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을 숨긴 천재 아이돌-180화 (180/413)

180화. 오늘의 컨텐츠는 바로….

“차선빈, 준비됐냐?”

“응.”

앞선 백은찬의 비장함이 담긴 말에 차선빈은 그대로 고개를 살짝 한번 끄덕였다.

“좋아, 해보자고!”

그렇게 백은찬은 스튜디오 한가운데서 꽤나 기운찬 목소리를 내었다. 그와 동시에 꽤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백은찬과 차선빈, 두 사람은 오늘 자체 컨텐츠 촬영을 위해 회사로 출근을 했다. 그룹 자제 컨텐츠이기는 했으나 오늘의 촬영에는 오직 이 멤버만이 참여를 했다.

그리고 그건 바로 오늘의 자체 컨텐츠의 테마로 인해서였다.

“너랑 내가 요리라니, 신선하지 않냐?”

“응. 신선해.”

“근데 이거 누가 아이디어 내신 거예요? <은찬이와 선빈이의 베이킹 교실>.”

오늘 두 사람이 할 컨텐츠의 테마는 바로 베이킹. 일명 <은찬이와 선빈이의 베이킹 교실>이었다.

그룹 내에서 가장 요리 실력이 부족하기로 유명한 두 멤버가 직접 케이크를 만든다는 게 오늘 컨텐츠의 주요 내용이었다.

“오늘 완성한 케이크는 멤버들에게 바로 전달을 할 거예요.”

“아, 그럼 그것도 찍어요?”

“네. 당연하죠.”

그리고 완성된 케이크는 멤버들에게 선물을 할 예정이었다. 다시 말해 멤버들을 위한 케이크. 하지만 여기서 완성할 케이크는 한 개가 아니었다.

바로 4개.

멤버 각 각에게 케이크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건 아직까지 비밀이었다. 깜짝 이벤트로 진행할 예정이었기에.

여기에 만들 케이크의 수가 많은 만큼 일반적인 케이크보다는 조금 더 작은 사이즈로 만들 계획이었다.

컵케이크보다는 조금 큰 사이즈로, 일반 사이즈의 케이크보다는 확실히 작았다.

그리고 시작 전, 제작진은 해당 케이크의 견본을 두 사람에게 잠깐 보여주었다.

“크기가 일반적인 케이크보다는 작긴 작네요.”

“아무래도 4개를 만들어야 하니까 큰 건 좀 무리가 있잖아요.”

“저희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어쨌든 백은찬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베이킹 경험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지난 앨범의 자컨을 통해 이미 쿠키나 컵케익 같은 간단한 베이킹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데코 할 만한 것들은 앞에 미리 준비가 되어있거든요. 그러니까 케이크마다 자유롭게 데코 하시면 돼요.”

“넵. 알겠습니다.”

데코를 위한 초콜릿, 과일, 사탕 등 다양한 재료들 역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에 차선빈은 준비되어 있던 재료들을 잠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벌써부터 케이크를 어떻게 데코를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그리고 컨텐츠와 관련된 모든 준비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자, 선빈 씨. 오늘 우리가 왜 이렇게 있는 걸까요?”

“은찬 씨와 특별한 촬영을 위해섭니다.”

“그렇지. 아주 특별한 촬영! 이제 저희가 케이크를 만들러 왔어요~”

앞치마 차림의 백은찬과 차선빈은 꽤나 들뜬 모습으로 오프닝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촬영에 관한 간단한 소개 이후, 곧바로 베이킹에 들어갔다.

당연하게도 도움을 줄 전문가 역시 촬영에 함께 참여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전문가의 도움에 따라 케이크의 시트 만들기부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팀 내에서 가장 요리 초짜들이잖아요.”

“그렇습니다.”

“혹시 내가 진짜 이 요리 하나는 자신 있다! 이런 거 있어?”

“······.”

“없냐?”

“계란 후라이.”

“아, 계란 후라이 좋죠. 선빈이가 계란 후라이를 아주 기가 막히게 만들어요. 여러분은 혹시 계란 후라이에 뭐 찍어 드시나요?”

그 순간, 반죽을 만들던 백은찬의 휘핑 기계가 멈추었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버튼 잘못 누른 거 아니야?”

“아, 그렇군.”

그리고 휘핑기가 다시 움직였다.

“아이고! 휘핑 튄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키는 바람에 반죽이 살짝 튀어버렸다. 이에 백은찬은 곧바로 휘핑기를 고쳐 잡았다.

그 탓에 앞서 한 계란 후라이에 대한 대답은 어느새 잊혀져 버렸다.

반죽을 완성한 뒤에는 이를 미리 준비된 틀에 넣어 오븐에 굽는 과정을 거쳤다. 전문가가 있는 덕에 여기까지는 특별한 실수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사실 제가 지난번에 애들한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줬거든요.”

“아, 들었어.”

“선빈 씨는 그때 아쉽게도 먹지 못했어요. 왜냐면 너무 맛있어가지고 세현이랑 지호가 다 먹어버렸거든요.”

“내가 너무 늦게 나왔더라고.”

“그러니까. 그때 완전 세현이랑 지호가 감탄했어요.”

“뭘요?”

“내 오므라이스. 한 그릇 더 없냐고 내 생애 가장 맛있었다며 그렇게 칭찬을······.”

띵.

그 순간, 시트가 완성이 되었다.

그리고 누구랄 것도 없이 백은찬과 차선빈은 빠르게 완성된 시트를 보러 갔다.

“오, 잘 구워졌다.”

“응. 잘 구워졌어.”

그리고 백은찬은 잠시 향을 맡아보았다. 노릇노릇한 갓 구운 빵 냄새가 나는 게 벌써부터 먹음직스러웠다.

시트가 완성이 됐으니 이제는 크림을 바를 차례였다. 완성된 시트를 회전판에 올려 생크림을 바르는 과정이었다.

“근데 이거 생크림밖에 없나요? 지호는 초코 크림 좋아할 텐데.”

“초코 크림은 없다고 해요.”

“아, 어쩔 수 없네요. 주는 대로 먹어라!”

그리고 열심히 시트에 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꽤나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렇게 집중을 하던 와중에도 백은찬의 입은 여전히 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나올 때 세현이가 묻더라고요.”

“뭐 물었는데?”

그 순간 차선빈이 크림을 바르던 걸 멈춘 채로 뒤에 나올 백은찬의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뭐죠? 엄청 궁금해하네?”

“궁금합니다.”

“이러면 청개구리 심보가 드는데.”

“안 궁금합니다.”

“진짜요? 넵. 그럼 말 안 하는 걸로.”

“······.”

그러자 차선빈이 말없이 백은찬을 잠시 쳐다보았다. 이에 백은찬은 그런 차선빈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가리켰다.

“농담이에요, 농담.”

그렇게 백은찬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금 케이크 크림을 바르는 것에 집중했다.

“세현이가 오늘 촬영 무슨 내용이냐고 묻더라고.”

“아.”

그 말에 차선빈 역시 시선을 옮겨 하고 있던 크림 바르기에 다시 열중했다.

“그래서 은찬이와 선빈이의 게임X게임이라고 했어.”

“아, 그래서 아까 조심해서 하고 오라 한 거였구나.”

“엉. 야, 근데 이 정도면 됐지 않냐?”

“잘했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이후에는 본격적인 데코에 들어갔다.

이는 이제껏 한 과정 중에 단연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각 멤버마다 다른 케이크 데코, 이게 이 컨텐츠의 핵심이기도 했으니까.

“일단 우리 리더부터 할까요?”

“네.”

가장 먼저 데코에 들어간 건 윤도운의 케이크였다. 그리고 백은찬은 앞에 보이는 알록달록한 재료들 속에서 가장 먼저 양 모양을 한 설탕 공예품을 집어 들었다.

“도운이 형 하면 또 양이니까~”

그렇게 윤도운의 케이크의 중앙에는 양모양의 공예품이 2개 자리했다. 한 마리는 너무 비어 보인다는 이유였다.

이어지는 다음 케이크의 데코는 안지호의 케이크였다. 크림이 초코가 아닌 게 백은찬은 아직까지도 아쉬웠다.

“당연, 고양이겠죠?”

“근데 이 고양이가 더 닮은 거 같아.”

“어? 그러네?”

고양이 장식은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조금 더 날카로워 보이는 얼굴의 고양이를 골랐다. 두 사람이 고른 모양은 회색깔의 입꼬리를 살짝 올린 고양이었다.

“멜로우 분들이 보시기에도 이게 더 딱이다 하실 거야.”

“근데 지호도 이걸 더 좋아하려나.”

“몰라, 걍 좋아하겠지.”

이내 백은찬은 고양이 장식을 케이크에 조심스럽게 꽂았다.

“다음은 막내~”

“하람이가 다람쥐였지?”

“엉. 저기 다람쥐 있다.”

그렇게 차선빈은 케이크 위로 다람쥐 모양의 장식을 사뿐히 올려놓았다. 이와 더불어 다른 케이크보다 캔디를 조금 더 많이 올려주었다.

“막내니까.”

“과일도 더 올릴까?”

“더 올려, 더 올려. 얜 분명 비어 있으면 비어 보인다고 뭐라고 한다.”

그렇게 다람쥐 장식의 주변으로는 마치 도토리 마냥 캔디와 과일이 가득했다.

“그럼 마지막은~”

“이거 맞지?”

사전에 곁눈질로 봐두었던 분홍 토끼 장식을 차선빈은 그대로 빠르게 집어 들었다.

하지만 정작 백은찬은 그런 차선빈의 선택에 의문을 표했다.

“엥? 난 이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리고는 그대로 다른 모양의 장식을 집었다. 백은찬이 집은 건 다름 아닌 하얀색 말티즈 모양의 장식이었다.

“이거랑 닮지 않았냐?”

이에 차선빈은 자신이 들고 있던 토끼와 앞서 보이는 강아지를 한 번씩 쳐다봤다. 하지만 그렇게 봐도 제 눈에는 토끼가 더 맞게 보였다.

“이게 나은데.”

“그러냐? 내가 볼 땐 이게 더 딱인데.”

“전에 라이크 래빗 닮았다고 하지 않았어? 이거 라이크 래빗 닮았는데.”

“색깔만 비슷하지 좀 다른 거 같아서.”

그런가.

차선빈은 다시 한번 제 손에 있던 토끼 장식을 확인해보았다.

“어쩔 수 없다. 일단 꾸미자.”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금 앞에 있는 케이크를 집중해서 꾸미기 시작했다. 너무 집중한 탓에 순간적으로 잠시 말을 잃었다.

“자, 이로써 모든 케이크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와!”

그런 두 사람의 앞에는 다양한 장식이 올려진 4종류의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생각보다 어렵지가 않네요~?”

“선생님께서 잘 도와주신 덕이 아닐까?”

“아! 그건 맞습니다!”

곧바로 백은찬과 차선빈은 동시에 오늘 하루 함께 한 전문가 선생님께 허리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문가는 이러한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한 모습으로 지켜보며 같이 인사했다.

그 이후, 찾아온 촬영의 클로징.

백은찬은 자연스럽게 클로징 멘트로 들어갔다.

“네, 그럼 이제 이 케이크를 전달하는 일만 남았는데요. 바로 전달을 하러 갈까요?”

“네.”

그런데 찰나의 순간, 차선빈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백은찬을 쳐다봤다.

“아, 근데 그러고 보니 세현이가···.”

“응.”

“···전달하러 가볼까요?”

“뭐야, 뭔데. 왜 말을 하다 말아?”

“가보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차선빈은 앞에 보이는 카메라를 향해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빠르게 그 자리에서 이동했다.

제 나름대로 아까의 장난에 복수를 한 것이었다. 백은찬의 청개구리짓에 대한.

그리고 이를 알지 못하는 백은찬으로서는 끝까지 듣지 못한 대답에 그저 답답해할 뿐이었다.

“야, 너 그 유명한 말 몰라? 사람을 가장 짜증나게 하는 게 2가지가 있는데!”

그렇게 백은찬 역시 앞선 차선빈을 따라 빠르게 카메라 앵글 밖으로 벗어났다. 이를 마지막으로 촬영은 종료가 됐다.

* * *

케이크를 가지고 왔다.

백은찬과 차선빈이.

그것도 4개나.

“어떠냐, 차선빈과 내가 만든 작품을 본 소감이?”

“아직 안 보이는데.”

다만, 아직까지 상자 안에 있는 모습이라서 내용물이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까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느낌 있잖아, 느낌!”

“괜찮네.”

“그리고?”

“멋있다.”

“그렇지.”

그러자 백은찬이 곧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답이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게임 자컨 찍는다더니, 이걸 찍은 거였나.’

게임 자컨은 페이크고 사실은 케이크를 만든 모양이었다. 여기에 현재 카메라도 함께였다.

마찬가지로 자컨을 찍는다는 소식에 차선빈과 백은찬을 제외한 멤버 모두 회사로 나왔는데, 와보니 이렇게 테이블 위에 케이크 상자가 올라가 있었다.

“와, 이거 진짜예요? 이 형들이 케이크를?”

“그렇지. 우리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만들었다 이거야.”

“장식도?”

“···하나부터 아홉까지만.”

하나 빠지는 거냐.

뭐, 그렇다 해도 놀랍긴 했다.

백은찬과 차선빈이 케이크라니.

“고생했겠네.”

“그래, 그러니까 기대 많이 해라.”

백은찬이 상당히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말했다.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말하니 기대가 되긴 하네.

그리고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나자,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게 되었다. 촬영은 케이크의 상자를 열어보는 것부터 시작이었다.

“자, 그럼 앞에 보이는 상자를 하나씩 열어보시면 돼요. 은찬 씨와 선빈 씨가 전부 손수 만드셨어요.”

이른바 리액션 컷이었다.

두 사람의 케이크에 대한.

그리고 이윽고 내 이름이 적힌 상자를 앞으로 끌어왔다. 이내 나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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