도운이 어이가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긴 했다.

“누가 과하게 짜깁기 한 거죠.”

“안 그래도 목격담에 그런 거 많더라. 싸인도 위조하는 경우도 있고.”

“귀찮게 사진을 올렸더라고요.”

“사진? 아, 합성?”

“합성은 아니고 그냥 대충 그럴듯해 보이는 사진이요.”

“정성이네.”

그렇지. 정성도 이런 정성이 없었다.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열정을 쏟는다는 게. 아니면 악질 관종이던가. 세상 피곤하게 살고 있었다.

“뭐라도 올려야 할까?”

이제껏 말이 없던 차선빈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와중에 목소리나 표정이 평소와 미묘하게 달랐다.

그걸 보니 갑자기 짜증이 확 일었다.

쓸데없는 루머가 붙은 이 상황에.

“그럴 필요까지는 없고, 어차피 사진 한 장이면 끝날 거야.”

“사진?”

“응. 어제 버거 가게에서 같이 찍은 사진.”

“아.”

사진 하나 올리면 종료될 상황이었다.

일단 그 사진 안엔 많은 게 담겨 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까 그 사진이 있었지.”

“네. 일단 시간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사진이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말이 퍼지지 않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사진 속 착장이나 사진을 찍은 시간대 같은 것이 모두 정확히 남아 있으니 이거라면 쓸데없는 루머를 잠재울 수 있을 터였다.

‘여기에 목격담과 함께 올라온 사진.’

그 사진에도 중요 정보가 하나 내포되어 있었다. 그건 바로 해당 사진이 찍힌 날짜와 시간.

해당 사진 속 남성의 뒤에 있는 그날의 날짜와 시간을 나타내는 전자시계가 같이 찍혀있던 바였다.

‘그러니 얍삽하게 날짜를 바꿔치기하는 수는 못 하겠지.’

증거라고 올린 사진이 되려 발목을 잡은 꼴이다.

“그래서 지금 바로 올리려고?”

“네. 괜히 더 말 나오기 전에 하려고요.”

그리고 바로 폰을 꺼냈다.

원래 올리려던 사진이기도 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내가 올릴게.”

차선빈이 말했다.

하지만 난 그대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올리는 쪽이 일을 더 스무스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굳이 루머를 의식하고 올린 게 아니라는 분위기를 좀 더 형성할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올릴게. 게다가 이미 내용도 다 생각해뒀고.”

“아···.”

차선빈이 그대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들어갈 내용 또한 필요했다. 그러니까 해당 사진 정보를 간략하게 전달할 만한 내용.

‘그나저나 사진을 많이 찍어둔 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군.’

백은찬의 성화에 이런저런 각도로 해서 참 많이도 찍었는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됐다.

‘마침 둘이 찍은 사진도 있네.’

와중에 차선빈과 둘만 찍은 사진도 있었다. 이것도 같이 올리면 좋겠군.

“선빈아, 이거···.”

“고마워, 세현아.”

“뭐?”

그러던 도중, 차선빈이 갑작스레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대로 나와 시선을 마주한 채로 계속 말을 이었다.

“난 검색을 잘 못하니까. 아마 퍼질 때까지 몰랐을 거야.”

아. 그 말이었군.

평소 차선빈이 검색에 서투른 편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

“됐어. 그냥 내가 좀 빨리 발견한 것뿐이니까.”

“내 대신 해명도 해줬잖아.”

“그건 당연한 거니까.”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건.

그러자 차선빈의 눈이 조금 커졌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이 사진도 올려도 돼?”

“응?”

“이거, 너랑 나랑 찍은 사진.”

그대로 차선빈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차선빈은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이것도 올리는 걸로.

“그래도 고마워.”

그 말과 함께 차선빈은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은 풀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거면 됐다.

그리고 나서 나는 곧바로 공식 계정과 팬 커뮤니티 사이트인 커넥트에 각각 앞선 사진들을 업로드했다.

WINSOME @WINSOME_INENT

어제 스케줄 후 멤버들과 야식

오랜만에 먹었더니 맛있더라고요.

[단체사진.jpg]

#WINSOME

#세현 #햄버거좋아하시나요?

사진은 각각 공식 계정과 팬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는데, 중복되는 일 없이 다른 사진을 올렸다.

이로써 어느 정도 초장 진압이 될 터였다.

“근데 사진 선택 잘했다.”

“아, 그래요?”

“응. 다들 잘 나왔어.”

확실히 단체 사진이 잘 나오긴 했지.

이거 찍은 게 백은찬이었지, 아마.

그리고 차선빈은 여전히 뚫어지게 폰을 보고 있었다. 혹시 반응을 확인하는 건가.

“뭐 보고 있어?”

“아, 사진.”

반응이 아니라 사진이었군.

“근데, 세현아.”

“응.”

“이 사진, 역시 잘 나온 것 같아.”

차선빈이 여전히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말했다. 사진이 그렇게 마음에 드는 건가. 백은찬이 알면 좋아할 듯 했다.

“단체 사진? 그거 백은찬이 잘 찍은 것 같···”

“아니, 단체 사진 말고.”

“그럼?”

“너 사진.”

내 사진.

아, 차선빈이랑 둘이 찍은 사진을 말하는 거군.

“마음에 들어.”

“그래?”

“응.”

그렇게 말하던 차선빈은 왠지 모르게 조금 뿌듯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사진이 그렇게 마음에 든 건가. 아니면 해명 덕일 수도 있다.

“글도 좋아.”

“어? 글?”

“응.”

특별한 내용은 없는 것 같은데.

뭐, 어쨌든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었다.

WINSOME @WINSOME_INENT

잘생긴 내 친구 선빈이랑

(토끼, 호랑이 이모티콘)

[사진.jpg]

#세현 #선빈 #WINSOME

그리고 차선빈은 한동안 그 게시글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 * *

지난 버거집에서의 사진을 올리고 난 뒤, 그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올라왔다.

- 어제 라디오 끝나고 단체로 버거 먹으러 간건가봐ㅠㅠ 너무 귀여웡ㅠㅠㅠ

- 오구오구 애기들 많이 먹었니 햄버거라니 넘 귀엽다

- 햄버거 좋아해 나도 햄버거 너무 좋아해 세현아ㅠㅠ 그러니 나도 끼워주면 안될까 (뻔뻔)

- 근데 지호는 햄버거 아니고 아이스크림만 먹는 거야....? 햄버거가 없는디?

└ 그것만 먹는 거 맞는듯ㅋㅋ보니까 햄버거가 없오

└ 앞에 놓인 아수크림도 귀엽네ㅋㅋㅋㅋㅋ지호 은근 단 거 되게 좋아해

- 세현이랑 선빈이 사진 너무 좋다 눈이 절로 개안해

- 잘생긴 내 친구래....역시 선빈이 얼굴 주접은 세현이를 따라올 사람이 읎다

- 잘생긴 애 옆에 잘생긴 애네 개좋아

- 선빈이도 세현이 얼굴 짱 좋아하잖아ㅋㅋㅋㅋ그냥 서로 부심 넘침ㅋㅋㅋㅋㅋ

- 얘네는 진짜 얼굴합이 돌판 동틀어 젤 좋은 거 같음 어떻게 이렇게 잘생겼냐

이렇게 올라오는 이야기들에 의해 지난 차선빈 관련 목격담은 어느새 빠르게 식는 모양새였다.

- 뭐냨ㅋㅋㅋㅋ어제 멤 단체로 햄버거 먹으러 갔다네

- 그럼 술집 얘기는 구씹이라는 거네 차선빈 활동기에 술집 갔다고 정신머리 타령하면서 ㅈㄴ까더니

- 근데 그 목격담 사진도 있지 않았음? 이런 식으로 구씹인 게 밝혀지네 역시 뭐든 함부로 믿으면 안 되는 듯ㅇㅇ

- 활동중에 술집 갔다고 여자 끼고 놀았냐느니 ㅈㄹ들을 하더니 아니라고 밝혀지니 꼬리 내리고 조용해지는 것들 봐라ㅋㅋㅋ

- 그럴 줄 알았다 어떤 ㅂㅅ이 날조까지 해가면서 우리 애를 까는 거냐

그렇게 목격담 관련 이야기들은 빠르게 내용이 삭제되고 있었고, 동시에 해당 게시글이 적혀 있던 SNS 계정 또한 아니나 다를까 게시글을 곧장 삭제했다.

[본 SNS는 계정이 잠겨 있습니다.]

한마디로 모든 게시글을 지우고 튀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걸로 아마 한동안은 조금이나마 목격담에 대한 진위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될 터였다.

“그래서 그 계정은 삭제가 됐고?”

“응.”

“다행이네.”

백은찬이 말했다.

지난밤에 있었던 목격담과 관련된 일은 이미 다른 멤버들에게도 이야기를 한 바였다.

“목격담 그거 은근 무섭다니까. 되도 않는 이야기들도 많고.”

“그렇지.”

“심지어 술집이라고? 참.”

백은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더니 곧 다시금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너희 둘만 촬영 있다고 했었지?”

“엉. 차선빈이랑 둘이.”

오늘 있을 자체 컨텐츠 촬영.

그 촬영은 멤버 전원이 아닌 차선빈과 백은찬만이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다. 근데 무슨 내용이었더라.

“컨텐츠 내용이 뭐라고 했었지?”

“은찬이와 선빈이의 게임X게임.”

아, 맞아. 그런 내용이었다.

“무슨 게임을 하는데?”

“그냥 농구 게임 이런 거지. 알다시피 우리가 그룹 내에서 체육짱들이잖아.”

백은찬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씨익 한번 웃어 보였다. 뭐, 둘이 체육인인 건 맞긴 하지만.

그 사이, 준비를 마친 차선빈이 나왔다.

“잘 찍고 와. 너무 무리해서 게임하진 말고.”

“어? 게임?”

“자! 우리는 이제 가야 합니다.”

동시에 백은찬이 급하게 차선빈의 등을 밀었다.

“그럼 형들, 다녀온다.”

“다녀올게.”

그리고 백은찬은 서둘러 현관을 나섰고, 차선빈 역시 그런 백은찬을 따라나섰다.

···근데 게임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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